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성용 숭실대 벤처중소기업학
고성용
숭실대 벤처중소기업학

젊은이들이 많이 몰리는 서울 성수동에서 30대 청년 넷이 의기투합해 막걸리를 빚고 있다. “왜 우리는 매일 소주만 마셔야 돼?” 술 마시던 이 청년들은 “우리 스타일의 술을 직접 만들어보자”고 결심했다. 전통술 아카데미에서 8개월간 술 빚는 과정까지 마쳤다.

놀라운 것은 이들이 만든 막걸리 원료가 서울에서 수확한 쌀이고 감미료 하나 넣지 않았다는 사실. 전국에 막걸리 양조장이 얼추 1000곳이 넘는데, 이 중 무감미료 막걸리를 만드는 곳은 두 손에 꼽을 정도로 드물다. 대부분의 양조장이 생산원가를 낮추기 위해 막걸리의 주 원료인 쌀 함유량을 줄이기 때문이다. 대신 쓴맛은 줄이고 단맛을 키우기 위해 아스파탐, 스테비오 같은 감미료를 넣는다. 서울장수막걸리, 지평생막걸리 같은 술들이 대표적인 ‘감미료 첨가 막걸리’다.

성수동 양조장에서 만든 ‘나루 생 막걸리’는 감미료를 넣지 않는 대신, 일반 막걸리보다 쌀 함유량을 두 배로 늘렸다. 대부분 막걸리의 쌀 함유량이 10% 안팎인데, 나루 생 막걸리는 20%가 훨씬 넘는다.

더욱 놀라운 것은 ‘양조 왕초보’ 청년들이 만든 무감미료 막걸리 품질이 국내 어느 프리미엄 막걸리에 뒤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6월 23일에 열린 시음회에 참석한 전통술 전문가들도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경기농업기술원 이대형 박사는 “(나루 생 막걸리는) 알코올 도수 6도로 만들어져서 걸쭉하지 않으면서도 너무 가볍지 않은 목 넘김을 가지고 있어 쌀의 단맛을 잘 끌어내 너무 달지 않아 마시기에 부담이 없다”고 평했다.

서울에서 수확한 쌀로, 서울 한복판 성수동에 똬리를 튼 양조장에서, 게다가 ‘무감미료 막걸리’를 만들었다는 점에서 지금까지 이런 막걸리는 없었다고 할 수 있다. 서울에는 양조장도 드물지만, 서울에서 수확한 햅쌀로 막걸리를 만드는 양조장은 한강주조가 유일하다. 한강주조 ‘나루 생 막걸리’가 탄생한 것은 지난 6월. 출시된 지 두 달도 안 됐지만 벌써부터 전통술 업계에서 화제를 일으키고 있다.

고성용(37) 한강주조 대표를 비롯한 한강주조 4인방은 젊다. 막내 이한순 실장은 올해 만 30세다. 영업 담당 이상욱 이사가 37세, 주조(술 생산) 및 연구·개발 책임자인 정덕영 실장은 31세다. 한강주조 고성용 대표를 만나 막걸리 양조인으로 거듭난 배경을 물었다.


네 명의 청년이 논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고 있다. (오른쪽 앞부터 시계 방향)고성용 대표, 정덕영 실장, 이상욱 이사, 이한순 실장. 사진 한강주조
네 명의 청년이 논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고 있다. (오른쪽 앞부터 시계 방향)고성용 대표, 정덕영 실장, 이상욱 이사, 이한순 실장. 사진 한강주조

회사 이름(한강주조)과 브랜드(나루) 이름은 어떤 뜻인가.
“한강이 서울의 상징이기도 하고, 과거와 현재를 연결해주는 매개체로 생각해 회사 이름을 ‘한강주조’로 정했다. 전통적인 술을 가지고 현대를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의 기호에 맞추고, 전통을 이어 갈 수도 있는 양조장 역할을 하고 싶었다. 나루 막걸리의 ‘나루’는 나루가 과거에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장소였고, 나루터를 이용해서 남에서 북으로, 동에서 서로 이동하게 해주는 역할을 했기 때문에, 우리가 만드는 술도 이와 비슷한 역할을 하기를 기대하고 있다.”

나루 막걸리가 추구하는 맛과 향은 무엇인가.
“먼저 원료의 맛과 향을 최대한 살리고자 원료가 많이 투입됐다. 따라서 부드러운 쌀의 질감을 느낄 수 있으며 단맛과 산미가 잘 어울러지는데 이 맛들이 곧 향으로 이어지게 된다. 나루 생 막걸리는 음용 온도에 따라 다른 맛과 향을 느낄 수 있는데, 차게 먹을 때에는 나루의 단맛과 열대과일 향이 두드러지고, 상온에서 온도가 올라갈수록 산미가 더해져 감귤 같은 시트러스 계열의 향이 배가된다.”

서울에서 나는 쌀을 사용한 이유는.
“서울 경복궁쌀을 사용하는 이유는 무엇보다도 품질 때문이다. 경복궁쌀은 햅쌀, 단일품종, 품질등급 상에 해당된다. 또 경복궁쌀은 서울 강서지역에서 생산되는데 해당 농지는 행정구역상 서울이지만 예로부터 쌀이 좋기로 소문이 자자한 김포 ‘금쌀’ 재배지의 끝자락에 있다. 따라서 벼가 자라기 굉장히 좋은 환경이다.”

감미료를 안 넣어도 맛있는 비결을 꼽는다면.
“멥쌀 사용량을 두 배 이상 늘렸다. 알코올 6도 막걸리 중 무감미료 막걸리는 흔치 않은데, 그중에서도 나루 생 막걸리만큼 보디감, 단맛, 산미 그리고 향을 가진 막걸리는 드물다고 자부한다. 감미료 없이 이 모든 맛을 끌어내기 위해 쌀 함유량을 크게 늘렸다.”

성수동에 양조장을 차린 이유는.
“회사의 ‘비전이 과거와 현재를 이어주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이런 느낌을 가장 잘 표현할 수 있는 장소가 성수동이라고 생각한다. 그 이유는 과거에 공업지대였던 지역에서 서서히 공장들이 외곽으로 이전하며 그 자리에 생긴 다양한 식당, 카페, 감각적인 문화공간들이 한데 어우러지고 있는 곳이 성수동이다. 이런 공간적인 요소 이외에도 이전부터 성수에서 거주하고 있던 주민들과 새로운 경험을 하기 위해 찾아오는 젊은 분들의 유입으로 인한 다양성 등이 회사 비전과도 잘 어울린다고 생각해서 이곳에 양조장을 잡았다.”

현재 납품처는 몇 군데인가.
“7월 말 기준으로는 50여 곳의 전통주점에 들어가고 있다. 차츰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서울 압구정로데오거리에 있는 백곰막걸리, 경리단길의 안씨 막걸리 등이며 부산, 대구, 충북, 전남, 강원 지역 전통주점 및 한식주점에서도 우리 제품을 맛볼 수 있다.”

다른 술 개발 계획도 있나.
“현재 10도 이상의 고도수 막걸리를 출시하려고 테스트 중이다. 고도수 막걸리의 매력은 발효 원주(알코올 도수 14~15도)의 맛과 향이 가장 잘 표현되는 술이라는 점이다. 알코올 6도 정도의 저도수 막걸리는 큰 잔에 벌컥벌컥 들이켜고 가볍게 즐기는 매력이 있다면 고도수 막걸리는 작은 잔에 조금씩 마시며 발효주가 주는 이야기를 찬찬히 들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막걸리가 있는 복합문화공간을 구상하고 있다고 들었다. 무엇인가.
“막걸리를 생산하는 시설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생산하는 술을 즐길 수 있는 주점이나 식당을 이곳 근처에 오픈하고 싶다. 더 나아가서 공간을 크게 가져가 많은 소비자분들께서 찾아와 양조장 투어도 하고 직접 만들어보는 경험도 해보면 좋을 것 같다.”

박순욱 조선비즈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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