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존이 위워크로부터 10억달러에 산 뉴욕 맨해튼에 있는 옛 로드앤드테일러 백화점 건물. 사진 블룸버그
아마존이 위워크로부터 10억달러에 산 뉴욕 맨해튼에 있는 옛 로드앤드테일러 백화점 건물. 사진 블룸버그

세계적으로 가장 잘나가는 기업에 어김없이 언급되는 아마존. 최대 전자상거래(이커머스·e-commerce) 기업인 아마존은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도 비대면 수요 증가로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아마존은 올해 2분기 매출액 889억달러(105조원), 영업이익 58억달러(6조8000억원)를 냈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각각 40.2%, 89.5% 늘어난 수치다. 아마존은 많은 기업의 롤모델이기도 하다. 이런 아마존이 이번에 역발상 경영 행보를 발표하며 화제다. 많은 기업이 코로나19로 재택근무를 늘리며 앞으로도 도심 사무실을 유지할지 고민하는 상황에서 아마존은 오히려 사무실을 확장하고 회사로 출근하는 인력을 충원하겠다고 밝혔다. 코로나19 이후 사무실로 출근하는 문화가 바뀔 것이라는 최근 분위기와 상반된 행보라는 평가다.

8월 18일(현지시각)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아마존은 미국 뉴욕, 피닉스, 샌디에이고, 덴버, 디트로이트, 댈러스 등 6개 도시의 거점 사무실 공간을 90만ft2(8만3613㎡) 늘리고 3500개의 일자리를 만들 계획이라고 밝혔다. 아마존은 이를 위해 최근 공유 사무실 기업 위워크로부터 뉴욕 맨해튼에 있는 옛 로드앤드테일러 백화점 건물을 10억달러(1조1800억원)에 샀다. 뉴욕에는 향후 아마존이 신규 채용할 3500명 중 2000명이 근무할 예정이다.

아마존이 사무실을 확충하는 것은 원격근무, 재택근무보다 얼굴을 맞대고 근무하는 게 효율적이라고 보는 경영진의 생각이 반영된 결과다. 아딘 윌리엄스 아마존 인사담당(HR) 부사장은 “(직원들이) 사무실로 돌아오기를 고대하고 있다”며 “직원들끼리의 협업, 팀워크 형성이 원격근무 체제에서도 가능하기는 하지만, 사무실에서의 대면 근무 때만큼은 못하다”고 말했다. 글로벌 부동산 투자 시장의 큰손 브룩필드자산운용의 최고경영자(CEO)인 브루스 플랫도 “기업 문화와 생산성은 한 공간을 공유하는 것에 큰 영향을 받는다”며 “기업들이 (직원이) 사무실로 다시 돌아오지 않을 것이라고 보는 것은 터무니없는 생각이다”라고 했다.

코로나19 이후 원격근무가 뉴노멀(new normal·새로운 표준)이 될까? 아니면 오프라인 사무실 근무의 중요성을 강조한 아마존의 역발상 전략이 통할까?


지멘스·페이스북·트위터 “코로나 종식돼도 원격근무 확대”

아마존 경영진의 대면근무 철학 발표 전까지 다수의 IT 기업들은 코로나19가 종식돼도 원격근무를 확대할 것이라고 밝혔다. 코로나19가 원격근무 환경이 얼마나 구현됐는지를 평가할 수 있는 계기가 됐고, 이를 통해 가능성을 확인했다는 반응이다.

독일 지멘스는 14만 명의 직원에게 코로나19 종식 이후에도 1주일에 최대 3일까지 회사 밖에서 근무하는 것을 허용할 방침이다. 롤랜드 부쉬 지멘스 부회장은 “뉴노멀이 된 새로운 업무 모델(원격근무)이 기업 문화를 더욱 발전시킬 것으로 기대한다”며 “사무실에서의 존재가 아닌 업무 성과에 근거한 경영으로 전환하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고 했다. 트위터도 직원들이 원할 경우 영구히 재택근무 체제를 이어나갈 수 있도록 하겠다고 했다. 구글은 재택근무 허용 기간을 내년 6월 말까지, 페이스북은 내년 7월까지 연장한다고 밝혔다. 단, 페이스북 최고경영자 마크 저커버그는 “앞으로 5~10년 내 회사 직원의 절반이 원격근무할 것으로 예상한다”며 “대면 교류를 보완할 새로운 기술과 수단이 요구되어 이런 변화가 점진적으로 진행될 것”이라고 했다.

미국 투자은행(IB) 모건스탠리도 사무실 축소를 고민 중이다. 제임스 고먼 모건스탠리 CEO는 지난 4월 한 언론 인터뷰에서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회사는 사무실을 축소할 계획이다”라며 “코로나19로 90%의 직원이 재택근무를 시도했지만 별다른 문제가 없었다”고 했다. 그는 3월 중순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고 자택에서 자가 격리 상태로 전화 등을 이용해 회의를 주재하며 업무를 처리하기도 했지만, 이제는 건강한 상태라고 말했다. 마스터카드도 최근 사무실 통합을 고민 중이라고 했다.


IBM·야후, 일찍이 원격근무 시도 후 철회

재택근무(telework), 원격근무(remote work)라는 개념이 처음 등장한 것은 1975년이다. 1973년 미국 캘리포니아대 미래연구센터의 잭 닐스 연구원은 교통 정체로 길에서 흘려 보내는 시간과 비용을 낭비하지 않을 방법을 고민했다. 닐스는 국립과학재단(NSF) 지원을 받아 LA의 한 보험 회사가 원격근무를 시행하는 것이 가능할지 알아보는 연구를 진행했다. 닐스는 재택근무 시행이 가능하다는 결론을 내렸고, 그 회사는 재택근무를 시도했다. 하지만, 이 제도는 시행되자마자 폐기됐다. 경영자들이 재택근무 직원들을 이전과 같은 방식으로 통제할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원격근무는 미래학자 앨빈 토플러가 새로운 노동 방식으로 소개하면서 세상에 더 알려졌다. 토플러는 1982년 ‘제3의 물결’에서 미래 사회가 정보화 사회가 될 것이라고 주장하며 “지식 근로자들이 전자 오두막(electronic cottage·집에서 통신장비를 마련해 일하는 것)에서 일하게 된다”고 전망했다.

하지만, 원격근무의 효율성에 대해서는 예전부터 논의가 많았다. 기업들이 재택근무를 도입하는 이유는 워라벨(Work-and-life-Balance·일과 삶의 균형), 직무 성과 및 생산성 향상, 사기 진작, 직무 만족도 증가, 자율성 증가, 이직 감소, 부동산 비용 감소 등의 효과 때문이다. 하지만 재택근무는 개인이 느끼는 효능이 조직과 기업의 성과로 이어지는 관계가 불명확하고 혁신과 협업, 창의성을 증진시키지 못한다는 이유로 기업들이 꺼리기도 한다. 보안 문제도 있다.

일찌감치 재택근무를 도입했다가 이를 철회한 기업도 있다. IBM은 1993년부터 운영하던 재택근무를 2017년 폐지했다. IBM은 재택근무 중인 직원에게 ‘한 달 안에 거주지 지사 사무실로 복귀하고, 원하지 않을 경우 퇴사하라’고 통지했다. 이외 야후, 웰스파고, 뱅크오브아메리카, 아에트나 등이 원격으로 근무하고 있던 직원들을 다시 사무실로 불러들였다. 마리사 메이어 전 야후 CEO는 2013년 재택근무를 폐지하며 “우리는 다시 혁신기업으로 돌아가야 한다”며 “얼굴을 보고 토론하고 밥도 같이 먹어야 한다. 혁신은 회사 복도에서 나온다”고 했다.

물론 이번에는 다르다는 의견도 많다. 생산성과 기술적 한계가 있던 과거와는 달리 디지털 전환이 향상됐고, 직원들이 출퇴근에 드는 시간과 돈이 줄어드는 장점이 부각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글로벌 컨설팅사 맥킨지는 기업들이 원격(재택)과 사무실 근무를 혼합하는 하이브리드 업무 모델로 전환할 것으로 봤다. 맥킨지는 보고서에서 “팬데믹(pandemic·감염병 대유행) 상황에서 재택근무가 성공적으로 이뤄져도, 이 같은 근무 형태가 곧바로 뉴노멀이 되기는 어렵다”며 “하이브리드 모델은 개인과 소규모 팀의 생산성 향상, 비용 절감, 개인 유연성 향상, 직원 만족 등의 효과를 얻을 수 있다”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