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라크 다을르올루 터키 투자청장 IE비즈니스스쿨 재무학 석사, 전 터키 투자청 부청장, 현 터키 국부펀드 이사회 위원 / 사진 채승우 객원기자
부라크 다을르올루
터키 투자청장 IE비즈니스스쿨 재무학 석사, 전 터키 투자청 부청장, 현 터키 국부펀드 이사회 위원 / 사진 채승우 객원기자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견고했던 글로벌 가치사슬(GVC)이 변곡점을 맞고 있다. 지난해 초 발생한 팬데믹(pandemic·감염병 대유행)으로 ‘세계의 공장’인 중국이 멈추면서 글로벌 생산 협업 체제에 대한 우려를 키웠다. 위기 관리 차원에서 특정국에 의존해온 GVC 전략을 재설계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GVC 다각화를 위해 대안으로 떠오르는 국가는 멕시코, 인도, 베트남, 터키 등이다. 특히 터키는 유럽과 아시아를 위한 새로운 글로벌 공급망의 대안이 될 것이라 자신하고 있다. 터키가 유럽, 아시아, 중동 및 아프리카 지역을 연결하는 지리적 요충지인 데다 자동차, 기계 산업 등 제조업이 발달한 국가이기 때문이다.

부라크 다을르올루(Burak Daglioglu) 터키 투자청장은 9월 14일 서울 장충동 신라호텔에서 ‘이코노미조선’을 만나 “터키는 지정학적 위치, 높은 경제 성장률, 많은 인재를 바탕으로 주목받고 있다”며 “코로나19 팬데믹으로 글로벌 공급망이 변화하는 시기, 새로운 승자가 되겠다”고 말했다.

터키의 자신만만함에 근거가 없는 것은 아니다. 글로벌 신용평가사 피치는 앞서 “글로벌 공급망 변화로 터키가 수혜를 볼 것”이라고 전망했다. 포드, 도요타, 네슬레, GE 헬스케어, 크나우프, GSK, 화웨이 등 글로벌 기업도 이미 터키 내 R&D(연구개발)센터, 생산 공장, 수출 허브 등을 운영하고 있는 상황이다. 다음은 부라크 다을르올루 터키 투자청장과 일문일답.


현대차는 1997년 유럽과 중동, 아프리카, 아시아가 맞닿아 있는 터키에 해외 첫 공장을 지었다. 터키 공장에서는 현지화된 전략 차종을 생산하며, 터키 인근 지역으로도 차량을 수출하고 있다. 사진 현대차
현대차는 1997년 유럽과 중동, 아프리카, 아시아가 맞닿아 있는 터키에 해외 첫 공장을 지었다. 터키 공장에서는 현지화된 전략 차종을 생산하며, 터키 인근 지역으로도 차량을 수출하고 있다. 사진 현대차

팬데믹 시기 터키의 경제 상황은 어땠나.
“지난해 팬데믹으로 국제 원자재 공급 및 수요에 어려움이 있었고, 수에즈 운하 사고 등 국제 물류에도 문제가 발생했다. 팬데믹으로 많은 국가가 산업 활동을 중단하고 수출입 길이 막히자, 많은 기업은 제품의 국산화, 인근 지역 아웃소싱 등의 전략을 고려하기 시작했다. 터키는 코로나19로 전 세계가 휘청일 때도 경제 활동을 중단시키지 않고 공급망이 끊기지 않도록 많은 대책을 마련했다. 광범위한 재정 정책을 마련해 기업 및 가계의 부담을 낮추는 지원책을 적극적으로 실시하면서도 제조업 분야의 투자, 생산을 지속했다. 이 때문에 터키는 코로나19로 글로벌 공급망이 변화할 때 기회를 잡을 수 있었다. 다양한 글로벌 기업이 새롭게 터키를 공급망으로 삼고 나섰다. 지난해 전 세계 외국인직접투자(FDI)는 전년 대비 35% 감소했는데, 터키는 15% 감소에 그쳤다. 터키는 올해 1~7월 60억달러(약 7조2000억원)를 투자 유치하기도 했다. 이는 전년도 같은 기간 대비 37% 늘어난 수준이다. 수출 등 경제 상황도 좋은 편이다. 올해 상반기 수출은 전년 대비 40% 늘어난 1050억달러(약 126조원)로, 사상 최대치였다.”

터키가 글로벌 가치사슬 승자가 될 것이라 자신하는 이유는.
“지정학적 위치, 높은 경제 성장률, 인재를 꼽을 수 있다. 터키는 유럽과 아시아 대륙을 잇는 유일한 국가이자 두 개 대륙에 걸쳐 있는 나라다. 유럽 지역으로 진출하는 거점으로서의 가치가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터키는 2010~2018년에 평균 5% 이상의 높은 경제 성장률을 기록했고, 특히 지난해 3분기부터 경제 성장률이 급격한 회복세를 보여왔다. 올해 2분기 국내총생산(GDP)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21.7% 증가했다. 1999년 이래 가장 높은 수준의 성장률이다. 젊은 인재도 많은 편이다. 터키 인구는 8500만 명을 넘었고, 2000년 이후 매년 약 100만 명씩 늘고 있다. 연간 대학 졸업자도 80만 명에 달하는 등 재능 있는 인재가 많다. 터키와 비교할 만한 다른 동유럽 국가보다 고학력 인재가 많은데, 인건비는 더 저렴한 편이다. 터키의 인건비는 시간당 5.8달러 수준으로, 중국과 비슷하다.”

유럽연합(EU)이 탄소 국경세를 도입하는 등 주요국의 환경 규제가 늘고 있다. 이에 대한 준비는.
“터키는 ‘지속 가능한 경제’를 추구한다. 터키 정부는 지속 가능한 성장, 탄소 중립을 위해 국가 단위의 그린딜 계획을 수립했다. 석유, 천연가스 등 해외 자원 에너지의 수입을 줄이고 신재생에너지 분야로의 전환을 꾀하고 있다. 특히 풍력, 태양열을 통한 전력 생산량 증가에 집중하고 있다. 올해 터키의 신재생에너지 생산량은 전년 대비 20% 증가하면서 OECD 평균 증가율(12%)을 웃돌았다. 2023년까지 전력의 30%를 신재생에너지로 공급한다는 목표를 세운 상황이다. 2017년부터 제로웨이스트(Zero-waste) 운동의 일종인 ‘스프르 아트크(SIFIR ATIK) 프로젝트’도 시행하며 재활용을 강조하고 있다.”

터키에 투자를 많이 하는 지역은 어디인가.
“과거(2003~2010년) 터키의 FDI 중 EU가 차지하는 비중은 73.1%에 달하고, 아시아 비중은 12.3%에 그쳤다. 하지만 최근 들어서는 아시아 국가의 투자가 늘었다. 2011~2020년 기준, EU의 비중은 61.2%로 줄었고, 아시아는 22.2%로 늘었다. 앞으로 아시아 지역과 더 많은 경제 협력을 하는 게 목표다.”

한국과 터키의 경제 협력 상황은.
“터키는 한국과 오랜 기간 협력해 왔다. 한국은 2003년부터 2020년까지 터키에 2조8000억원을 투자했으며, 현재 터키에는 약 380개의 한국 기업이 진출해 있다. 현대차, 삼성전자, LG전자, 효성, CJ, GS, 셀트리온 등 한국의 대기업들이 공장을 설립하거나 파트너십을 맺었다. 풍력에너지 기업 씨에스윈드는 터키에 생산법인을 증설하려고 나선 상황이다. 앞으로도 한국과 국가, 기업 차원에서 꾸준히 협력할 수 있도록 노력하려고 한다.”

터키의 대표적인 산업 분야는 무엇인가. 한국 기업이 관심을 두면 좋을 분야는.
“터키의 대표적인 산업 중 하나는 자동차 및 자동차 부품 산업이다. 터키가 유럽의 생산 공장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자동차와 자동차 부품 분야에 있어서는 유럽이 전체 수출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기도 하다. 이 때문에 현대차는 1997년부터 터키에 현지 생산 공장을 세우고 인근 지역에 수출하고 있고, 생산 설비를 늘리고 있다. 미국 포드자동차는 올해 3월 코로나19가 지속하는 상황에도 터키에 조인트 벤처를 세우고 합작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이외에도 기계·소비자 가전 등 산업이 발달해 있어 기계·가전 업체가 많이 진출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