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그네타 리징(Agneta Rising) 바텐폴 부사장, 유럽원자력학회 회장, 스웨덴원자력학회 회장, 세계여성원자력전문인회 회장 / 사진 고운호 조선일보 기자
아그네타 리징(Agneta Rising)
바텐폴 부사장, 유럽원자력학회 회장, 스웨덴원자력학회 회장, 세계여성원자력전문인회 회장 / 사진 고운호 조선일보 기자

“한국은 세계 원자력 산업의 자산인데, 역량이 사라진다고 하니 안타깝다.”

아그네타 리징 세계원자력협회 사무총장은 6월 20일 서울 소공동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조선비즈’와 인터뷰하며 이같이 말했다. 리징 사무총장은 원자력이 여전히 성장 가능성이 큰 에너지 산업이고 미세먼지 문제의 해결책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한국 정부와 여당은 ‘탈원전’이 세계적 트렌드라고 국민에게 강조한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 직후 정체기가 있었지만 원전 산업은 계속 상승세다. 현재 글로벌 전력 발전의 10~11%를 차지한다. 50기의 원전이 건설 중이다. 세계에서 정치적인 의사결정으로 원전 비중을 축소하는 국가는 단 한 곳뿐이다. 바로 독일이다. 많은 나라의 국민이 원전 이용을 지지하고 있다.”

프랑스, 일본, 영국 등이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신규 원전을 건설하거나 원전 비중 축소를 연기하고 있는데.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달성하려면 원전 비중을 늘려야 한다는 것을 많은 국가가 깨닫게 됐기 때문이다. 화석연료를 대체하면서 온실가스를 줄이는 가장 빠르고 효과적인 방법은 ‘원자력’이다. 매년 세계에서 600만~700만 명이 대기오염 때문에 조기 사망하고 있다.”

원전이 미세먼지 해결책이 될 수 있나.
“원전이 화석연료를 대체한다면 즉시 대기오염 문제를 개선할 수 있다. 캐나다 온타리오주에선 원전이 가동되면서 석탄화력발전소를 폐쇄했더니 즉각적으로 주민들의 건강이 좋아졌다. 호흡기 질환이나 천식은 물론 심장마비도 감소했다.”

2009년 UAE 건 이후로는 한국이 원전을 추가로 수출하지 못하고 있다.
“UAE에 4기의 원자로를 수출했을 때 적기 건설과 비용·품질 측면에서 한국의 역량은 입증됐다. 원전은 자동차나 비행기처럼 한 번 제품을 팔고 끝나는 산업이 아니다. 국가 차원에서 백년대계가 필요하다. (원전 건설을 맡기는 국가 입장에선) 지속적인 관리역량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꾸준히 관리해줄 역량이 없다면 리스크 요인이다. 국내에서 원전을 폐쇄하고 해외 원전 수출에 성공한 사례는 못 봤다. 스웨덴도 국내에 원전을 더 이상 건설하지 않아 공급망이 붕괴됐고 결국 수출을 할 수 없게 됐다. 한국이 경쟁 우위를 유지할 수 있도록 현명한 결정을 내리길 바란다.”

한국 정부의 탈원전 정책으로 원자력 관련 기업들이 매우 어렵다.
“국내에 신규 원전을 건설하지 않으면 숙련된 기술자를 잃을 것이고, 우수 인재들이 대학의 관련 학과를 지원하지 않을 것이다. 수출에도 타격이 생길 수밖에 없다. 세계 시장을 봤을 때 원자력 산업은 성장 가능성이 크다. 한국은 세계 원자력 산업의 자산인데 역량이 사라진다고 하니 안타깝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