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뉴욕에 있는 던킨 매장. 사진 블룸버그
미국 뉴욕에 있는 던킨 매장. 사진 블룸버그

도넛 및 커피 전문 프랜차이즈인 던킨과 아이스크림 프랜차이즈 배스킨라빈스를 보유한 미국 던킨브랜즈그룹이 인스파이어브랜즈에 113억달러(약 13조원)에 매각된다.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주요 외신은 10월 31일(현지시각) 인스파이어브랜즈와 던킨브랜즈가 연말 양수도 계약을 체결하기로 합의했다고 보도했다. 2014년 버거킹 체인을 운영하는 레스토랑 브랜드 인터내셔널이 캐나다 커피와 도넛 업체 팀 호튼스를 133억달러(약 15조원)에 산 이후 두 번째로 큰 규모다. 부채를 제외한 거래 규모는 88억달러(약 10조원)다.

인스파이어브랜즈는 미국에서 아비스·버펄로와일드윙스·소닉·러스티타코·지미존스 등 5개 프랜차이즈 브랜드를 보유한 그룹이다. 이번 인수·합병(M&A)이 성사되면 던킨브랜즈는 9년 만에 비상장사로 돌아간다. 통상 비즈니스 모델에 큰 변화를 주려는 회사들이 비상장사로 전환하기도 한다. 인스파이어브랜즈는 던킨과 배스킨라빈스를 인수하면서 맥도널드에 이어 미국 내 2위 레스토랑 체인으로 올라선다. 지점 수는 3만2000개로 늘어나고 종업원은 60만 명에 이르게 된다. 이번 인수전의 관전 포인트를 세 가지로 살펴봤다.


포인트 1│코로나19로 복잡해진 협상

인스파이어브랜즈에 따르면, 회사가 두 브랜드 인수에 나선 것은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전이다. 하지만 코로나19로 상황은 복잡해졌다. 코로나19 초기에는 통근과 등하교 시 주기적으로 던킨 매장을 방문하는 아침 식사 수요가 크게 줄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다.

하지만 던킨은 수익성이 낮은 점포를 빠르게 정리했다. 동시에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앱), 드라이브 스루(drive-through·차에 탄 채로 이용할 수 있는 매장)와 같은 주문 시스템 덕분에 위기 상황에서 강한 회복을 보였다. 크레디트스위스 분석에 따르면, 던킨은 드라이브 스루가 있는 점포가 약 70%를 돌파했다. 코로나19로 동네 커피숍보다는 비대면 주문이 가능한 커피 전문점을 찾는 사람이 늘어난 점도 던킨에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그 결과 던킨브랜즈 주가는 10월 23일 지난 3월 저점(3월 20일 종가 39.68달러)보다 124% 오른 88.79달러를 기록했다. 인수·합병 발표 이후인 11월 2일에는 106.19달러로 급등하며 가치를 인정받았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미국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하고 미 대선 관련 경제적 불확실성에도 여러 분야의 기업들은 크게 성장했다”고 전했다.

폴 브라운 인스파이어브랜즈 최고책임자는 “코로나19로 협상이 복잡해졌다”며 “부분적으로는 팬데믹으로 던킨의 핵심인 아침 식사 판매가 급감했다”고 했다. 다만 그는 “코로나19 이후 소비자들이 다시 일상으로 돌아올 것”이라며 “던킨브랜즈그룹의 드라이브 스루가 매력적”이라고 했다.


포인트 2│스타벅스와 경쟁 노리나

던킨의 역사는 1948년 매사추세츠에서 윌리엄 로젠버그가 문을 연 도넛 가게로 시작한다. 던킨은 ‘빠뜨리다’는 영어 단어 ‘dunking’에서 따왔는데, 당시 영화배우 매 머레이가 실수로 도넛을 커피에 떨어뜨렸는데 이를 그냥 먹었더니 더 맛있었다는 일화에서 유래됐다. 1960년대 미국 내 100여 개의 매장을 운영했고, 특히 1990년대 도넛 열풍에 힘입어 글로벌 기업이 됐다.

하지만 2000년대 들어 스타벅스와 같은 커피 전문점이 주목받고, 맥도널드 등 패스트푸드점도 커피 판매에 본격적으로 나서면서 던킨의 경쟁력이 약화했다. 실제로 던킨도 매출의 절반 이상이 도넛이 아닌 음료에서 나왔다. 결국 변화가 필요한 던킨은 도넛 판매점이라는 이미지를 벗기 위해 2019년 초 브랜드 이름을 ‘던킨도너츠’에서 ‘던킨’으로 바꿨다. 커피를 강화하고 머핀·쿠키·도넛 메뉴는 10%가량 줄였다.

이번 거래를 계기로 던킨이 스타벅스에 본격적으로 도전하게 될 것이라는 전망도 많다. 결제·상거래 전문매체 페이먼트닷컴은 “던킨이 높은 가격에 매각되는 것은 유통 업체들이 코로나19 이후의 기업 가치 재평가에 대비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던킨이 사명에서 ‘도넛’을 떼고, 스타벅스를 포함한 커피 전문점과 경쟁에 나선 중요한 시점에 인수·합병이 이뤄졌다”고 평가했다.

최근 지미존스·러스티타코 등의 외식 브랜드를 적극적으로 인수한 인스파이어브랜즈 입장에서는 던킨을 인수하면서 운영하는 지점이 두 배 이상 늘어나게 된다. 던킨 판매점의 42%(2만1100개)가 미국 밖에 있는 만큼 인스파이어브랜즈는 해외 영업망도 확대할 수 있다. 인스파이어브랜즈도 고객 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지만, 던킨도 스타벅스가 강점을 보인 충성 고객 프로그램, 자체 결제 시스템을 강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브라운 최고책임자는 “70년 넘는 세월 동안 전 세계에서 가장 상징적인 브랜드로 자리 잡은 던킨과 배스킨라빈스가 인스파이어브랜즈에 추가되면서 고객 응대 경험이 보완될 것”이라고 했다.

그는 평소에도 회사의 각 브랜드가 개별적으로 움직이면서도 고객 정보, 주문 배달 등 디지털 시스템은 통합 운영하는 게 이상적이라고 말해왔다. 브라운 최고책임자는 과거 힐튼호텔에서 일한 적이 있는데, 인스파이어브랜즈도 힐튼호텔처럼 개별적으로 운영하면서도 통합적으로 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말해왔다.


포인트 3│국내서도 외식 브랜드 매물 이어져

국내에서도 최근 외식 브랜드가 연이어 시장에 매물로 나오고 있다. 사모펀드 운영사 스카이레이크인베스트먼트가 내놓은 아웃백스테이크하우스는 지난 5월 예비입찰을 진행했지만, 아직 별다른 소식이 없다. 커피빈·파파이스·TGI프라이데이스, CJ그룹 CJ푸드빌의 베이커리 브랜드 뚜레쥬르 등도 매물로 나와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이전부터 트렌드 변화, 수익 부진, 규제 강화, 현금화 등으로 브랜드가 매물로 많이 나왔는데, 코로나19 충격에 매각 작업 속도가 더욱 지연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코로나19로 업황이 안 좋아지면서 기업 가치가 낮아진 브랜드도 있지만, 오히려 비대면 수요가 늘며 눈높이가 높아진 매도자도 있다”고 말했다.

안상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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