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 서울대 경제학 학·석사, 미국 브라운대 경제학 박사, 전 한국은행 금융경제연구원 거시경제연구실 과장, 전 한국금융연구원 금융시장팀 및 거시경제연구실 연구위원 / 사진 이민아 조선비즈 기자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 서울대 경제학 학·석사, 미국 브라운대 경제학 박사, 전 한국은행 금융경제연구원 거시경제연구실 과장, 전 한국금융연구원 금융시장팀 및 거시경제연구실 연구위원 / 사진 이민아 조선비즈 기자

“이재명 후보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과제는 ‘성장’이다. 국가의 투자를 통한 성장 회복에 따라 창출되는 일자리 등은 기회의 총량을 늘리면서 갈등은 줄일 수 있다. 기본소득은 성장을 위한 국가 전략 전환을 원활히 하는 촉매제 역할을 한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경제 브레인’으로 부상한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는 11월 4일 조선비즈와 만나 이 후보의 경제 정책에 대해 이같이 요약했다. 하 교수는 11월 2일 출범한 이재명 후보의 선거대책위원회(선대위)에서 후보 직속의 ‘전환적공정성장전략위원회’의 경제1(성장) 분과 위원장을 맡았다. 기본소득을 내세우던 비주류 경제학자들이 전진 배치됐던 당내 경선 선대위와는 달리, 정통 경제학자로 분류되는 하 교수가 이 후보의 경제 정책을 책임지게 됐다.

그는 학위논문 주제로 ‘창조적 파괴’ 개념을 주창한 조지프 슘페터의 성장이론을 다루기도 했을 만큼, 경제 성장에 몰입해 있다. 하 교수의 이런 학문적 배경의 영향으로 이 후보의 경제 정책 목표에도 ‘성장’이 빠지지 않는다. 하 교수는 이 후보의 경제 정책 구호를 ‘전환적 공정 성장’으로 짚었다.

이는 국가의 새로운 성장 전략을 만들고, 모두가 공정한 기회를 가질 수 있도록 국가 주도로 재정을 투자해야 한다는 의미다. 그는 “한국 경제의 역동성을 회복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며 “과거처럼 연간 7~8%의 경제 성장률을 달성하긴 어렵지만, 2%대씩이라도 꾸준하게 성장해 미국과 같은 지속 성장 경로를 밟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전환적 공정 성장을 위해서는 ‘적극적인 재정 투입’이 필요하다고 본다. 문재인 정부에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경제 위기를 거치며 정부 예산이 600조원대로 늘었지만, 그는 아직 재정 지출을 줄이기보다는 늘려야 한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부동산에 쏠려 있는 베이비부머 세대(1955~64년생)와 X 세대(1965~80년생)의 노후 대비 자금을 국가 사업 투자 등으로 충당하면 된다는 지론이다. 다음은 하 교수와 일문일답.


이 후보가 당선되면 문 정부보다 강력한 확장 재정을 할 것이라고 예상해도 되나.
“‘확장 재정’이 아니라 ‘적극 재정’이라고 해달라. 경제 성장에서 지식과 기술이 중요해질수록 국가의 역할이 커질 수밖에 없다. 디지털 전환, 에너지 전환 등이 화두가 되는, 세상이 변하는 전환기다. 적극 재정을 통한 국가의 투자가 불가피하다. 미사일을 발사해 궤도에 진입하려면 초기에 연료를 많이 쓰고, 안정되면 연료 소모를 줄이는 것과 비교할 수 있겠다.”

확장 재정을 하겠다는 이야기로 들리는데, 재원 마련 방안은.
“국채 발행 등 빚을 내기보다는 최대한 민간 자본을 이용할 것이다. 부동산에 몰려 있는 우리나라 베이비부머 세대의 노후 대비 자금을 국가 사업으로 전환하도록 유도하려 한다. 공공이 주도하는 투자 사업에 돈을 넣어 얻을 수 있는 이자율이 시중 이자율보다 높으면, 자금이 이동하지 않을까.”

분배와 공정이 성장과 어떤 상관관계가 있나.
“경제 성장이 있어야 많은 사람에게 더 많은 기회를 줄 수 있다는 의미다. 가령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관련 논란이 있었던 인천국제공항(인국공) 사태는 기회가 없으니 한정된 일자리를 가지고 싸운 것이다. 그런 문제는 국가의 성장 전략 전환으로 해결할 수 있다.”

‘전환’을 위해 중요한 것은.
“기업의 성장과 그를 돕는 규제 합리화가 필요하다. 기업이 성장해야 좋은 일자리가 만들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 산업 생태계에 파동을 일으킬 메기 역할을 할 수 있는 더 많은 기업이 탄생해야 한다. 내부에서 100개의 유니콘(기업 가치 10억달러 이상 비상장 기업)을 만들자는 목표도 나오고 있다. 이들의 성장은 전환 과정에서 일자리를 잃는 계층을 돕는 ‘분배’에도 도움 될 것이다.”

전환 과정에서 기득권의 반발이 예상된다.
“그들을 어떻게 잘 설득하고 대안을 제시하느냐가 관건이 될 것이다. 기존의 성장 전략에 적응한 사람은 지대를 추구하면서 변화를 거부하는 경향이 짙다. 이 문제는 이 후보의 리더십이 해결할 거로 기대하고 있다. 이 후보는 이전부터 이해관계 조정과 결과를 도출하는 능력을 충분히 보여줬다.”

앞서 이 후보는 박정희 전 대통령이 경부고속도로를 만들었다는 이야기를 하면서 “이재명 정부는 탈탄소 시대를 질주하며 새로운 미래를 열어나갈 ‘에너지 고속도로’를 깔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이에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기조를 그대로 이어받는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기도 했다.

이 후보는 탈(脫)원자력 발전을 구상하고 있나.
“이재명 캠프는 ‘탈원전’이라는 말을 쓰지 않는다. 탈탄소는 탈원전과 같은 개념이 아니다. 원자력발전도 하나의 기술이고, 기술에서 생기는 문제가 있다면 기술로 해결해야 한다. 원전의 안전성 문제와 같은 사회적 비용을 줄이는 방향이 바르다. 원자력 연구 역량과 기술은 우리가 계속해서 쌓아온 것이므로 인력도 계속 양성해야 한다. 실용주의적 관점에서, 원전의 비용과 편익을 계산해 어떤 결정이 국익에 더 도움이 될지 따져본 후 판단하겠다는 입장이다.”

선대위 구성 과정에서 비판 여론 탓에 ‘기본소득’이 2선으로 밀렸다는 분석도 있다.
“기본소득은 전환적 공정 성장이라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수단 또는 촉매제일 뿐이다. 기본소득 재원의 경우,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자동으로 늘어나는 세수 증가분이나 기존의 예산을 조정해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탄소세, 디지털세, 국토보유세 등을 기본소득의 재원으로 사용하는 것도 아이디어 차원에서 생각하고 있다.”


plus point

하준경 교수가 본 이재명…
“금융이 신뢰 기반임을 잘 아는 사람”

이재명 후보에 대해 하준경 교수는 “금융이 신뢰를 기반으로 움직인다는 것을 잘 아는 사람”이라고 말했다. 최근 이 후보의 일부 경제 정책 라인에서 “한국은행이 정부가 발행하는 국채를 직매입해야 한다”는 주장을 한 이후, 경제학계에서 ‘시장경제의 기본 원리를 해치는 발상’이라며 많은 논란이 발생한 데에 대한 해명이다.

하 교수는 “이 후보가 직접 그런 이야기를 한 적은 없다”며 “어떤 분의 개인 의견”이라고 선을 그었다. 그는 “한국은행이 국채를 직매입하게 되면 시장의 신뢰가 무너질 수 있다. 미국 등 다른 나라의 중앙은행도 그렇게 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며 “이 후보는 그보다는 시장의 신뢰를 철저히 존중해야 한다는 입장에 동의하는 사람”이라고 말했다.

이 후보가 하 교수에게 “만나서 이야기하고 싶다”는 문자를 보낸 것을 계기로 하 교수는 캠프에 합류하게 됐다. 하 교수가 신문에 기고한 칼럼을 본 이 후보가 그를 만나 경제에 대해 논해보고 싶다는 ‘러브콜’을 보낸 것.

이 후보와 첫 만남에 대해 하 교수는 “경제적인 식견도 상당했고, ‘일이 되게 하자’는 실용주의적인 관점을 가지고 있었다”며 “정치에 참여할 생각이 전혀 없었는데 그의 리더십이 이해관계와 기득권 탓에 꽉 막혀 있는 이슈들을 풀어줄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 자리를 맡았다”고 말했다.

이 후보는 자신을 ‘친(親)기업’이라고 말했고, 하 교수는 이에 동의했다. 그는 이 후보를 가리키며 “시장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잘 이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민아 조선비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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