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건 2013년 CJ올리브영, 2018년 서울옥션블루 MD, 2019년 엑스엑스블루 대표 / 오세건 엑스엑스블루 대표가 나이키의 ‘에어포스 1 파라-노이즈’를 들고 있다. 나이키와 지드래곤이 협업한 이 운동화는 818켤레 한정판(빨간색 로고)으로 발매됐다. 출고가는 21만9000원인데, 리셀러 시장에서 재판매가는 400만원 수준이다. 사진 전준범 기자
오세건
2013년 CJ올리브영, 2018년 서울옥션블루 MD, 2019년 엑스엑스블루 대표 / 오세건 엑스엑스블루 대표가 나이키의 ‘에어포스 1 파라-노이즈’를 들고 있다. 나이키와 지드래곤이 협업한 이 운동화는 818켤레 한정판(빨간색 로고)으로 발매됐다. 출고가는 21만9000원인데, 리셀러 시장에서 재판매가는 400만원 수준이다. 사진 전준범 기자

“사 모으기만 하는 운동화 수집가는 없습니다. 돈이 많은 부자도 취향이 바뀌면 소유분을 내다 팔고 다른 걸 사죠. 리셀러(reseller·한정품을 사 비싸게 되파는 사람) 시장은 결코 사라질 수 없어요. 날이 갈수록 커질 뿐입니다.”

12월 4일 오전 서울 강남구에 있는 서울옥션블루 사옥에서 만난 오세건 엑스엑스블루(XXBLUE) 대표는 상자에서 운동화 한 켤레를 꺼내 보이며 “높은 희소가치의 신발 매매를 ‘애들 장난’으로 치부하기엔 이 시장의 성장 속도와 잠재력이 무섭다”고 했다. 오 대표가 집어 든 건 ‘빅뱅’ 지드래곤(본명 권지용)과 나이키가 협업해 11월 23일 발매한 ‘에어포스 1 파라-노이즈’. 검은색 신발의 측면을 횡단하는 나이키 로고가 빨간색이다. 전 세계 818켤레뿐인 한정판이다. 공식 출고가가 21만9000원인 이 모델은 현재 400만원 안팎에서 거래된다. 출시 열흘 만에 몸값이 18배가량 폭등한 것이다. 88켤레뿐인 노란색 로고 모델은 2000만원을 넘나든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지드래곤과 나이키가 손잡으니 리셀러 시장까지 덩달아 주목받고 있어요. 그런데 사실 운동화 수집가들 사이에서 이 시장 열기는 1990년대부터 뜨거웠어요. 지금과 다른 게 있다면 그때는 제품 정보를 압구정·이대 멀티숍에서 귀동냥으로 듣고, 거래도 인터넷 카페 등에서 파편적으로 이뤄졌다는 점입니다. 정확한 시세를 가늠하기 어려워 바가지를 쓰거나 사기당하는 일이 많았죠.”

2000년대 들어 중고나라 등의 중고 거래 사이트와 나이키매니아 같은 유명 커뮤니티가 리셀러의 장터 역할을 했지만, 개인 간 거래에 따른 짝퉁 판매 사고와 가격 거품을 완벽히 차단하지는 못했다. 그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등장한 플랫폼이 엑스엑스블루다. 이 회사는 ‘지드래곤 운동화’처럼 수집 가치가 있는 물품 거래를 중개한다. 경매 전문 기업 서울옥션의 관계사이자 온라인 미술품 중개 업체인 서울옥션블루가 올해 9월 야심 차게 선보였다.

서울옥션블루에서 MD(상품기획자)로 일하던 오 대표가 서비스 준비를 주도하고 대표이사 자리까지 맡았다. 오 대표보다 스니커즈 생태계를 잘 아는 사람이 없기 때문이다. “중학생 때 ‘나이키 에어포스 1’을 샀는데, 그 만남이 결과적으로 제 인생 방향을 결정했어요. 어렵게 구한 한정판 운동화에 웃돈을 붙여 팔고, 그렇게 얻은 돈으로 다른 모델을 사는 과정에서 큰 즐거움을 느꼈죠. 구매와 판매를 반복하며 20여 년간 살다 보니 지금은 제가 가진 운동화만 500켤레에 이릅니다.” 시장가로 환산하면 약 3억원어치다. 그는 “분가한 친형의 빈방에 신발을 보관한다. 언젠가부터는 방문이 안 닫혀서 (문을) 아예 없애버렸다”라며 웃었다.

엑스엑스블루의 장점은 합리적인 가격의 물품을 편리하게 거래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 플랫폼은 역경매(같은 종류 물건을 파는 사람이 여럿일 때 가장 싼 가격을 제시한 사람의 물건을 사는 것) 방식을 도입했다. 구매자는 판매자들이 제시한 가격과 다른 구매자들이 제시한 입찰가 그리고 실제 거래가 이뤄진 가격 정보를 함께 보면서 적정 구매 희망가를 책정할 수 있다. 이때 엑스엑스블루는 기존에 성사된 거래 기록을 토대로 해당 물건의 시세 정보를 그래프로 나타낸다. 마치 증시에서 특정 종목의 주가 흐름을 보여주듯 말이다.

“판매자와 구매자가 일종의 ‘눈치 게임’을 벌이면서 서로 가격을 맞춰갑니다. 가격을 터무니없이 비싸게 부르면 팔리지 않아요. 구매자가 시세를 확인하잖아요. 물론 많은 돈을 주고서라도 꼭 사야겠다는 사람은 구매 버튼을 누르면 됩니다. 마찬가지로 시세보다 낮아도 좋으니 빨리 팔고 싶다면, 그렇게 하면 돼요.”


모조품 사기 원천 차단

엑스엑스블루의 또 다른 장점은 전문적인 검수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것이다. 국내외 쇼핑몰과 오픈마켓에서 빈번하게 벌어지는 모조품 사기를 차단하기 위해서다. 이번에도 나이키와 지드래곤의 합작품이 뜨거운 반응을 얻자 기다렸다는 듯 짝퉁 판매 시도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오 대표는 “거래가 성사되면 판매자는 물건을 구매자가 아닌 엑스엑스블루로 보낸다”며 “전문가들이 제품을 면밀히 살펴 정품일 경우에만 구매자에게 전달한다”고 설명했다.

이런 특징이 통해서일까. 9월 론칭 이후 엑스엑스블루의 성장 속도는 기대치를 웃돌고 있다. “연내 가입자 10만 명을 목표로 시작했어요. 그런데 목표치를 11월에 조기 달성했습니다. 일일 거래량은 500건 정도인데, 이 역시 애초 목표(100건)보다 5배 많습니다. 사무실도 여유 공간이 없어 더 넓은 장소를 알아봐야 할 지경이에요.” 인터뷰를 지하 1층에 있는 엑스엑스블루가 아닌 같은 건물 3층에 있는 서울옥션블루에서 하자고 한 이유였다.

미국 투자은행 코언앤드컴퍼니는 현재 20억달러(약 2조4000억원) 규모인 전 세계 운동화 리셀링 시장이 2025년 60억달러(약 7조1600억원) 수준까지 불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오 대표는 이런 성장세를 등에 업고 엑스엑스블루를 ‘한국판 스탁엑스(StockX)’로 키우겠다고 했다. 미국의 스니커즈 거래 플랫폼인 스탁엑스는 론칭 3년 만에 기업 가치를 1조원까지 끌어올렸다. “수익률만 보면 주식보다 훨씬 나아요. 현재는 운동화 위주로 중개하지만, 앞으로는 아트토이·시계·핸드백 등 재거래 매력이 큰 상품군으로 취급 분야를 확대해 나갈 겁니다.” 오 대표가 정말 자신 있다는 표정을 지었다.


plus point

농구 황제 조던 친필 사인 등장…경매 5000만원부터

마이클 조던의 친필 사인이 새겨진 ‘에어조던 1 시카고’. 사진 서울옥션블루
마이클 조던의 친필 사인이 새겨진 ‘에어조던 1 시카고’. 사진 서울옥션블루

은퇴 후에도 미국 프로농구(NBA) 역사상 최고의 선수로 인정받는 ‘농구 황제’ 마이클 조던. 그의 친필 사인이 새겨진 농구화의 값어치는 얼마나 될까.

서울옥션블루는 12월 19일 마감 예정인 ‘제63회 블루나우’ 온라인 경매를 통해 조던의 친필 사인이 남아있는 ‘에어조던 1 시카고’를 선보인다. 나이키가 1985년 발매한 에어조던 1은 ‘스니커즈의 상징’과도 같은 존재다. 에어조던 1 시카고는 조던이 선수 시절 가장 오랫동안 몸담았던 시카고 불스의 유니폼 색을 입힌 제품이다. 친필 사인은 신발 상단 부분에 있다. 사인 증명서도 함께 들어있다. 서울옥션블루 관계자는 “낙찰가가 8000만원까지 오를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친필 사인의 위력은 최근 지드래곤-나이키의 ‘에어포스 1 파라-노이즈’에서도 드러난 바 있다. 이 제품의 기본 모델은 나이키 로고가 하얀색이다. 한정판이기는 하나 818켤레만 출시된 빨간색 로고 모델과 달리 전 세계에 10만 켤레가량 출시된 것으로 알려졌다. 그래서 재판매가는 100만원에 불과하다. 그런데 10만 켤레 중 100켤레에는 지드래곤의 친필 사인이 새겨져 있다. 이 선택받은 100켤레의 몸값은 1000만원을 웃돈다.

전준범 기자

  • 목록
  • 인쇄
  • 스크랩
  • PDF 다운
ⓒ 조선경제아이 & economy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