이재용(가운데) 삼성전자 부회장이 5월 18일 중국 시안에 있는 반도체 공장을 방문해 현장 점검을 하고 있다. 사진 삼성전자
이재용(가운데) 삼성전자 부회장이 5월 18일 중국 시안에 있는 반도체 공장을 방문해 현장 점검을 하고 있다. 사진 삼성전자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기 상황에서 주요 그룹 총수들이 사업 현장을 방문하며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이들은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미래를 위한 준비에 신경 쓰고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5월 18일 중국 시안에 있는 반도체 공장을 찾았다. 코로나19 발생 이후 중국을 방문한 글로벌 기업인은 이 부회장이 처음이었다. 이 부회장은 현장에서 “과거에 발목 잡히거나 현재에 안주하면 미래는 없다”며 “새로운 성장 동력을 만들기 위해서는 다가오는 거대한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시간이 없다”며 “때를 놓치면 안 된다”고도 강조했다. 대국민 사과, 검찰 수사, 미·중 무역전쟁까지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사업에 대한 의지를 보인 것이다.

이 부회장은 5월 13일 천안 삼성SDI 공장에서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수석부회장을 만나 차세대 전기자동차용 배터리 개발 동향을 논의하기도 했다. 정 수석부회장이 삼성 사업장을 방문한 것도, 이 부회장과 정 부회장 단 둘이 공식 회동한 것도 이번이 처음이다. 현대차는 2010년부터 LG와 배터리 분야에서 협력 관계를 맺고 있고, 기아차는 SK이노베이션으로부터 배터리를 공급받고 있다. 두 사람의 회동은 현대차그룹이 배터리 공급과 관련해 다각화를 추진하겠다는 행보로 받아들여진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올해 초 일본으로 출국했다가 5월 초 귀국했다. 그는 2주간의 자가 격리를 마치고 5월 18일부터 서울 송파구 잠실 롯데월드타워 사무실로 출근해 현장 경영을 강화하고 있다. 신 회장은 5월 23일 롯데월드몰을 시작으로 롯데백화점과 롯데월드어드벤처, 롯데마트 등 주요 유통 사업장을 깜짝 방문해 매장 곳곳을 살펴봤다. 그는 5월 19일 열린 임원회의에서 포스트 코로나를 위한 전략 수립을 주문하기도 했다. 신 회장은 당시 “코로나19가 종식돼도 기존 생활로는 돌아갈 수 없을 것”이라며 “완전히 새로운 시장 법칙과 게임의 룰이 자리 잡게 될 것”이라고 했다.

구광모 LG그룹 회장은 5월 20일 충남 서산시 LG화학 대산공장을 헬기편으로 기습 방문했다. 대산공장은 5월 19일 촉매센터 공정동 내 촉매포장실에서 화재가 발생한 곳이다. 이 사고로 직원 1명이 사망하고 2명이 다쳤다. 앞서 5월 7일 LG화학 인도 현지법인인 LG폴리머스 공장에서는 화학물질인 스티렌 가스 누출 사고가 발생하기도 했다. 구 회장은 “기업이 한순간에 무너지는 것은 경영 실적이 나빠져서가 아니라 안전 환경, 품질 사고 등 위기관리에 실패했을 때”라며 “잇따른 안전·환경 사고에 대해 모든 경영진이 무거운 책임을 통감해야 한다”고 했다.

한 재계 관계자는 “총수들이 현장을 직접 챙기는 것은 국내외 경제 부진에 코로나19 사태까지 겹친 위기를 새로운 기회로 만들어야 한다는 절박한 심정이 반영된 것”이라며 “미래 사업만큼은 차질 없이 추진해야 한다는 격려의 의미도 있다”고 말했다.


두산솔루스와 헝가리투자청 관계자들이 인센티브 계약 체결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 두산솔루스
두산솔루스와 헝가리투자청 관계자들이 인센티브 계약 체결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 두산솔루스

두산솔루스 헝가리서 340억 인센티브
전지박 공장 증설 지원 두산, 솔루스 지분 매각 추진 중

두산솔루스는 5월 25일 헝가리 정부로부터 전지박 공장 증설을 위한 340억원 규모의 인센티브를 획득했다고 발표했다. 두산그룹의 전자·바이오 소재 사업체인 두산솔루스는 헝가리와 룩셈부르크 등에 공장이 있다.

두산솔루스에 따르면 헝가리 정부가 자동차 부품 산업 투자 유치를 위해 전지박 공장 건설에 필요한 190억원을 현금으로 지원한다. 회사는 5년간 법인세 면제 혜택도 받는다. 두산솔루스는 오는 10월쯤 받는 현금 인센티브를 헝가리 공장의 양산 체계 구축에 활용할 계획이다.

두산솔루스는 현재 1만t인 헝가리 공장 생산 규모를 2022년까지 2만5000t으로 늘리기 위해 연말부터 증설에 나선다. 회사는 이후 추가 증설을 통해 2025년까지 생산 규모를 7만5000t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한편 두산그룹은 두산중공업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두산솔루스 지분의 공개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


텅 빈 인천공항 1터미널 면세 구역. 사진 연합뉴스
텅 빈 인천공항 1터미널 면세 구역. 사진 연합뉴스

면세점 매출 4년 만에 1조원 붕괴
코로나19로 이용객 급감 업계 “임대료 감면해 달라”

코로나19 확산 직격탄을 맞은 면세점 업계 매출이 1조원 아래로 떨어졌다. 면세업계 월 매출 1조원이 붕괴된 것은 2016년 3월(9799억원) 이후 처음이다.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하늘길이 막히자 면세점 이용객이 급감한 것이다.

한국면세점협회에 따르면 4월 면세점 매출은 9867억원으로 전월보다 9.2% 감소했다. 코로나19 사태가 본격화하기 이전인 1월 2조247억원과 비교하면 51% 급감한 수치다. 4월 면세점 방문객은 35만4000여 명으로 3월 58만7000여 명보다 40% 감소했다.

면세점 업계의 실적 악화가 불가피하다. 신라면세점을 운영하는 호텔신라는 올해 1분기 20년 만에 첫 적자를 기록했다. 롯데면세점을 운영하는 호텔롯데도 영업손실을 내며 2년 만에 적자 전환했다. 면세 업계 관계자는 “공항 이용객이 줄면서 면세 업계의 고통은 더욱 커지고 있다”며 “인천공항 매장 임대료 감면이 절실한 상황”이라고 했다.


서울 중구 서소문에 있는 대한항공 사옥. 사진 연합뉴스
서울 중구 서소문에 있는 대한항공 사옥. 사진 연합뉴스

산은·수은, 대한항공 1.2조원 지원
대한항공 필요 자금 3.8조로 추산 급한 불 끈 대한항공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이 코로나19 사태로 경영난을 겪는 대한항공을 지원하기로 했다. 산은과 수은 등 채권단은 5월 26일 대한항공과 1조2000억원 금융 지원을 위한 특별 약정을 체결했다. 앞서 채권단은 대한항공에 운영 자금 2000억원 제공, 화물 운송 관련 자산유동화증권(ABS) 7000억원 인수, 주식으로 전환할 수 있는 영구채 3000억원 인수 등의 지원안을 발표했다.

채권단은 올해 대한항공에 필요한 자금을 3조8000억원으로 추산하고 있다. 채권단이 1조2000억원을 지원하고 대한항공이 1조원 규모의 유상증자와 3000억원 규모의 전환사채를 발행하기로 했다.

채권단과 대한항공의 약정에 따른 자구안에는 대한항공 측이 추진 중인 1조원 규모의 유상증자, 서울 종로구 송현동 부지와 왕산레저개발 지분 매각 등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알짜 사업부로 분류되는 기내식과 항공정비(MRO) 사업부는 매각 대상에 포함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