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재근 한림대성심병원 척추센터 센터장 연세대 의대, 미국 컬럼비아대 연수교수, 현 한림대성심병원 수련교육부장 / 사진 한림대성심병원
오재근 한림대성심병원 척추센터 센터장
연세대 의대, 미국 컬럼비아대 연수교수, 현 한림대성심병원 수련교육부장 / 사진 한림대성심병원

평소 등산을 즐기는 장모(67)씨. 최근 엉치뼈 주변이 아프고 다리가 저려 제대로 걷지 못하는 증상이 계속돼 병원을 찾았다. 장씨는 발병 초기 단순 근육통으로 생각해 스트레칭을 하고 마사지를 받았지만, 상태는 계속 악화됐다. 주변에서 ‘디스크(추간판탈출증)’가 의심된다고 해 병원을 찾은 장씨는 ‘척주관협착증’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척주관협착증은 척추 신경이 지나가는 척주관이 좁아져 문제가 생기는 병이다. ‘디스크’라고 부르는 추간판탈출증은 척추 사이에서 완충 역할을 하는 추간판(디스크)이 삐져나와 주위 신경을 자극해 아픈 병이다. 장씨는 척추의 4번과 5번 뼈가 가까이 붙으면서 신경을 압박하고 있다고 했다.

나이가 들어 뼈와 관절이 굳고, 약해지면서 이런 척추 질환이 발생한다. 척추 질환은 삶의 질을 떨어뜨리는 대표적인 병으로 꼽힌다. 생명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지 않지만, 몸이 아프다 보니 삶이 고달파진다. 시중에는 ‘봉침을 맞으면 좋다더라’ ‘근육 강화 주사라는 걸 맞으면 낫는다더라’는 식의 속설이 난무한다.

오재근 한림대성심병원 척추센터 센터장(신경외과 전문의)은 이런 속설에 대해 “근육 강화 운동이 척추 건강에 도움 되는 것은 맞지만, 근육 강화 주사라는 것은 아무런 의학적 근거가 없다”고 했다. 오 센터장은 “비수술 치료로 디스크 증상이 나아지는 경우도 많지만, 요즘은 수술로 충분히 효과를 볼 수 있는 환자들도 잘못된 정보로 수술을 기피하다가 적절한 시기를 놓쳐 고생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척추 질환은 통증을 줄여주는 등 보존(保存⋅방어) 치료와 수술을 병행한다.

오 센터장은 연세대 의대를 졸업해 연세대의료원에서 신경외과로 전임의까지 취득한 후 미국 컬럼비아대에서 정형외과 연수를 받았다. 척추 질환은 신경외과와 정형외과가 보는데, 오 센터장은 두 과에서 모두 공부했다. 국내 척추 질환 분야에서 두 과를 모두 공부한 의사는 손에 꼽힌다.

오 센터장은 지난 2019년 40대 초반에 한림대성심병원 척추센터장으로 부임해 실력을 인정받았다. 국내 대형병원 센터장 평균 연령은 50대 중반이다. 

오 센터장은 가장 기억에 남는 환자로, 작년 연말 요추(허리뼈) 골절로 응급실에 이송된 중학교 1학년(만 13세) 여학생을 꼽았다. 3층 난간에서 추락한 이 학생은 부러진 척추가 신경을 압박해 양쪽 다리가 마비된 상태였다.

응급 수술로 척주관을 감압(減壓)해 신경을 살리고 6.5㎜ 나사로 척추를 고정시켰다. 오 센터장은 “완치가 어려울 것으로 봤는데 수술 6개월 만에 걸어서 (그 학생이) 진료받으러 왔다”고 했다. 오 센터장은 그 또래 자녀를 뒀다. 8월 27일 경기 안양시 평촌에서 오 센터장을 만났다. 진료실 앞 소파는 기다리는 사람들로 북적거렸다. 다음은 일문일답.


국내 디스크 환자가 급증한 원인은
“고령사회로 노인층 인구가 많아지다 보니 퇴행성 질환인 추간판탈출증, 척주관협착증이 증가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실내 생활이 늘어나면서 운동이 부족해졌고, 구부정하게 스마트폰 등을 보는 자세를 많이 하는 것도 척추에 불균형을 일으킨다.”

척추 질환이 주로 나타나는 부위는 어떤 곳인가
“척추 질환은 흔히 경추(목뼈), 요추 등에서 나타난다. 경추에 문제가 있으면 목 통증, 어깨 통증, 팔 저림, 상체에 힘이 없어지는 등의 증세를 보이고, 요추에 병이 생기면 요통, 다리 통증, 다리 저림이 나타나고, 아랫도리(하지)에 힘이 떨어진다.”

근육통과 디스크를 나누는 증상은 무엇이 있나
“요통은 디스크보다는 일반적인 근육통인 경우가 훨씬 많다. 다만 단순 요통 외에 다리 쪽의 감각 이상, 저림, 통증, 위약감(힘 빠짐) 또는 대소변 장애, 성 기능 관련 이상을 보일 때는 디스크나 척추 질환을 의심해야 한다. 허리나 목 통증은 (디스크라기보단) 일반적인 근육통인 경우가 많다. 엉치뼈가 아픈 것도 엉덩이 근육통의 일종일 수 있다. 엉덩이 근육이 수축해 주변 신경을 압박하는 식이다.”

MRI를 찍어봐야 디스크를 확인할 수 있나
“증상으로 디스크를 의심할 수 있지만, 확진하려면 MRI 검사가 필요하다.”

디스크도 수술 없이 치료가 가능한가
“대부분 디스크 질환은 수술 없이 상태가 좋아질 수 있다. 디스크가 통증을 일으키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물리적인 압박, 또 하나는 신경 압박에 따른 주변의 염증 반응이다. 진통 소염제나 신경 주사 치료로 염증만 줄여도 증상이 나아지는 경우가 많다.”

수술해야 한다면 그 시기는 언제인가
“보존 치료를 일정 기간 받아본 다음에 수술을 계획하는 것이 맞다. 다만 마비가 있다거나 대소변 장애, 척수증 등의 증상이 있으면 신속하게 수술해야 한다.”

‘디스크는 수술하지 않는 편이 낫다’는 구전도 많다
“수술 치료를 신중히 해야 하는 이유는 보존 치료를 통해서도 나아질 기회가 있으니, 수술 이외의 치료를 충분히 해 보자는 취지다. 그런데 요즘은 적절한 시기에 수술해 삶의 질을 올릴 수 있는 환자가 ‘수술은 무조건 나쁘다’고 생각해서 고생은 고생대로 하면서 높은 비용의 비수술 치료로 많은 돈을 지출하는 경우도 많다.”

‘허리 근육을 강화하는 침술’이라는 홍보 문구도 보인다
“근육을 강하게 하는 주사, 침은 의학적인 근거가 없다. 근육은 적절한 운동을 통해서 단련되는 것이지 주사를 맞는다고 강해지지 않는다.”

30·40세대를 중심으로 목디스크 환자도 급증하고 있다. 이른바 ‘거북목’ 때문인가
“‘거북목’은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용어는 아니다. (웃음) 구글로 거북과 관련된 의료용어, 단어 등을 검색해도 나오는 게 없다. 그런데 목뼈의 곡선이 좋지 않은 방향으로 휘어지면 통증을 유발할 수 있고 목디스크로도 진행될 수 있다는 예상은 가능하다. 단순 목 통증, 팔 통증이 아닌 균형감각 장애, 손동작에 이상이 있다면 전문의 상담을 반드시 받아야 한다. 단순 목디스크가 아니라 전신 마비까지 이를 수 있는 척수증이 의심되기 때문이다.”

디스크도 완치가 가능한가
“완치라는 표현은 맞지 않는다. 디스크는 퇴행성 질환이다. 이미 퇴행한 디스크를 다시 젊게 만드는 것은 현재로는 불가능하다. 지속해서 통증을 조절하고 통증이 잦아들면 운동 등을 통해서 주변 근육을 튼튼하게 만들어 통증 없이 지내는 것이 치료의 목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