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니의끼니의 ‘먹방 브이로그’ 한 장면. 사진 유튜브 캡처
우니의끼니의 ‘먹방 브이로그’ 한 장면. 사진 유튜브 캡처

1월 12일 일요일 오후 7시 서울 금천구 가산동의 한 막걸릿집. 한쪽 벽면에 유튜버 ‘한시연’의 팬미팅 사진이 자리 잡고 있다. 액자 주위엔 ‘부산에서 시연투어하러 왔어요’ ‘믿고 먹는 시연맛집’ 등이 적힌 포스트잇이 여럿 붙어있다. 이곳에서 만난 김미영(여·23)씨는 “한시연의 유튜브를 보고 찾아왔다”며 “프레첼(농심의 카라멜맛 과자)과 양하대곡(중국 양하 지역 주류) 등 한시연이 먹는 건 다 따라 먹어봤다”라고 말했다.

한시연(여·31)씨는 구독자 수 20만 명, 누적 조회 수 3200만 회 기록을 보유한 인기 유튜버다. 한씨는 가산동에 거주하는데, 그가 다니는 동네 식당이 ‘대박’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그의 주력 콘텐츠는 ‘먹방 브이로그’다. 브이로그(vlog)는 비디오(video)와 블로그(blog)의 합성어로, 일상을 영상으로 기록한 콘텐츠다. 주로 공부하거나 일하는 모습을 무작위로 영상에 담아 10분~1시간 분량으로 편집한다. 먹방 브이로그는 먹는 장면을 주로 보여준다.

먹방 브이로그계엔 2017년 한시연씨를 시작으로 2018년 ‘우니의끼니’가, 2019년 ‘여수언니정혜영’이 합류했다. 유튜브 시청자 사이에서는 “월요일엔 ‘여수언니정혜영’, 화요일엔 ‘한시연’, 목요일엔 ‘우니의끼니’”라는 말이 유행하기도 한다. 먹방 브이로그 마니아가 여러 개의 채널을 연쇄적으로 구독해, 요일마다 업로드되는 영상을 챙겨보는 것이다.


포인트 1│먹방 구설수 속에 ‘먹방 브이로그’ 뜬다

먹방 브이로그의 인기는 먹방의 트렌드 변화를 반영한다. 기존 먹방은 많은 양을 한꺼번에 먹는 자극적인 내용으로 인기를 끌었다. 1세대 먹방 유튜버인 ‘밴쯔’ ‘프란’ ‘엠브로’ 등이 대표적. 이들은 라면 10봉지, 치킨 5마리 등 많은 양의 음식을 테이블에 늘어놓고 혼자서 모두 먹어치우는 모습을 방송한다.

문제는 유튜버가 음식을 먹다가 뱉거나 토한다는 의혹이 끊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최근 다식가로 유명한 먹방 유튜버 ‘복희’는 “음식을 삼키기 전에 영상을 자른다”며 “음식을 뱉는 모습을 편집한 것이 아니냐”는 논란에 시달렸다. 이에 그는 “절대로 음식을 뱉지 않으며 편집은 오로지 지루함을 덜기 위한 것일 뿐”이라는 해명글을 게시했다.

먹방 문화를 주도했던 250만 구독자 유튜버 밴쯔 역시 과거 햄버거를 다 먹지 않고 종이에 숨겨 버려 조작 논란을 일으켰다. 지난해엔 허위 광고 논란까지 불거져 진정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밴쯔는 지난해 8월 자신이 판매하는 식품이 다이어트 효능이 있는 것처럼 허위광고해 건강기능식품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벌금형을 선고받기도 했다.

2세대 먹방 트렌드인 먹방 브이로그는 기존 먹방과 달리 과한 음식량을 내세우지 않는다. 대신 누구나 누릴 법한 ‘보통의 행복’을 영상에 담는다. 양에 집착하지 않고 음식을 먹으며 소소한 일상도 영상에 담는다. 한시연은 부지런한 직장인 여성, 우니의끼니는 단란한 신혼부부, 또 다른 먹방 브이로그 유튜버 ‘감자매’는 각별한 자매의 모습을 보여준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유튜버와 구독자 사이 유사성은 의사소통과 신뢰감에 있어 중요한 요소”라며 “1인 미디어가 발달하지 않았던 시기에는 특별한 모습으로 시선을 끌어야 했지만, 최근엔 친근감이 주요 요소로 꼽히고 있다”고 설명했다.


유튜버 한시연씨가 1월 12일 서울 가산동의 한 카페에서 ‘이코노미조선’과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 구정하 인턴기자
유튜버 한시연씨가 1월 12일 서울 가산동의 한 카페에서 ‘이코노미조선’과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 구정하 인턴기자

포인트 2│‘보통 사람’을 무기로 20·30 열성팬 만들어

먹방 브이로그는 구독자 수에 비해 높은 파급력을 자랑한다. 여수언니정혜영은 구독자 수 24만 명에 불과하지만, 영상 평균 조회 수 70만 회로 조회 수가 구독자 수의 세 배에 가깝다. 한시연 역시 구독자 수 대비 조회 수가 두 배에 달한다. 1세대 먹방 유튜버 ‘프란(구독자 수 270만 명)’의 영상 조회 수가 20만 회에 불과하다는 점을 고려하면 매우 높은 수치다.

먹방 브이로그의 파급력은 두꺼운 팬층에서 나온다. 유튜브에 대한 애정을 재치있게 표현하는 댓글 문화가 주를 이룬다. 임은지(여·31)씨는 “매일 아침 화장을 하면서 한시연 영상을 본다”며 “배울 점이 많아 정신적 지주 같은 존재”라고 말했다. 김경자 가톨릭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유튜버가 음식을 먹는 모습을 보며 시청자는 더욱 친구 같은 느낌을 받게 된다”고 설명했다.

주요 팬층은 ‘맛집 탐방’ 문화를 주도하는 20·30세대 여성이다. 여수언니정혜영의 시청자는 92.3%가, 한시연의 시청자는 96% 이상이 20~30대 여성이다. 영상을 보고 식당을 찾는 시청자가 많다. 이들이 거주하는 동네에선 식당가를 중심으로 ‘정혜영 효과’ ‘한시연 효과’라는 유행어도 생겼다.

2017년 개업한 ‘흥부전놀부전’은 2018년 7월쯤 한시연의 영상에 노출되며 매출이 2배 이상 증가했다. ‘흥부전놀부전’ 사장 정숙경(여·52)씨는 “두 시간에 가까운 대기줄이 생겨 지난해 9월 확장 이전했다”며 “고객의 95% 이상이 여성”이라고 밝혔다.

서울 금천구 가산동에 있는 중식당 ‘김사부샤브샤브’도 6개월마다 가게가 바뀌던 악명 높은 자리에 들어섰지만 한시연의 팬들이 찾는 덕에 2년 가까이 성업 중이다. 한시연 영상의 댓글에는 “한시연이 가산동 요식업계를 살린다”는 말까지 나온다.


plus point

[Interview] 직장인 브이로거(vlogger) 한시연
“30대 직장인의 ‘민낯’이 인기 비결”

“평범한 사람의 평범한 일상일 뿐인데 부끄럽다. 솔직한 모습을 좋아해 주는 분들이 많은 것 같다.”

1월 12일 서울 가산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한시연(여·31)씨는 “워낙 성격이 털털한 편이라 일상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려고 한다”며 이렇게 말했다.

한씨는 2017년 일상 브이로그를 처음 시작했다. 여행을 기록하려고 산 50만원 상당의 소니 액션캠을 최대한 활용하자는 취지였다. 처음부터 조회 수가 높지는 않았다. 2개월쯤 꾸준히 영상을 만들다 보니 출퇴근 영상 하나가 유튜브 메인에 걸려 채널이 빠르게 성장했다. 먹는 것을 좋아해 영상은 점차 식사 장면으로 채워졌다. ‘먹방 브이로그’ 장르의 시초다.

그의 영상은 가감 없는 솔직함이 특징이다. 그는 술에 취해 잠들어 화장이 번진 채 기상하는 모습까지 솔직하게 영상에 담는다. 구독자 1만 명에 불과하던 초기엔 구독자와 ‘번개’ 모임을 하기도 했다. 분당에 사는 구독자가 ‘가산동 투어’를 왔다가 우연히 한씨와 마주친 것. 함께 술을 마시다가 한씨가 집 주소를 이야기하지 않은 채 잠들어 구독자의 집에서 잤다. 한씨는 “단골 식당에서 우연히 구독자를 만나면 합석하는 경우가 많았다”면서 “최근엔 식당 테이블이 구독자들로 가득 차서 따로 자리 잡기 어려워졌다”고 했다.

단골 식당이 저절로 홍보 효과를 누리다 보니, 주변 식당에서 식당 사장과 관계를 의심하기도 했다. 한씨는 “처음엔 단골 식당 사장님에게도 낯을 가려서 서로 경계했다”면서 “사장님이 먼저 말을 걸어주셔서 겨우 인사를 나누고 친해지기 시작했다”고 했다.

식품 회사에서 협찬 제의도 많이 들어온다고 한다. 한씨는 “정당한 맛 평가가 어려울 것 같아 거절하는 편”이라면서 “워낙 직장 일이 바빠서 메시지 확인이 느리다”라고 했다. 뒤이어 그는 “유명인 흉내내지 않고 친구를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평범한 직장인으로 남고 싶다”고 했다.

구정하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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