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윤 래디쉬 대표 겸 카카오엔터테인먼트 글로벌전략담당 옥스퍼드대학 정치·철학·경제학부, 전 바이라인 대표 / 사진 래디쉬
이승윤 래디쉬 대표 겸 카카오엔터테인먼트 글로벌전략담당 옥스퍼드대학 정치·철학·경제학부, 전 바이라인 대표 / 사진 래디쉬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지난 5월 북미 지역 웹소설 플랫폼인 래디쉬를 5000억원에 인수한다고 발표했다. 2016년 미국에서 설립된 래디쉬는 모바일 특화 영문 웹소설 콘텐츠 플랫폼이다. 영미권 시장을 기반으로 성장하며 2019년 22억원에 불과했던 매출은 지난해 10배 이상 늘어난 220억원을 기록했다. 앱 누적 다운로드 수는 400만 건을 넘어섰고, 월간 활성 이용자수(MAU)는 100만 명에 달한다.

웹소설 성공 신화를 쓴 이승윤(31) 래디쉬 창업자 겸 대표는 영국 옥스퍼드대 유학생 출신이다. 2012년 옥스퍼드대의 유명 학생회인 ‘옥스퍼드 유니언’ 최초의 한국인 회장으로 당선되며 주목받았던 그는 2014년 저널리즘 스타트업 ‘바이라인’을 창업했다. 크라우드펀딩을 받아 뉴스를 제작하는 형식의 스타트업이었으나 수익 창출에 어려움을 겪었고, 이후 웹소설로 눈을 돌려 래디쉬를 세웠다.

그가 미리보기형 소액결제 시스템을 기반으로 일군 웹소설 플랫폼 시장은 아마존도 뛰어들 만큼 경쟁이 가열되고 있다. 아마존은 7월 13일 연재 웹소설 플랫폼인 ‘킨들 벨라(Kindle Vella)’를 선보였다. 누구나 작가가 되어 웹소설을 플랫폼에 연재하고, 독자는 ‘토큰’을 구매해 각 에피소드를 미리 읽을 수 있다. 카카오의 경쟁사인 네이버 역시 지난 5월 캐나다 웹소설 플랫폼인 왓패드를 약 6500억원에 인수하는 절차를 완료했다. ‘이코노미조선’은 8월 2일 카카오엔터테인먼트 글로벌전략담당(GSO)을 겸하고 있는 이승윤 래디쉬 대표를 줌으로 인터뷰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카카오 인수 후 어떻게 지냈나
“래디쉬 대표로서 기업의 경영자로 계속 활동하면서 동시에 카카오엔터테인먼트 글로벌전략담당을 맡아 카카오엔터테인먼트의 북미 사업도 타파스 김창원 대표와 공동 총괄하고 있다. 전에 내 사업만 했을 때보다는 이 거대한 네트워크와 밸류체인을 어떻게 활용해야 할지에 대해 많이 고민하고 있다. 현지에서 직접 사업하면서 느꼈던 바를 많이 반영하고자 노력하는 중이다.”

웹소설의 해외 진출이 중요한 이유는
“우선 시장 규모가 더 크다. 미국 소설 시장은 10조원 규모다. 물론 미국은 전자책 사용이 보편화해 스마트폰 기반의 유료 웹소설 시장은 상대적으로 한국이 더 빨리 성장한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시장 규모 등을 고려했을 때 앞으로 해외에서의 성장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 지식재산권(IP)을 활용할 수 있는 더 많은 기회가 펼쳐진다는 점도 중요하다. 뱀파이어 로맨스인 ‘트와일라잇’이나 마법사 세상을 다룬 ‘해리 포터’, 초자연적인 힘이 등장하는 공포 소설을 다수 쓴 스티븐 킹, ‘다빈치 코드’로 유명한 댄 브라운 등만 봐도 국내와 달리 해외에선 장르 소설이 기성 출판계에서도 주류다. 그리고 이들 IP를 기반으로 영화, 드라마, 게임, 놀이공원 등 다양한 사업이 흥행했다. ‘해리 포터’라는 장르 소설 하나가 25조원의 가치를 만들어 냈다. 반면 한국에선 여전히 순수문학이 제도권 시장에서 주류다. 보다 다양한 장르를 포괄하고, IP를 활용할 기회가 많은 해외로 나간다면 국내 웹소설의 가능성이 더 커질 것이다.”

한국 웹소설이 미국 시장에서도 통할 거라고 보나
“당연하다. 이미 한국 가수와 드라마, 웹툰 등이 한국 문화의 고유성을 그대로 유지한 상태에서도 미국을 포함한 해외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지 않나. 특히 미국은 소수인종이 과반수인 국가, 즉 소수가 다수인 사회다. 일반적으로 미국을 떠올리면 백인 위주일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다. 이들은 자신이 사랑하는 드라마나 웹툰의 원작인 한국 소설을 읽고 싶어 한다.”


래디쉬 플랫폼에는 로맨스, 판타지 등 다양한 장르의 웹소설이 연재된다. 사진 래디쉬
래디쉬 플랫폼에는 로맨스, 판타지 등 다양한 장르의 웹소설이 연재된다. 사진 래디쉬

이러한 수요를 어떻게 확인하나
“이미 수만 명이 활동하는 한국 웹소설 온라인 팬 커뮤니티가 다수 존재한다. 이들은 아직 정식으로 번역되지 않은 인기 한국 웹소설을 자체적으로 불법 번역해 공유하고, 이야기를 나눈다. 카카오페이지 내 인기 웹소설인 ‘달빛조각사’는 이미 해외 커뮤니티에서 팬들이 자체적으로 번역한 해적판 8가지가 있다. 카카오페이지에서 웹소설로 연재할 때 누적 구독자가 500만 명을 돌파했던 소설인데, 이 소설을 영어로 읽고 싶어 하는 해외 팬이 이렇게나 많다는 사실이 놀랍다.”

래디쉬를 통한 카카오페이지 웹소설 해외 진출 계획은
“현재 ‘사내 맞선’ 등 카카오페이지 내 인기 국내 웹소설 다수를 번역하고 있는 단계에 있다. 올해 3~4분기에 번역본을 정식 공개할 예정이다. 다만 드라마나 웹툰과 비교했을 때 번역 양이 더 많고, 대화체가 아닌 긴 글이다 보니 정교한 번역 작업이 요구되어 시기를 명확하게 예상할 수는 없다. 래디쉬에서 북미 독자에게 큰 인기를 끌었던 영어 웹소설을 카카오 웹툰으로 만드는 과정도 지금 거치고 있다. 이렇듯 소설과 웹툰을 넘나들며 국내외 소비자를 사로잡을 수 있는 슈퍼 IP를 만드는 것이 목표다.”

직접 두 차례 창업을 하며 무엇을 배웠나
“두 차례 콘텐츠 스타트업을 창업하면서 느낀 것은 안정적인 수익 모델을 구축하기 위해서는 질 좋은 콘텐츠가 쉼 없이, 안정적으로 소비자에게 제공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뉴욕타임스나 이코노미스트 등이 유료 구독화에 성공하긴 했으나, 바이라인을 창업하면서 느낀 것은 인터넷이 발달하면서 무료 기사가 너무 많아 기사를 안정적으로 수익화하긴 어렵다는 점이다. 르포 형태의 저널리즘 등 한정된 기사를 제외하곤, 다음 회가 너무 궁금해서 결제하도록 유도할 수 있는 ‘연재식’ 저널리즘이 어렵기 때문이다. 반면 웹소설의 경우 다음 회를 기다리게 하는 ‘클리프행어’를 만드는 것이 쉽다. 독자를 궁금하게 해 결제를 유도할 수 있다. 이런 스킬을 가장 잘 구사하는 사람들이 바로 드라마 작가다. 이 때문에 드라마 작가 출신을 다수 고용해 다량의 웹소설을 공동 집필하게 했다. 그 결과 래디쉬는 약 6500개의 에피소드를 쉼 없이 생산할 수 있었다. 플랫폼에서 가장 큰 인기를 끌고 있는 늑대인간 로맨스 소설 ‘톤 비트윈 알파(Torn Between Alphas)’는 매일 5개씩 에피소드가 올라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