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5월31일 발표된 정부의 영세 자영업자 대책에 관한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그 중에서도 세탁업, 제과업 창업을 하고자 하는 경우에 전문자격을 갖추도록 한 대책에 관하여 심지어 어느 주부 통신원은 이제는 자영업조차 마음대로 할 수 없는 것이 아니냐며 볼멘소리를 하였다. 

 하지만 우리가 간과해서 안 될 것은 창업의 자유 못지않게 창업의 성공이 더더욱 중요한 덕목이라는 점이다.

 중산층 임금근로자가 퇴직 후 창업했다가 망해서 사회 빈곤층으로 전락하는 비율이 10명 중 5명이며, 이때 걸리는 시간도 창업 후 1년 안팎이라 하니 섣부른 창업이 더 이상 임금근로자의 꿈이 될 수는 없다. 

 우리 주변을 둘러보자. 몇 년 사이에 창업에 성공하기가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 프랑스에서 맛보았던 빵과 과자를 우리나라에서도 사먹을 수 있게 되었고, 도쿄시내에서 보았던 미장원 간판을 서울시내에서도 볼 수 있으며, 다방을 찾기보다는 외국계 커피전문점을 찾는 것이 훨씬 쉬워졌다. 서비스 개방협상이 완료되면 이탈리아 세탁소가 국내에 진출한다고 한다.

 소비자는 기대되는 일이다. 미덥지 않아 선뜻 세탁소에 못 맡기던 고급의류를 이탈리아 세탁기술에 맡길 수 있게 되었으니 말이다.

 이탈리아 세탁기술 수준을 알 수는 없지만 우리나라와는 달리 외국은 세탁업, 제과업, 미용업 등도 다른 업종과 마찬가지로 전문영역으로 인정해 소정의 교육과 자격증 관리를 하고 있으니 조금만 눈치있는 소비자라면 적어도 우리나라 기술 수준보다는 높을 것임을 쉽게 짐작할 수 있다.

 가격도 진입 초기에는 시장공략을 위해 국내 가격보다 비싸지 않을 것이다.

 이처럼 기술력과 거대 자본력을 앞세워 국내 시장에 들어오는 외국계 업체들과의 한판 싸움이 과거에는 꿈도 꾸지 않았던 창업 성공의 큰 변수가 되고 있다.

 자격증 소지가 창업 실패를 막아 주는 유일한 대안이라 할 수는 없지만 상대적으로 자본력이 떨어지는 영세 자영업자의 살 길은 그나마 기술력일 것이다. 또한 짧게는 2~3개월, 길게는 6개월 정도 자격증 취득을 위해 준비하는 기간 동안 본인의 적성과 그 업의 시장상태 등을 살펴보며 경영 전략을 마련하는 등 이른바 창업 성공을 위한 숙고기간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자격증 취득과 더불어 창업 교육 참가 등 사전 준비가 철저해야만 창업 실패를 줄일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영세 자영업자라 해도 소비자에게 적정한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최소한의 자격은 갖추고 창업하는 것이 상도의 아닐까.

 사실 이번 정부 대책에 포함된 미용사(1961년), 제과제빵기능사(1982년), 세탁기능사(1991년) 자격증은 이미 도입돼 자격증 소지자만 50만명에 이르고 있다고 한다. 다만 현재는 시장진입과정에서 자격증 소지여부에 관계없이 똑같은 기회가 주어지고 있는데 향후는 자격소지자에게 창업 우선권을 주겠다는 것이 정부 대책인 반면에 창업제한보다는 인센티브를 주어야 한다는 것이 다른 주장이다.

 글쎄, 이 분야의 자격증 소지자에게만 특별히 인센티브를 주는 것이 타 분야와의 형평성과는 무관한지 의구심이 생긴다. 혹여 업종 비하적인 사고가 숨어 있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이제 정부는 빵집, 미장원, 세탁소도 전문 영역으로 인정하고 이들이 경쟁력을 갖추도록 당근과 채찍을 같이 제공해야 할 것이다. 문제가 있을 때마다 세금 일부를 감면해 주는 땜질식 지원으로는 영원히 이들 업종의 홀로서기를 이루어낼 수 없을 것이다.  

 몇 번을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 덕목은 성공한 창업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창업예정자나 당 및 정부는 당장 힘들고, 어렵더라도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여러 이유로 사회적 빈곤층이 증가하고 있는 상황에서 가난은 나라도 구제할 수 없다는 옛말이 생각난다. 제대로 된 고기를 잡아줄 수 없다면 더 늦기 전에 고기 잡는 방법을 가르쳐 주는 것이 영세 자영업자를 위한 정부의 역할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