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석환고려대 산업공학과, 대우자동차 폴란드 유럽본부 전무,타이코 인터내셔널 아시아태평양 총괄 수석 부사장, 셀트리온헬스케어 사장 / 유석환 로킷헬스케어 대표는 “우리가 세계 최초로 당뇨발 완치의 길을 열 것”이라며 “4D 바이오 프린팅 기술로 세계 장기재생 시장을 선도해나겠다”고 말했다. 사진 김흥구 객원기자
유석환
고려대 산업공학과, 대우자동차 폴란드 유럽본부 전무,타이코 인터내셔널 아시아태평양 총괄 수석 부사장, 셀트리온헬스케어 사장 / 유석환 로킷헬스케어 대표는 “우리가 세계 최초로 당뇨발 완치의 길을 열 것”이라며 “4D 바이오 프린팅 기술로 세계 장기재생 시장을 선도해나겠다”고 말했다. 사진 김흥구 객원기자

로킷헬스케어는 바이오 프린팅 기술로 피부·뼈·장기 등을 재생해 치료하는 업체다. 최근에는 환자의 자가세포를 재료로 피부조직을 출력해 당뇨발(당뇨병 환자의 발에 염증 및 괴사가 진행되는 당뇨 합병증) 치료에서 만족할 만한 임상 결과를 얻었다. 이후 진행한 시술 테스트도 성공적이었다. 국내 업체 중 최초였다. 해외에서도 이런 기술을 지닌 회사는 드물다. 당뇨발의 경우 제대로 된 치료법이 없어 의미가 더 크다. 현재 오염 방지를 위한 소독 및 차단 등의 치료만 이뤄질 뿐이다. 심하면 발목을 절단해야 하고 사망률도 높다.

이에 힘입어 로킷헬스케어는 인도 등 아시아를 비롯한 중동과 남미 등 20개국에 4차원(4D) 바이오 프린터 ‘닥터인비보’와 기술 및 프로세스 등을 수출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계약 규모는 2021년부터 연 300억원으로, 10년 계약 기간 총 3000억원에 달한다. 현재 미국, 유럽 등 의료 선진국과도 기술 수출 관련 논의를 진행 중이다.

‘이코노미조선’은 2020년 12월 21일 로킷헬스케어를 이끄는 유석환 대표를 서울 가산동 본사에서 만났다. 그는 대우자동차 유럽본부(폴란드법인) 최고운영책임자(COO) 출신으로, 2007년부터 2011년까지 셀트리온헬스케어 대표를 맡았고, 2012년 로킷헬스케어를 창업했다.


4D 바이오 프린터를 통해 피부, 장기를 재생한다는 것 자체가 생소하다. 이 시장에 어떻게 뛰어들게 됐나.
“대우차에서 20년 동안 일했고 이후 셀트리온헬스케어 대표를 맡으면서 바이오 시장에 눈을 뜨게 됐다. 2012년 로킷헬스케어 창업 후 몇 년간은 3D 프린터를 제조했다. 컴퓨터 부품이나 플라스틱을 주로 출력했다. 그러나 사업을 할수록 방향이 뭔가 잘못됐다는 것을 느꼈고, 피부 및 장기 재생 등 바이오 분야로 전환했다. 셀트리온헬스케어를 이끌며 얻은 경험이 바탕이 됐다. 사람마다 세포 하나하나가 다 다르고, 이를 고려해 정밀 맞춤 치료로 방향을 잡았다. 결국 피부, 뼈, 장기 재생이었다. 성장성도 봤다. 전 세계 약 5000만 명의 당뇨발 환자가 있고, 시장 규모는 40조원에 달한다. 4D 바이오 프린터를 통한 당뇨발 치료는 이제 막 시작하는 분야라 충분히 경쟁해볼 만하다고 생각했다.”

닥터인비보를 사용한 당뇨발 치료는 어떻게 이뤄지고 장점은 무엇인가.
“당뇨발 환자의 손상된 부위 스캐닝→환자로부터 추출한 자가세포를 재료로 손상된 부위 그대로의 인공 피부 출력→손상된 부위에 인공 피부 부착 등의 치료 절차로 진행된다. 중요한 건 환자의 세포를 사용하기 때문에 안전하다는 것이다. 또 절차가 간단해 빠르고 쉽게 치료할 수 있다. 약 15~20분이면 시술이 끝난다. 기존 방법으로 치료하려면 보통 6~10개월이 걸리는데, 닥터인비보를 사용해 치료하면 작은 상처는 4주, 손바닥만 한 큰 상처는 8주면 된다. 치료 비용도 줄였다. 기존 치료법은 3만~5만달러(약 3300만~5400만원)의 비용이 들어가는데, 그 가격을 10분의 1로 줄였다.”

완치도 기대된다.
“그렇다. 당뇨발은 심할 경우 발목을 절단해야 하는 난치성 질환이다. 그러나 닥터인비보로 치료할 수 있다. 현재까지 임상시험 결과 한국에서 40명, 인도에서 60명 등 총 100명의 환자를 치료했다. 우리가 세계 최초로 당뇨발 완치라는 길을 열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인도와 한국에서 임상시험을 끝냈다.
“성공적이었다. 인도는 세계 당뇨발 환자 수가 가장 많은 나라다. 2019년에 인도 첸나이의 당뇨발 전문 병원에서 환자 40명에게 닥터인비보를 통해 조직을 재생·이식하는 치료를 진행했다. 당뇨발 환부가 2~5주 내 정상 피부로 복구되는 결과를 얻었다. 면역 거부반응도 없었다. 한국에서 진행한 임상 결과도 마찬가지로 좋은 성과를 냈다. 현재 미국, 유럽, 중동, 터키 등에서도 임상을 진행 중이다. 피부조직 재생 등 당뇨발 시술법은 2019년에 이미 유럽연합(EU) 산하 유럽의약품청(EMA)의 승인을 받았다. 이를 토대로 수출 계약을 체결하고 있고, 2021년 초부터 중동 지역 등에서 실제 시술에 들어갈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한다.”

해외 시장부터 공략하는 이유가 있나.
“국내보다 해외 시장 규모가 훨씬 크다. 굳이 작은 시장에서 사업을 할 필요가 없다. 또 해외에서 인정을 받은 후 국내에 들어오는 게 보다 수월하다. 기술 허가 등과 관련 비용도 해외나 국내나 비슷하다. 대우차 시절부터 해외 시장을 누볐기 때문에 해외 비즈니스가 더 익숙한 것도 있다.”

대우차 유럽본부(폴란드법인) 최고운영책임자(COO), 셀트리온헬스케어 대표 등을 역임하며 얻은 해외 사업 노하우가 있다면.
“뻔하다고 할 수 있겠지만 신뢰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사업 파트너에게 내가 만든 제품 또는 서비스를 사용하면 이익을 낼 수 있다는 신뢰를 줘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제품, 서비스 품질이 뛰어나야 한다. 또 ‘올드’ 비즈니스가 아닌 미래 시장을 이끌 수 있는 ‘새로운’ 비즈니스라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 처음 거래를 할 때는 을(乙)이지만 이런 신뢰를 준다면 갑(甲)이 될 수 있다.”

앞으로 계획은.
“무릎 등 손상된 연골 부위를 재생해 치료하는 것도 준비 중이다. 환자의 갈비뼈 끝부분에서 연골을 추출해 닥터인비보로 출력할 수 있다. 2020년 EMA로부터 시술 방법에 대한 허가를 받았다. 최근에는 이집트의 대학병원에서 임상, 시술을 진행해 강도 높은 연골을 생성하는 등 좋은 결과를 얻었다. 하버드 메디컬스쿨 매사추세츠 종합병원과도 기술 협력 중이다. 시장 규모로 보면 당뇨발보다 10배 이상 크다.”

2021년 상장(IPO)을 목표로 하고 있다.
“그동안 연구·개발(R&D)에 수백억원을 쏟아부었다. 추후 더 많은 R&D 비용이 들어갈 것이고, 코스닥 상장을 통해 이 자금을 조달할 계획이다. R&D 인력도 충원할 것이다. 또 장기재생의학 분야 전문가들이 참여할 수 있는 플랫폼을 구축하고 펀드도 조성할 예정이다.”

박용선 기자
이코노미조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