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6월 4일 미국 네바다주에 있는 MGM 그랜드 호텔 앤드 리조트의 옥외 전광판에 ‘개장(now open)’이라는 문구가 노출됐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탓에 두 달 넘게 문을 닫았던 라스베이거스 소재 호텔과 카지노는 이날 0시 1분을 기점으로 다시 문을 열었다. 사진 블룸버그
2020년 6월 4일 미국 네바다주에 있는 MGM 그랜드 호텔 앤드 리조트의 옥외 전광판에 ‘개장(now open)’이라는 문구가 노출됐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탓에 두 달 넘게 문을 닫았던 라스베이거스 소재 호텔과 카지노는 이날 0시 1분을 기점으로 다시 문을 열었다. 사진 블룸버그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탓에 휘청이는 카지노 산업에 과감하게 ‘베팅’한 인터넷 기업이 있다. 바로 온라인 데이트 애플리케이션 ‘틴더’와 온라인 여행사 ‘익스피디아’의 모기업 인터액티브코퍼레이션(IAC)이다. 두 회사의 ‘이종결합’은 온라인 카지노 시장을 정조준했다.

8월 10일 뉴욕타임스, CNBC 등 외신 보도에 따르면 미국 인터넷·미디어 기업 IAC가 글로벌 카지노 기업 MGM 그랜드 호텔 앤드 리조트(MGM리조트) 지분 12%를 인수했다고 밝혔다. 인수 금액은 10억달러(약 1조1800억원)다. 배리 딜러 IAC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는 “MGM리조트의 전체 매출에서 온라인 게이밍(사행성 오락) 부문이 차지하는 비중은 작지만, 우리가 MGM리조트에 관심을 가진 이유는 이 때문이다”라며 “이미 오프라인 영역에서 인상적인 행보를 보인 MGM리조트와 협업해 온라인 게이밍 부문 성장을 이끌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IAC는 온라인 데이트 애플리케이션 틴더·힌지·오케이큐피드 등으로 미국 온라인 데이트 시장의 22%를 차지하는 매치그룹의 모회사다. 온라인 여행사 익스피디아도 자회사다. 코로나19 확산 이전부터 새 먹거리를 찾던 IAC는 온라인 사행산업의 성장 가능성에 주목해, MGM리조트 지분 투자를 단행하게 됐다. 카지노와 같은 사행산업은 아직 디지털화가 안 된 대표적 분야로, 디지털화를 통해 새로운 사업 기회를 모색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미국에서 온라인 카지노는 뉴저지·델라웨어·펜실베이니아주 등 극히 일부 주에서만 허용하는 등 아직 걸음마 단계이지만, 빠르게 성장 중이다. 2013년 미국에서 가장 먼저 온라인 카지노를 합법화한 뉴저지주의 경우 온라인 카지노 사업체 수익이 2013~2017년 5년간 총 9억2500만달러(약 1조1000억원)였는데, 2018년 한 해에만 3억달러(약 3600억원)를 웃돌았다.

특히 코로나19 확산 이후 카지노 기업 주가가 곤두박질치면서 IAC에는 MGM리조트 지분을 저가 매수할 기회가 됐다. 배리 회장은 “만약 올해 초 10억달러로 MGM리조트 지분을 샀다면 지분 6%밖에 취득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밝혔다. IAC는 MGM리조트 지분 인수를 알리는 주주 서한에서도 “MGM리조트 지분 인수는 IAC가 온라인 분야에서 브랜드 가치를 높일 수 있는, 10년에 한 번 오는 기회”라며 “IAC는 항상 자본 시장에서 기회를 잘 포착해왔고, 지금은 매우 중요한 순간”이라고 설명했다.

IAC의 투자 소식은 코로나19 탓에 침체에 빠진 카지노 산업에 모처럼 찾아든 희소식이다. IAC가 지분 투자를 발표한 날 MGM리조트 주가는 13% 이상 폭등했고, 경쟁사인 윈리조트 주가 역시 10% 가까이 올랐다. 지난 3월 코로나19가 본격적으로 확산하면서 미국 전역의 카지노가 줄줄이 문을 닫았고, 주가도 큰 폭으로 떨어졌다.


대부분 카지노가 여름부터 영업을 재개했지만, 아직 정상화 단계에 이르지 못했다. ‘미국 3대 카지노(MGM리조트·윈리조트·라스베이거스샌즈)’로 꼽히는 MGM리조트조차 올해 2분기 8억5700만달러(약 1조200억원)의 순손실을 냈다. 지난해 2분기 4300만달러(약 509억원)의 순이익을 낸 데서 크게 뒷걸음쳤다.

카지노를 비롯해 사행산업의 디지털화는 코로나19를 계기로 한층 더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글로벌 컨설팅 업체 그랜드뷰리서치에 따르면 미국의 온라인 사행산업 시장 규모는 2019년 596억달러(약 70조6000억원)에서 연평균 11.5%씩 성장, 2027년 1273억달러(약 150조7900억원)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인터넷과 디지털 기기 보급 확대와 규제 완화를 비롯해 사행성 오락에 대한 사회적 인식의 변화가 시장 성장 요인으로 꼽혔다. 코로나19라는 변수가 더해진다면 온라인 사행산업 성장세가 더욱더 가팔라질 수도 있다.

국내에서도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사행산업의 디지털화에 속도를 내야 한다는 업계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국내에서 가장 큰 규모의 사행산업인 경마 관계자들은 ‘온라인 마권 발매’ 합법화를 요구하고 있다. 마사회는 코로나19가 확산하던 2월 23일 경마공원 휴장을 결정한 뒤 6월 19일부터 ‘무고객(마주만 입장 허용)’ 경마를 재개했지만, 고객이 없어 매출이 발생하지 않기는 마찬가지였다. 현행 한국마사회법상 마권은 경마장이나 장외발매소 등 오프라인에서만 살 수 있다. 하지만 코로나19 탓에 경마공원과 장외발매소가 모두 문을 닫으면서 일반 고객의 경마 참여가 사실상 차단됐다.

온라인 마권 발매 허용은 세계적 추세다. 영국·프랑스·독일·미국·일본·홍콩 등에서 말 산업 활성화를 위해 온라인 마권 발매를 허용한다. 특히 한국과 환경이 비슷한 일본의 경우 온라인 발매를 허용하면서 장외발매 비중이 63%에서 27%로 크게 줄었다.


Plus Point

위챗 사용 금지는 美 카지노 기업에 ‘악재’?

마카오에 있는 미국계 카지노 호텔 ‘윈마카오’.
마카오에 있는 미국계 카지노 호텔 ‘윈마카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중국 채팅 애플리케이션 위챗 금지로 마카오 내 미국계 카지노 기업이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됐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8월 11일 전문가의 말을 인용해 “도박이 불법인 중국 본토에서 카지노 광고가 금지다”며 ”이에 카지노 기업은 고객 유치를 위해 소셜미디어를 이용하는데, 만약 위챗 채널을 이용할 수 없게 되면 미국계 기업은 경쟁 업체보다 심각하게 불리한 처지에 놓이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미국 라스베이거스를 제치고 세계 최대 카지노 도시로 부상한 마카오는 미국 카지노 기업들이 놓쳐서는 안 될 소중한 시장이다. 그런데 마카오 카지노 매출의 80~90%를 창출하는 중국 본토 고객을 유치하는 데 위챗은 필수 불가결한 수단이라고 할 수 있다. 현재 마카오의 6개 카지노 기업 중 윈리조트·MGM리조트·라스베이거스샌즈 등 세 곳이 미국계 기업이다. 카지노 기업의 법률 고문을 맡았던 카를로스 로보 변호사는 SCMP와 인터뷰에서 “미국계 기업에 대한 위챗 금지는 멜코·SJM홀딩스·갤럭시 등 마카오 내 비(非)미국계 기업에는 ‘횡재’와 같은 일이 될 것”이라고 봤다.

더구나 모바일 결제에 익숙한 중국 본토 고객은 마카오에서도 ‘위챗페이’ 등을 통해 온갖 결제를 한다. 이에 미국 기업의 위챗 사용이 금지되면 중국 고객이 미국계 카지노를 멀리할 가능성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