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가 세계 최초로 선보인 65인치 롤러블 TV는 관람객의 큰 관심을 받았다. 사진 AFP연합
LG전자가 세계 최초로 선보인 65인치 롤러블 TV는 관람객의 큰 관심을 받았다. 사진 AFP연합

8일(이하 현지시각)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개막한 세계 최대 정보기술(IT) 전시회 ‘CES(Consumer Electronics Show) 2019’에 참가한 네이버 부스를 찾았다. 로봇 팔 ‘앰비덱스’가 눈에 띄었다. 기자가 앰비덱스의 한쪽 손을 잡고 악수하듯 위아래로 흔들자 로봇 팔이 자연스럽게 위아래로 출렁였다. 옆에 있던 석상옥 네이버랩스 헤드는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구현하기 정말 어려운 기술”이라고 설명했다.

올해 전시회에서는 로봇의 부상이 단연 돋보였다. 지금까지 로봇은 공장의 생산라인에 투입되는 수준에 머물러 왔지만, 이번 CES에서는 사람처럼 매우 세밀한 동작을 할 수 있는 로봇이 잇따라 등장했다. 하드웨어 기술과 더불어 로봇의 두뇌 역할을 하는 인공지능(AI)이 발전한 덕분이다.

롤러블(돌돌 마는) TV, 마이크로 LED(발광 다이오드) TV 등 신개념 TV도 주목받았다. 중국 디스플레이 업체 로욜이 만든 폴더블(화면이 접히는)폰도 관람객의 인기를 끌었다. 나흘간의 일정 동안 전시회 구석구석을 돌아다닌 뒤, 올해 가장 화제가 되면서도 혁신적이었던 제품을 다섯 가지로 정리했다.


1│몸에 입는 로봇

삼성전자는 몸에 직접 착용하면 사람의 움직임을 도와 힘이 덜 들게 하는 웨어러블(몸에 입는) 로봇을 공개했다. 기존에 우리가 알고 있는 형태의 로봇과 달리 허리와 무릎, 발목 등 원하는 부위에 착용하는 방식이다. 이 로봇은 환자나 노인의 보행을 돕는 의료용으로 사용될 수 있다.

LG전자도 몸에 입고 작업하면 근육 사용량을 줄여 덜 피로하게 해주는 웨어러블 로봇을 공개했다. 이동훈 LG전자 로봇개발팀장은 “로봇이 힘을 들이지 않고 허리를 펼 수 있도록 지지해주는 역할을 한다”면서 “오랜 시간 똑같은 작업을 반복했을 때, 피로도를 줄여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석상옥 헤드는 “삼성전자의 웨어러블 로봇처럼 사람의 신체적 부담을 덜어주는 로봇의 등장이 올해 가장 흥미로운 로봇 최신 기술이었다”고 말했다.


네이버가 CES에서 공개한 로봇 팔 ‘앰비덱스’가 태권도 품세를 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네이버가 CES에서 공개한 로봇 팔 ‘앰비덱스’가 태권도 품세를 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2│걸어 다니는 자동차

자동차의 전장화(電裝化)로 CES는 전자·통신 기업뿐 아니라 자동차 기업의 경연장이 된 지 오래다. 자동차 중에서도 올해 전시회 현장과 소셜미디어에서 화제가 된 것은 현대자동차가 공개한 걸어 다니는 자동차 ‘엘리베이트(Elevate)’였다.

CES 개막 하루 전인 7일 현대차가 엘리베이트의 축소형 실물을 공개하자 곳곳에서 박수가 터져 나왔다. 이 차는 평소엔 자동차처럼 달리다가, 험한 지형이나 계단이 나오면 다리를 펴서 지나갈 수 있다. 마치 동물이 앉아 있다가 서는 느낌이다. 이 차를 개발한 현대 크래들(실리콘밸리 소재 오픈이노베이션센터)의 존 서 상무는 “지난해에만 세계에서 1만여 명이 자연재해로 사망했다”며 “재난 현장에 다리 달린 차가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같은 날 도요타는 미국 실리콘밸리에 설립한 자율주행연구센터 TRI(도요타 리서치 인스티튜트)가 개발한 자율주행 실험차 ‘TRI-P4’를 공개했다. 프레젠테이션을 맡은 길 프랫 TRI 최고경영자(CEO)는 미국에서 이 실험차로 자율주행 4단계(아주 드문 상황만 운전자 개입)뿐 아니라, 완전 자율주행인 5단계(운전대 없는 무인차) 연구도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프랫 CEO는 “미국 미시간주에 설립한 주행성능시험장에서 완벽한 수준에 이를 때까지 기능 실험을 거친 후, 이 기술을 양산차에 적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현대차가 공개한 걸어 다니는 차 ‘엘리베이트’. 사진 블룸버그
현대차가 공개한 걸어 다니는 차 ‘엘리베이트’. 사진 블룸버그

3│돌돌 마는 TV

CES의 터줏대감인 소비자 가전 분야에선 TV가 여전히 관람객의 관심을 끌었다. 세계 TV 시장을 양분하고 있는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올해 출시할 TV 신제품과 신기술을 잇따라 공개했기 때문이다.

그중에서도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 ‘타임’ 등은 ‘CES 2019’에서 가장 혁신적이인 제품으로 LG전자의 65인치 롤러블 TV ‘LG 시그니처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TV R’을 꼽았다. 이 TV는 평소에는 기다란 박스 형태로 있다가 TV를 켜면 화면이 자동으로 올라오고 TV를 끄면 화면이 돌돌 말려 박스 속으로 들어간다. 종잇장처럼 얇은 OLED 화면의 특징을 이용해 공간 활용도를 극대화한 것이다. 많은 IT 전문가와 외신은 “TV의 개념을 완전히 바꿨다”고 평가했다. LG전자 관계자는 “대형 유리창 앞, 거실과 주방 사이 등에 두면 평상시에는 전망을 즐기거나 개방시켜두고 원할 때만 TV를 시청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LG는 올해 안에 제품을 출시할 계획이다.


4│마이크로 LED

삼성전자는 6일 라스베이거스 아리아 호텔에서 마이크로 LED 기술을 적용한 TV를 선보였다. 크기는 75인치부터 219인치까지 다양한데, 이 중에서도 세계 최소형인 75인치 제품이 공개돼 화제가 됐다. 이 제품은 초소형 LED 반도체를 이어 붙여 제작하는 TV로 보통 100인치대 이상의 초대형으로 생산돼 왔다. 그러나 삼성전자가 이번에 75인치 제품을 공개하면서 일반 소비자도 마이크로LED TV를 사용할 수 있게 됐다.

TV 업체 간 초고화질 경쟁도 계속됐다. 삼성전자를 비롯해 중국 하이센스·TCL, 일본 소니·파나소닉·샤프가 일제히 8K(Kilo·1000) TV를 선보였다. 8K는 화면 가로에 약 8000화소(화면 구성 단위)가 들어있어 기존 4K 해상도 TV보다 4배나 선명한 화질을 구현할 수 있다.


중국 로욜이 세계 최초로 선보인 화면이 접히는 폰. 사진 EPA연합
중국 로욜이 세계 최초로 선보인 화면이 접히는 폰. 사진 EPA연합

5│폴더블폰

취재진의 카메라가 쉴 새 없이 터진 제품 중 하나는 중국 디스플레이 기업 로욜이 세계 최초로 선보인 폴더블폰 ‘플렉스파이(FlexPai)’였다. 작년 10월 플렉스파이를 공개하며 주목받은 로욜은 올해 전시회에서 해당 제품을 전시했다. 류쯔훙 로욜 CEO는 “우리 제품은 시제품이 아닌 양산(量産) 중인 제품”이라며 “1조원 이상을 투자한 선전(深圳)의 첨단 공장에서 제품을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7.8인치 OLED 디스플레이를 사용한 플렉스파이는 최신 스마트폰과 두께가 비슷했다. 다만 크기가 어른 손바닥 두 개를 겹친 수준(폈을 때 기준)인 데다 종이처럼 완전히 평평하게 접히지 않고 둥글게 말리기 때문에 주머니에 들어갈 정도로 크기가 작지는 않았다. WSJ는 “로욜이라는, 잘 알려지지 않은 회사가 다가올 폴더블폰 열풍을 주도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