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환 한양대학교 경제금융학부 졸업
김기환
한양대학교 경제금융학부 졸업

막걸리 시장의 절대 강자는 서울 장수막걸리다. 막걸리 하나로 연간 매출이 2000억원에 달한다. 그런데 최근 이 회사에서 신제품 ‘인생막걸리’를 내놓았다. 알코올 도수는 기존 장수막걸리보다 1도 낮은 5도. 이를 두고 우리 술 업계에서는 “지평막걸리(알코올 도수 5도)가 워낙 인기를 끄니까 1위 업체인 장수막걸리가 같은 도수의 경쟁 제품을 내놓았다”고 수군댔다.

최근 우리 술 시장에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지평생막걸리’ 제조사 지평주조는 1925년 양조장 설립 이후 100년 가까운 역사를 자랑하는 막걸리 장수 기업이다. 현재 막걸리를 활발하게 생산, 유통하고 있는 국내 양조장 중에서는 가장 역사가 오랜 기업으로 알려져 있다. 경기도 양평군 지평면에 있는 지평주조 양조장은 2014년 정부로부터 ‘대한민국 근대문화유산’으로 지정됐으며, 한국전쟁 당시에는 양조장 건물이 유엔사령부로 쓰이기도 했다.

일제 강점기인 1925년 1대 사장 고 이종환씨가 설립한 지평주조는 1960년에 현재 사장인 김기환(37) 대표의 할아버지인 김교섭씨(2대 사장)가 인수했고, 3대인 김동교(김기환 대표 부친) 대표에 이어 2010년부터 김기환 대표가 경영을 맡고 있다.

김기환 대표가 경영을 맡은 2010년만 해도 지평주조는 여느 시골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동네 막걸리 양조장 같은 모습이었다. 직원 3명에 연간 매출이라고 해봤자 2억원 정도였다. 그러나 김 대표가 경영을 맡은 지 10년도 안 된 지금, 지평주조는 막걸리 업계 ‘앙팡 테리블(무서운 아이)’로 불릴 정도로 가파른 상승세를 이어 가고 있다. 작년에 166억원의 성적을 거둔 지평주조의 올해 매출 목표는 250억원. 2010년 매출이 2억원인 점을 감안하면, 9년 만에 100배 넘는 매출 신장률을 거두는 셈이다.

지평주조는 올 3월 알코올 도수 7도의 신제품 ‘지평일구이오’를 내놓았다. 지평주조의 설립연도인 1925년에서 이름을 딴 준프리미엄 제품으로 소비자 가격이 2650원 정도다. 지평막걸리보다 약 1000원 비싸다. 알코올 도수가 지평막걸리보다 2도 높은 제품으로 ‘술 좀 마시는’ 사람들을 겨냥했다. 지평주조 김기환 대표를 서울 거여동의 서울사무소에서 인터뷰했다.


지평주조 춘천 제2 공장에서 막걸리가 생산되고 있다. 사진 지평주조
지평주조 춘천 제2 공장에서 막걸리가 생산되고 있다. 사진 지평주조

지평막걸리의 성장 비결은 무엇인가.
“첫 번째가 품질, 맛의 균일화다. 작년에 완공한 춘천공장은 맥주 회사에 준하는 정도의 최첨단 설비투자를 갖췄다. 현재 우리가 쓰고 있는 발효탱크 등은 다른 양조장에 비해 가격이 서너 배 비싸다. 일반적으로 막걸리 회사에서는 스테인리스로 된 탱크를 사용하는데, 우리 지평은 3중 구조로 되어 그 속에 냉매가 돌면서 일정 온도를 유지하는 것을 쓰기 때문에 가격 차이가 많이 날 수밖에 없다. 두 번째는 대리점과의 상생이다. 사실 마진 구조와 같이 눈에 보이는 것보다 우리는 문화적인 부분에 신경을 더 많이 쓰고 있다. 대리점 점주들을 해외 연수를 보내드리고 있는데 맥주 회사 같은 대형 주류 업체에서는 흔한 일이지만 막걸리 회사에서는 이런 일이 많지 않다.”

술 공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발효 탱크 온도 관리다. 술 발효는 쉽게 말해, 효모가 당을 먹으면서 이산화탄소와 알코올을 배출하는 과정인데, 이때 열을 같이 배출한다. 그런데 온도가 올라가면 효모가 죽거나 술이 이상하게 되든지 하는 일이 생길 수 있다. 그래서 효모가 싱싱하게 살아 이산화탄소와 알코올을 잘 배출하려면 적절한 온도 유지가 관건이다. 그래서 일정한 온도 유지 설비가 갖춰지지 않으면 맛이나 품질이 들쑥날쑥할 수밖에 없다.”

신제품 지평일구이오를 내놓은 배경은 무엇인가.
“작년부터 대형 유통에서 병당 가격 2500~3000원의 준프리미엄 막걸리 시장이 꽤 커지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지평막걸리는 마트에서 1650원 정도인데, 지평일구이오 병당 가격은 2650원이다. 1925년 지평양조장 설립 당시의 제조법과 최대한 비슷하게 만들었고, 제품명을 지평일구이오로 붙였다. 알코올 도수가 7도로 지평막걸리보다는 좀 더 묵직하고 진한 술이다.”

첨가물을 전혀 넣지 않은 제품을 내놓을 계획도 있는지.
“감미료를 전혀 넣지 않은 제품 개발도 끝낸 상태로, 출시 시기를 저울질하고 있다. 첨가물을 넣지 않고도 적당한 단맛을 내려면 기존 제품보다 쌀 함유량을 늘려야 한다. 가격은 소비자가 기준 1만원 정도로 프리미엄 막걸리 제품이 될 것이다.”

유통마진이 다른 막걸리에 비해 높다는 얘기가 있다.
“유통마진에 대해 얘기하자면, 우리보다 마진이 더 좋은 데도 있고 안 좋은 데도 있는 것으로 안다. 지평이 제일 높다고 말씀드리기는 어렵지만, 낮지 않게 설계하려고 최대한 노력하고 있다. 특히 우리는 도매상(대리점) 사장들과 가급적 자주 소통하면서 상생 방안을 최대한 찾으려 애쓰고 있다.”

수출 계획도 있나.
“현재의 생막걸리 기반으로는 유통기한이 짧아 수출하기가 쉽지 않다. 현재 수출 실적은 없다고 보면 된다. 기존 제품이 아니라 현지인의 입맛에 맞는 제품을 새로 개발해야 한다고 여기기 때문에 제품 개발과 수출까지는 앞으로 2~3년 정도 기간이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수출 타깃은 유럽으로 잡고 있다.”

1월 전국 유통망 구축의 의미가 있다면.
“전국 어디를 가더라도 지평 제품을 만날 수 있다는 뜻이다. 지평이 현재 막걸리 중 1등은 아니지만 전국 유통망 막걸리 브랜드 중에서는 1등이다. 지평막걸리와 같이 전국적으로 판매되는 막걸리 브랜드는 몇 안 된다. 단일 브랜드로 지평막걸리처럼 전국적인 유통이 이루어지고 높은 매출을 내고 있는 경우는 없다. 하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 지방이 수도권처럼 활성화되려면, 아직 해야 할 일이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국 유통·판매가 어느 정도 안정될 경우, 그 의미가 굉장히 클 것 같다. 아직까지 성공적으로 안착한 사례가 없어서 더 그렇다. 전국 유통망 구축을 통해 지역을 더 알아가고 우리 제품을 지역화하는 부분에 있어 한발 더 나아갈 수 있는 초석을 마련한 셈이다. 지평 매출이 매년 고성장해왔는데, 지난 10년간 성장한 만큼 앞으로도 상승세를 이어 나갈 자신이 생기는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전국 유통망 구축이다. 시장을 키울 수 있는 기반이 세워졌다는 의미이고, 우리가 지금 같은 성장률을 이어 갈 수 있는 원천이라고 생각한다.”

박순욱 조선비즈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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