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함이 있는 신차를 교환·환불할 수 있도록 한 레몬법이 올해 1월 1일부터 시행됐다. 다만 법안에 강제성이 없는 탓에 모든 자동차 제조사가 동참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사진 블룸버그
결함이 있는 신차를 교환·환불할 수 있도록 한 레몬법이 올해 1월 1일부터 시행됐다. 다만 법안에 강제성이 없는 탓에 모든 자동차 제조사가 동참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사진 블룸버그

골프채를 든 한 남성이 길에 세워진 자신의 검은색 벤츠 세단을 마구잡이로 부순다. 한 치의 망설임 없이 트렁크, 뒷좌석 문, 앞 유리창, 보닛 등을 손에 쥔 골프채로 있는 힘껏 내리친다.

2015년 9월 11일 유튜브에 올라온 영상의 일부다. 주인공은 본인 소유 벤츠 S63 AMG 4MATIC(포매틱)을 전라남도 광주시의 한 벤츠 매장 앞에서 난타했다. 이 남성은 시동 꺼짐 결함에도 교환을 거부하는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에 항의하는 차원에서 2억원이 넘는 차를 부쉈다. 이 영상은 ‘골프채 사건’으로 화제를 모으며 자동차 결함에도 속수무책으로 피해를 볼 수밖에 없는 소비자 보호 목소리를 높이는 계기가 됐다.

앞으로는 이 남성과 같은 경우가 발생하면 자동차 교환이나 환불을 법적으로 보장받을 수 있게 됐다. 올해 1월 1일 도입된 ‘레몬법’ 덕분이다.

레몬법은 신차를 구매하고 나서 일정 기간 안에 같은 하자가 반복되는 경우 제조사에서 교환·환불을 해주도록 하는 제도다. 미국, 유럽 등 관련 법을 시행 중인 해외보다는 다소 늦었지만, 소비자 편에서 만들어진 긍정적인 법으로 평가받는다.

실제로 자동차 결함 건수는 매년 증가하고 있다. 국토교통부 통계누리에 따르면 2003년 37건이던 리콜 건수는 2018년 283건으로 8배 가까이 증가했다. 리콜(결함 시정) 결정 과정이 까다로운 것을 감안하면 실제 차량별 결함 건수는 이보다 훨씬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리콜은 안전 운행에 지장을 주는 동일 증상이 해당 차량과 같은 기간 제작 차량 전반에서 발견돼야 하는 등의 조건이 있다. 반면 레몬법을 따르면 교환·환불 차량으로 선정될 가능성이 크다. 개별 차량 단위로 결함이 인정되기 때문이다.

자신의 차량이 ‘레몬카’로 의심된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먼저 레몬카 판정을 받아 전문가 중재를 거쳐 교환·환불 여부를 판결받아야 하는데, 대부분의 과정은 한국교통안전공단에서 운영하는 ‘자동차 안전·하자 심의 위원회·사무국’이 담당한다. 공단에서 운영하는 자동차 리콜센터 홈페이지(https://www.car.go.kr/)에 나온 레몬카 판정·중재 절차를 소개한다.


체크 포인트 1│중재 대상 요건 세 가지

소비자는 우선 자신의 차가 세 가지 조건을 모두 충족하는지를 따져야 한다. △신차 구매 후 1년 이내의 차량 중에서 △2만㎞ 미만 주행한 차량에 한해 △같은 문제로 중대한 결함이 2회 혹은 일반 결함이 3회 이상 발생한 경우 등이다. 이를 모두 충족해야 레몬법에 따른 교환·환불 중재 대상이 될 수 있다.

그런데 일반 결함과 중대 결함 조건을 개인이 판단하기는 어렵다. 이 부분은 일단 중재 신청을 하면 전문가로 구성된 위원회에서 ‘자동차관리법’에 의거해 따지기 때문에 소비자들은 기본 요건 정도만 확인하면 된다. 자세한 내용은 공단에서 운영하는 콜센터(080-357-2500)에서 상담받을 수 있다. 콜센터 담당자는 “레몬법 관련 문의 전화가 하루에 한 건 이상 꾸준히 온다”고 했다.


체크 포인트 2│레몬법 동참 제조사 확인

또 차량 제조사가 레몬법에 동참하기로 했는지 여부도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모든 제조사가 레몬법의 제재 대상에 들지는 않기 때문이다. 법안이 강제성 없는 ‘임의규정’인 탓에 동참하겠다고 밝힌 제조사만 따르고 있다. 이 때문에 초창기 대부분의 수입차 제조사가 레몬법 도입에 소극적이었다.

현재 현대·기아차를 비롯해 르노삼성, 쌍용, 한국GM 등 한국 제조사는 모두 레몬법에 동참하고 있다. 반면 수입차 쪽 움직임은 여전히 느리다. 5월 9일 기준으로 수입차 제조사 중 볼보, 닛산, 도요타, BMW, 재규어·랜드로버, 벤츠, 혼다 등이 국토교통부에 레몬법 수락서를 보냈다. 비공식적으로 참여 의사를 밝혔지만, 아직 공식 수락 문서를 보내지 않은 제조사는 포드, 아우디·폴크스바겐, 캐딜락 등이다.

이들을 제외한 몇몇 수입차 제조사는 아직 참여 의사를 밝히지 않고 있다. 작년 국내 수입차 점유율(승용차 기준)이 16.7%로 사상 최대치까지 올랐던 것을 고려하면 아쉬운 부분이다.


체크 포인트 3│계약 단계부터 확인해야

제조사별로 대상 차량 적용 기준이 다른 것도 확인해야 할 부분이다. 대부분 2019년 1월 1일 이후 계약 차량(본계약 기준)부터 레몬법을 적용하기로 했지만, 한국GM은 2019년 4월 1일 인도 차량부터 적용한다. 한국 닛산과 도요타는 1월 1일 등록 차량부터 적용하기로 했다. 공식 수락에 앞서 막판 조율 중인 일부 수입차 제조사는 2월 이후 계약 건부터 적용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으로 신차를 구매할 계획이 있는 소비자는 계약 과정에서 레몬법 적용 여부를 꼼꼼하게 확인해야 한다. ‘이코노미조선’이 레몬법에 동참하겠다고 공식적으로 밝힌 국내외 자동차 제조사 10곳에 확인한 결과, 모두 본계약을 진행할 때 레몬법 관련 내용을 명시해 서명받고 있다고 답했다. 다만 영업사원의 실수로 레몬법 적용 관련 계약을 따로 진행하지 못했다면 문제가 생겨도 법적으로 보장받을 길이 없다.

세 가지 체크포인트를 통해 자신의 차량이 레몬법 중재 대상에 들어간다는 것을 확인했으면 중재 신청서를 사무국으로 보내야 한다. 필요한 서류 양식은 모두 자동차 리콜센터 홈페이지에서 제공하고 있다. 양식에 맞춰 신청서를 작성하고 필요한 서류를 출력해 사무국으로 보내면 된다.

중재 신청서를 보낸 이후의 일은 위원회에서 맡는다. 위원회에서 신청 차량이 중재 요건에 적합하다고 판단하면, 중재부를 구성한다. 기계자동차 관련학과 교수, 자동차 정비 명장, 변호사, 소비자 단체 위원, 국토교통부 자동차정책과 담당자 등 30인의 위원회 인물 중에서 신청자와 제조사가 합의해 3인을 선정한다.

중재부의 심의 결과에 따라 교환·환불 여부가 결정되는데, 이 결정은 법원 판결문과 같은 효력을 갖는다. 제조사 입장에서도 중재부 결정에 따라 교환이나 환불을 해줘야 할 의무가 생기는 것이다. 다만 모든 과정이 마무리될 때까지 걸리는 시간은 알 수 없다. 법이 처음 시행된 데다, 기한이 명확하게 제시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현재 한 건에 대한 중재가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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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형 레몬법 신차를 구매하고 나서 일정 기간 안에 같은 하자가 반복되는 경우 제조사에서 교환·환불을 해주도록 하는 제도다. 이렇게 하자가 반복되는 차를 미국에서는 ‘레몬카’라고 하고, 레몬카를 교환·환불해주도록 한 법을 ‘레몬법’이라고 한다. 오렌지(정상 자동차)인 줄 알고 샀는데, 집에 와서 보니 오렌지를 닮은 신 레몬이었다는 말에서 시작됐다. 한국에서는 작년 BMW의 잇따른 차량 화재로 자동차 안전 기준에 대한 인식이 강화하면서 올해 1월 1일부터 레몬법이 시행됐다.

송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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