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3대 투자은행인 골드만삭스는 한국에 진출한 투자은행(Investment Bank : 이하 IB) 가운데 가장 활발한 활동을 벌이고 있는 IB다. 외환위기 이후 정부가 주도했던 부실기업 정리과정에서 매각주간사를 독차지함으로써 사실상 한국 M&A시장을 이끌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골드만삭스는 우리 금융시장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가. 또 최근 외국계 자본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에 골드만삭스는 어떤 견해를 가지고 있는가. 골드만삭스 한국지점 사령탑인 이찬근(47) 대표를 만났다.

 “지금 우리 정부에서도 장기적인 전략으로 동북아 허브, 금융산업 발전 방안 등을 내놓고 있습니다. 그런데 목표만 설정해서는 안 됩니다. 목표를 설정했으면 목표로 가는 방법론 즉, 어떻게 가야 하느냐, 또 어떻게 성공적으로 갈 수 있느냐에 대한 논의가 돼야 하는데 이 단계가 거의 없습니다.”

 지난 6월7일 골드만삭스 한국지점 사무실에서 만난 이찬근 대표는 우리나라 정부정책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장기적인 전략이 아니라 이를 현실화할 수 있는 실행방법론이라고 강조했다. 목표를 설정했으면 목표로 가는 방법론을 논의해야 하고, 그 방법론에 의해 성공여부를 저울질해야 하는데 이 같은 과정이 빠져 있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이 대표는 경제정책에 대한 외국의 신뢰를 쌓아 가야 한다며 경제적 커뮤니케이션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 방법론으로 뉴욕·런던·홍콩 등 자본이 집중되는 주요 금융 중심가에 고위 정부당국자가 상주, 정부의 경제정책을 홍보하는 일종의 ‘경제대사’ 제도 도입을 제안하기도 했다.

 또 한국 시장을 아시아의 ‘키 마켓(Key Market)’이라고 규정한 이 대표는 골드만삭스를 비롯한 메이저 IB에게 한국 시장은 더없이 매력적인 곳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사모주식(PE) 시장의 경우 아시아에서 한국만한 시장이 없다고 단언했다.

 한국 시장도 외국 자본에 의해 한 단계 발전했다는 게 이 대표의 분석이다. 한국 기업의 지배구조와 글로벌 기업으로의 도약을 위해 외국 자본이 일정한 역할을 했다는 것이다. 다만 외국 자본에 의한 경영권 탈취 등의 시도가 있었던 것에 대해서는 개인적으로 반대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 대표는 최근 일각에서 IB 육성론이 힘을 얻고 있는 것과 관련해 “한국의 특성에 맞는 IB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외국계와 경쟁하기에 앞서 IB 서비스를 원하는 기업 즉, 중견·중소기업을 찾아다니며 당장 서비스가 가능한 시장을 개척해야 한다는 것이다.

 대우중공업 재무담당으로 직장생활을 시작한 이 대표는 JP모건에서 증권업무를, 뱅커스트러스트은행과 푸르덴셜증권 등을 거쳐 1991년부터 10년간 UBS워버그증권 한국지사장을 지냈다. 그리고 지난 2001년 10월 골드만삭스로 자리를 옮겨 한국지점 대표를 맡고 있다. 기업금융 분야의 전문가로 알려져 있으며 한국 시장에서 M&A 주간사 업무 등 왕성한 활동을 벌이고 있다. 



 골드만삭스는 한국 기업 인수·합병(M&A) 시장에서 단연 돋보이는 금융기관으로 꼽힙니다. 그 동력과 한국에서의 실적에 대해 간단히 설명해 주십시오.

 골드만삭스는 1992년 서울사무소를 서울지점으로 승격시켰습니다. 그 이유는 1990년대 들어 한국시장이 국제화됐다는 데서 찾을 수 있습니다. 기업금융 분야만을 담당했던 업무도 주식 관련 업무로 한 단계 확장했습니다.  그리고 2000년 한국이 환란을 겪고 막 회복하는 시기에 기업의 구조조정이나 외자유치 등의 업무가 많았고 이때 골드만삭스가 관련 업무를 많이 맡았습니다. 골드만삭스가 두드러졌던 것은 최선을 다해 고객에게 도움이 되려고 노력했던 것 외에 특별한 이유는 없습니다. 골드만삭스는 전 세계적으로 M&A 분야에서 선두주자라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이 시장에서는 항상 1등을 해 왔습니다. 1등을 할 수 있는 이유는 첫째, M&A는 기업과 기업 간에 서로 매니지먼트나 경영전략을 잘 알아야 하고 서로간에 신뢰 관계를 유지해야 합니다. 기업에 전략적인 제안을 할 때는 그 기업의 경영내용과 목표를 잘 알고 있어야만 그 기업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자문을 제공해 줄 수 있기 때문입니다. 골드만삭스는 기업의 전략적 목표를 잘 이해하고 있고 CEO나 CFO 등과 전략적 자문 역할을 원활히 하고 있기 때문에 기업을 잘 안다고 얘기하는 겁니다.

 두 번째는 골드만삭스가 일을 진행하고 처리하는 능력이 세계 최고라고 외부에서 평합니다. 그만큼 일에 대한 추진력과 업계에 대한 이해력, 그리고 두 기관간의 경영전략을 매치시키는 능력이 탁월합니다. 그래서 1등을 유지할 수 있는 것이고 한국에서도 그랬습니다.



 한국 시장 진출에 대한 본사의 평가를 듣고 싶습니다.

 한국 시장은 아시아에서 키 마켓(Key Market)입니다. 일본은 별도의 시장으로 분류하고, 일본을 제외한 아시아 시장은 한국에서부터 인도까지 커버하는데 한국·중국·대만이 동북아에서는 키 마켓이고 한국 시장은 그 중에서도 가장 업무 수요가 있고 계속적인 성장가능성을 갖고 있는 시장이라고 평가합니다. 다시 말하면 외국 IB들에게는 성숙되고 매력적인 시장이라는 뜻입니다. 



 골드만삭스는 직접 키 마켓을 창출하기도 합니까.

 창출도 해야 되지만 시장의 규모나 클라이언트가 그 정도 수준에 와 있지 않으면 안 됩니다. 한국을 보세요. 한국에는 세계적인 기업이 상당히 많지 않습니까. 이 기업들은 해외기업과 의미 있는 경쟁을 하기 위해 필요한 금융서비스의 수준도 세계 수준이어야 합니다. 시장과 고객이 우리가 원하는 수준에 이미 도달해 있고, 우리 역시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골드만삭스가 직접 키 마켓, 혹은 M&A시장을 창출한다는 것은 한편으로는 맞는 말이라고 할 수도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틀린 말이기도 합니다. M&A시장은 크게 두 가지로 볼 수 있습니다. 한국을 예로 들면 1998~99년에서부터 2001~02년까지의 시장은 생존을 위한 구조조정이 위주가 됐던 시장이었습니다. 그러나 2002년부터 현재까지의 시장과 앞으로의 시장은 또 다릅니다. 구조조정 시기였을 때 M&A는 생존을 위한 행위입니다. 어느 기업이든 외자를 유치하고 비주력 사업을 매각하고 자본금을 증자하려고 합니다. 당연히 딜(Deal)이 있게 됩니다. 이때는 딜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그냥 존재하는 딜을 받아들이면 됩니다. 다만 누가 이 딜을 잘 정리해 주느냐 하는 차이일 뿐입니다.

 그러나 지금은 많은 기업이 이미 구조조정을 성공적으로 끝냈습니다. 한국은 구조조정을 굉장히 실질적이고 추진력 있게 했던 나라로 평가되는데 더 이상 구조조정 요구가 과거와 같이 없기 때문에 과거와 같은 딜이 많이 발생하지 않습니다. 질문은 이런 상황에서 딜을 창출할 수 있느냐 하는 건데 M&A는 딜을 위한 딜을 하면 안 됩니다. 구조조정 시기에는 요구가 있으니까 당연히 딜을 하는 것이지만 현재와 같은 경우는 기업과 기관들에게 누군가 경영전략에 대한 자문을 자꾸 제공해야 합니다. 당신들의 미래 성장을 위해서, 또는 미래 기업의 경쟁력과 산업에서의 위상을 위해서 이러이러한 것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입니다. 그러면 기업들도 검토를 할 것이고, 필요하다고 결론을 내리면 새로운 딜이 나오게 됩니다. 그래서 딜은 창출할 수도 있지만 그게 목적이 되어서는 안 됩니다. 



 그럼에도 한국 M&A 시장은 다시 살아나고 있습니다. 앞으로의 전망은 어떠한지요.

 조금 전에도 말씀드렸지만 지금의 M&A시장은 과거의 그것과는 다릅니다. 앞으로의 시장은 구조조정이 아니라, 구조조정을 하더라도 회사가 더 잘되기 위해 가치를 창출하기 위한 구조조정, 그리고 더 강해지기 위한 구조조정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때문에 지금부터는 가만히 있으면 딜이 없습니다. 뱅커(Banker)들이 한국 기업에 도움이 되는 전략적인 아이디어를 계속 창출해 기업들에게 제공해야 합니다. 해외에서 경쟁 기업들이 어떤 전략적 변화를 하고 있으며 그들이 어떠한 전략적 목표를 갖고 있는지를 모두 알아야 합니다. 많은 한국 기업이 이제는 더 이상 한국 기업이라고만 얘기할 수 없고, 글로벌 경쟁력을 갖고 있는 세계의 기업이 되어 있습니다. 타국의 경쟁 업체에 대해서도 잘 알아야 하고 새로운 시장의 출현과 업계의 통합과정 등 지속적으로 경쟁력을 유지해야 하며, 그 변화에도 능동적으로 대처해야 합니다. 



 M&A 등 IB 시장 성장에도 한국사와 외국계사의 격차가 줄어들지 않고 있습니다. 원인이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지금 한국 정부에서도 장기적인 전략으로 동북아 허브, 금융산업 발전 등을 앞세워 장기 전략으로 내놓은 목표가 한국 IB 육성, 프라이빗 에쿼티(PEF) 육성 등입니다. 그런데 목표만 설정해서는 안 됩니다. 목표를 설정했으면 목표로 가는 방법론 즉, 어떻게 해야 이 목표를 성공적으로 달성할 수 있느냐에 대한 방법론의 논의도 이뤄져야 하는데 아직 그 논의가 적극적이지 않은 것 같습니다. 한국의 IB와 외국의 그것이 차이가 날 수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서로의 강점이 다른데 똑같이 가려고 하면 안 됩니다. 한국의 특성에 맞는 IB를 해야 하는데 그 첫 번째는 사람과 조직입니다. 외국의 IB에서 능력이 뛰어난 한 두 사람을 데려와 우리도 해 보자고 하는 것은 안 됩니다. 그 한 두 사람이 어떻게 조직을 바꿉니까. 연못에 돌을 던지는 것과 같습니다. 작은 돌을 던져도, 또는 커다란 바위를 던져도 그 돌과 바위는 연못에 빠져 가라앉고 맙니다. 어떻게 한국 조직에 외부에서 수혈한 피가 들어와 IB 사업을 육성할 수 있느냐, 그리고 어떻게 우리만의 상대적 강점을 만들 수 있는가 등을 연구해야 합니다. 이때 문제점이 많고 시간도 많이 소요된다면 과감하게 아웃소싱까지도 고려해야 합니다. 왜냐하면 외국 IB에서 근무했던 사람을 데려온다 해도 조직이 다르고 조직의 의사결정도 다른데 제대로 능력을 발휘할 수 있겠습니까. 오히려 답답해 합니다. 애국심만으로 당위성을 강조한다 해도 당장은 업무의 효율을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스스로 일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 줘야 합니다. 그런데 그 방법론에 대해서는 이야기를 안 한다 그겁니다.

 두 번째는 한국의 IB가 외국의 IB와 경쟁을 하려면 그들이 하는 시장과 상품에 대한 커버를 하고 있어야 합니다. 골드만삭스를 비롯한 메이저 IB는 지금까지 전 세계 시장에서 전 세계 고객을 대상으로 그렇게 해 왔으니까 됩니다. 미국에도 조직이 있고, 런던겣돨荑〉?조직이 있어 클라이언트가 요구할 때 세계 어디에서라도 글로벌 서비스가 가능합니다. 또 한국에서 비즈니스가 없어도 큰 무리 없이 운영됩니다. 당연히 경제성도 있고요.

 그런데 한국의 IB가 갑자기 설립됐다고 가정해 봅시다. 우리도 미국시장을 커버해야 하니까 미국에 사람을 보내고, 런던에도 보내고, 일본곂ツ炤〉?보내고…. 그 비용을 감당할 수 있겠습니까. 성공적인 모델이라고는 할 수 없는 거죠.

 저는 한국의 IB 업무가 그런 쪽으로 가면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즉, 한국의 기관이 한국적인 IB 모델을 만들어야 하고 그것이 당장 외국기관과의 경쟁관계가 되어서는 안 됩니다. 오히려 외국 금융기관이 못하는 것, 외국 금융기관보다 우리가 잘 할 수 있는 것으로 방향을 잡아야 합니다.

 예를 들면 한국 기업구조나 시장구조에서 보면 IB 서비스를 충분히 받지 못하는 기업들이 많습니다. 이들 기업에게 누가 서비스를 해야 합니까. 바로 한국 IB가 해야 합니다. 그들에게 경영전략 옵션을 자꾸 제공해야 새로운 IB 시장이 형성되고 또 그들 기업 역시 성장을 하게 됩니다. 중소기업들에게 돈만 빌려준다고 육성되는 것은 아닙니다. 고급 IB 서비스가 제공돼야 발전하고 성장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중견기업과 중소기업들이 과연 IB 서비스를 받을 만큼 준비가 되어 있느냐 하는 것도 중요하지 않을까요.

 그건 자꾸 강조를 해야죠. 모른다고 좋은 약을 안 먹으면 안 되지 않겠습니까(외국계 IB가 한국에 처음 진출했을 때 지금은 고객이 되어 있는 많은 대기업들도 같은 교육을 시켜야 했다고 배석한 직원이 부연설명을 했다). 중국에서는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미국에서는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를 설명하면서 ‘가만히 있으면 우물 안 개구리가 된다. 이제 경쟁력을 강화해야 한다. 또 한국 시장을 타깃으로 진출하려는 기업이 있는데 가만히 있으면 당하는 것 아니냐. 이기기 위해서, 아니면 방어해서 생존하기 위해서는 무슨 일이라도 해야 하지 않느냐’고 설득해야죠. 그게 한국 IB가 해야 할 일입니다. 



 골드만삭스를 비롯한 외국 자본에 대한 한국민의 시각이 그리 긍정적이지만은 않은 것 같습니다. 

 저는 왜 긍정적이지 않은지를 잘 모르겠습니다. 뭔가 잘못했으면 잘못한 것에 대해서 부정적으로 보여져야 하는데, 지금 보면 질시 같은 게 있는 것 같습니다. 남이 잘되면 배가 아프다는 식으로 말입니다. 외국 자본이 한국에 들어와 투자할 때 위법행위를 한 것은 없습니다. 모두 정상적인 절차를 밟아 투자를 했습니다. 한국에 와서 돈을 벌면 나쁜 자본이고 돈을 잃으면 ‘잘했어’ 하는 것은 안 되지 않습니까. 

 세법상 적법한 것을 정서문제로 괘씸하다고 하는 것도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지금 세법을 바꾼다는 것인데 너무 극단적으로 해외 투자가들에게서 무리하다는 평을 얻는다면 득보다 실이 많겠지요. 누가 보더라도 수긍할 수 있어야 합니다. 지금 한국 시장은 점점 더 국제화되고 있습니다. 한국도 동북아의 허브가 되겠다는 거 아닙니까. 그러면 한국은 누가 보더라도 공정한 시장, 예측이 가능한 시장이 돼야 하는데 조금만 잡음이 나온다고 뒤집어엎는 시장이 되어서는 안 됩니다. 



 국내 금융정책에 대한 외국의 비판이 같은 맥락으로 이해 됩니다. 그러나 외국자본에 대한 견제론이 커지고 있는 것 또한 현실입니다. 때문에 외국인 이사 수 제한, 5%룰, 세무조사 등 제도적 장치도 속속 등장하고 있습니다. 외국 언론은 이에 대해 강한 비난성 기사를 내놓았지요.  

 외신에서 조금 극단적으로 쓴 것 같은 기사를 저도 읽었습니다. 그러나 저는 공정한 원칙에 입각한 정책이라면 문제가 안 된다고 봅니다. 굳이 남에게 잘 보이려고 할 필요도 없고, 괜히 감정적으로 대응할 필요도 없다고 생각합니다. 누가 물었을 때 이거 왜 했느냐고 물어보면 이런 이유 때문이었다고 정당하고 합리적으로 말할 수 있으면 괜찮다고 봅니다. 



 투자처로서의 한국은 외국 자본에게 매력적인 국가로 판단됩니다. 이유가 무엇입니까.

 사모주식(PE) 시장은 아시아에서 한국만한 시장이 없습니다. 한국 시장이 사모주식과 관련해서는 가장 크고 성공적인 시장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또 당분간 계속 그럴 겁니다. 일본.중국.대만.싱가포르 등도 시장이 형성돼 있다고는 하지만 아직 작습니다. 한국은 기업들이 구조조정을 잘했습니다. 또 새로운 것도 잘 받아들였고요. 그래서 한국은 외국 자본이 들어오더라도 성공할 수 있는 조건이 갖춰져 있습니다.

 한국 기업과 그들의 비즈니스를 보게 되면 웬만한 비즈니스는 모두 국제적인 경쟁력을 갖고 있습니다. 그리고 성장 가능성도 높습니다. 한국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말이죠. 그러나 가치평가를 보면 세계에서 가장 낮을 겁니다. 투자자 입장에서 보면 비즈니스 리스크는 적지, 잠재성은 많지, 그러면 아주 단순하게 생각해도 괜찮다는 결론이 나오지 않겠습니까. 



 이처럼 매력적인 시장에 진출해 있는 외국자본들이 한국 경제에는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보시는지요.

 일단 시장에 들어온 자금들은 한국 기업의 지배구조 개선과 회계투명성에는 도움을 줬다고 봅니다. 또 글로벌 기업으로 가는 데 있어서도 대비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줬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그 와중에 경영권을 탈취하려 했던 사례가 있었던 것은 안타까운 일입니다. 어찌됐든 외국 자본이 시장에 들어오면서 플레이어들에게는 시장에 맞는 게임을 할 수 있는 룰에 대한 교육을 많이 시킨 것 같습니다. 



 그러나 SK(주)와 소버린의 갈등 등 부정적인 사례들도 나오지 않았습니까.

 저는 개인적으로 경영권 탈취와 같은 행위에 대해서는 반대합니다. 소버린이든 누가 와서 매니지먼트에 대해 간섭을 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제가 전공한 바가 아니어서 구체적으로 대답하기는 곤란합니다. 다만 제가 강조하고자 하는 것은, 예를 들어 미국계 펀드가 한국에 와서 돈을 많이 벌고 이후 지분을 팔고 나갔다더라, 또 어떤 사모펀드가 외환은행을 샀는데 팔면 돈을 많이 벌겠다더라, 골드만삭스가 국민은행 주식을 사서 돈을 많이 벌었다더라 하는데 그때는 모두 잘 들어왔다고 했던 겁니다. 골드만삭스가 국민은행에 지분참여를 했을 때 어떤 외국사도 투자를 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모두들 골드만이 용감하게 들어왔다고 했습니다. 지금 와서 주가가 4만원, 5만원 하니까 ‘골드만삭스는 돈 많이 벌었으니까 나쁘다’고 합니다.

 사실 외국의 우호적인 투자가가 투자해 기업의 가치를 창출해 낸 것을 무시할 순 없다고 봅니다. 회사 경영에도 좋은 게 있으면 제안을 하고 쓸 데 없는 것은 못하게 합니다. 그것이 그 회사의 가치를 향상시켜 주는 것이므로 결국은 성장의 한 길을 걸어온 것입니다. 외국 투자가가 무임승차한 것은 아닙니다. 



 골드만삭스는 외환위기 이후 한국 주요 기업의 M&A 때마다 매각 주간사를 맡았고 자문역할을 맡았습니다. 특별한 비결이라도 있는지요. 

 
정부와 특별한 관계가 있었던 것은 아니고 특별하게 주간사를 해야 할 이유도 없었습니다. 다만 정부가 됐든 기업이 됐든 그 분들이 하고자 했던 목표를 잘 알고 제안했고,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 방법론에서 확신을 주었다고 생각됩니다. 무조건 된다는 게 아니라 왜 된다는 것인지 설득을 통해 확신을 주었다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 서울은행 매각 시 모두가 안 된다고 했습니다. 서울은행 매각작업이 몇 년 동안 공전되지 않았습니까. 그런데 우리들은 이러이러한 이유 때문에 잘 할 수 있다, 관심을 갖고 있는 곳도 알고 그들을 프로세스에 끌어들일 수 있는 능력도 있다고 설득했습니다. 아마 이런 실행과정에 대한 확신을 골드만삭스가 더 주지 않았나 싶습니다. 현대석유화학도 골드막삭스가 매각했는데 제가 알기로는 한국 금융기관들의 워크아웃 프로세스에서 아마 회수율이 가장 높았을 겁니다. 1조~1조2000억원에 매각해도 잘한다고 했을 것을 1조8000억원에 매각시켜 주었으니까요. 대한투자신탁 역시 하나은행이 인수할 수 있도록 조언을 했는데 하나은행이 받아들여 성사가 됐습니다. 



 한국 경제를 바라보는 골드만삭스의 시각이 궁금합니다.

 내수가 어떻게 빨리 회복될 수 있느냐 하는 질문 같습니다. 또 기업의 투자 역시 내수가 침체돼 있고 수출까지 성장률이 둔화되는데 늘어날 이유가 없겠죠. 결국 키는 내수가 쥐고 있다고 봅니다. 내수를 자연적으로 회복시킬 수 있는 그런 상황이 왔으면 합니다. 그런 상황이 얼마나 빨리 오느냐에 따라서 경제성장에 대한 전망도 바뀔 것 같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의문스럽습니다. 



 한국의 경제를 이끌어 가는 리더십에 대한 견해가 있으면 말씀해 주십시오.

 경제 리더들의 문제인식과 목표 설정은 잘 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실행방법에 있어서 좀 더 신경을 써 주었으면 좋겠습니다.

 저는 가끔 우리나라에 대한 외국인들과의 경제적 커뮤니케이션에 대해 생각해 보곤 합니다. <이코노미플러스>도 독자와의 커뮤니케이션인데, 외국인들의 한국에 대한 어떤 오해라든지, 한국에 대해 잘 몰랐다든지 혹은 더 알릴 것이 있다든지 하면 자꾸 나가서 로드쇼 등을 통해 설명을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정부는 정부대로, 기업은 기업대로 말입니다.

 경제부총리가 참석하는 정부의 로드쇼는 제가 처음부터 참여를 했는데 외국인들의 반응이 무척 좋았습니다. 한국 정부의 책임 있는 인사가 직접 나와 정책방향에 대해 설명하는데 왜 반응이 좋지 않겠습니까. 또 ‘저렇게 바쁜 사람이 나와서 우리들에게 정책설명을 한다’는 데 대해서도 고마워하거든요. 하지만 이 분이 자주 나갈 수 있는 여건이 안 됩니다.

 때문에 개인적으로 정부 고위 공무원이 경제대사와 같은 자격으로 주요 금융 중심지역(Financial Hub), 즉 뉴욕겥굔?홍콩 등 한국과 관계된 메이저마켓에 상주해 지속적으로 외국투자가들과 커뮤니케이션을 할 수 있는 시스템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1년에 한 두 번이 아니라 외국 사람들이 궁금한 게 있으면 언제든지 책임있는 답변을 해 주는 적극적인 커뮤니케이션 작업이 장기적으로 좋지 않을까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