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의 액화천연가스(LNG) 추진선. 사진 포스코터미날
포스코의 액화천연가스(LNG) 추진선. 사진 포스코터미날
김광수 포스코터미날 대표 전북대 금속공학과, 맨체스터 비즈니스 스쿨경영자 과정, 전 포스코 미국 생산법인(UPI) 법인장,전 포스코 최고경영자(CEO) 직속 물류사업부장 사진 권오은 기자
김광수 포스코터미날 대표 전북대 금속공학과, 맨체스터 비즈니스 스쿨경영자 과정, 전 포스코 미국 생산법인(UPI) 법인장,전 포스코 최고경영자(CEO) 직속 물류사업부장 사진 권오은 기자

포스코(POSCO)그룹의 물류 전문회사로 거듭난 포스코터미날이 오는 4월 사명을 변경하고 본격적인 사업 확대에 나선다. 포스코터미날은 국내 해운·물류사와 함께 성장해 2030년까지 연 매출 최대 7조원의 회사로 성장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3월 16일 서울 대치동 포스코센터에서 만난 김광수 포스코터미날 대표이사 사장은 “포스코그룹사는 물론 고객사와 국내 해운·물류 업계와 함께 더 나은 가치(better together)를 만들어가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단순히 경쟁력 있는 회사가 아니라 ‘뭔가 다른 회사’를 지향한다”며 “대규모 물량을 앞세워 ‘단가 후려치기’ 같은 방식으로 성장하는 게 아니라 우리 해운·물류 시장의 규모(pie·파이)를 키우겠다는 의미”라고 했다.


‘미래 확장성’ 담은 사명 변경 계획

김 대표는 최근 포스코터미날의 새로운 이름을 두고 고민하고 있다. 기존 사명으로는 사업 목적과 지향하는 바를 담기 어려워서다. 4월까지 사명 변경을 마치고 새 출발에 나설 예정이다. 그는 “물류는 단순히 화물만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수많은 정보가 함께 흘러간다. 또 미래로의 확장성도 중요하다”며 “이 같은 의미를 담은 회사 이름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포스코터미날은 포스코의 CTS(대량 화물 유통 체제) 사업이 모태다. 포스코는 1984년 정부 권유로 CTS 사업을 시작, 해외에서 대형 선박을 이용해 석탄 등을 들여와 보관·가공한 뒤 화물차나 철도 등으로 국내 발전사와 시멘트사에 공급했다. 포스코와 일본 미쓰이물산이 2003년 합작해 포스코터미날을 설립한 뒤, 포스코터미날이 CTS 사업을 이어받았다.

이후 포스코그룹의 사업 확장과 함께 물동량도 늘었다. 물류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복합물류 사업을 해왔던 포스코터미날을 물류 전문회사로 만들기로 했다. 포스코그룹은 지난해 미쓰이물산의 지분을 모두 인수했고, 포스코터미날과 포스코 물류사업부, 포스코인터내셔널, 포스코강판, SNNC(포스코 뉴칼레도니아 합작사) 등의 물류 사업을 합쳤다. 포스코터미날이 연간 처리하는 물량은 1억4000만t 이상으로 커졌다.


작년 중소기업 제품 24만t 합적 수송…“해운사와 윈윈”

김 대표는 다만 “늘어난 물량을 지렛대 삼아 운임을 깎는 방식의 사업은 결코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포스코터미날이 직접 선박이나 화물차를 소유해 운영하는 방식은 “생각조차 안 한다”며 선을 그었다. 40년 넘게 국내 해운 산업을 이끌었던 한진해운조차 버티지 못 했던 시장에, 경험 없는 신생 회사가 진출할 이유가 없다는 취지다. 포스코터미날은 기존 해운·물류사와 그대로 협업하면서 동반 성장하는 미래를 그리고 있다. 시범적으로 운영한 복화운송 사업과 다른 화물을 함께 선적하는 합적 사업에서 그 가능성을 봤다.

국적선사의 5만t급 건화물선이 지난해 5월 우크라이나로 포스코의 철강 제품을 싣고 출항했다. 돌아올 때는 빈 배로 돌아와야 했지만, 포스코인터내셔널과 연계한 덕에 우크라이나에서 옥수수 5만t을 선적한 채로 한국으로 들어왔다. 이 같은 곡물 복화운송을 네 차례 진행한 결과 총 16만t을 국적선사 선박에 추가로 실을 수 있었다. 

또 선박에 포스코그룹의 제품을 실은 뒤 남은 공간에 중소기업들의 제품도 함께 선적하는 합적 사업도 진행했다. 상대적으로 물량이 적어 선박을 구하기 어려운 중소기업들은 물론, 대기업까지 포스코터미날에 연락해왔다. 이 사업을 통해 지난해 중소기업 제품 총 24만t이 해외로 나갈 수 있었다. 

김 대표는 “포스코터미날을 통해 포스코그룹사는 물론 국내 수출 기업은 더 효율적으로 화물을 수송하고, 해운사는 더 많은 양을 나르는 만큼 수익이 커지고 다시 수익을 투자해 운송 역량을 키우는 선순환 구조가 가능하다”며 “모두가 ‘윈윈’하는 방식을 추구할 것”이라고 했다.


전남 광양시 포스코터미날 CTS 기지에서 선박에 연료탄을 선적하고 있다. 사진 포스코터미날
전남 광양시 포스코터미날 CTS 기지에서 선박에 연료탄을 선적하고 있다. 사진 포스코터미날

글로벌 4자 물류사로 거듭난다

포스코터미날은 그 바탕이 될 ‘스마트 통합물류 시스템’을 추진하고 있다. 빅데이터와 사물인터넷(IoT), 인공지능(AI) 등을 접목해 물류의 처음부터 끝까지를 관리하는 것이 목표다. 약 400억원을 투자해 포스코ICT에서 개발 중이다. 2023년 개발이 마무리되면 스마트 통합물류 시스템을 중심으로 더 효과적으로 물류를 관리할 수 있다는 게 김 대표의 설명이다.

포스코터미날은 스마트 통합물류 시스템을 갖추면, 정보기술(IT)을 토대로 공급망 전반을 관리할 수 있는 4자 물류 회사로 거듭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제품을 수출하는 과정에서 고객사 창고의 재고 수준까지 파악해 최적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는 의미다.

김 대표는 “좋은 품질의 제품을 싸게 만들면 잘 팔린다고 생각하는 시대가 있었지만, 이제 물건이 온전히 제때 도착하는지, 지연되면 얼마나 늦을지 등을 관리할 수 있는 능력도 갖춰야 한다”며 “스마트 통합물류 시스템을 통해 더 나은 서비스를 구축하고 2자 물류를 넘어 세계 무대에서 3자, 4자 물류까지 역량을 키워나가는 것이 기본 방향”이라고 말했다. 그는 스마트 통합물류 시스템이 갖춰지면 포스코그룹사와 해운·물류사, 국내 수출 기업 간 시너지가 생기고 그만큼 포스코터미날의 매출도 급증할 것으로 보고 있다. 포스코터미날의 연 매출은 과거 1400억원 규모였는데 올해는 2조원 이상으로 잡았다. 2030년까지 최소 4조원에서 최대 7조원 규모로 성장하는 것이 목표다.


“공급망 위기 단기 해결 어려워”

김 대표는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공급망 문제가 불거지면서 향후 물류의 중요성이 더 커질 것으로 전망했다. 매년 물동량은 지속해서 늘어나는데 환경 규제 등의 영향으로 노후 선박을 폐선하는 등 구조적 문제가 단기간에 해결되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는 “국제해사기구(IMO)의 환경 규제에 맞추려면 당장 선박들이 운항 속도를 낮춰서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여야 한다”며 “유효 선복량(적재 능력)이 줄어든다는 의미여서 공급망 문제가 상당 기간 이어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공급망 문제는 수출 중심인 우리나라 산업계에 위기 요인이다. 김 대표는 우리 해운·물류 산업이 더 성장하는 것만이 해법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대기업도 수출에 필요한 선박을 구하지 못해 전전긍긍하는 상황”이라며 “결국 국적선사 등의 역량이 더 강화돼야 하고 그래야 포스코터미날도 더 안정적으로 물류 사업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포스코터미날은 단순히 이익만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지속성을 갖고 국내 수출 산업에 기여하는 회사가 되겠다”고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