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종로구 관철동의 중심지 ‘젊음의 거리’ 초입에 있는 건물에 임대 안내문이 붙어 있다. 지상 1·2층에 2016년 12월까지 청바지 브랜드 뱅뱅이 입점해 있었지만, 이후 2년 넘게 비어 있다. 사진 정미하 기자
서울 종로구 관철동의 중심지 ‘젊음의 거리’ 초입에 있는 건물에 임대 안내문이 붙어 있다. 지상 1·2층에 2016년 12월까지 청바지 브랜드 뱅뱅이 입점해 있었지만, 이후 2년 넘게 비어 있다. 사진 정미하 기자

9월 3일 오후 2시 서울 종로구 관철동의 중심지 ‘젊음의 거리(구 피아노 거리)’ 초입. 도로변에 있는 가장 큰 건물 1·2층 창문에 ‘임대’라고 적힌 커다란 안내문이 붙어 있다. 이곳은 청바지 브랜드 뱅뱅 매장이 2014년 3월부터 2016년 12월까지 있던 자리다. 하지만 벌써 2년 넘게 비어 있다.

이곳에서 종로1가 방향으로 도보 3분 거리인 지하철 1호선 종각역 4번 출구 앞 상황도 비슷했다. 대형 안과가 입주해 있던 4층짜리 건물 창문에는 ‘1~4층 총 116평(383㎡) 전체를 임대한다’는 안내문이 붙어 있었다. 셔터가 내려져 있는 이 건물 출입구 앞에는 한 노숙자가 잠들어 있었다. 종각의 단골 약속 장소였던 이곳은 벌써 6년째 텅 비어 있다.

서울 도심에서 손꼽히는 상권이었던 관철동 일대가 흔들리고 있다. ‘이코노미조선’이 ‘젊음의 거리’를 중심으로 보신각~종로2가 사거리~삼일교~광교 사거리로 이어지는 관철동 일대 상권을 둘러본 결과, 1층 점포가 비어 있는 건물이 16곳이었다. 2층 이상 점포가 비어 있는 곳까지 합하면 20개 건물에 공실이 있었다.

특히 보신각부터 탑골공원이 있는 종로2가 사거리까지 약 300m에 이르는 대로변 상황이 심각했다. 이 길을 따라 걷자 ‘임대’ 딱지를 붙인 공실이 계속 눈에 들어왔다. ‘목 좋은’ 1층 자리 8곳이 비어 있었다.

종로는 조선시대부터 서울 최대 번화가였다. ‘아침에 사람이 구름처럼 모였다가 저녁이면 일제히 흩어졌다’고 해서 조선시대에는 운종가(雲從街)로 불렸다. 그중에서도 관철동 일대는 종각에서 종로3가역까지 이어지는 ‘종로통(通)’ 한가운데로 중심 상권 역할을 했다. 하지만 현재 젊음의 거리 인근은 구(舊)상권으로 전락한 상태다. 왜 이렇게 됐을까.


원인 1│매출액에 비해 과도한 임대료

서울 지하철 1호선 종각역 4번 출구 앞 대형 안과가 있던 건물 1~4층이 통째로 공실이다. 이 건물 출입구 앞에서 한 노숙자가 잠을 자고 있다. 사진 정미하 기자
서울 지하철 1호선 종각역 4번 출구 앞 대형 안과가 있던 건물 1~4층이 통째로 공실이다. 이 건물 출입구 앞에서 한 노숙자가 잠을 자고 있다. 사진 정미하 기자

관철동 상권 몰락의 가장 큰 원인은 높은 임대료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지난해 종로의 3.3㎡(1평)당 월평균 임대료는 3만1500원이었다. 인근인 광화문(2만8900원)보다 2600원, 서울 전체 평균(2만2400원)보다 9100원 비쌌다. 2005년 전후로 프랜차이즈 업체가 대거 들어오면서 올랐던 임대료가 10년 넘게 유지된 영향이 크다. 당시는 젊음의 거리 남쪽에 있는 청계천이 복원되면서 일대 상권이 호황이었다.

그런데 최근 들어 임대료가 내려갔다. 올해 상반기 종로의 3.3㎡당 월평균 임대료는 서울 평균(2만2300원)과 100원 차이인 2만2400원까지 떨어졌다. 지난해 상반기(3만1500원)와 비교하면 9100원 낮아졌다.

실제로 종각역 4번 출구에 있는 건물 1~4층(383㎡·116평) 월세가 7000만원에서 5000만원으로 내려갔다. 종각역 인근 A부동산 관계자는 “상권이 죽고 빈 점포가 늘자 건물주들이 주변 점포주에게 말하지 않는 조건을 붙여 월 임대료를 10~20%씩 깎아주는 경우가 있다”며 “임대료를 한두 달 받지 않는 식으로 사실상 임대료를 낮춰주기도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매출액을 고려하면 아직도 임대료가 높은 수준이다. 젊음의 거리 근처에 있는 B부동산 관계자는 “뱅뱅이 있던 건물 1층(221㎡·67평)은 보증금 5억원에 월세 5000만원, 2층(628㎡·190평)은 보증금 4억원에 월세 4000만원”이라며 “대기업이 운영하는 의류 직영점이나 화장품 매장이 아니면 감당하기 힘든 금액”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관철동 일대는 전통적으로 먹고 마시는 상권이라 음식 장사를 하는 사람이 대부분인데, 이들에게는 임대료가 높은 편”이라고 덧붙였다.


원인 2│주변 상권으로 고객 이동

주변 상권이 성장한 것도 관철동 상권 쇠퇴에 영향을 줬다. 관철동에서 걸어서 10분 거리에 그랑서울·D타워·센터원빌딩·페럼타워와 같은 고층 빌딩이 들어섰다. 이 빌딩은 인기 식음료 매장을 입점시켜 행인을 유혹한다.

종로 주변으로 서촌·북촌 등 이색 골목 상권이 생기면서 고객이 발길을 옮긴 것도 한 요인이다. 여기다 종로3가역 북쪽에 있는 익선동이 최근 신흥 상권으로 떠올라 고객 일부가 이탈했다. 이들 상권에는 감각적으로 꾸민 카페·음식점·옷가게가 줄지어 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릴 사진을 찍을 공간을 찾는 20·30세대에게 특히 인기다.

반면 관철동 상권은 지난 10여 년간 큰 변화가 없었다. 커피숍은 스타벅스·이디야·커피빈 같은 프랜차이즈 매장이 대부분이고 뒷골목에 있는 음식점은 화려하기는커녕 우중충하다. 고객이 무한정 늘어날 수 없기 때문에 새로운 상권이 생기면 기존 상권이 타격을 입는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도시 상권은 계속 이동하고, 기존 상권은 슬럼화하기도 한다”며 “새로운 공간으로 탈바꿈하지 못하면 관철동 상권은 더욱 쇠퇴할 수 있다”고 말했다.


plus point

종각역 사거리에서 유일하게 재개발 안 되는 관철동

서울 지하철 1호선 종각역 사거리를 둘러싸고 있는 종로구 서린동·청진동·공평동·관철동 중 기존에 있던 건물을 허물고 새로운 건물을 짓는 도시환경정비사업구역으로 지정되지 못한 곳이 있다. 바로 관철동이다.

서울시가 2015년에 마련한 ‘역사 도심 기본 계획’에 따르면 관철동은 ‘특성관리지구’다. 역사 도심은 인왕산·백악산·남산·낙산으로 둘러싸여 있는 옛 한양도성을 말한다. 이 중 특성관리지구는 역사 도심 중에서도 역사적·문화적 특성을 유지하고 보존할 필요가 있는 곳이다. 개발을 지양하고 현재의 상태를 유지·관리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관철동 이외에 경희궁·운현궁·종묘·탑골공원·남대문시장 주변 등이 특성관리지구로 지정돼 있다.

반면 도시환경정비사업구역인 서린동·청진동·공평동에는 지난 20년 동안 고층 빌딩이 들어섰다. 1999년 서린동에 완공된 SK빌딩은 지상 35층, 145m로 서울 사대문 안에서 가장 높다. 같은 해 공평동에 완공된 종로타워는 지상 33층, 133m 높이로 종각역 일대의 랜드마크다. 2015년 청진동에 들어선 D타워는 지상 24층, 105m다.

이는 미국 뉴욕과 일본 도쿄가 도시 중심에 고층 건물을 짓는 방식을 취하는 것과 비슷한 흐름이다. 그러나 관철동은 제도에 묶여 이 같은 흐름에 반하는 길을 걷고 있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앞으로 인구가 점점 감소하면서 도시 외곽은 쇠퇴할 것”이라며 “외곽에 고층 건물을 짓기보다 도심을 집중적으로 개발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정부는 관철동의 역사를 보존해야 한다며 개발을 자제하는 것 같지만, 인근 지역에는 변화를 허용하면서 관철동만 묶어두는 것은 이해하기 힘들다”며 “빌딩 높이 제한을 완화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정미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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