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메트 파티흐 카즐 튀르키예 산업기술부 차관 보가지치대 산업공학과,초크네트·스카이라이드공동 창업자, 전 ‘T3 Vakfı’ 의장 사진 안소영 기자
메메트 파티흐 카즐 튀르키예 산업기술부 차관 보가지치대 산업공학과,초크네트·스카이라이드공동 창업자, 전 ‘T3 Vakfı’ 의장 사진 안소영 기자

“인플레이션은 튀르키예(옛 터키)만 겪는 문제가 아니라, 전 세계가 함께 겪는 문제다. 내년에는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한 정책을 만들 거다. 더 많은 수출과 생산, 발전된 기술을 위해 전폭적으로 지원하겠다.”

메메트 파티흐 카즐 튀르키예 산업기술부 차관은 6월 13일 튀르키예 이스탄불의 바디이스탄불(Vadi Istanbul)에서 진행한 인터뷰에서 튀르키예의 리라화 평가 절하, 인플레이션 상황에도 자신감을 드러냈다. 그는 “튀르키예는 이전의 어려운 환경도 회복 탄력성으로 극복해냈다”며 “우리가 가진 강점을 극대화해 글로벌 시장에서 기회를 찾을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튀르키예의 경기와 재정 건전성은 신흥국 중 양호한 편이다. 하지만 저금리 정책으로 지난해 달러 대비 리라화 가치는 44% 하락했고, 올 초부터 현재(6월 28일 기준)까지 20% 추가 평가 절하됐다. 올해 5월 인플레이션율은 전년 대비 73.5%에 달해 서민의 생활비 부담도 커졌다. ‘이코노미조선’이 카즐 차관에게 튀르키예의 경제 상황과 산업 전략에 대해 물었다. 다음은 일문일답. 


튀르키예의 인플레이션 때문에 걱정하는 시선이 많다. 어떻게 보나. 
“인플레이션은 코로나19 팬데믹(pandemic·감염병 대유행), 공급망, 에너지 가격 상승 문제가 얽혀있다. 전 세계가 모두 겪고 있는 문제로 함께 해결책을 만들어 나가야 하는 상황이다. 우리도 내년에는 인플레이션 억제 정책을 내놓을 계획이다. 올해 흑해 서부 지역에서 발견한 천연가스 자원도 도움을 줄 것으로 예상한다. 내년에 상용화되면 에너지 수입 비용이 줄고, 물가 잡는 데도 긍정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 보고 있다.” 

현재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러시아와 지리적으로 가깝다. 경제적 피해도 있을 듯하다. 
“대답하기 쉽지 않은 질문이다. 말할 수 있는 건 튀르키예는 과거에도 회복 탄력성이 높았고, 현재도 높은 편이라는 거다.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 이전에도 전쟁은 많았다. 지금 튀르키예 경제에 대해 우려하는 사람도 많고, 말도 많지만 높은 회복 탄력성을 보여줄 수 있을 것이라 자신한다. 튀르키예는 다양한 강점을 가지고 있고, 우리는 이에 집중하고자 한다. 지난 18년간 튀르키예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약 5~5.5%에 달했다. 튀르키예는 강력한 제조업 기반 국가이고, 유럽과 아시아를 잇는 교두보라서 훌륭한 물류 인프라를 가지고 있다. 팬데믹 시기에도 제조 공장을 멈추지 않고 계속 가동했고, 투자를 계획대로 집행했다. 이 때문에 팬데믹 때 공급망 문제 대안으로 튀르키예를 꼽은 기업이 많다. 스타트업들은 다양한 산업 분야에서 성장 기회를 찾고 있다. 2019년 이후 6개의 유니콘이 탄생했고, 2023년까지 10개로 늘릴 계획이다. 단순하게 수출을 늘리기보다는 ‘4차 산업혁명’ ‘게임체인저’ 기술을 성장시키려 한다. 기술이 없으면 나라도 없다. 우리만의 기술을 더욱 발전시킬 계획이다.”

기술 독립에 성공한 분야도 있나.
“먼저 방위 산업을 꼽겠다. 우리는 자국 기술을 가지고 있지 않다면 나라를 지킬 수 없다고 보고 기업과 협력해 방위 산업을 키웠다. 20년 전만 해도 튀르키예에서 생산된 방위 산업 전략 제품은 20%뿐이었지만, 지금은 80%까지 늘어났다. 현재 튀르키예의 드론 기업은 세계에서 세 손가락 안에 꼽힌다. 사실 튀르키예는 20세기만 하더라도 항공 분야에서 돋보이는 국가가 아니었다. 그런데 시리아, 아프가니스탄, 이란, 이라크 같은 국가들과 국경을 접하고 있고, 테러 위협을 받고 있어서 방위 산업 분야에 힘을 쏟으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기업의 기술력과 정부의 지원 덕분에 현재는 드론 분야에서 전 세계 3위권으로 올라서게 됐다. 그야말로 ‘패러다임 시프트(paradigm shift)’다. 우리는 앞으로도 하이테크 분야에서 독립 기술을 활용해 제품을 개발하려고 한다. 방위, 헬스, 파이낸스(금융), 모빌리티 분야 기술을 키울 거다.”

다른 선진국에 비해선 연구개발(R&D) 예산이 적은 편이다. 어떻게 성공할 수 있을까.
“맞다. 전 세계적으로 볼 때 다른 선진국에 기술 거인 기업이 많다. 우리도 각종 지원을 통해 기술을 키우고 스타트업들의 성공을 도울 거다. 드론 산업을 키웠던 것처럼 말이다. 튀르키예 기업을 성장시키고 모든 산업의 패러다임이 바뀔 수 있게끔 노력할 거다.”

튀르키예 경제 발전을 위해 가장 큰 도움이 되는 요소는 무엇인가. 
“젊은 인구다. 튀르키예 인구는 8300만 명, 평균 연령은 32세다. 유럽연합(EU) 평균 대비 12세가 어린 셈이다. 200개 이상의 대학에서 매년 110만 명의 학생이 졸업하는데, 절반 정도가 공학을 전공했다. 튀르키예 전역에 있는 테크노파크(92곳) 중 70% 정도는 지역 대학과 연계해 연구개발하고 기업이 필요한 인력도 빠르게 조달하고 있다. 정부도 6개의 액셀러레이터를 통해 계속해서 청년들의 창업을 지원하고, 2008년부터 기술 페스티벌 ‘테크노페스트’를 진행해 우수 스타트업을 발굴하고 있다. 이에 유니콘 기업이 늘고 마이크로소프트(MS), 딜리버리히어로 등 글로벌 기업들이 튀르키예 스타트업에 투자하고 있다. 한국 기업들도 튀르키예를 단순히 투자 대상국이 아니라 유능한 스타트업이 많은 컬래버레이션 국가로 생각해달라. 혁신적인 솔루션 개발에 한국 혁신 기업들이 함께할 여지가 많다.”


Plus Point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군사용 드론은 튀르키예産

바이락타르 TB2. 사진 셔터스톡
바이락타르 TB2. 사진 셔터스톡

군용 드론은 한때 미국의 전유물이었지만, 이제는 튀르키예의 자랑거리 중 하나다. 튀르키예산 드론 바이락타르(BAYRAKTAR)는 가격 경쟁력과 뛰어난 성능 덕분에 에티오피아, 리비아, 아제르바이잔과 아르메니아, 시리아 등지에서 사용된다. 폴란드, 알바니아 등 유럽 국가에도 수출되고 있다. 

대표 드론인 바이락타르 TB2는 길이 6.5m, 날개 너비 12m 크기로 총 4발의 미사일을 장착할 수 있는 데다 미국의 MQ-9 리퍼(reaper) 드론보다 5배 이상 가볍고, 한 번 뜨면 최대 30시간을 비행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항공우주 전문지 ‘에비에이션 위크(Aviation Week)’의 런던지국장 토니 오스본은 ‘타임’에 “바이락타르는 엄청난 성공을 거뒀다”며 “전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드론”이라고 평가했다.

바이락타르는 올해 2월 시작된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에서 러시아군의 초기 진격을 늦추는 데 큰 공을 세워 주목받기도 했다. 우크라이나는 바이락타르를 활용해 러시아군 탱크와 미사일 시스템, 경비정 등을 파괴했고, 이 영상을 온라인에 게재해 우크라이나군의 사기를 돋웠다. 우크라이나에서는 “저 빛나는 탱크들이 불타오르고 있네, 바이락타르! 이것은 새로운 열풍”이라는 노래가 유행했고, 소셜미디어(SNS)에는 자신의 애완견 이름을 바이락타르로 짓겠다는 글이 이어졌다. 러시아는 튀르키예의 드론 수출에 반발했으나, 튀르키예는 “전쟁 이전부터 우크라이나에 드론을 수출해온 데다 민간 기업 제품으로,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바이락타르 제조사 ‘바이카르 테크놀로지’는 민간 기업이지만,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과 인연이 깊다. 1984년 바이카르 테크놀로지를 설립한 외지마르 바이락타르는 1990년대 에르도안 대통령과 함께 정치를 한 인물이다. 아들 셀축 바이락타르는 2016년 에르도안 대통령의 딸 수메예 에르도안과 결혼했다. 셀축 바이락타르는 현재 바이카르 테크놀로지의 최고기술책임자(CTO)를 맡고 있고, 튀르키예 항공우주 기술 발전에도 기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