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3월 30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3차 비상경제회의 결과 관계부처 합동브리핑’에서 긴급재난지원금 지원 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왼쪽부터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 진영 행정안전부 장관, 홍남기 경제부총리,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 사진 연합뉴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3월 30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3차 비상경제회의 결과 관계부처 합동브리핑’에서 긴급재난지원금 지원 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왼쪽부터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 진영 행정안전부 장관, 홍남기 경제부총리,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 사진 연합뉴스

“가뜩이나 힘든데 주려면 다 줘야지. 왜 사서 갈등을 일으키는지 모르겠다.” “국민 편 가르기 하지 말고 지급 금액을 낮추더라도 모든 국민한테 지급해야 한다.”

문재인 대통령이 3월 30일 “소득 하위 70% 이하 가구에 각각 100만원의 긴급재난지원금을 지급하겠다”고 발표하자 각종 포털 사이트에는 이런 댓글이 올라왔다. 지원 대상은 약 1400만 가구다. 경제 마비로 급전에 목이 타는 사람들은 지원 대상이 되는지를 알아보기 위해 보건복지부 웹사이트(복지로)로 몰려들었지만, 명확한 답은 없다. 청와대에는 4월 1일 현재 60건이 넘는 긴급재난지원금 관련 청원이 올라왔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경제 쇼크에 대응하기 위해 각국 정부가 현금 살포에 나서고 있다. 한국의 긴급재난지원금도 이런 성격이다. 죽어가는 경제를 살리자는 취지는 좋지만, 즉각 논란에 휩싸였다. 명확한 소득 기준이 없는 데다 누구는 아예 못 받고 누구는 너무 많이 받게 돼 형평성 논란이 일고 있다. 논란이 커지자 정부는 “곧 명확한 기준을 정해 다시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가 미증유의 사태인 만큼 재정 건전성에 대한 우려보다는 긴급재난지원금 집행이 필요하다는 데는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 오석태 한국SG증권 이코노미스트는 “지금은 알 수 없는 경제 충격에 대비해 재정 여력을 비축할 때가 아니라 이미 도래한 내수 충격을 완화함은 물론, 앞으로 올 것이 확실한 해외발 경제 충격에 대비해 재정 여력을 써야 할 때”라고 했다. 핵심 쟁점을 세 가지로 나눠 살펴봤다.


쟁점 1│못 받는 사람 생겨 혼란 초래

현재 가장 큰 논란이 되는 부분은 구체적인 지급 대상 소득 기준을 과연 어디에 둘 것이냐다. 이 기준에 따라 지급 여부가 결정되기 때문이다. 구윤철 기획재정부 2차관은 3월 31일 KBS라디오 인터뷰에서 지급 대상 기준을 묻는 말에 “소득 하위 70% 정도는 중위 소득 기준 150%가 되는데 이는 4인 가구 기준 월 710만원 정도”라며 “그 부근에서 지급 기준이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긴급재난지원금 지급 대상인 소득 하위 70%를 정할 때 건강보험료 납부액을 주된 기준으로 삼는 방안에 무게를 두고 있다. 건강보험료는 가입자의 소득과 재산을 바탕으로 산정한다. 직장가입자의 경우 근로소득(보수월액)에 0.0667%를 곱해 산정한다. 지역가입자의 경우 사업·근로·이자·연금 등 소득과 주택·토지·자동차 등 재산을 기준으로 삼는다. 직장가입자는 소득이 투명하게 드러나 소득만을 기준으로 하지만, 지역가입자는 신고 소득 외에는 포착하기가 어려워 재산을 함께 고려한다.

구 차관은 “시간이 넉넉하면 재산, 금융소득, 자동차 가액 자료를 넣을 수 있지만 이번 지원금은 긴급성 요소가 있다”고 말해 이들 요소를 기준 산정에서 배제할 것임을 시사했다. 그러나 보건복지부는 “재산과 소득을 다 합해 하위 70%가 받는 것이 사회적 형평성에 맞는다”는 입장이다. 이에 따라 긴급재난지원금 지급 대상을 결정하는 기준으로 건강보험료 납부액을 삼고 일정 금액을 넘는 부동산이나 금융 등 재산을 보유한 경우에는 대상에서 배제하는 방안이 병행될 가능성이 크다.

당장 신속한 지원이 필요한데 정부가 지원 대상을 특정하겠다고 밝히면서 논란을 사고 있다. 총선을 코앞에 둔 여당 지지자들 사이에서도 이번 결정에 대해 “정부가 지원 대상을 나누면서 ‘돈을 주고도 욕을 먹는’ 상황이 연출됐다”는 평이 나오고 있다.


쟁점 2│사는 곳 따라 다른 지원금

또 다른 쟁점은 형평성이다. 형평성은 크게 두 가지 측면으로 나뉜다. 우선 정부의 소득 70% 이하 등으로 기준을 나눠 지급하는 게 과연 적절한가다. 이는 아직 고려 요소가 많은, 명확하지 않은 기준을 덜컥 발표하면서부터 예고된 것이다. 지난 정부가 아동수당 지급 대상을 ‘중위소득 하위 90%’로 정했던 실책과 유사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현 정부 출범 후 보건복지부는 지원 자격 선별 행정 비용(1600억원)을 이유로 아동수당을 보편적 지원으로 전환했다. 지원 대상을 전체로 확대한 것이다. 특히 정부는 긴급재난지원금을 3월 소득 기준으로 해 5월에 지급하겠다는 계획이지만, 코로나19 피해가 커진 3월 이후 소득이 급감한 가구들이 형평성을 문제로 이의신청을 쏟아내면 행정 비용이 더 늘어날 수밖에 없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재난 상황에 대한 긴급 대응 방안임을 고려할 때 중앙정부가 모든 가구에 지역상품권 등이 아닌 현금으로 지급하는 방안이 행정 비용 낭비를 줄일 수 있다”라며 “현재 소득세의 97.3%를 소득 상위 30%가 내는 상황이기 때문에 모두에게 동일하게 현금으로 지급해도 결국 하위 70%가 받는 혜택이 크다”라고 했다. 실제 미국은 지원금을 현금 또는 바로 현금화할 수 있는 수표로 지급한다.

두 번째 문제는 사는 곳에 따라 지원금이 다르다는 점이다. 일부 지방자치단체장이 정부와 결을 맞추지 않고 각각 지원금을 앞서 진행하는 바람에 해당 지자체장이 있는 지역 주민은 정부 지원과 더불어 지자체 지원까지 받게 된다. 사는 곳에 따라 지원받는 금액이 크게 달라진다는 것. 일례로 모든 도민에게 1인당 10만원을 지급하는 경기도의 경우 5만원의 시군재난기본소득을 주는 시·군에서는 4인 가구가 160만원까지 받을 수 있다. 반면 재정자립도가 낮은 지자체는 이렇게 할 수 없다.


쟁점 3│지원 시점은 빠를수록 좋지만…

전문가들은 기왕 막대한 돈을 풀기로 했으니 지원 시점은 빠를수록 좋다고 입을 모은다. 이한상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는 페이스북에 “산소호흡기를 달아야 할 시점으로부터 벌써 한 달이 지났다. 그런데 지급은 5월에나 이뤄진다. 숨 넘어간 다음이 아니길 바랄 뿐이다”라고 적었다.

정부는 5월 중에는 지급하겠다는 입장이지만, 반드시 국회를 통과해야 한다. 긴급재난지원금 편성을 위해선 추경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청와대는 4월 중 국회 통과를 요청했다. ‘원포인트’ 국회를 열자는 것이다. 물론 전제는 야당의 협조가 있어야 한다.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정부는 즉시 긴급재난지원금 지급을 위한 2차 추경안을 준비해 제출하고, 이 과정에서 야당과도 충분히 협의해줄 것을 요청한다”고 했다. 반면 박형준 미래통합당 공동선대위원장은 “긴급재난지원금은 총선을 겨냥한 매표 욕망 때문에 결정된 것”이라며 “만약 줘야 한다면 국민 편 가르지 말고 다 줘야 한다”고 했다.

김상봉 교수는 “지급 대상을 나누면 이를 위한 데이터 처리 작업에 최소 2개월은 걸릴 것”이라며 “정부가 집행까지 시간이 가장 적게 걸리는 방향으로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나라살림연구소는 논평을 내고 “긴급재난지원금은 보편적으로 모두에게 지급한 후 향후 소득 수준에 따라 상위 30%에만 세금을 걷는 ‘선별 환수’ 방식이 빠르고 정밀한 지원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김문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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