린다 그래튼(Lynda Gratton) 런던 경영대학원 교수 리버풀대 심리학 박사, 전 영국항공 수석 심리학자, 전 서닝데일연구소 선임연구원, 전 PA컨설팅그룹 인재관리(HR)부서 컨설턴트, 2011년 싱커스 50(Thinkers 50) 12위, 2013년 ‘HR매거진’ 공로상 수상, ‘초예측’ ‘일의 미래’ ‘100세 인생’ ‘핫스팟’ ‘글로우’ 저술 / 사진 린다 그래튼
린다 그래튼(Lynda Gratton)
런던 경영대학원 교수 리버풀대 심리학 박사, 전 영국항공 수석 심리학자, 전 서닝데일연구소 선임연구원, 전 PA컨설팅그룹 인재관리(HR)부서 컨설턴트, 2011년 싱커스 50(Thinkers 50) 12위, 2013년 ‘HR매거진’ 공로상 수상, ‘초예측’ ‘일의 미래’ ‘100세 인생’ ‘핫스팟’ ‘글로우’ 저술 / 사진 린다 그래튼

“재택과 사무실 근무를 놓고 노사 간 갈등이 이어지고 있다. 기업은 지금을 근무 방식을 더 효율적으로 재설계할 수 있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 조직의 생산성을 가장 잘 끌어올릴 핵심 요소를 고민하라. 단순히 사무실과 집이라는 근무 ‘장소’에 한정해 유연성을 생각하지 말라. 장소는 물론 ‘시간’에 하이브리드(hybrid·혼합형) 근무 방식을 적용하면 수년 안에 더 높은 생산성을 이끌어낼 수 있다.”

세계적인 조직관리 권위자인 린다 그래튼(Lynda Gratton) 런던 경영대학원 교수는 11월 23일 ‘이코노미조선’과 서면 인터뷰에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기업들이 적정한 하이브리드 근무 방식에 대해 조언을 많이 구하는데, 기업마다 근무 방식이 달라 한 가지 정답은 없다”며 “자사만의 방식을 고민하고 실험하라”고 밝혔다.

그는 자신을 사례로 들며 설명을 이어나갔다. “나는 교수로서 글을 쓰는 게 중요하고, 내 생산력을 가장 높게 끌어올리는 방법은 집중력을 키우는 것이다. 결국 어디서 일하든 혹은 언제 일하든 내 생산성을 높이는 데 시간과 장소는 전혀 상관이 없다.” 남한테 방해받지 않는 자신만의 시간을 갖는 게 교수의 생산성에 직결된다는 이야기다. 그는 “반면, 당신이 협력을 통해 혁신적인 결과물을 내는 직업을 갖고 있다면 생산성을 끌어올리는 핵심 열쇠는 다른 사람과 대면을 통한 협업”이라며 “이 경우에도 화상으로 동료와 대면할 수는 있겠지만, 협업하는 사람과 같은 시간에 근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근무 방식을 재설계할 때 사무실과 재택이라는 장소 외 시간의 유연성도 고려하라는 말이다.

그래튼 교수는 2011년 경영학계의 오스카상이라 불리는 ‘싱커스 50(THINKERS 50)’에 12위로 선정됐고, 이후로도 세 차례 더 리스트에 올랐다. 그는 글로벌 기업 경영자들이 참여하는 ‘일의 미래에 관한 컨소시엄(The Future of Work Research Consor-tium)’을 주최하기도 했다. 그는 저서 ‘100세 인생’에서 인생이 과거처럼 교육, 취업, 은퇴 3단계가 아닌 더 긴 탐색기와 중간 휴식기를 가지며 직업을 바꾸는 과정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 사람이 평생 여러 개의 직업을 갖게 되고 이를 위한 리커런트(recurrent) 교육이 활성화할 것이라는 이야기다. 그래튼 교수는 “100세를 사는 시대가 왔고, 제대로 예측하고 계획을 세우면 장수는 저주가 아닌 선물”이라고 했다.

다음은 그와의 일문일답.


근무 방식 재설계에 나서는 기업이 많은데 유의점은.
“기업은 근무 방식을 재설계하는 데 3가지 도전에 직면하고 있다. 첫 번째 도전은 하이브리드 근무 방식이다. 사람들이 팬데믹(pandemic⋅감염병 대유행) 이전의 근무 방식으로 돌아가기 싫어하는 것은 분명하다. 기업은 사무실과 재택 근무 사이에서 공평함을 어떻게 찾아갈지를 고민해야 한다. 두 번째 도전은 건강이다. 팬데믹으로 사람들은 부보다 건강을 우선시하게 됐다. 건강하게 사는 것은 물론 건강하게 일하는 게 중요하다는 이야기다. 단순히 점심시간에 사과 하나 주는 것을 말하는 게 아니다. 마지막으로 로봇, 머신러닝(기계학습) 등 신기술이 넘쳐나고 해당 기술이 사람이 하던 일을 일부 대신하면서 기업은 직원들의 능력 향상, 재교육이 필요하다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

하이브리드 근무가 대세가 될 것이라고 하는데.
“하이브리드 근무 방식에 단 하나의 정답은 없다. 회사마다 자신만의 업무 과정이 있고 문화가 있다. 가령 일본 후지쓰(富士通)는 지난해 새롭게 일하는 방식을 재구상해 일본 내 8만 명 직원을 대상으로 ‘워크 라이프 시프트(Work Life Shift)’를 발표했다. 재택근무를 할 수 있게 한 것이다. 기술이 이를 가능케 했다. 반면 내게 조언을 구한 건축사무소는 최근 전 직원에게 사무실 복귀 지침을 내렸다. 직원끼리 대면하면서 생산성을 높이는 게 매우 중요하다고 봤기 때문이다. 결국 기업은 자기 조직에 맞는 하이브리드 근무 방식을 고집하는 게 중요하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근무 지침을 재설계하면서 근로자가 이를 공감하며 회사의 미래 모습에 신이 나야 한다. 또 기쁘게 일해야 한다.”

후지쓰는 지난해 7월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재택근무를 원칙으로 하는 새로운 시스템을 채택했다고 발표했다. 직원이 일할 장소와 시간대를 스스로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핵심이다. 회사는 공장을 제외한 일반 사원의 출근율을 ‘25% 이하’로 만드는 것을 목표로 내세웠다.

성공적인 일상 복귀를 위한 팁은.
“우선 리더 자신부터 미래에 대해 조직원에게 확신 있게 말해야 한다. 리더는 다른 임직원이 어떻게 행동했으면 하는 바에 대한 롤 모델을 명확히 제시해야 한다. 둘째로 관리자 격인 매니저의 역할이 중요하다. 근무 방식을 보다 유연하게 전환할 때 관리자의 업무는 더 복잡하고 중요해진다. 하이브리드 근무 방식을 도입하는 과정에서 매니저급을 적극적으로 참여시키고 이들의 능력을 향상시키는 게 중요하다. 마지막으로 근로자가 새로운 근무 체계에 공감하는 게 중요하다. 팬데믹 이후 많은 회사가 근로자와 대화를 나눈 결과, 직원 대다수는 긴 통근 시간과 근무 시간을 유지한 과거로 돌아가고 싶어 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많은 기업은 이런 상황을 오히려 근무 방식을 더 효율적으로 재설계할 수 있는 기회로 봐야 한다. 우리가 진정 어떻게 일하고 싶은지에 대해 고민해볼 순간이다. 몇 차례의 산업혁명 이후 많은 근로 관행이 자리잡았지만, 지금까지는 큰 변화는 없었다. 하지만 팬데믹 기간 우리는 기술과 디지털 통신 덕에 기존과 다른 방식으로도 생산성을 유지할 수 있다는 교훈을 얻었다. 근무 방식을 재설계할 때 이런 점을 잘 반영해야 한다.”

직원들의 공감이 중요하다는 말이 인상적이다.
“미국에서는 일할 사람이 부족한 ‘인재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숙련된 근로자가 부족한 상황이다. 동시에 일에 대한 사람들의 관점이 바뀌었다. 그야말로 대퇴직(great resignation)의 시대에 접어든 것이다. 이는 결국 근로자들이 원하는 바를 요구하는 데 더 강력한 힘을 갖췄다는 것을 의미한다. 전 직원이 사무실로 복귀했으면 하는 회사는 유연성 부족을 보완하기 위해 임금을 올리는 경향도 보이고 있다.”

대퇴직이란 미국에서 코로나19 팬데믹 회복기에 자발적으로 퇴직하는 사람이 늘고 있는 현상을 말한다. 미국 노동부에 따르면, 노동 시장에서 자발적 퇴직자 수는 2021년 8월 430만 명에서 9월 440만 명으로 늘었다. 역대 최고 수준이다.

재택근무를 놓고 노사 간 갈등도 심화하고 있다.
“근무 방식 지침에는 최고경영자(CEO)의 성향보다 산업이 더 많은 영향을 미친다. 투자은행(IB)은 직원들에게 사무실 복귀 지침을 내렸지만, 회계법인이나 컨설팅사는 보다 더 유연한 근무 방식을 제안하고 있다. 노동계와 경영진 갈등의 근원은 유연성 부족이다. 시간과 장소의 유연성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점점 높아지고 있다. 가령 근무 장소의 유연성은 사무직 근무자에게 해당한다. 배달, 유지 보수 업무를 하거나 병원에 근무 중인 사람에게는 적용되지 않는다. 이 때문에 재택근무를 할 수 있는 사람과 그러지 못하는 사람 간의 근무 방식 격차가 벌어지고 있다. 근무 장소에 유연성을 확보하지 못한 사람 입장에서는 사무직 근로자를 포함해 일부 직장인이 더 많은 유연성을 갖게 되면서 근무 방식이 불공평해보일 수 있다. 팬데믹이 일과 일터의 개념을 바꿨다는 점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근로자가 유연한 방식으로 일을 생산적으로 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은 상황에서 유연하지 않은 과거의 방식으로 돌아가는 것은 매우 어려울 것이다. 근무 방식을 둘러싼 다양한 실험이 필요한 이유는 유연성이 근로자의 생각을 넓혀주고 결국 업무 생산성으로 직결되기 때문이다.”

안상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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