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재난지원금 지급 이틀째인 5월 14일 서울 남대문시장이 시민들로 북적이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긴급재난지원금 지급 이틀째인 5월 14일 서울 남대문시장이 시민들로 북적이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여파로 위축된 소비심리를 살리기 위해 정부가 5월 11일부터 전 국민에게 지급한 긴급재난지원금이 얼어붙은 경제를 다소 녹인 것으로 나타났다. 4인 가구 이상에 최대 100만원이 지급되면서 전통시장이나 지역 소상공업체, 편의점 등을 중심으로 소비가 몰린 것이다. 특히 소상공업체에선 고기나 과일 같은 식품 업종에 지원금이 많이 사용됐고 편의점에선 와인이나 전자제품 같은 고가 제품에 지원금이 몰린 것으로 추정된다.

한국은행이 5월 26일 발표한 ‘5월 소비자 동향조사’를 보면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77.6으로 전달보다 6.8포인트 상승했다. 소비자심리지수는 지난 2월 96.9로 기준선을 밑돈 이후 4월 70.8까지 하락했지만, 4개월 만에 반등했다.

소비자심리지수는 가계 부문의 현재 생활 형편, 생활 형편 전망, 가계 수입 전망, 소비 지출 전망, 현재 경기 판단, 향후 경기 전망 등 6개의 주요 개별지수를 이용해 산출한 지수다. 기준치(100)보다 높으면 장기 평균(2003~2019년)보다 낙관적이라는 의미이며 낮으면 그 반대다.

전통시장과 소상공업체 등 ‘바닥 경기’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 지급한 긴급재난지원금이 제구실을 한 덕분으로 보인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5월 26일 자정 기준으로 지급 대상 2171만 가구 중 95.9%에 해당하는 2082만 가구에 대해 13조1281억원이 신청·지급 완료된 것으로 집계됐다. 앞서 정부는 5월 11일부터 긴급재난지원금 신청을 받아 13일부터 지급했다.

중소벤처기업부(이하 중기부) 자료를 보면 더디긴 하지만, 소상공인 매출액이 코로나19 이전 수준으로 회복하고 있다. 5월 25일 기준으로 코로나19 발생 전과 비교해 서울 지역 소상공인 매출 감소 비율은 45.3%로 전주보다 6.0%포인트 줄었다. 매출 감소 비율은 4월 6일(69.2%) 이후 7주째 하락하고 있다. 5월 초 ‘이태원 클럽 사태’가 터지면서 코로나19 확산이 재현될 수 있다는 우려에도 소비심리가 크게 꺾이지 않은 것이다.

전통시장 매출액 감소 비율도 5월 25일 기준으로 39.6%를 기록해 전주보다 12.0%포인트 하락했다. 2월 3일 조사를 시행한 이후 감소 폭이 가장 컸다. 중기부는 “매출액 회복세가 뚜렷하게 나타난 것은 최근 긴급재난지원금, 온누리·지역사랑 상품권 등의 효과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업종별로 보면 농·축·수산물과 음식점 등의 매출 회복이 두드러졌다. 농·축·수산물 매출 감소율은 34.6%로 전주보다 15.0%포인트 하락했고 음식점은 37.9%로 9.8%포인트 낮아졌다. 관광·여가·숙박 매출 감소율도 63.9%로 지난주보다 3.1%포인트 하락했다.

중기부는 2월 3일부터 매주 소상공인 사업장 300개와 전통시장 220개 안팎을 대상으로 패널 조사를 진행해 매출액 변화를 파악하고 있다.


고기 사 먹고, 유아용품 사고

전국 60만 소상공인 사업장의 카드 결제 정보와 매달 9조원 이상의 오프라인 결제정보를 수집·분석하는 한국신용데이터 자료를 보면, 긴급재난지원금이 풀린 이후 매출이 증가한 업종을 조금 더 자세하게 알 수 있다.

긴급재난지원금이 사용된 5월 둘째 주(11~17일)의 경우 유아용품·완구 등 유아 관련 점포 매출액이 전년 같은 기간보다 122% 늘었다. 초·중·고 개학이 부분적으로 시작된 덕분이다. 정육점과 과일·채소·반찬 가게 등 식품 판매 점포 매출액도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53% 증가했다. 긴급재난지원금이 고기와 과일 등을 사들이는 데 사용된 것으로 추정할 수 있는 대목이다. 동물병원과 반려동물 미용 점포 매출액도 전년보다 22% 늘었다.

미용실과 학원 등의 매출은 전년 수준을 유지하며 긴급재난지원금 수혜를 누리지 못하고 있다. 공연장, 미술관, 전시관 등 문화시설 매출은 전년보다 24% 줄어 코로나19에 따른 불황에서 탈출하지 못하고 있다. 코로나19에 대한 우려로 게임방, PC방, 노래방 등 여가시설 점포 매출도 21% 줄었다.

5월 둘째 주 전국 소상공인 사업장 평균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슷한 수준인 것으로 집계됐다. 경기도(7%), 경남(6%), 부산(4%) 등은 오히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매출액이 늘었다. 다만 서울의 경우 7%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긴급재난지원금 특수를 누린 편의점의 경우 고가 제품군의 판매가 늘어난 게 눈에 띈다. CU의 경우 긴급재난지원금을 지급한 5월 13일부터 25일까지의 와인 매출액이 전주보다 32.7% 증가했다. 식재료(29.8%), 기능건강음료(29.2%), 과일·채소(23.1%) 등이 그 뒤를 이었다.

5월 13일부터 24일까지 GS25의 소형 가전 매출액은 긴급재난지원금 지급 이전보다 142.2%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수입 우육과 보디용품, 국산 돈육의 매출액도 각각 76.3%, 72%, 68.4% 늘었다. 국산 우육(57.3%), 국산 과일(48.6%) 등이 그 뒤를 이었다. 세븐일레븐은 세제, 면도용품, 고급 아이스크림, 남성 화장품, 양주, 와인, 육류 등의 매출액이 늘었다.

편의점의 98.6%를 차지하는 프랜차이즈 가맹점의 경우 매출액 10억원 초과 여부와 관계없이 긴급재난지원금을 사용할 수 있는 데다 1인 가구가 자주 이용해 긴급재난지원금 수혜를 누릴 것으로 예상됐는데, 이 전망이 맞아떨어졌다.

이진혁 기자

  • 목록
  • 인쇄
  • 스크랩
  • PDF 다운
ⓒ 조선경제아이 & economy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