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대화를 나누고 있다. 사진 블룸버그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대화를 나누고 있다. 사진 블룸버그

“개성공단이 중단된 이후로는 사실상 경영이 많이 어려워졌습니다. 올해 5월에 정부에서 공장 설비를 점검하라고 방북 승인을 내준 것 이후로는 진척이 없어요. 그것마저도 북한이 거절하면서 중단됐지만요.”

개성공단에 입주했던 한 중소기업 대표는 이렇게 말했다. 지난해 남북 정상회담이 물꼬를 트면서 개성공단도 재개될 여지가 있었으나 사실상 올해 논의가 중단됐다. 재개 시기까지 기업들이 애써 버티기 전략을 쓰고 있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었다.

정부는 지난 3월 서울 남북 정상회담을 올해 개최하겠다고 약속했으나 남북 정상은 다시 만나지 못했다. 지난해 9월 있었던 제3차 남북 정상회담이 마지막 만남으로 남았다. 남북 정상회담 1주년이 눈앞으로 다가왔지만 8월 16일 북한은 “남한과는 대화하지 않겠다”고 뜻을 밝힌 상태다.

증시에서 남북 경제협력 수혜주로 분류된 종목들의 주가는 1년 사이 크게 하락했다. 남북 경협주 25개 종목의 주가는 8월 22일 지난해 같은 날짜보다 평균 17% 내렸다. 세계적인 투자가 짐 로저스가 투자한 호텔 회사 아난티를 비롯, 예외적인 네 개 종목을 제외하면 하락 폭은 24%로 더욱 벌어진다. 같은 기간 코스피지수(-13%)와 코스닥지수(-21%)보다 하락 폭이 컸다.

특히 건설 업체 스페코의 하락세가 가장 두드러졌다. 스페코 주가는 지난해 5550원에서 2840원으로 48.83% 내렸다. 스페코는 서울과 평양을 연결하는 고속도로가 건설되면 수혜가 예상되는 기업이다.

서울~평양 고속도로는 4·27 남북 정상회담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발언으로 주목받기 시작했다. 당시 김 국무위원장은 “문재인 대통령께서 북한에 오시면 걱정스러울 것이, 우리 교통이 불비해 불편을 드릴 것 같습니다”라고 했다. 이어 지난해 6월 28일 남북 도로협력 분과회담에서 서울로 이어지는 개성~평양 경의선 도로를 현대화하고 확대하기로 합의했다. 하지만 설계 기준 표준화 과정에서 차질이 빚어져 올해 기본 설계를 완료할 수 있을지 불투명해졌다. 이 영향으로 도로 건설 관련 주인 석유·화학 업체 한국석유(-43.92%), 가드레일 제조 업체 다스코(-31.01%)도 큰 폭으로 하락했다.

개성공단 사업 재개가 보류되면서 개성공단 입주사의 주가도 하락세를 면치 못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6월 30일 열린 한·미 정상회담에서 북한의 영변 핵시설 폐기 대가로 개성공단 재개를 허용해달라고 요청했으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거절 의사를 밝힌 이후 진전이 없기 때문이다. 개성공단 입주사 중 한 곳인 남광토건 주가는 전년 대비 48.05% 떨어지면서 유가증권시장에 상장된 남북 경협주 가운데 하락 폭이 가장 컸다. 그 외 자화전자(-25.55%), 재영솔루텍(-32.96%), 제이에스티나(-24.71%)가 모두 코스피·코스닥 지수보다 하락 폭이 컸다.


주가 추가 하락 여지 있어…경제 협력 요원

전문가들은 남북 경협주가 많이 하락했어도 추가 매수는 금물이라고 의견을 모았다. 주가가 수혜를 입기 전 수준으로 많이 빠졌지만, 남북 관계가 악화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북한이 ‘평화경제’에 대해 “삶은 소대가리가 앙소대천할 노릇”이라고 원색적인 비난을 했던 8월 16일, 개성공단 입주사인 인디에프는 한때 전 거래일보다 3.83%, 좋은사람들은 3.60%, 신원은 2.29%, 제이에스티나는 2.09%, 재영솔루텍은 4.31% 하락했다. 올해 실적 전망이 좋은 종목일지라도 남북 경협주로 분류된 종목은 좀처럼 힘을 내지 못하고 있다. 건설 업계 대장주이면서 남북 경협의 대표 수혜주로 꼽히는 현대건설은 주가가 8월 22일 기준 4만1200원으로 지난해 같은 날짜보다 32.57% 밀렸다. 증권가에서는 현대건설의 올해 예상 매출액과 영업이익을 각각 4.7%, 17%씩 늘어난 17조5271억원, 9845억원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남북 경협 재개가 불투명해진 데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분양가 상한제 규제가 겹치면서 주가가 1년 사이 가파르게 하락했다.

채상욱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건설 대북주들은 올해 초 하노이 회담이 결렬되면서 이미 주가가 10% 이상 하락했다”면서 “대북 관계가 개선될 계기가 없어 보여 반등은 어렵다”고 했다. 라진성 키움증권 연구원은 “현재로서는 외교 관계가 불투명해보이는 상황이라 대북 관련 모멘텀을 고려하고 있지 않다”고 설명했다.

김소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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