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중 충남대 농학과
이동중 충남대 농학과

‘살아있는 제초제’ 우렁이를 논에 풀어 키운 쌀, ‘우렁이 무농약쌀’ 100%로 막걸리를 빚었다. 문제는 무농약쌀이라고 해서 매년 품질이 고루 좋은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미세한 품질의 차이는 술 발효 기간과 누룩 같은 발효제를 조절해 해결했다. 더 좋을 수 없는 재료에, 양조장 대표의 40년 양조 경력이 더해 빚어낸 프리미엄 막걸리다.

더 놀라운 것은 가격이다. 이렇게 해서 만든 막걸리 한 병의 소비자 가격은 2600원. 아스파탐이니 하는 감미료를 전혀 넣지 않은 대신, 멥쌀 아닌 찹쌀로 빚은 ‘우렁이쌀 드라이’는 3300원. 전통주 전문점 판매 가격도 1만원을 넘지 않는다. 1만원을 훌쩍 넘긴 프리미엄 막걸리가 즐비한 요즘 전통주점을 찾는 고객 입장에선 매우 착한 술이다. 1923년 가양주 빚기로 시작해 90년 남짓 3대째 가족 경영을 잇고 있는 충남 논산의 양촌양조 이야기다.

양촌양조장은 전통과 현재가 공존하는 양조장이다. 1923년 창업자인 고(故) 이종진 대표가 가내주조로 시작해 1931년 지금의 양조장 건물을 지었다. 당시는 일제 치하였기 때문에 그즈음에 지어진 건물들은 대개 일본식을 본떴지만, 양촌양조장은 달랐다. 서까래와 대들보가 있는 한옥구조를 기본으로 설계됐으며, 재래식이긴 했지만 통풍시설까지 갖춘 양조 전문 건물이었다. 지금도 대들보 상량문에 ‘소화 6년(1931년) 신미 6월 초9일’이란 글자가 선명하다.

양촌양조는 2대 고(故) 이명제 대표를 거쳐 2011년부터 3대 이동중 대표가 경영을 맡고 있다. 지평생막걸리로 유명한, 1925년에 시작된 지평주조보다 역사가 더 깊다.

우리 술에 관심 있는 사람들에게 양촌양조장 이름을 널리 알린 것은 2016년에 출시된 양촌 우렁이쌀 손막걸리다. 이동중 대표는 “막걸리는 한때 농주로서 허기와 갈증을 달래주는 술이었지만, 지금은 기호에 따라 이런 술, 저런 술 골라 마시고 주된 소비자도 젊은층으로 옮겨와 좀 더 깔끔하고 담백한 막걸리를 많이 찾는다”고 말했다. 그는 대학 졸업 직후인 1978년부터 줄곧 양조장에서 일하고 있다. 올해로 41년째다.

이 막걸리는 양조장 인근인 은진면 와야리 일대 논에서 우렁이농법으로 재배한 무농약 햅쌀로 만든다. 우렁이농법이란 풀(잡초)을 좋아하는 우렁이를 제초제 대신 논에 풀어, 농사짓는 친환경 농사법을 말한다. 젊은 여성들을 필두로 친환경 원료를 선호하는 소비자들 사이에서 우렁이쌀 막걸리의 반응이 좋아지자, 뒤이어 감미료를 전혀 넣지 않은 막걸리인 ‘우렁이쌀 드라이’ ‘우렁이쌀 청주’가 잇따라 나왔다. 양촌양조는 2016년 농식품부의 ‘찾아가는 양조장’에 선정돼 전국에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양촌양조의 또 하나의 자랑은 항아리가 묻힌 우물이다. 1931년 지금의 양조장을 조성할 때 판 우물이 90년이 지난 지금도 양촌양조가 빚는 모든 술의 원료로 들어간다. 양조장 안으로 들어가니, 1층 한가운데 있는 우물이 가장 먼저 방문객을 맞는다. 우물 뚜껑에는 ‘항아리가 묻힌 우물’이란 글자가 크게 적혀 있다. 목조 건물인 양조장은 지을 때부터 최상의 막걸리 주조를 위해 설계됐다. 재래식 통풍구조를 갖춰, 막걸리 발효 시 나오는 높은 열과 습도를 자연적으로 조절하도록 했다.


우물에 항아리는 왜 묻었나.
“1930년대부터 양조용 물로 사용해왔는데, 1970년대 말 우물 수위가 낮아져 수량이 부족했다. 그래서 우물을 더 깊이 팠더니 자갈과 모래가 섞인 물이 나왔다. 금강의 지천인 인내천이 가까이 있는데, 이곳의 자갈, 모래가 섞여 들어온 것이다. 모래 섞인 물을 술 재료로는 쓸 수 없다. 고민 끝에 막걸리 빚는 큰 항아리 바닥에 지름 3~4㎝ 구멍 서너 개를 뚫은 뒤 우물 밑에 묻었다. 구멍 뚫은 항아리가 모래를 걸러내는 필터 역할을 할 거라 본 것이다. 그 이후부턴 모래가 섞여 나오지 않았다. 이 우물은 식약처 규정으로 지금도 6개월마다 수질검사를 하고 있는데, 46개 항목의 기준치를 모두 통과해 90년가량 쉬지 않고 사용 중이다.”

무농약 우렁이쌀 막걸리의 의미는.
“이전에는 막걸리 하면 벌컥벌컥 양으로 마시는 술의 대명사였다. 하지만, 지금은 그런 시대가 아니다. 막걸리도 이제는 맛을 음미하며 마시는 술이다. 또, 젊은 소비자는 원료를 중시한다. 믿을 만한 원료로 만든 술인지를 따진다는 것이다. 술 원료가 자세히 적혀 있는 병 라벨도 꼼꼼히 본다. 그래서 무농약쌀인 우렁이쌀로 막걸리를 빚은 신제품을 내놓았다.”

어떤 술인가.
“감미료를 전혀 넣지 않은 친환경 무농약쌀 막걸리다. 멥쌀 대신 찹쌀을 원료로 사용, 최대한 쓴맛을 줄여 깔끔한 맛을 강조했다. 막걸리에 감미료를 넣는 이유는 쓴맛을 줄이고 단맛을 내기 위함인데, 찹쌀에는 술에 쓴맛이 덜 나게 하는 성분이 들어 있다. 과학적 근거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40년 넘게 막걸리 양조를 해온 경험에서 우러나온 노하우다. 발효 기간도 3~4일 정도 줄였다.”

신제품 계획은?
“농업진흥청 산하 농업과학원에서 양조용 수수누룩을 최근 개발해, 이를 활용한 막걸리를 개발하고 있다. 조만간 맛, 향 같은 다양한 검사를 할 방침이다. 세 번째 제품은 ‘수수누룩 우렁이쌀 막걸리’가 될 것이다.”


plus point

관광객 초대해 매출 ↑… ‘찾아가는 양조장’

7월 17일 ‘찾아가는 양조장’ 투어 참가자들이 양촌양조를 방문,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 대동여주도
7월 17일 ‘찾아가는 양조장’ 투어 참가자들이 양촌양조를 방문,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 대동여주도

농림축산식품부와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가 주관하는 ‘찾아가는 양조장’ 사업이 시작된 것은 2013년. 지역의 양조장을 관광상품으로 육성해, 우리 술 본연의 풍미와 다양성을 양조장 현장에서 느끼고 즐길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정부는 지방자치단체의 심사를 거쳐 추천된 양조장을 대상으로 술 품질 인증, 양조장의 역사성, 지역사회와 연계성, 관광 요소, 품평회 수상 이력 등을 종합평가해 선정하고 있다.

선정된 양조장은 홍보 효과를 톡톡히 본다. 농식품부는 작년에 새로 선정된 양조장의 연간 방문객을 전년도와 비교한 결과, 69%가 늘었다고 밝혔다. 이 양조장들의 매출 신장률도 32%에 달했다.

가장 많이 몰려 있는 지역은 충청도다. 올해까지 선정된 38개 양조장 중 11개 양조장이 있다. 경상도 9곳, 경기도 8곳, 전라도 4곳, 강원도와 제주도가 각각 2곳이다. 부산과 울산도 각기 한 곳 선정돼 있다. 방문하려면 사전 예약이 필수다.

박순욱 조선비즈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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