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레버 밀턴유타밸리주립대 중퇴, SGS 알람스(SGS Alarms), 어필러닷컴(upillar.com), 디하이브리드(dhybrid), 디하이브리드 시스템스(dhybrid systems) 창업 / 사진 니콜라
트레버 밀턴
유타밸리주립대 중퇴, SGS 알람스(SGS Alarms), 어필러닷컴(upillar.com), 디하이브리드(dhybrid), 디하이브리드 시스템스(dhybrid systems) 창업 / 사진 니콜라

“‘니콜라는 사기를 치고 있다’ ‘회사 자체가 가짜다’ ‘실제 생산 공장을 짓는 일 따위는 절대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나는 소셜미디어에서 매일 이런 부정적인 반응과 마주할 때마다 오히려 더 강한 동기를 부여받고 미친 듯이 일했다. 그리고 우리는 아무도 예상하지 못할 만큼 빠른 시점인 오늘, 이렇게 생산 공장의 첫 삽을 뜨게 됐다. 가차 없는 비난과 의심이 오히려 조력자가 됐다.”

트레버 밀턴 니콜라 창립자 겸 최고경영자(CEO)는 7월 23일(이하 현지시각) 미국 애리조나주 쿨리지에서 열린 공장 착공식 단상에 올라 이렇게 말했다. 수소 트럭 회사인 니콜라는 6월 4일 미국 나스닥 시장에 상장한 이후부터 줄곧 끊임없는 논란에 시달려왔다. 일각에서는 “니콜라를 ‘제2의 테슬라’가 아닌 ‘제2의 테라노스(실리콘밸리 역사상 최대의 사기극)’라고 불러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니콜라가 이처럼 대중의 의구심을 받아온 것은 아직 ‘실제 제품(수소 트럭)은 시장에 단 한 대도 내놓지 못한 회사’이기 때문이다. 또 니콜라는 수소 트럭 제조뿐만 아니라 수소 충전소 인프라 확보, 연료용 수소 생산 및 공급까지 사업 영역으로 제시하고 있는데, ‘이렇게 방대한 과제를 일개 스타트업이 할 수 있을까’라는 의문 부호도 있다. 니콜라는 이탈리아 상용차 제조업체 이베코(IVECO)와 독일 부품사 보쉬(Bosch), 한화그룹 등과 협업해 이러한 과제들을 차근차근 해결해나갈 계획을 세웠다.

니콜라가 제시한 사업 청사진은 분명 매력적이다. 기후변화로 전 세계 각국이 잇달아 내연기관 규제를 강화하며 머잖아 모든 ‘신(新)차’는 전기차가 될 거란 예측이 기정사실이 된 가운데, 자동차 업계는 화물 트럭의 경우 배터리 전기자동차(BEV·Battery Electric Vehicle)가 아닌 니콜라와 같은 수소연료전지차(FCEV·Fuel Cell Electric Vehicle)가 더 경쟁력이 있다고 보고 있기 때문이다. 8월 12일 종가 기준 약 162억달러(약 19조1800억원)에 달하는, 기아자동차(약 18조3400억원)와 비슷할 정도인 니콜라의 시가총액이 이러한 기대감을 대변한다.

‘이코노미조선’은 트레버 밀턴 CEO와 서면 인터뷰를 7월 13일(한국시각) 진행했다. 밀턴 CEO는 “니콜라 모터스와 같은 회사를 세우는 것은 어린 시절부터 품어온 큰 꿈이었고, 이를 위해 일찍부터 여러 개의 회사를 연쇄 창업하며 다양한 경험을 쌓아왔다”며 “니콜라의 세미트럭과 픽업트럭인 배저(badger)에 수천, 수만 건의 사전 주문이 접수되며 대중의 호응이 뜨거웠던 것은 (이런 경험을 통해) 시장을 그만큼 잘 이해하고 있었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7월 23일(현지시각) 미국 애리조나주 쿨리지에서 열린 니콜라 공장 착공식에서 참가자들이 첫 삽을 뜨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가장 왼쪽이 트레버 밀턴 니콜라 CEO. 사진 니콜라
7월 23일(현지시각) 미국 애리조나주 쿨리지에서 열린 니콜라 공장 착공식에서 참가자들이 첫 삽을 뜨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가장 왼쪽이 트레버 밀턴 니콜라 CEO. 사진 니콜라

대학을 자퇴하고 연쇄 창업을 시작해 여기까지 왔다. 그동안의 창업 경험에 대해 이야기해달라.
“가장 처음 창업한 경보감시 회사, ‘SGS 알람스(SGS Alarms)는 나에게 있어 ‘사업’이라는 것을 배우는 첫 번째 수업이었다. 카메라를 비롯한 하드웨어에 대해 처음 배우는 계기도 됐다. 이어 창업한 전자상거래 회사 ‘어필러닷컴(upillar.com)’을 통해 소프트웨어 전반에 대해, 그리고 ‘어떻게 하면 복잡한 소프트웨어 조직을 꾸리고 제품을 구축하는가’에 대해 처음 배웠다. ‘제로 이미션(zero emission·배기가스 제로)’에 눈을 뜬 것은 ‘디하이브리드(dhybrid)’를 창업하면서였다. 디젤 엔진을 재교정해 더 깨끗하게 작동시키는 법에 대해 배웠다. 이어 창업한 ‘디하이브리드 시스템스(dhybrid systems)’에서 나는 수소·천연가스 고압 저장장치 분야의 리더가 됐다. 앞선 모든 회사의 조합물이 바로 니콜라다.”

그렇지만 앞선 네번의 창업이 모두 성공한 것은 아니었다. 본인의 링크드인에 스스로 ‘두 번이나 크게 실패해 모든 것을 잃는 아픔을 겪었다’고 썼다. 몇 번이고 다시 일어날 수 있었던 힘은 어디에서 나왔나.
“내 삶의 즐거움은 새로운 것을 창조하고, 기존에 있던 것들을 더 효율적으로 만드는 데서 온다. 이건 내 DNA에 각인된 특질이고, 문제를 해결하는 여정에서 오는 영감은 내 영혼을 한껏 충만하게 한다. 실패는 중요하지 않다.”

‘니콜라와 같은 회사’, 즉 전기차 기업을 만들겠다는 꿈을 갖게 된 것은 어떤 계기였나.
“처음 사업을 시작했을 때부터, 아니 여섯 살 때부터다. 어린 나는 기관차 엔지니어였던 아버지를 따라 기차를 자주 탔다. 아버지는 이렇게 길고 무거운 기차가 철로를 달릴 수 있는 것은 정교하고 효율적인 ‘전동식 파워트레인’ 덕분이라고 차근차근 가르쳤다. 그때부터 나의 여정이 시작됐다.”

‘기차를 좋아한다’는 것이 ‘전동식 파워트레인을 이용한 육중한 화물트럭을 직접 만들고 싶다’는 꿈으로 이어졌다니 독특하다. 그런 도전 정신과 창조력, 사업 마인드는 당신이 태어날 때 타고난 개성인가.
“그렇다. 나 자신도 ‘굉장히 독특한 개성을 타고났다’고 생각한다. 학교에서 좋은 성취도를 내지도 못했고, 책을 읽는 것도 싫어했다. 대신 무엇이든 행동하는 것에서 즐거움을 누리는 아이였고, 내가 배운 것은 대부분 시행착오를 통해 체득한 것이었다. 부모님은 이런 나를 전적으로 지원하셨다. 나는 ‘모든 것은 가능하다’는 창조적인 마인드를 갖게 됐고, 이는 마침내 내 도전으로 세상을 바꾸고 싶다는 열망으로 발현됐다. 이를 실현하기 위한 수단인 ‘비즈니스’는 내겐 숨 쉬는 것처럼 자연스러운 활동이다.”

당신은 결국 현대의 발명가, 즉 스타트업 CEO가 될 운명이었던 것 같다. ‘세상을 바꾼 발명가’인 니콜라 테슬라를 추종하는 것도 이 때문인가.
“그렇다. 니콜라 테슬라는 역사에 몇 없는 진정한 혁신가, 혹은 천재였다. 그는 마치 대부분의 사람이 색을 보는 것처럼 에너지를 볼 수 있었다. 나아가 그는 다른 누구도 할 수 없는 방법으로 에너지를 이용할 수 있었다. 그가 인류에게 미친 영향은 수억 명이 이룰 수 있는 것보다 컸다. 그의 창조물(전기)은 지구상 모든 인류에게 닿지 않았나. 내가 니콜라 테슬라를 추종하며, 그의 이름을 사명으로 삼은 이유다.”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도 앞다퉈 수소 트럭 시장에 참전하고 있다. 치열한 경쟁의 틈바구니에서 니콜라가 내세울 수 있는 강점은 무엇인가.
“우리가 우세한 영역은 ‘연비 장악력’이다. 모든 화물 회사는 수익성을 높이기 위해 연비를 최우선으로 생각한다. 니콜라는 수소 트럭 제조 회사인 동시에 수소 연료를 생산하고 유통하는 회사이기도 해서, 미국 역사상 유례없는 최고의 연비를 제공할 수 있다. 우리가 목표로 하는 시장인 기업용 화물트럭은 대부분 이동 경로가 정해져 있는데, 이를 기반으로 수소 충전소를 700여 곳 정도 설치할 계획이다. 니콜라뿐만 아니라 다른 제조사의 수소연료전지차도 물론 이 충전소를 이용할 수 있다. 일단 미국 전역에 수소 충전소 인프라를 확보하고 나면, 일반 소비자까지 저변을 넓히는 것은 아주 쉬운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