렉스턴 스포츠 칸을 캠핑 용도로 개조한 모습. 사진 쌍용자동차
렉스턴 스포츠 칸을 캠핑 용도로 개조한 모습. 사진 쌍용자동차

캠핑카로 개조할 수 있는 자동차 종류를 확대하는 내용을 담은 일명 ‘캠핑카법(자동차 관리 개정안)’이 8월 1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를 통과했다. 이 법은 현행법이 캠핑카로 사용하도록 허용한 승합차 외에 승용차, 화물차도 캠핑카로 개조할 수 있는 내용을 담았다. 대신 캠핑카로 개조할 때 지켜야 할 안전 기준을 따라야 한다. 캠핑카법을 대표 발의한 더불어민주당 조정식 의원실 관계자는 “이르면 2020년 상반기 중에 이 법이 시행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국회에서 캠핑카 관련 법안이 논의될 정도로 캠핑카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법이 시행되면 캠핑카 시장은 지금보다 활성화하고 캠핑카 문화를 즐기는 인구도 늘어날 수 있다. ‘캠핑카 로망’을 가진 이들이 살펴볼 점을 따져봤다.


캠핑카 문화 확산 추세

국민 소득 수준이 높아지고 레저 문화를 즐기는 이들이 많아지면서 캠핑카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일반 차를 타고 캠핑장에 가서 텐트를 치는 방법도 있겠으나, 캠핑카를 이용하면 차 안에서 숙식을 해결할 수 있고 주차장만 있으면 어디든 세워 놓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특히 1세대 걸그룹이었던 핑클 멤버가 캠핑카를 몰고 여행을 떠나는 ‘캠핑클럽’이라는 방송 프로그램이 전파를 타면서 캠핑카에 대한 관심은 더 뜨거워졌다. 경기도 의왕시에 사는 강미선(32)씨는 이 방송을 보고 당장 이번 여름 휴가를 위해 캠핑카 대여를 예약했다. 그는 대학 동창들과 일주일 동안 동해안 7번 국도를 따라 여행할 생각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0년 60만 명이던 국내 캠핑 인구는 2016년 500만 명을 돌파했다. 최근엔 캠핑 인구가 600만 명 이상인 것으로 추정된다. 캠핑카 등록 대수 역시 늘었다. 조정식 의원실에 따르면 2012년 52대였던 국내 캠핑카는 2018년 6월 말 현재 1329대로 증가했다.


주차·관리 부담 피하려면 대여가 나아

캠핑카는 어디로든 떠날 수 있는 자유를 주지만 소유하는 것이 부담스럽기도 하다. 현대자동차 쏠라티, 르노삼성의 마스터를 캠핑카로 개조한 경우 차고가 높아 건물 내 주차장에 주차하기 어렵다. 한국에는 단독주택보다 아파트에 사는 사람이 많기 때문에 유지·관리 부담을 따진다면 대여가 현실적이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캠핑카를 거주 목적으로 사용하는 경우를 제외하면 1년에 캠핑카를 타는 횟수는 손에 꼽을 수 있을 것”이라며 “일반인이 캠핑카를 구입하는 건 비경제적”이라고 말했다. 차병희 한국캠핑협회 회장 역시 “한국에는 미국처럼 캠핑카 화장실을 청소해주는 업체가 없어 관리가 힘들다”며 “캠핑카를 잠시 빌리는 것이 요즘 트렌드”라고 말했다.

전국에는 2309개의 캠핑장이 있다. 이 중 캠핑카를 주차해놓고 야외 생활을 즐길 수 있는 오토캠핑장은 300여 개다. 지역별로 보면 경상북도(55개)에 가장 많다. 강원도에 53개, 경남에는 46개가 있다. 충북과 충남에는 각각 33개, 28개가 있고 전북과 전남에는 각각 14개, 23개가 있다. 부산(3개), 인천(5개), 제주(1개)에도 있다. 핑클이 방송에서 캠핑카를 주차한 곳은 전북 진안 용담섬 바위, 경주 화랑의 언덕 등으로 정식 오토캠핑장은 아니다. 이 때문에 별도의 수도 시설이 없어 물이 부족해 어려움을 겪는 장면이 방송을 탔다. 이와 달리 오토캠핑장에는 취사와 샤워를 할 수 있는 수도 시설과 화장실 등이 갖춰져 있다. 캠핑카 렌트 가격은 비수기에는 하루 20만~40만원대, 성수기에는 70만원대다. 캠핑카 열풍을 반영해 일부 캠핑장은 카라반 펜션 등의 이름을 붙여 캠핑카 트레일러나 카라반을 숙박 시설로 설치해 놓았다.


캠핑카와 트레일러의 차이, 개조 차량 특징 알아야

관리 부담이 있지만 은퇴했거나 바쁜 시간을 쪼개서라도 캠핑카를 몰고 산과 강을 벗 삼아 유랑하고 싶은 이들은 캠핑카를 구입하는 것도 방법이다. 캠핑카는 우선 두 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캠핑카는 자체적으로 움직일 수 있는 이동식 주택이다. 자동차 안에 침대, 싱크대 등 주거 공간이 붙어 있는 형태다. 흔히 캠핑카라고 부르는 자동차다. 이와 달리 동력이 없어 자동차가 끌고 가야 하는 것은 트레일러 또는 카라반이라고 부른다. 캠핑카는 운전이 쉽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다. 승합차인 현대차 쏠라티, 스타렉스를 개조한 캠핑카는 2종보통 면허만 있어도 운전할 수 있다. 핑클이 방송에서 타고 다니는 차는 쏠라티다. 오토 모드가 있어 2종보통 면허만으로 충분하다. 반면 트레일러를 사용하기 위해선 소형견인차 면허가 필요하다. 도로교통공단에 따르면 2016년 7월 소형견인차 면허 시험이 신설된 이후 올해 6월까지 총 1만5726명이 면허를 땄다. 응시자는 2016년 3448명, 2017년 7994명, 2018년 8879명으로 꾸준히 증가했다. 트레일러를 연결해 사용하는 차량은 견인 능력이 충분해야 한다. 또한 고속 주행이나 급커브 시 전복 위험이 있어 주의해야 한다.

캠핑카를 살 때는 어떤 특성을 선호하는지부터 생각해봐야 한다. 국내 캠핑카 시장에서는 기동성이 있고 편안한 취침 공간이 확보된 모델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기동성과 편안함에 초점을 맞춘다면 실내 공간이나 화장실 등을 포기해야 하고 모든 것을 갖춘 실내 공간에 초점을 맞춘다면 주차, 보관, 운행에 제약이 있을 수 있다.

트레일러보다 캠핑카에 관심이 있다면 완성차를 개조할 것인지 애초에 캠핑카로 나온 차를 구입할 것인지 살펴봐야 한다. 업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캠핑카의 80% 이상은 개조 차다. 현대차 스타렉스를 캠핑카로 개조한 차량 가격은 5000만원대. 여타 차량보다 저렴해 인기다. 같은 회사의 쏠라티를 개조한 차량은 1억원 이상이다. 르노삼성의 마스터를 캠핑카로 개조한 차량은 6000만원 중반에서 7000만원대다. 이탈리아 자동차 회사 이베코의 승합차 뉴데일리를 개조한 캠핑카 가격도 이와 비슷하다. 트레일러나 카라반의 가격은 크기와 옵션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보통 3000만원 이상이며 1억원을 넘는 것도 있다.


Plus Point

침대·싱크대에 샤워기까지, 완성차 업체 캠핑카도 인기

더 뉴 그랜드 스타렉스 캠핑카 실내. 사진 현대자동차
더 뉴 그랜드 스타렉스 캠핑카 실내. 사진 현대자동차

국내 완성차 업체 중 현대차는 캠핑카를 만든다. 현대차는 2018년 6월 더 뉴 그랜드 스타렉스 캠핑카를 출시했다. 침대, 싱크대, 전기레인지, 접이식 실내테이블이 기본으로 탑재돼 있다. 음식물 보관과 조리를 차 안에서 해결할 수 있다. 차량 후면에는 간이 외부 샤워기와 50ℓ의 물을 담을 수 있는 통이 붙어 있다. 가격은 5100만원이다. 2016년에 쏠라티 캠핑카를 선보이기도 했으나 현재는 판매하지 않는다. 완성차 업체가 캠핑카 개조 전문 업체와 손잡는 경우도 있다. 현대차는 성우모터스, 쌍용자동차는 두성캠핑카와 손잡았다. 현대차 관계자는 “고객이 캠핑카 개조를 원할 때 성우모터스를 공식 개조 업체로 소개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