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과 컴퓨터(이하 한컴)가 사무용 소프트웨어분야의 야심작 \\\\\\\'씽크프리 오피스 3.0\\\\\\\'을 내세워 본격적인 미국시장 공략에 드러간다. 맞상대는 IT업계의 황제 빌 게이츠가 이끄는 마이크로소프트(이하MS), 이 같은 엄청난 일을 벌이는 한컴의 총괄지휘자는 백종진 (45) 사장이다. 과연 그는 MS가 휘어잡고 있는 미국시장을 뚫을 수 있을까.

 "세계시장에서 미국의 마이크로소프트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대표 S/W기업이 디겠다."

 백사장에게서 세계 최대기업에 대한 도전에 두려움과 망설임은 전혀 없었다. 오히려 자신감이 넘쳐흘렀다.

 한컴은 지난 6월부터 미국 뉴욕에서 개최된 ‘C3 Expo’를 시작으로 7월11일 보스턴, 8월8일 샌프란시스코의 ‘MacWorld Expo’ 등에 참가함으로써 미국시장에서 ‘씽크프리 붐’을 불러일으킨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씽크프리 오피스’는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개발한 사무용소프트웨어로, 전신은 한글과컴퓨터다. 현 강태진 부사장이 1998년 당시 한컴의 한글솔루션 사업부를 독립시켜 출범한 ‘제이소프트’에서 시작된 제품이다. 강 부사장이 실리콘밸리에 설립한 씽크프리코퍼레이션은 2000년 미국 프리즘 캐피탈사와 미국 교원연기금펀드로부터 2400만달러를 투자받기도 하는 등 앞날이 촉망되는, 잘나가던 회사였다.



 MS도 위협적인 존재로 꼽아

 2001년 MS의 CEO인 스티브 발머는 MS의 잠재적인 위협이 될 존재로 ‘리눅스’와 함께 ‘씽크프리 오피스’를 꼽았다. 하지만 씽크프리 오피스는 초기 과도한 투자와 미국시장에서 온라인 방식으로 마케팅을 펼치다 투자금액을 대부분 소진하고, 2003년 11월 한컴에 자산인수방식으로 인수됐다.

 백 사장은 “취임 후 ‘아래아 한글’이라는 단품으로는 도저히 살아날 수 없다고 생각했다. 세계화를 위한 다양한 수익원을 찾던 중 씽크프리 오피스를 인수하게 된 거다”라고 말했다. 그는 씽크프리 오피스를 인수하려는 외국 기업이 많았지만 개발자들이 한국인이었고, 소스코드도 한글이어서 인수하지 못했다고 에피소드를 소개했다.

 그는 씽크프리 오피스가 미국 내에서 벌써 각별한 관심을 받고 있다고 소개했다. MS 오피스와의 호환성에 주목하면서 컴퓨터 문서 작성교육이 필수인 각 학교에서는 교육용 라이선스를 통한 판매방식에 관심을 나타내고 있다는 것. MS 오피스와의 높은 호환성과 더불어 저렴한 가격(약 50달러)에도 주목하고 있다는 것이다.

 백 사장은 “씽크프리가 주목을 끄는 것은 저렴하고 효율적인 소프트웨어 사용에 대한 대체수요가 높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윈도, 리눅스, 맥OS, 유닉스 등 플랫폼의 자유로운 호환성으로 사무용 소프트웨어 활용분야에서 사용자들이 반기는 추세”라고 밝혔다.

 마케팅 전략과 관련, 백 사장은 바이럴 마케팅 기법을 적극 활용하겠다고 밝혔다. 바이럴 마케팅(Viral Marketing)은 한마디로 ‘온라인 입소문’을 말한다. 네티즌들이 온라인을 통해 자발적으로 기업의 제품을 홍보할 수 있도록 한다는 계획인 것. 그래서 그는 미국의 대형 포털과의 제휴에 무게를 두고 있다.

 백 사장은 “돈을 쏟아붓는 마케팅으로는 MS와 같은 공룡과 대결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며 “혁신적인 닷컴광고 수익모델로 유명한 대형 포털 몇 곳과 제휴를 추진중”이라고 밝혔다.

 미국시장에서의 성공을 자신하는 백 사장이 기대를 거는 것은 특히 미국의 개인시장이다.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개인소비자의 90% 이상이 불법복제품을 사용하고 있지만 미국에서는 상당수가 정품 S/W를 구매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컴은 미국뿐만 아니라 국내시장에서도 MS와 대결을 펼친다. 씽크프리 오피스를 통한 미국시장 공략과 함께 지난해 말 내놓은 ‘한컴오피스 2005’로 국내 오피스 프로그램 시장에서 MS에 과감하게 도전장을 내민 것이다. 국내 오피스 시장은 1000억원대 규모. 이 가운데 지난해 한컴이 올린 오피스 매출은 40억원이었다. 나머지는 마이크로소프트의 몫. 거의 전체 시장을 MS가 차지하고 있다고 해도 무방할 정도다.

 하지만 한컴은 MS 제품의 3분의 1 수준인 저렴한 가격을 최대 무기로 내세우며 시장에서 한판 승부를 펼칠 계획이다. 그는 이 제품으로 올해 100억원대 매출을 올려 국내시장의 30%를 확보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한컴은 이미 상반기에 지난해 오피스 매출과 맞먹는 39억원을 달성했다.

MS와의 대결에서 관건은 이미 MS의 제품에 익숙한 사용자들을 어떻게 흡수하느냐 하는 것이다. 특히 기업시장에서는 MS의 엑셀이나 파워포인트로 작업하는 것이 일반화돼 있는 상태. 한국MS측도 한컴의 적극적인 시장공략에 내심 경계하는 눈초리지만 생각만큼 쉽지는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한국MS 관계자는 “이용자들의 습관을 바꾸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국내외 어디에서도 MS의 아성을 쉽게 허물 수는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백 사장은 국산제품을 사용해달라는 식의 애국심 마케팅은 사양이라고 말한다. 그보다는 소비자들이 값싸고 좋은 제품을 사용하라고 말한다. 그것이 진정으로 토종기업을 살리는 길이라는 것이다.

 백 사장은 공개소프트웨어인 리눅스 관련 사업에도 앞장서고 있다. 중국의 홍기소프트, 일본의 미라클리눅스와 함께 리눅스 표준운영체제인 ‘아시아눅스’의 공동 개발에 나선 것.

 백 사장은 “중국과 일본의 경우 리눅스 운영체제는 갖고 있지만 리눅스 기반의 오피스 프로그램은 없다”며 “씽크프리 오피스 등 응용 소프트웨어 제품들을 내세워 아시아 지역을 공략하는 데 큰 기대를 걸고 있다”고 말했다.



 “IT전문가 아니어서 더 유리”

 1990년 설립된 한컴은 워드 프로그램 ‘아래아 한글’로 한때는 시가총액이 삼성전자를 앞지르기도 했을 만큼 급성장했다. 그러나 MS의 오피스 제품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해 큰 어려움을 겪었다.

 2003년 백 사장이 취임하면서 상황은 바뀌기 시작했다. 백 사장은 기술 분야는 전문가에게 맡기고 마케팅과 영업에 박차를 가했다.

 백 사장이 취임했던 6월 누적적자 860억원의 심각한 경영난을 겪던 한컴은 이후 불과 6개월 만에 흑자로 돌아섰다. 한컴을 맡기 전 그는 어학실습 기자재를 판매하는 무역회사를 10년 넘게 운영했고, 이후 벤처캐피털 회사를 4년간 이끌었다. IT분야에는 문외한이었다.

 IT전문가가 아닌 점을 꼬집는 시각에 대해 그는 “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에 오히려 사업을 진행하는 데 유리했다”고 반박한다. 전문가라면 안 된다며 포기했을 사안에 대해 오히려 왜 안 되느냐며 거침없이 추진했던 것이 장점이 되었다는 것. 가장 큰 약점을 장점으로 전환한 것이다. 

 취임 이후 백 사장은 제품 개발, 신사업 착수 등 회사 전체를 다그쳤다고 한다. 처음에는 직원들 사이에서 백 사장에 대한 원망도 많았지만 지금은 백 사장의 별명이 ‘세일즈맨 CEO’가 됐을 만큼 신임을 얻고 있다.

 해외에 내다 파는 국산 S/W가 거의 없는 상황에서 한컴이 S/W의 본고장인 미국시장을 성공적으로 공략해 토종 S/W의 자존심을 보여줄 수 있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