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삼성전자 갤럭시 Z 플립, 모토롤라 레이저. 두 제품은 위아래로 조개껍데기처럼 접을 수 있는 폴더블폰이다. 사진 블룸버그
왼쪽부터 삼성전자 갤럭시 Z 플립, 모토롤라 레이저. 두 제품은 위아래로 조개껍데기처럼 접을 수 있는 폴더블폰이다. 사진 블룸버그

폴더블(foldable·화면이 접히는)폰 전쟁 2라운드가 시작됐다. 모토롤라는 2월 6일(이하 현지시각) ‘레이저’, 삼성전자는 2월 11일 ‘갤럭시 Z 플립’ 이름을 단 폴더블폰을 선보였다. 두 모델은 조개껍데기처럼 접는 클램셸(clamshell·조개껍질) 디자인으로 2000년대 초반에 인기를 모았던 ‘폴더폰’을 연상시킨다.

시장의 평가는 갤럭시 Z 플립에 더 높은 점수를 주고 있다. 두 제품의 디스플레이와 접었을 때 크기는 비슷하지만 힌지(경첩) 내구성과 카메라 성능 면에서 갤럭시 Z 플립이 우세하다는 것이 업계의 평가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삼성이 개선된 폴더블폰을 내놓았다”며 “갤럭시 Z 플립은 지금으로선 가장 좋은 폴더블폰”이라고 평가했다.

삼성전자가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공개한 갤럭시 Z 플립은 이 회사의 두 번째 폴더블폰이다. 삼성이 지난해 출시한 첫 폴더블폰인 ‘갤럭시 폴드’는 책처럼 좌·우로 접는 방식이었다. 이와 달리 갤럭시 Z 플립은 여성 화장품처럼 위아래로 접힌다.

갤럭시 Z 플립은 중간에 탑재된 힌지 덕분에 접힌다. 완전히 접었을 때 크기는 가로 7.36㎝, 세로 8.74㎝. 한 손에 쥘 수 있을 만큼 작고 바지 주머니에 넣었을 때 밖으로 삐져나오지 않는 크기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갤럭시 폴드가 화면을 펼치는 방식으로 대화면 시대를 선도했다면 갤럭시 Z 플립은 디스플레이를 접어 콤팩트한 크기로 개성을 드러내면서 또 다른 폴더블 경험을 제공한다”고 말했다.

갤럭시 Z 플립은 직각은 물론 70도, 140도 등 다양한 각도로 접어 고정할 수 있다. 별도의 지지대가 없어도 여러 각도에서 균형을 유지한 상태로 사용할 수 있다. 사람의 힘 없이는 저절로 닫히거나 열리지 않는다. 이 때문에 일정 각도로 접어 책상 위에 세운 다음 양손이 자유로운 상태에서 셀카를 찍거나 영상 통화, 동영상 시청 등을 할 수 있다.

갤럭시 Z 플립은 접으면 1.1인치 화면이 겉면에 표시된다. 이를 통해 시간, 날짜, 배터리 상태와 알람 등을 확인할 수 있다. 펼쳤을 때 화면 크기는 6.7인치다. 갤럭시 Z 플립은 한 화면에서 두 가지 앱을 사용할 수 있는 ‘멀티 액티브 윈도’ 기능을 지원한다. 예를 들어, 상단 절반 화면으로 유튜브를 보고, 하단 화면을 이용해서는 동영상에 나온 내용 중 궁금한 것을 검색할 수 있다.


왼쪽부터 6.2인치 디스플레이를 탑재한 ‘갤럭시 S9플러스’와 6.7인치 ‘갤럭시 Z 플립’을 반으로 접어 호주머니에 넣은 모습이다. 갤럭시 Z 플립은 바지 주머니 밖으로 튀어나오지 않는다. 사진 월스트리트저널(WSJ)
왼쪽부터 6.2인치 디스플레이를 탑재한 ‘갤럭시 S9플러스’와 6.7인치 ‘갤럭시 Z 플립’을 반으로 접어 호주머니에 넣은 모습이다. 갤럭시 Z 플립은 바지 주머니 밖으로 튀어나오지 않는다. 사진 월스트리트저널(WSJ)

추억 자극했지만 품질 논란 ‘레이저’

모토롤라는 삼성전자보다 앞선 2월 6일 레이저를 선보였다. 모토롤라 하면 떠오르는 폴더폰 ‘레이저(2004년 출시)’와 비슷한 디자인으로 ‘레트로’ 유행을 따랐다. 폴더폰 레이저는 2004년 출시 이후 전 세계에서 1억3000만 대가 팔린 인기 모델이다.

이번에 출시한 레이저를 접었을 때 나오는 외부 디스플레이 크기는 2.7인치로 갤럭시 Z 플립보다 크다. 외부 디스플레이에 시간, 날짜, 알람 등이 표시된다. 펼쳤을 때 화면은 6.2인치로 갤럭시 Z 플립보다 작다. 문제는 제품 디자인과 크기보다 내구성 논란이 불거졌다는 데 있다.

과거의 영광을 재현한 디자인을 선보이며 대중의 관심을 모으는 데는 성공했지만, 품질은 기대 이하라는 평가가 이어지고 있다. 폴더블폰의 생명이라고 할 수 있는 경첩에 문제가 있다는 평가가 주를 이룬다.

WSJ은 “레이저를 접을 때마다 경첩이 삐걱거리고, 디스플레이가 쭈글쭈글해지는 소리가 난다”며 “자세히 보면 디스플레이가 위로 올라와 구부러진다”고 혹평했다. WSJ은 “1500달러짜리 스마트폰에서 녹슨 낡은 문에서 날 법한 소리가 난다”고 비판했다. 반면 갤럭시 Z 플립에 대해선 “경첩이 훨씬 더 견고하며 화면도 위로 들리지 않는다”고 평가했다.

여기다 미국 정보기술(IT) 전문 매체 시넷이 미국 제품 보증 전문업체 스퀘어트레이드에 의뢰해 레이저를 10만 번 접는 테스트를 진행한 결과, 2만7000번을 넘어서자 더는 레이저가 접히지 않았다. 시넷은 “디스플레이 결함은 없었고 소프트웨어(SW)도 정상적으로 작동했지만, 힌지 부분에 문제가 있었다”며 “매우 강한 힘을 줘야 접혔고, 접힐 때 부러지는 소리가 났다”라고 분석했다. 시넷은 “사람들이 하루 평균 스마트폰을 100번 켜고 끈다는 것을 고려하면, 레이저 힌지가 9개월 동안만 제대로 접힌다는 뜻”이라고 덧붙였다.

물론 실험은 일반적인 사용 환경과 차이가 있을 수 있다. 다만, 삼성전자가 지난해 내놓은 갤럭시 폴드는 2019년 10월 같은 환경에서 진행한 실험 결과 12만 번을 버텼다. 미국 IT 전문 매체 더버지는 “레이저 힌지 부분이 삐걱거리고 카메라 성능도 좋지 않다”며 “10점 만점에 4점”이라고 혹평했다.

디스플레이 평가에서도 갤럭시 Z 플립이 더 나은 평가를 받았다. WSJ은 “레이저의 디스플레이는 유리처럼 부서지지는 않겠지만 긁히기 쉽다”고 했다. 갤럭시 Z 플립에 대해선 “화면에 얇은 유리 층을 추가해 레이저 화면과 차이가 있다”고 평가했다. 레이저의 디스플레이는 플라스틱이다. 반면 갤럭시 Z 플립은 전작인 갤럭시 폴드 화면에 적용한 플라스틱 소재인 투명 폴리이미드(CPI)에 유리 소재인 초박형 유리(UTG·Ultra Thin Glass)를 덧댔다.


Plus Point

갤럭시 Z 플립 효과? 삼성전자 주가 상승

삼성전자 주가가 갤럭시 Z 플립 출시와 더불어 상승했다. 삼성전자 주가는 갤럭시 Z 플립 공개 하루 전인 2월 11일부터 오르기 시작해 17일까지 3% 넘게 뛰었다.

폴더블폰 관련 주도 함께 올랐다. 폴더블폰 핵심 부품인 힌지(경첩)를 생산하는 KH바텍은 2월 12일부터 18일까지 17% 이상 상승했다. 이외에 폴더블 관련 소재를 생산하는 SKC코오롱PI, 이녹스첨단소재 주가도 상승세를 나타냈다.

최보영 교보증권 연구원은 “갤럭시 Z 플립이 출시된 이후 관련 업체인 KH바텍, 파인테크닉스, 세경하이테크의 주가 상승이 돋보인다”며 “갤럭시 Z 플립의 판매 호조로 실적 개선이 기대된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