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세대 성장 엔진을 확보하기 위한 다각적인 노력이 어느때보다 필요한 시점이다. 때를 놓치면 기업의 영속성을 보장 받기 어려운 법, 성장 전략의 및그림을 어떻게 짜고 무엇을 유념해야 할지 알아본다.
 계 기업의 평균 수명은 단 13년. 30년이 지나면 80%의 기업이 사라진다고 한다. 한국의 경우 1965년 100대 기업 중에서 현재 16개만이 살아남았다. 그렇다면 듀폰, 3M, GE 등 100년 이상을 생존한 기업들의 비결은 무엇일까? 여러 가지 비결이 있겠지만 무엇보다 환경 변화에 민첩하게 반응하여 자신의 사업 영역을 꾸준히 변화시켜 왔기 때문일 것이다. 결국 미래를 대비하여 차세대 성장 엔진을 확보하기 위해 다각적인 노력을 펼치는 것만이 일상적인 기대 수명을 뛰어넘어 장기 생존의 번영을 보장해 준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국내 기업들이 신규 사업을 계획할 때 흔히 범하기 쉬운 오류가 있다. 차세대 성장 엔진을 만들기 위해서 새롭게 부상하는 신규 산업에 너무 연연해 한다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기업들은 현재 자신이 속한 산업은 성장률이 둔화되고 경쟁이 치열해 수지 맞추기도 어려운 한물간 산업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우리가 사양 산업으로 생각하는 분야에서 새롭게 성공을 거두는 기업들이 의외로 많다. 스웨덴의 가구회사인 이케아가 대표적인 성공 사례이다.

 이케아는 1940년대 가구 통신 판매로 출발하여 현재 전 세계 31개국에서 181개 매장을 운영하고 있으며, 2003년 매출액은 124억유로(150억달러)로 지난 10년간 연평균 10.9%씩 성장했다. 이와 같이 이케아가 대표적인 성숙 산업인 가구 분야에서 성공을 거둘 수 있었던 것은 아웃소싱, 물류 합리화 등을 통해 제품 가격은 낮춘 반면 심플하고 감각적이면서 소재 특성과 사용자의 기분을 중시하는 고유의 디자인을 일관되게 추구하고 소파는 도시명, 수납장은 남자아이 이름으로 짓는 등 독특한 네이밍을 통해 제품에 아이덴티티를 부여하면서 소비자들에게 ‘이케아 컨셉트’를 형성했기 때문이다.

 이와 같이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내면 사양 산업도 훌륭한 성장 동력이 될 수 있다. 따라서 전혀 새로운 영역을 욕심내기보다는 기존 사업의 잠재력을 최고로 끌어올리려는 생각이 위험 부담을 줄이고 성공 확률을 높일 수도 있다는 점을 분명히 인식해야 한다.



 비즈니스 영역 재정립할 땐 고정관념 파괴해야

 그렇다면 기존 사업의 핵심 역량을 주변으로 확대하여 새로운 성장 엔진을 창출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먼저 기존의 고정관념을 파괴하고 비즈니스 영역을 재정립하는 것이 필요하다. 신대륙을 안내하는 지도가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기존의 게임 법칙을 부정하거나 경쟁 자체에서 벗어나 문제의 근본부터 다시 생각하는 과정에서 새로운 사업 모델이 등장할 것이다.

일본 세콤은 자신의 사업을 경비업이 아닌 안심을 파는 사업으로 ‘업의 개념’을 새로 세우고, 끊임없이 새로운 사업 모델을 창조해냈기 때문에 41년 동안 연속 흑자를 낼 수 있었던 것이다. 또한 스타벅스도 단순히 커피를 판매하는 기업이 아닌 문화를 파는 기업으로 스스로 사업 영역을 설정했기 때문에 오늘날의 성공이 가능했다. 이처럼 기존 사업의 핵심 역량과 업의 개념의 재정립을 통해 설정한 방향이 일치될 때 신사업의 성공 가능성이 더욱 높아진다.

둘째로 외부에 있는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효과적으로 수집하고 기존 사업과 접목시킬 수 있는 체제 구축이 중요하다. 경영 환경이 급변하는 지금은 하나의 기업이 모든 영역을 커버하는 것이 불가능해졌고, 또한 산업 역사를 돌이켜보더라도 불연속적인 혁신의 대부분은 동종 업계가 아닌 외부에서 발생했다.

 이에 따라 인텔, IBM, 듀폰 등 선진 기업들은 외부의 혁신적인 기술이나 아이디어를 채집하기 위한 시스템 구축에 전력을 다하고 있다. 연구원 약 7000명, 연간 R&D 예산이 44억달러에 달하는 미국 하이테크 업계 유수의 기술자 집단인 인텔이 대표적인 사례로 약 5년 전부터 학계나 이(異)업종과의 연계 강화에 나서고 있다. 기존의 사업 영역을 넘어서 인텔이 널리 외부의 지식을 찾아 나서기 시작한 것은 차세대의 비즈니스 기회를 포착하고 자사의 사업을 위협하는 파괴적인 기술의 존재를 포착하기 위해서이다.



 시장을 만들어 갈 때는 전략의 유연성이 필요

 현재 인텔은 대학의 캠퍼스 부근에 잇따라 ‘랩랫’(Lablet)이라고 하는 작은 연구실을 설립하여 대학의 연구원들과 공동으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현재 인텔은 랩랫을 통해 400건 이상의 연구를 진행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MIT나 스탠포드대학 이외에 중국의 칭화(淸華)대학 등 다른 국가에도 지원하기 시작했다. 인텔은 기본적으로 5년 이내 상용화를 목표로 하는 연구는 사내 연구개발 조직에서 추진하고, 그 이상의 시간이 필요한 연구는 외부와의 연계를 통해 추진할 것이라는 방침을 갖고 있다.

 셋째로 내부의 아이디어를 신제품, 신사업으로 연결시키기 위해 직원들의 사업기획 역량을 제고해야 한다. 현재 대부분의 기업은 사내 제안제도 등 내부의 아이디어를 수집하기 위한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으나 실제로 제품이나 사업화되는 비율은 극히 저조하다. 그 이유는 제안의 내용이 좋지 않기 때문이라기보다 아이디어를 주로 제안하는 연구원, 영업사원 등과 실제로 사업을 추진하는 기획부서 직원들 사이의 커뮤니케이션이 원활히 이루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연구원들에게 사업기획을 교육하는 ‘소장 경영학원’을 운영하는 히타치중앙연구소의 니시노 소장은 설립 동기에 대해 “2년 전 사업·제품 기획자로부터 연구자의 대부분은 기술 이야기만 한다. 이것이 어떠한 사업에 연결되고 왜 돈을 버는지 설명해 주지 않는다. 따라서 사업화를 위해 무엇을 준비하면 좋은지 다음에 해야만 하는 것은 무엇인지 등의 논의는 진행되지 않는다는 의견이 나와 설립하게 됐다”라고 말하고 있다.

 이와 같이 부서 간 커뮤니케이션이 원활히 이루어지도록 하는 것이 내부 아이디어 활용을 극대화시키는 첫걸음인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연구원이 직접 사업화에 움직이도록 할 필요는 없다. 연구원은 연구에 전념하고 사업화는 사업기획 전문가에게 맡겨두는 것이 훨씬 효율적이다. 다만 연구원에게 기술을 실제 비즈니스 모델로 연결시키기 위한 프로세스와 감각을 익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마지막으로 시장의 미세한 변화까지 감지할 수 있는 센서 시스템을 구축하고 상황 변화에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는 유연성을 가져야 한다. 지금까지 국내 기업들은 이미 선진 기업들이 만들어 놓은 시장을 중심으로 신규 사업을 추진했기 때문에 누가 빨리 제품을 출시하느냐가 관건이었다.

그러나 현재 정부나 기업들이 고려하고 있는 성장 동력 분야들은 스스로 시장을 만들어 나가야 하는 분야가 대부분이다. 그만큼 과거보다 성공의 불확실성이 커진 것이다. 따라서 새로운 분야를 발굴했다고 해도 무조건 제품화를 추진하기보다는 기술 개발을 통해 내부 역량을 축적함과 동시에 시장의 변화를 면밀히 살펴가며 제품화 시기와 방법을 결정하고 때로는 사업 방향 자체를 바꿀 수 있는 유연성을 가져야 성공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

 사람마다 유전자가 다르듯이 기업마다 처한 상황과 특성이 다르다. 따라서 다른 기업의 성공 사례는 참고는 될 수 있겠지만 해결책은 될 수 없다. 각 회사의 특성과 공진할 수 있는 분야를 찾아 핵심 역량과 접목될 때 차세대 성장 엔진 발굴이 성공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