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도박에 빠진 인터넷 카페 ‘대출갤러리’ 이용자들이 중고품판매사기, 공공도서절도 등의 방법으로 돈을 마련해 다시 도박 자금으로 써 심각한 문제가 되고 있다. 김모(26)씨는 지난 2012년 6월부터 2014년 8월까지 117회에 걸쳐 중고품판매사기를 벌였다. 경찰 조사결과, 김 씨는 인터넷 중고거래사이트를 통해 피해자들에게 접근, 축구화, 아이패드, 노트북, 청바지 등 중고물품을 판다고 속인 뒤 송금 받는 방식으로 총 5000만원을 가로챘다. 이유는 1500만원 대출 빚을 갚고 도박자금을 마련하기 위해서였다. 대구지법은 지난 3월6일 김 씨에게 징역 1년6개월을 선고했다.

중고품 판다고 속여 도박자금 구하는 ‘중고나라론’
김 씨 사례처럼 도박자금을 마련하려고 벌이는 중고품 판매사기를 가리켜 네티즌들 사이 ‘중고나라론’이라 한다. 중고나라론은 네이버 중고거래카페 ‘중고나라’와 대출을 뜻하는 ‘론’(Loan)이 합쳐져 생긴 단어다. 말 그대로 중고나라에서 대출을 받는다는 의미다. 이들은 중고거래사이트에서 물건을 판다고 구매자를 속여 물건 값을 받은 뒤, 그 돈을 도박자금에 사용하고 있다. 도박으로 돈을 따면 송금 받은 대금을 갚겠다는 의미에서 ‘론’을 붙이고 있다. 이러한 사기행각은 인터넷게시판 ‘대출갤러리’ 이용자들이 도박자금을 마련하기 위한 방법으로 처음 생각해냈다고 알려졌다. 실제로 대출갤러리에는 중고나라론으로 도박자금을 구했다는 경험담이 속속 올라오고 있다. 지난 5월1~7일 게시판에 올라온 중고나라론 관련 글만 해도 108건에 달한다.

대출갤러리는 커뮤니티 사이트 ‘디시인사이드’에서 운영하고 있다. 이곳에서 활동하는 네티즌들은 20~30대 젊은 층이 대부분이다. 대출갤러리는 디시인사이드 이용자들끼리 대출정보를 공유할 목적으로 만들어졌지만 지금은 용도가 변질됐다. 이용자들은 이곳에서 도박노하우를 주고받는가 하면 중고나라론으로 가로챈 입금내역을 ‘인증’(게시판에 사진을 올려 자신의 글이 사실임을 입증하는 것)하고 있다.

일부 중고나라론 경험자들은 △법망을 교묘히 빠져나가는 방법 △고소당했을 때 대처하는 방법을 공유하고 있다. 한 대출갤러리 이용자는 “피해금액이 어중간하면 경찰에 신고하지 않고 그냥 넘어가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또 해당 사이트 게시판 내 다른 이용자가 올린 ‘중고나라론으로 200만원 이익을 보고 벌금은 100만원 냈다’는 글에는 ‘벌금을 내도 남는 장사’라는 댓글이 달렸다. 그런가하면 “경찰에서 조사받을 땐 일부러 사기 친 게 아니라 바빠서 물건을 못 보냈다고 둘러대라”는 글도 있다. 이 글에는 “고의성을 입증하지 못하면 죄가 성립되지 않는다”는 설명이 뒤따랐다. 또 다른 이용자는 ‘나만의 노하우’라며 “중고나라에서 거래할 때 처음부터 사설(私設) 토토 계좌번호에 입금하도록 하면 사기피해자는 사설 토토 계좌를 신고한다. 결국 나한테는 피해가 없다”는 글을 올렸다.

중고나라론 말고도 대출갤러리에는 도박자금을 마련하기 위한 다양한 ‘사기대출 방법’이 올라와 있다. 가령, ‘절판론’은 절판(絶版)된 책이 마니아들 사이에서 비싼 가격에 거래된다는 점을 악용해 도서관에서 책을 빌려 웃돈을 받고 파는 방법이다. ‘책 원가를 도서관에 배상해주고 차액을 가로채면 된다’는 게 대출갤러리 사용자의 설명이다. 이밖에도 △사찰 새전함(賽錢函)을 가로채는 ‘미륵론’ △회사 자금을 횡령하는 ‘횡령론’ △혼자 있는 어린이를 유인해 아이를 빌미로 아이부모에게 돈을 요구하는 ‘아이론’ △세월호 추모성금·네팔 지진성금함을 허위로 만들어 돈을 가로채는 ‘성금론’ 등도 성공 사례로 올라와 충격을 더해주고 있다.  

중고나라론을 이용한 경험이 있다는 이명진(가명·25)씨는 “대출갤러리에 올라온 정보를 보고 따라했다”면서 “정말 이런 식으로 돈이 들어온다는 게 신기해서 재미로 두 번 정도 해봤다”고 밝혔다. 또 다른 이용자 김한석(가명·22)씨는 “중고나라론을 사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김씨의 말이다.

“사기가 아니라 잠시 빌리는 것이다. 돈을 따면 이자까지 더해서 돌려주면 된다. 사설 토토도 많이 하는데 지금 대출갤러리에서 가장 ‘핫’(Hot)한 도박은 ‘사다리타기’다. 홀짝이랑 비슷한 건데 사다리 끝에 있는 홀수와 짝수 중 하나를 고르면 된다. 이기면 건 돈의 1.95배를 받을 수 있다. 확률이 50대 50이니까 해볼 만한 게임이다.” 

그는 “왜 금융권에서 대출받지 않느냐”는 질문에 “기존에 이미 대출받은 게 있어서 쉽지 않다”면서 “도박으로 빚을 져, 대출도 받기 어려운 사람들이 차선으로 선택하는 게 중고나라론”이라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일부에서는 이들을 가리켜 ‘오늘만 사는 사람들’이라고 부른다.  

그런가 하면 사이트에는 “구제(救濟) 해 달라”며 구걸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도박에서 돈을 땄다는 게시글의 댓글란에는 “돈 좀 보내 달라”며 이용자들이 남겨놓은 계좌번호가 줄을 잇고 있다. 심지어 어떤 이용자들은 구걸하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제일 개처럼 짖는 사람에게 5만원을 구제 하겠다”는 게시글에는 총 14명이 개 짖는 소리를 흉내 내는 음성파일을 올렸다. 닉네임 ‘라면먹고싶어’라는 네티즌은 “1000원만 주신다면 변기통에 머리라도 감겠다”며 변기통에 머리 감는 장면을 ‘인증샷’으로 올렸다. 실제로 이 사이트 이용자 중에는 본인의 대변 먹는 사진을 ‘인증’하고 200만원을 받은 사람도 있다.


- 한 대출갤러리 이용자가 게시판에 올린 중고나라론 입금내역. “(도박이 잘)안 되면 마포대교나 가야지”라는 말이 보는 이의 간담을 서늘하게 한다.

미래가 캄캄…‘오늘만 사는 사람들’
인터넷 도박은 확률적으로 돈을 딸 가능성이 낮다. 가령 ‘사다리도박’의 경우 겉보기엔 승률이 높아 보여도 확률적으로 계산해보면 승률이 0.975(1.95*0.5+0*0.5)다. 1만원을 걸면 무조건 250원을 손해 보는 게임이다. 전영민 한국도박문제관리센터 부장은 “도박을 하다가 몇 번 따는 경험을 하면 자신이 게임을 잘 하면 돈을 딸 확률이 올라간다고 생각하는 ‘인지왜곡’이 일어난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지난 2010년 이화여대 연구팀은 도박중독으로 인한 사회·경제적 비용이 2010년 기준 약 78조원이었다고 밝혔다.

이수빈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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