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가 독주하는 OTT 시장에 월트디즈니가 출사표를 내밀었다. 사진 블룸버그
넷플릭스가 독주하는 OTT 시장에 월트디즈니가 출사표를 내밀었다. 사진 블룸버그

넷플릭스가 주도하는 글로벌 온라인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OTT) 시장에 대형 미디어 기업 월트디즈니가 출사표를 던졌다. 전문가들은 글로벌 미디어 공룡들의 한판 싸움이 시작되면 한국 콘텐츠 산업이 반사이익을 얻어 성장할 기회를 맞이할 것으로 내다본다.

월트디즈니가 OTT의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자체 콘텐츠 독점 전략을 내세울 것이고, 넷플릭스도 이에 대항하기 위해 전 세계 시장에서 현지 영상 제작 회사에 투자를 아끼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다.

월트디즈니가 올해 새로 선보일 OTT의 이름은 ‘디즈니플러스(+)’다. 월트디즈니는 디즈니플러스의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벌써 넷플릭스에 선전포고를 한 상황이다. 올해부터 월트디즈니는 전 세계에 마니아층을 확보하고 있는 마블 시리즈, 스타워즈 시리즈 등 자사가 판권을 보유하고 있는 영상물들을 넷플릭스에서 내릴 예정이다.

이 같은 결정은 넷플릭스의 영향력이 급속도로 커지면서 가만히 두고 보다가는 월트디즈니가 미디어 산업의 주도권을 영영 빼앗길 수 있단 위기의식에서 비롯된 것으로 분석된다. 넷플릭스는 지난해 5월 시가 총액이 1530억달러(165조2860억원)까지 올라 월트디즈니의 시총을 넘어섰다.

비록 올 1월 현재 넷플릭스의 시총은 116 0억달러(약 130조7900억원)대까지 줄어 다시 월트디즈니에 밀렸으나, 매출도 영업이익도 더 적은 넷플릭스가 잠시라도 월트디즈니를 앞섰던 것은 미디어 업계에 큰 충격이었다. 월트디즈니는 영화와 스포츠 등을 중심으로 강력한 콘텐츠 경쟁력을 갖고 있는 미디어 산업의 전통 강자이기 때문이다.

월트디즈니의 콘텐츠가 없으면 넷플릭스도 조급해질 수밖에 없다. 빈자리를 메울 만한 콘텐츠 확보가 절실하다. 월트디즈니와 양대산맥을 이루는 대형 콘텐츠 기업인 워너미디어도 2019년 4분기 OTT 진출을 예고하고 있어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넷플릭스가 여전히 성장가도를 달리고 있기는 하지만, 시청자를 붙잡아 둘 독점 콘텐츠를 계속 제공하지 못한다면 기업의 존폐가 흔들릴 수도 있다. 위기를 극복하려면 콘텐츠 투자를 더 늘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글로벌 공룡들 간에 ‘치킨게임(두 자동차가 마주 보고 돌진하는 상황과 같은 극단적인 경쟁)’이 벌어지면, 한국 콘텐츠 사업자들이 더 큰 기회를 잡을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우선 아시아 시장에서 헤게모니를 쥔 OTT 사업자가 없다는 점이 가장 큰 이유로 꼽힌다. 넷플릭스의 독주는 아직 북미나 유럽 시장에 한정돼 있다. 넷플릭스의 영향력이 덜한 아시아 시장에서는 OTT 사업자들의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이는 아시아 시청자들에게 인기 많은 한국 콘텐츠에 대한 투자로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홍종모 유화증권 연구원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아시아 최대 시장인 중국뿐 아니라, 아시아 전역에 팬을 확보하고 있는 한국산 콘텐츠에 대한 글로벌 OTT 사업자들의 대규모 투자가 예상된다”면서 “넷플릭스와 월트디즈니가 올해 현지 독점 콘텐츠 확보를 위해 움직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증권가에서는 콘텐츠 회사들의 실적 개선을 예고하고 있다. 가장 주목받는 회사는 CJ ENM의 드라마 제작 자회사이자 코스닥 시총 10위의 스튜디오드래곤이다. 스튜디오드래곤은 국내 1위 드라마 제작사다.

이 회사가 제작한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 ‘남자친구’ 등은 넷플릭스를 통해 전 세계 시청자에게 동시 방영되고 있다. 스튜디오드래곤은 현재 ‘좋아하면 울리는’이라는 넷플릭스 오리지널(자체 제작) 콘텐츠를 만들고 있다. 만화 ‘오디션’으로 유명한 천계영 작가의 동명 웹툰을 원작으로 했다. 증권가에서는 스튜디오드래곤의 올해 예상 매출액과 영업이익을 각각 지난해 대비 32.3%, 90%씩 늘어난 5118억원, 1006억원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런 급성장을 예측하는 근거는 넷플릭스 오리지널 콘텐츠의 제작이다.

최민하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스튜디오드래곤을 두고 “글로벌 OTT 업체의 현지 시장 공략을 위한 오리지널 콘텐츠 투자 확대의 수혜자가 될 것”이라고 했다.

지난해 12월 20일 코스닥시장에 상장한 시각효과(VFX·visual effect) 영상제작 전문업체 위지윅스튜디오도 넷플릭스와 월트디즈니와의 관계가 알려져 주목받고 있다.

이 회사는 지난해 5월 국내 업체로는 유일하게 월트디즈니의 협력사 지위를 따냈다. 월트디즈니와 협업하려면 인력·기술력·보안 등의 공정에서 검증받아야 하는데, 이를 통과한 것이다. 협력사 지위를 따낸 후 첫 작품이 디즈니의 자회사 마블스튜디오가 제작한 ‘앤트맨과 와스프’로, 위지윅스튜디오는 이 작품의 VFX를 담당했다. 유화증권에 따르면 위지윅스튜디오는 이달 중으로는 넷플릭스의 공식 벤더(vendor·협력사) 지위를 따낼 것으로 전해진다.


한국 미디어 산업 재편 예고

전문가들은 디즈니플러스 출범으로 인한 OTT 시장의 지각변동이 한국 미디어 산업의 유통 과정을 재편할 만한 잠재력을 가졌다고 판단하고 있다. 방송사들이 주도하던 산업 구조를 벗어나 이제 글로벌 OTT를 이용해 세계 시장으로 손쉽게 진출할 수 있는 환경으로 변화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스튜디오드래곤은 국내보다 해외에서 버는 돈이 더 많다. 2017년 스튜디오드래곤의 매출액에서 해외 비중은 60.1%에 달했다. 증권가에서는 지난해 매출액의 해외 비중이 약 69%까지 늘어났을 것으로 추정한다.

드라마 제작사들은 아낌없이 투자하는 넷플릭스를 두 손 들고 환영하는 분위기다. 넷플릭스의 지난해 콘텐츠 투자액은 120억달러(약 13조원)에 달했다. 이는 2016년 한국 방송 산업 전체 매출(약 15조9023억원)에 육박하는 수준이다. 월트디즈니의 현지 시장 공략 움직임까지 시작된다면, 이 규모는 더욱 커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한 미디어 회사 관계자는 “넷플릭스는 오리지널 콘텐츠를 제작하는 회사에 통 큰 제작비를 투자하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면서 “제작사들이 비용 절감을 요구하는 기존 방송사들보다 마음 편히 만들게 해주는 넷플릭스와 일하는 걸 선호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작품성과 흥행성을 겸비한 대작들이 국내 방송사가 아닌 넷플릭스를 통해 유통되는 경향이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plus point

韓 토종 OTT 합종연횡…넷플릭스에 대항 예고

한국 토종 OTT 사업자들이 힘을 합쳐 넷플릭스, 유튜브 등 글로벌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에 대항할 것을 예고했다. 1월 3일 SK텔레콤과 지상파 3사(KBS·MBC·SBS)는 업무 협약을 맺고 SK브로드밴드의 ‘옥수수(oksusu)’와 지상파 3사의 공동 출자 콘텐츠 연합 플랫폼 ‘푹(POOQ)’을 통합해 새로 법인을 만든다고 발표했다. 이는 한국 시장을 노리고 있는 글로벌 미디어 사업자들에 맞서 새로운 OTT 플랫폼을 만들겠다는 전략이다. 이날 박정호 SK텔레콤 사장은 “통합법인 서비스를 아시아의 넷플릭스로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이민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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