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45세대 소비주체 급부상

 “전반적으론 소비 자제하는 분위기”

 서울=임상연 기자 sylim@chosun.com



  경기 침체 장기화, 신용 불량자 증가 등으로 소비 심리가 얼어붙으면서 내수 시장이 신음하고 있다.

산업자원부가 최근 발표한 ‘2004년 11월 유통업체 매출’ 동향에 따르면 할인점 매출은 2003년 동기 대비 2.9% 감소했으며, 백화점도 2003년 같은 달보다 7.2% 감소했다. 특히 백화점 매출은 2004년 10월 한 달 동안 매출이 깜짝 상승했지만 다시 큰 폭으로 떨어져 장기 불황의 조짐을 보이고 있다. 자동차 부문은 내수 부진으로 12월 중순까지 판매대수가 2003년보다 16% 이상 감소했다.

 이처럼 소비 심리가 악화되면서 세대별·품목별 소비 양극화는 심화되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주요 소비층인 20~30대의 구매력이 크게 떨어지면서 30대 후반과 중년층들이 소비 주체로 급부상하고 있다.



 소비자 지갑 안 연다

 2004년 12월10일 오후 3시 하이마트 청구지점. 예년 이맘때면 겨울나기를 위해 김치냉장고, 열풍기 등을 찾으러 온 고객들로 붐볐던 매장 안은 썰렁하기만 했다. 이 매장에는 16명의 직원이 상주하고 있었지만 대부분 제품 정리에 분주할 뿐 고객에게 판매 상담을 하는 직원들은 4~5명 정도에 불과했다. 특히 PDP TV, 전화기 등이 배치된 매장 1층을 찾은 고객은 거의 전무한 상태였다.

 하이마트 청구지점 배병국 지점장은 “경기 회복이 불투명하다는 분위기가 확산되면서 고객들도 최대한 소비를 자제하는 것 같습니다. 이 지역은 20~30대 초반 젊은 층보다 30대 후반 중년층들이 많이 살고 있어 안정적인 매출을 유지했지만 2004년에는 매출액이 크게 줄었습니다”.

 이 같은 분위기는 백화점이나 자동차대리점, 재래시장도 마찬가지다.

 2004년 12월12일 오후 2시 을지로 롯데백화점. 연말 마지막 세일이었던 만큼 백화점은 많은 고객들로 붐볐다. 하지만 대부분 아이쇼핑족일 뿐 실질 구매 고객은 드물었다. 실질 구매 고객들도 수십만 원에 달하는 제품보다는 각 매장 앞에 설치된 간이 판매대의 저가형 의류 구입에 더 많은 관심을 보였다.

 고급 여성의류를 판매하는 매장의 한 직원은 “세일이라 방문 고객들은 많지만 실제로 옷을 구입하는 고객들은 드문 상태입니다. 판매 의류도 일부 유행 상품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10만원 내외의 저가 상품들로 2003년에 비해 매출이 크게 감소했습니다.”

 경기 변동에 민감한 동대문 등 재래시장은 이미 고사 직전이다. 20대 젊은 층이 주요 고객인 동대문 의류상가들은 신용 불량자 문제가 불거지면서 매출이 절반 이상 줄었다. 한류 열풍으로 그나마 버텨 오던 잡화상가도 국내 고객 매출이 갈수록 감소되면서 전체 매출이 크게 떨어졌다.

 에리어식스 여성복 매장 정모씨는 “젊은 층 고객들의 수요가 줄어들면서 대부분의 의류상인들은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습니다. 10부 이상의 이자를 주고 생산 자금을 마련하는 상인들도 부지기수니까요. 목적 구매 고객인 30대 이상 고객들도 필요하지 않다고 생각되는 것은 절대 사지 않는 분위기입니다.” 경기 침체에 따른 소득 감소보다는 불투명한 경기에 대한 심리적인 우려가 소비자들의 지갑을 닫게 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2004년 12월9일 통계청이 발표한 ‘2004년 11월 소비자 전망 조사’에 따르면 6개월 뒤의 경기와 소득 지출 등에 대한 소비자들의 기대 심리를 나타내는 소비자기대지수가 86.6으로 나타났다. 이는 통계청 조사가 시작된 1998년 11월 이후 6년(72개월)을 통틀어 4번째(1998년 11월, 2000년 11·12월)로 낮은 수준이다. 이 지수가 100 미만이면 6개월 뒤의 경기·생활형편 등이 지금보다 나빠질 것으로 보는 가구가 많다는 것을 뜻한다. 결국 소비 심리를 살릴 만한 재료 없이는 2005년 상반기까지 소비자가 지갑을 열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세대별·품목별 소비 양극화 심화

 소비 심리가 얼어붙으면서 전반적인 소비 추이도 세대별·품목별 양극화 현상이 발생하는 등 큰 변화를 보이고 있다. 가전제품의 경우 품목별로는 PDP TV 등 프리미엄 고급 가전이나 저가 실속형 가전이, 세대별로는 20~30대보다는 30대 후반 중장년층의 구매율이 높아지고 있다.

 전국 250개의 직영점을 운영하는 하이마트가 2004년 9월까지 전자제품 판매 추이를 조사한 결과 고급 제품 또는 저가 제품만 집중 판매되는 양극화 현상이 뚜렷하게 나타났다. 이는 경기 침체에 따른 빈익빈 부익부 외에도 소비 주체가 20~30대에서 30대 후반 중장년층으로 이동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최근 전자제품 판매의 양극화 현상은 곧 고객의 양극화 현상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실제로 경기 침체, 신용 불량자 증가 등으로 소비 주체가 바뀌어 젊은 층보다는 30대 후반에서 40~50대의 구매율이 증가하고 있습니다.” (하이마트 청구지점 배병국 지점장)

 2030세대의 소비 감소는 혼수 경향에 분명히 나타나고 있다.

 “과거의 경우 혼수 장만 시 TV 냉장고 세탁기 다리미 청소기 체중계까지 올인원으로 구입했지만 최근에는 실제로 필요한 제품만 알뜰하게 구입하는 단품 구매가 늘었습니다. 젊은 층들이 경기와 소득에 대한 불안감이 높아지면서 제품 구매에서 선별적으로 선택하는 경향이 강하게 나타나고 있습니다.”

 이와 반대로 30대 후반 중장년층들은 가전제품 고급화 경향이 강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이마트는 2004년 9월까지 30대 후반 중장년층의 고급 가전제품 판매가 크게 늘어났다. 500만~1300만원을 호가하는 PDP TV는 전년 대비 160% 증가했고, 고급 프로젝션 TV도 60%가 늘었다. 또 200리터 이상 대용량 김치냉장고의 판매도 65% 증가했다.

 “가전제품의 구매 사이클을 볼 때 30대 후반 중장년층들이 바로 제품 교체 1주기가 됩니다. 이들은 젊은 층보다는 생활적으로 안정된 상태이기 때문에 TV나 냉장고를 교체할 때 고급 제품을 선호하는 편입니다. 특히 여유가 있는 사람들은 목적 구매시 최소 대부분 수백만 원을 호가하는 대용량, 다기능 가전제품을 찾습니다.”

 백화점이나 자동차, 재래시장의 소비 패턴도 이 같은 세대별·품목별 격차가 심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백화점은 명품 매장의 전체 매출은 다소 감소했지만 30대 후반 중년층의 구매 수요가 유지되면서 2003년과 비슷한 수준의 매출을 기록했다.

 신촌 현대백화점 브랜드샵 직원은 “20대 젊은 층의 수요가 크게 떨어진 반면 30대 후반 중장년층의 수요는 2003년과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며 “이에 따라 최근에는 주로 중장년층을 대상으로 하는 마케팅에 주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자동차의 경우 신규 수요는 마티즈 등 경차가 주류를 이루었다. 주로 젊은 층에서 경차 선호도가 높았으며 중장년층의 경우 2000CC 이상 중형급을 찾는 경우가 많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유가 상승, 자동차세 인상 등으로 신규 수요가 많은 젊은 층은 주로 경차를 선호하고 있고 교체 수요가 많은 중장년층은 중형급 이상을 선호하는 세대별 양극화가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습니다.”(대우자동차 충무로지점장)  



 고품질·고가 제품 소비 늘어

 “자신의 이미지 맞으면 즉각 구매”

 상하이 = 최범수 기자 gaia@chosun.com



 상하이는 다양한 스펙트럼을 가진 곳이다. 소득 수준도 천차만별이고 그에 따라 지출도 극과 극이다. 1위안짜리 호빵으로 점심을 때우는 노동자가 있는가 하면 우리나라 돈으로 13만원에 이르는 100위안짜리 점심을 즐기는 전문직 종사자도 수두룩하다. 양극화 현상은 가전 분야에서도 잘 드러난다. 가격을 종잡을 수 없다. 한국의 명품 백화점과 맞먹는 가격대의 매장부터 재래시장의 믿을 수 없이 싼 가격까지.



 한국 할인점 수준의 상하이 백화점

 난징루는 상하이 구시가지 한복판에 자리 잡고 있는 서울의 명동 같은 곳이다. 이곳도 명동처럼 차량의 통행을 금지해 놓아 쇼핑을 즐기는 사람들의 천국이다. 기자가 찾은 2004년 12월12일 일요일 오후엔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로 거리에 사람들이 넘쳐났다. 쇼핑과 외식을 겸한 가족 나들이객들이 많이 보였다.

 난징루 쇼핑의 거리 초입에 있는 건물은 제일백화점이다. 설립한 지 100년이 넘은 중국 최고의 백화점이자 상하이 유통 1번지란 소개에 입구를 열고 들어섰다. 인테리어는 의외로 실망스러웠다. 에어커튼 대신 세로로 잘려진 두터운 비닐막이 늘어져 있어 ‘백화점이 맞나’ 하는 의구심마저 들었다. 비닐을 걷고 들어선 내부 또한 한국의 할인점 정도의 수준이었다. 하지만 층별 구성이나 입점해 있는 브랜드는 한국 못지않았다.

 1층에는 화장품 코너가 자리 잡고 있는데, 샤넬, 크리스찬디오르, 엘리자베스아덴 등의 브랜드가 입점해 있다. 향수 가격은 한국과 차이가 없었고, 향수에 대한 상하이 여성들의 소구도 비슷했다. 크리스찬디오르 매장의 점원은 “가격이 중요하지 않아요. 자신의 이미지에 맞다고 생각하면 망설이지 않고 구매합니다. 향수만 하루 평균 100여개 정도 팔립니다”라고 밝혔다.

 이 같은 소비 폭발 현상을 중국 현지에선 ‘서구식 소비혁명’이라고 부른다. 1990년대 초 개방개혁과 맞물려 일어났던 1차 소비혁명이 ‘일단 쓰고 보자’였다면 WTO 가입과 함께 일어난 2차 소비혁명은 ‘고품질, 고가의 소비’를 하는 질적인 변화라는 게 그들의 분석이었다.

 2층 숙녀복 코너부터 7층 전자 코너까지의 층별 구성은 한국과 비슷했지만 화장품 코너만 한국과 입점 브랜드가 유사할 뿐 이후 층은 국내 할인점 정도 수준의 상품과 디자인들이었다. 이런 현상은 옆에 있는 백화점도 유사했다. 이에 대해 난징루에서 만난 은행원 칭(27)씨는 “중국은 백화점에 대한 선호도가 낮다. 오히려 백화점보다 개별 브랜드 점포를 즐겨 찾는다”고 알려줬다.



 물건을 하나 사도 계획 세워 “충동 구매는 없다”

 난징루에서 택시를 타고 상하이 동북부의 이민허루로 갔다. 전날 찾은 가전양판점 점원이 “일요일에 사람들이 더 많이 오고 가격도 더 싸게 살 수 있다”고 충고해 주었기 때문이다. 기자가 찾은 곳의 1층에는 이마트가 있었다. 그곳 2층과 3층에 가전 매장이 있었고, 4층은 가구 매장이 들어와 있었다.

  상하이 중산층의 평균 소득을 6000달러로 봤을 때 이마트 등 할인점을 찾는 이들은 이보다 평균 30% 정도 소득 수준이 높은 것으로 현지 유통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다. 이마트 위의 가전양판점을 찾는 이들도 자연스럽게 그 정도 소득 수준을 지녔다고 연관시키면 된다는 게 소니 홈시어터 전문점을 운영하는 왕(42)씨의 말이었다.

  “아직은 홈시어터가 대세는 아니다. 호기심에 구경을 하러 들어오지만 구매로 이어지는 경우는 드물다. 앞으로 수요가 생길 것으로 예측하고 점포를 열었다. 지금까지는 21인치, 29인치의 평면 브라운관이 시장의 주도권을 잡고 있다. 하지만 그 비율이 놀라운 속도로 떨어지고 있다. 선호 브랜드는 TCL, SVA, KONKA 등의 중국 브랜드들이다. 값이 싸기 때문이다. 가전 시장은 양극화돼 있다고 보면 된다. 아예 싼 거 아니면 아예 비싼 거. 이들 저가 TV의 경우 21인치는 한국 돈으로 10만원 내외, 29인치는 21만원 남짓이다. 가격 조정은 가능하다. 이야기만 잘하면 덤까지 얻을 수 있다.”

  왕씨 매장을 이마트 봉투를 들고 가족과 함께 찾은 회사원 리(34)씨는 홈시어터를 당장 사려고 온 것은 아니라고 말했다. 하지만 결혼할 때 마련한 가전제품들을 교체할 시기가 됐기 때문에 시장 조사 겸 나왔다고 한다.

  “우리도 그렇고 주변 친구들도 그렇고 스타일을 통일하기 위해 세트로 구입하는 걸 좋아한다. 가구도 일절, 가전제품도 일절 그렇게. 단품을 살 때는 고가 위주로 구입하지만, 물건을 하나 구입할 때도 계획을 세워서 산다. 충동구매는 거의 없다. 상하이에 유명 가전양판점 브랜드가 네 곳이 있는데 각각 다 특징이 있고, 같은 상품에 대해서도 가격이 다르기 때문에 꼼꼼하게 챙겨야 한다.”



 지펠과 트롬은 상하이 주부의 드림 냉장고, 드림 세탁기

 
아이가 홈시어터에서 나오는 만화영화 화면에 빠져 있는 사이 친절하게 설명해 주던 리씨의 손에는 DVD 타이틀이 들려 있었다. 집에 DVD가 있는가라고 묻자, 주인 황씨가 중국 가정엔 VTR 대신 DVD가 있다고 말해 준다.

  “상하이에선 VTR 시장이 거의 형성되지 못했다. VTR 시장이 생성될 즈음에 DVD가 나와 시장을 잡아버렸다. 몇 가지 요인이 있는데 10위안 정도의 가격으로 DVD 타이틀을 구입할 수 있다는 점도 중요하게 작용했다. 불법 복제이긴 하지만 진품과 구분이 안 간다.”

  2층 반대편에 있는 핸드폰 상점들 쪽으로 발길을 옮겼다. 핸드폰 매장도 양극화돼 있긴 마찬가지였다. 한국 돈 10만원 내외의 저가형 핸드폰에서부터 80만원대의 노키아, 모토로라, 삼성, LG의 카메라폰, MP3폰, PDA폰 등이 손님을 기다리고 있었다. 종업원 워(24)씨는 팔리는 양은 저가형이 많지만 고가형도 적잖게 팔리고 있다고 말한다.

  “핸드폰은 자동차처럼 타인에게 자기 신분을 드러내 주는 ID 카드 같은 역할을 한다. 체면을 살리기 위해서 자기 능력을 넘어서는 고가 제품을 사는 경향이 있다.” 한 층 위로 올라가 냉장고, 세탁기 등을 둘러보았다. 삼성과 LG 제품이 화려하게 진열돼 있었다. 상하이 주부의 꿈이 지펠 냉장고, 트롬 세탁기라는 게 점원의 귀띔이었다.



Plus Interview


이마트 상하이 2호점 최택원 루이홍점장

“소비 성장 속도 상상초월해”



 상하이 동북부 루이홍에는 낯익은 간판이 한국인들의 눈을 즐겁게 해주고 있다. 노란색 바탕에 검은색 글씨의 ‘E MART’가 바로 그것.

 이마트가 중국에 진출한 것은 1997년 이민허루에 1호점을 세우면서부터다. 루이홍점은 1호점이 생긴 지 7년 만인 2004년에 출점시킨 2호점이다. 2호점이 탄생되는 데 7년이란 시간이 걸렸지만 3호점은 1년밖에 걸리지 않는다. 2005년 오픈되는 것. 이후 신세계 이마트의 중국에서의 행보는 더 빨라진다. 오는 2007년까지 상하이에만 10개 점포망을 구축하고 2012년까지 중국  전역에 총 50여개의 점포망을 계획하고 있는 것. 루이홍점 최택원 점장은 이에 대해 “상하이는 중국 유통시장의 실험실이라고 불릴 정도로 세계적인 유통업체들이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곳이다. 상하이에서 생존했기 때문에 중국 다른 지역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다는 자신감과 노하우 그리고 데이터가 생긴 것이다”라고 말했다.

 92년 상하이 유통시장이 개방되며 유수의 유통업체가 들어왔지만 일본계 바바이반(八佰伴)백화점과 슈퍼마켓인 자스코를 비롯해 네덜란드계 아우어홀드 등이 잇따라 실패의 쓴잔을 마셨을 정도로 경쟁이 치열하고 영업 환경이 열악하다.

 “상하이는 고급 자동차의 비중이 높지 않습니다. 2004년 말 GDP가 6000달러에 이르러 마이카 시대가 예상되지만 관세 인하를 기다리며 자동차 구입을 미루는 것이 바로 상하이 사람들입니다. 그만큼 중국에서도 상하이 사람들은 매우 실용적이고 합리적인 사람들로 통하는데 한국 사람들은 획일적이고 편견 어린 잣대로 중국을 보고 있습니다. 중국 시장에서 실패하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입니다.”



 이마트에서 타깃으로 하는 주 수요자는 어떤 사람들입니까?

 “상하이의 중산층으로 40대 초중반의 맞벌이 부부입니다. 부부 합산 소득이 연간 1만2000위안의 소득층입니다. 최근에는 부동산 신흥 부자들이 늘어나고 있는 추세입니다.”

 그들의 소비 특성은 어떻습니까?

 “이율배반적이긴 하지만 계획 구매를 한다는 것 하나와, 군중심리가 강해서 프로모션에 강한 반응을 보인다는 겁니다. 또 하나는 소비의 양극화 현상이 심하고, 할인점과 브랜드 숍 그리고 재래시장이 활성화되어 있다는 점이 특색입니다. 백화점에 대한 선호도는 낮습니다.” 

 그에 따른 루이홍점의 영업 전략은 무엇입니까?

 “쇼핑 환경을 타 점포보다 월등하게 꾸미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입구에 화장품 브랜드들 그것도 로레알, 메이블린, 올레이 등의 브랜드 인지도가 높은 제품들을 입지시켜 할인점이라기보다는 백화점에 온 듯한 느낌이 들게 만들었습니다. 여기에 한국에서 이마트가 성공할 수 있었던 신선식품을 강화해 이마트에선 믿고 살 수 있다는 점을 주지시키고 있습니다. 식품의 다양성, 품질, 맛, 가격에서 어느 하나라도 뒤지지 않게 하는 거죠. 세 번째는 가전을, 그것도 디지털 가전 쪽으로 특화시키고 있는데 아직은 일반인에게 접근하기 어려운 것 같습니다. 마지막으로 한국과 한국 상품에 대한 이미지가 좋기 때문에 이를 적극 활용해 한국 상품을 많이 입점시키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한 사람의 구매 액수는 어느 정도입니까?

 “우리 돈으로 1만2000~1만5000원 정도로 국내에 비해서는 4분의 1~5분의 1 수준입니다. 하지만 그 성장률이 만만치 않아서 시장성이 있다고 봅니다.”

 다루는 품목에선 국내와 차이가 있습니까?

  “2만~2만5000점 정도로 비슷합니다.”

 이마트(E-Mart)의 중국 현지 점포명은 ‘易買得’(이마이더)로 ‘살수록 이득을 본다’는 할인점의 특징을 제대로 표현해 주고 있다는 점도 중국 소비자에게 쉽게 다가가는 이유다.  



시니어 주력 소비층으로 떠올라

“최소 한 개 제품은 명품으로 구매”

도쿄=오성택 기자 ost69@chosun.com 



 도쿄의 우에노공원은 일본의 대표적인 공원 중 하나다. 한국에도 개봉돼 인기를 끌었던 영화 ‘춤추는 대수사선’의 주요 무대로 등장한 레인보우브릿지가 있는 곳으로 유명한 우에노 지역엔 또 하나 명물이 있다. 바로 아메요코(アメ橫)시장. JR 전철 교각에 지붕을 잇댄 특이한 모양의 이곳에는 각종 생선과 과일, 과자 등은 물론 의류와 중고 골프채를 파는 가게까지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 2차 대전 직후 미군 물자가 유통되던 암시장에서 출발한 이 시장은 이제 도쿄를 대표하는 재래시장이 되었다.



 할인점보다 값싼 재래시장 ‘아메요코의 힘’

 2004년 12월10일 오전 10시, 시장은 제법 사람들로 붐빈다. 시장 입구에 ‘폐점’(閉店)이라는 현수막을 크게 붙인 가게에는 의류와 신발 등이 상자에 그득 담겨 있다. 한국으로 치면 ‘점포 정리 세일’인 셈이다. 간간이 중국, 동남아산 제품이 섞여 있는 점을 감안해도 어린이 신발 한 켤레에 580엔(한화 5870원)은 싸다.

 시장 안쪽으로 들어서자 생선, 과일, 과자, 의류점들이 즐비하다. 큰소리로 손님을 부르고, 흥정하는 모습은 한국의 재래시장과 다를 게 없다. 한창 손님과 흥정 중인 무타 이치로씨(65세). 3대 80년 넘게 시장에서 과일 가게를 운영 중이다. “경기가 나아졌느냐”고 묻자 “불황이 시작된 이후 별로 경기가 좋아졌다고 느낀 적이 없다”는 답이 돌아온다. 재래시장이지만 대형 할인점보다 값싸게 물건을 공급하기 때문에 단골이 많다고 한다. 단골손님과 뜨내기손님 비중은 7대 3 정도. 뜨내기손님이라는 말에 무안해져 초등학생 남자아이 주먹만한 귤 6개를 집었다. 귤을 담는 비닐봉투에 각기 다른 지역의 전화번호가 여럿 적혀 있다. 알고 보니 무타씨의 과일 가게는 오랜 장사 노하우를 살려 이미 도쿄 시내는 물론 지방에도 분점을 16개나 가지고 있었다. “대부분 가족이고, 몇몇 곳은 친한 사람들이 운영한다”고 했다. 재래시장의 소매업소이지만 대형화, 기업화에 맞선 일본 장사꾼의 진면목이 드러났다.

 5살 딸을 데리고 장보기에 나선 이라이씨(37) 가족을 만났다. 가와사키(川崎)에서 왔다고 했다. 기차로 2시간 이상 떨어진 곳에서 장을 보러 오다니…. “물건이 좋고 싸서 1년에 2~3번 정도 아메요코를 찾는다”는 부부는 “한번 왔을 때 필요한 생필품을 가져갈 수 있는 만큼 사 간다”고 했다. “얼마나 싸다고 보느냐”고 했더니 “30% 정도는 싼 것 같다”고 한 뒤 “재래시장 특유의 분위기를 느끼는 것도 재미”라는 귀띔도 잊지 않는다.

 일본의 소매시장에서 재래시장으로 대표되는 전통적인 소매점의 역할은 산업 규모와는 별개의 의미로 크다. 여러 대에 걸쳐 가업으로 가게를 운영하는 이들이 수도 없이 많은 일본에서 이들은 상인계(商人界)라는 조직을 통해 대기업들과의 경쟁에서 살아남은 노하우가 있다. 때문에 아메요코 시장의 활기는 고사 위기에 몰린 한국의 재래시장에 시사하는 점이 크다.



 전자왕국 시민은 구매도 1등주의

 오후엔 일본 최대 전자제품 매장이 늘어선 아키하바라 지역을 찾았다. 한국의 용산 전자상가인 셈인 아키하바라는 일본 전 지역에 다양한 형태의 전자제품 양판점이 들어서면서 오타쿠(한 분야에 깊이 몰두하는 사람. 마니아와 비슷한 의미)들만의 천국으로 위상 변화를 맞고 있다. 그러나 일본 내 단일 지역 최대 규모 양판점임에는 틀림없다.

 아키하바라 중심가의 대표적인 전자제품 양판점 중 하나인 이시마루(石丸)를 찾았다. 4층 가전매장에서 만난 오히라씨(57)에게 최근 일본 소비자들의 가전제품에 대한 구매 특성을 묻자 “일본 소비자들의 최근 특성 중 하나가 적어도 한 가지 제품만큼은 최고급으로 갖고자 하는 경향이 있다”고 했다. 예를 들어 다른 가전제품들은 중고 제품이나 구형 모델을 쓰더라도 TV만큼은 최신 액정 TV를 사려고 한다는 것이다.

 그의 말이 아니라도 TV 매장의 절반 이상을 최신형 액정 TV가 진열되어 손님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 중에서도 42인치 액정 TV가 베스트셀러. 그는 “가전의 경우 제품을 선택하는 기준은 구매력보다는 집의 규모나 형태가 우선한다”는 말도 덧붙였다. 현재 가장 잘 팔리는 냉장고는 400리터에 6도어 스타일로 가격은 20만엔 정도. 내셔널의 404리터 5도어(19만엔), 히다치의 416리터 6도어(20만8000엔)가 그 중에서도 인기 상품으로 꼽힌다.

  12월11일에는 도쿄 중심의 번화가 중 하나인 신주쿠 지역의 전자제품 양판점 사쿠라초를 찾았다. 1층 핸드폰과 디지털 카메라, 2층 시계, 3층은 TV 등 비디오 제품, 4층 백색 가전 순으로 구성돼 있었다. 주요 번화가답게 다양한 연령층과 계층의 사람들이 찾는 이곳에서도 아키하바라에서와 비슷한 양상의 구매 패턴을 보였다. 매장에 진열된 제품의 구성도 다를 게 없었고, 제품을 살피거나 판매원에게 문의하는 고객들의 관심사도 유사했다. 전자제품에 관한 한 세계 최고 수준의 제품을 자랑하는 일본인만큼, 고객들 또한 새로 구입하거나 교체하는 제품은 최고급을 장만하려는 경향이 강했다.



 전통적 백화점의 몰락, 소비 패턴의 변화 대변

 일본 소비 패턴 변화를 가장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는 곳이 백화점. 일본에서 가장 오래된 백화점인 미츠코시백화점 신주쿠점을 토요일(12월11일) 오후에 찾았다. ‘온갖 물건을 다 판다’는 백화점이란 이름이 무색하다. 백화점의 얼굴인 1층엔 구찌와 에르메스 등의 해외 고가 제품이 넓은 공간과 함께 독자 브랜드를 백화점 외관에 붙여 놓고 있다. 과거엔 상상도 못할 일이 벌어지고 있는 셈인데 지속적인 전국 백화점 매출의 감소는 결국 미츠코시의 경우 3개의 대형점 폐쇄와 조기 퇴직 실시 등으로 이어졌다. 생존을 위한 몸부림으로 미츠코시백화점측은 ‘미츠코시라는 브랜드를 여전히 높게 평가하는 나이든 층을 대상으로 한 매장으로 변신 중’에 있다고 설명했다.

  신주쿠역 서쪽 출구와 바로 연결되는 오다큐백화점의 경우 지하 식품 매장을 제외하곤 3층에서 8층 중 1개 층을 제외하곤 전부 여성 의류 매장으로 채워져 있었다. 그나마 1개 층도 남성 의류 매장이었다. 나머지 층은 모두 식당과 카페였는데, 한눈에도 50대 이상의 장년층이 대부분을 차지했다. 세대별로 쇼핑 매장이 다르고 장소가 다르다 해도 일본 백화점의 주력 소비층이 시니어층이 되었음을 여실히 보여주는 장면. 반백의 장년층이 줄지어 식당 입장을 기다리는 백화점 안 식당가 풍경은 20~30대로 북적이는 백화점 근처 식당가와는 좋은 대조를 이룬다.

 백화점 매장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여성복 매장을 찾았다. 5층 매장의 한 판매원은 “중년 여성 고객이 백화점의 가장 중요한 손님”이라며 이들의 주머니가 얼마나 열리느냐에 따라 백화점 매출에 결정적 영향이 온다고 했다. 한국에서 온 기자임을 밝히자 “욘사마 열풍 덕분에 중년 여성들이 생활에 활기를 되찾아 새로 옷을 장만하는 등 백화점 매출에도 일조를 하고 있다”고 좋아했다.

 저녁 7시, 록폰기 힐스의 56층짜리 록폰기빌딩에 위치한 전망대에 올랐다. 경제 규모 세계 2위의 경제대국인 일본의 심장부가 명멸하는 불빛으로 눈앞에 펼쳐졌다. 불빛의 반짝임처럼 일본의 소비 현장은 그렇게 조용히, 그러나 치열한 변화를 맞고 있었다.



 Plus Tip

 일본 진출 한국 기업이 보는 2005년 일본 시장 전망



 삼성재팬

 2004년 삼성재팬의 대일본 수출액은 5조원. 일본 진출 40년째인 삼성그룹이 일본에서 올린 매출의 80%는 일반 소비자를 대상으로 완제품을 판매해서 얻은 이익이 아닌 PDP나 브라운관, 부품을 일본 브랜드에 판매에 얻은 것이다. 삼성 하면 휴대폰이 떠오를 정도로, 세계 시장에서 최고의 기술과 성능, 디자인을 인정받고 있는 삼성의 ‘애니콜’을 일본의 판매장에서는 좀처럼 찾아보기 힘들다. “과거 일본이 엔고로 호황을 누릴 때 가격 경쟁력을 앞세운 한국 제품들이 일본 시장에 물밀듯 들어온 적이 있습니다. 결과는 참패였죠. 이때 얻은 교훈이 있어 삼성은 한 발 한 발씩 나가는 전략을 채택하고 있습니다. 일본 소비자들이 제품에 관한 한 세계에서 가장 까다롭다는 점을 간과했기 때문이죠.”(삼성재팬 방상원 상무) 도쿄 최고의 패션 중심지인 시부야 광장에 거대한 삼성 로고가 붙은 광고물을 볼 수 있다. 효과가 높은 만큼 가격도 비싼 이 광고가 삼성이 일본에서 하는 유일한 광고다. 일체의 매체 광고를 하지 않는 대신, 삼성은 일본 시민단체의 지뢰 제거 프로그램 후원, 자원봉사 활동, 미술관 후원 등 사회 활동에 마케팅의 상당 부분을 할애하고 있다. 일본 소비자들이 기업의 사회활동을 통해 기업의 이미지를 평가하려는 경향이 높기 때문이다. 지뢰 제거 프로그램 후원의 경우 방송 다큐멘터리로 제작되는 등 호응을 얻었다. “삼성의 글로벌 전략이 일본에서도 그대로 적용됩니다. 1등, 세계 최고만을 판다는 점이죠. 일본 소비자에게 아직 한국 제품은 일류가 아닙니다. 이런 인식을 바꾸고 결과적으로 한국 제품을 사도록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2005년 사업도 그 점에 초점을 맞춰 진행할 예정입니다.”



 LG전자 일본법인(LGEJP)

 완제품 형태로 일본 시장에서 소비자를 직접 만나고 있는 한국 기업으론 LG전자가 대표적이다. LG전자는 그동안 한국 시장에서 선보인 일상적인 제품으로는 일본 시장을 효과적으로 공략하기 어렵다고 판단해 일본 시장에 대한 면밀한 조사와 고객들의 생활 패턴 등을 분석해 틈새시장부터 접근하는 우회 전략을 쓰기로 했다. LG전자 일본법인은 일본 냉장고 시장이 3도어 및 4도어, 6도어 등 다(多)도어 냉장고가 주류를 이루고 있으나, 부피가 큰 제품은 나누어 보관해야 하는 일본 소비자들의 불편함과 냉동 기능을 중시하는 소비자 요구가 있다는 분석 아래 2004년 3월부터 다(多)도어 냉장고의 불편함을 해소하고 냉동고가 하단에 있어 찬 공기가 아래로 내려가는 자연적 원리를 활용한 자사의 2도어 콤비 냉장고 5개 모델을 일본 시장에 런칭했다. 당초 5만대 정도의 판매 계획을 수립했으나 11월까지 7만여대가 판매되는 성공을 거두었다. LG전자 일본법인은 한국의 창원공장(DA사업본부)과 양문형 콤비 냉장고의 추가 생산을 통한 물량 공급에 협의해 연간 매출을 8만대로 상향 조정했다. 일본은 현대식 가옥이라도 방 하나 정도는 전통 다다미방을 마련하는데, 이 다다미방에서는 진드기, 먼지 등이 많아 일본 소비자들이 각종 피부염과 호흡기 질환 등으로 고생하는 점에 착안해 LG전자 일본법인은 이를 효과적으로 제거할 수 있도록 자사 청소기 싸이킹을 현지에 맞게 개발해 지난 1999년부터 판매하고 있는 ‘쿠리마루’(영어 Clean + ‘둥글다’라는 일본어 ‘마루’(丸)를 합성) 청소기도 현재 지속적인 판매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2001년 11월부터는 일본의 유명 유통업체인 가마, 다이키, 호맥 등과 공동 개발해 둥근 디자인에 505와트의 흡입력을 갖추면서도 본체 중량을 가볍게 한 쿠니마루 청소기 신제품의 판촉 캠페인을 이들 3개 유통업체 전국 450개 점포에서 2005년 1월21일까지 실시하고 있다. LG전자 일본법인은 이 판촉 행사에서만 쿠리마루 청소기로 2005년 20억엔, 2010년에는 50억엔까지 매출을 확대할 계획이다. 이외에도 LG전자는 이들 틈새 제품뿐만 아니라 PDP TV와 LCD TV 등의 기술 격차가 일본 업체들과 동등한 수준이거나, 오히려 앞서고 있는 기술 선도 제품으로도 마케팅을 전개할 계획이다.



 현대자동차 일본법인

 일본의 신규 자동차 수요는 연간 700만대 규모. 그 중 승용차 시장이 350만대 정도다. 그 중에서 외국산 자동차 시장은 10%대인 20만대 정도. 그나마 폭스바겐, 벤츠나 BMW 등 독일 차에 대한 믿음과 신뢰가 높아 시장의 80% 이상을 독일제 자동차가 차지하고 있고, 나머지 시장을 가지고 유수의 자동차 브랜드들이 경쟁하고 있다. 자동차에 관한 한 일본 소비자들은 ‘세계에서 가장 까다로운 소비자’로 꼽힌다. 최병하 이사는 “품질에 대한 안목도 그렇지만 딜러와 소비자의 신뢰도가 매우 높아 신규 브랜드가 비집고 들어가기 무척 힘들다”고 토로했다. 실제로 기존 소비자가 차를 바꿀 경우 기존 브랜드의 차를 타는 경우가 90%가 넘을 정도. 브랜드를 바꾸는 10%의 시장을 두고 치열한 경쟁을 하고 있다. 2004년 HMJ에는 경사가 있었다. 현대차가 가을 출시한 새 차 투싼이 SUV 부문 ‘굿 디자인상’을 획득한 것. 일본 산업디자인진흥회가 주는 이 상은 단순히 외관 디자인만 보는 것이 아니라 품질과 기능까지도 평가 항목에 있기 때문에 현대자동차의 디자인과 기술이 ‘세계 톱클래스급’임을 공인받은 셈이다. “현대차를 구매한 일본 고객들은 성능이나 기능에 만족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는 새로운 브랜드에 거부감이 없는 젊은 층을 집중 공략해 왔는데, 2005년에도 이 같은 판매 방식은 지속할 생각입니다. 무엇보다 기존 고객에 대한 밀접한 서비스를 통해 고객 만족도를 계속 유지하는 데 주력할 예정입니다. 일본 소비자를 만족시키면 세계에서 인정받는 것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