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란드에 있는 이누이트족의 거주지가 눈으로 뒤덮인 모습이다.
그린란드에 있는 이누이트족의 거주지가 눈으로 뒤덮인 모습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그린란드를 사고 싶다는 의지를 밝히면서 ‘얼음 땅’ 그린란드의 가치에 대해 관심이 쏠리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8월 16일 “트럼프 대통령이 수차례 진지하게 북극해와 북대서양 사이에 위치한 덴마크령 그린란드 매입에 관심을 보였다”고 보도했다.

이후 메테 프레데릭센 덴마크 총리가 “터무니없다. 그린란드는 판매용 땅이 아니다”라며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을 일축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8월 20일 이에 불쾌함을 드러내며 9월 2일로 예정했던 덴마크 국빈 방문을 취소하겠다는 트위터 글을 올렸다.

덴마크를 매입하겠다는 미국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이 처음은 아니다. 앞서 1867년 앤드루 존슨 전 대통령, 1946년 해리 트루먼 전 대통령도 덴마크에 그린란드를 사겠다고 제안했다. 당시 트루먼 대통령이 제안한 금액은 1억달러였다. 하지만 두 번 다 거절당했다.

그린란드는 면적 약 210만㎢ 규모의 세계에서 가장 큰 섬이다. 거주민은 5만6000명이다. 유럽과 북미 대륙 사이에 위치해 있다. 유럽보다는 캐나다 북동부에 더 가깝지만, 1721년 덴마크 영토로 편입됐다. 국토의 85%가 얼음으로 덮여 경작이 가능한 땅은 2%에 불과하다. 대신 천연자원이 풍부하다. 최근 빙하가 녹으면서 얼음 속에 있던 천연가스나 석유, 각종 광물 자원이 드러나 세계 열강들이 주목하고 있다.

그린란드는 1979년 덴마크로부터 제한적 자치권을 인정받은 데 이어 주민 투표를 통해 2008년 자치법안을 통과시켰다. 외교·국방은 여전히 덴마크에 기대고 있지만, 그 외 대부분의 행정 영역은 자치정부가 담당한다. 연간 재정의 약 60%(5억9000만달러)를 덴마크로부터 지원받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뜻대로 미국이 그린란드를 손에 넣을 가능성은 희박하다. 덴마크 정부와 여론이 이를 강력하게 거부하기 때문이다. 덴마크 인민당의 외교담당 대변인은 “그가 이 아이디어를 정말로 고려하고 있다면 미쳤다는 증거”라며 비난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그린란드에 매혹된 이유는 그린란드가 가지고 있는 천연자원과 지정학적 위치 때문이다. 미국 입장에서 그린란드는 중국이나 러시아를 견제할 수 있는 훌륭한 카드라는 것이다.


‘첨단 산업의 쌀’ 희토류로 中 견제 가능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8월 19일(현지시각) 그린란드에 ‘트럼프 호텔’이 들어선 합성 사진을 트위터에 올리며 장난스러운 반응을 보였다. 사진 트위터 캡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8월 19일(현지시각) 그린란드에 ‘트럼프 호텔’이 들어선 합성 사진을 트위터에 올리며 장난스러운 반응을 보였다. 사진 트위터 캡처

파리 국제관계연구소(ILERI)의 미카 메레드 극지 지정학 교수는 프랑스의 보도전문 채널 프랑스24를 통해 “그린란드 매입 제안은 미국이 북극에 대한 관심이 크다는 것을 중국에 보여주기 위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미국이 그린란드에 매장된 천연자원을 통해 무역분쟁 대상국인 중국을 견제할 수 있는 힘을 확보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린란드에는 ‘첨단 산업의 쌀’로 불리는 희토류가 매장돼 있다. 희토류는 반도체, 레이저 등 첨단 제품 생산에 반드시 필요한 자원이다. 화학적으로 안정적이고, 건조한 환경에서 잘 견디는 데다 열 전도율이 높아 반도체, 전기차를 비롯해 군사무기, 신재생 에너지 관련 제품을 만드는 데도 필요하기 때문이다. 첨단 산업을 이끄는 기업이 많은 미국에서 수요가 많은 품목 중 하나다.

그런데 희토류는 현재 전 세계 생산량의 대부분이 중국에서 나오고 있다. 이 때문에 중국은 희토류 수출 제한을 언급하며 미·중 무역분쟁에서 미국을 압박하는 카드로 사용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그린란드에 매장된 희토류는 미국이 중국과 협상에서 한 계단 우위에 올라설 수 있는 중요한 무기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그린란드 남서부의 크바네펠드 광산은 희토류 생산지로 이미 이름이 알려진 곳이다. 영국 가디언에 따르면 이곳에는 적어도 1000만t 규모의 광물질이 매장돼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현재 그린란드에는 기반 시설이 부족한 데다 인구가 적어 노동력도 부족하다. 이 때문에 매장된 광물에 대한 탐사 사업이 폭넓게 진행된 상황은 아니다.

미국이 그린란드를 손에 넣게 되면 중국의 경제 영토 확장도 저지할 수 있다. 중국은 ‘북극 실크로드’라는 정책을 펼치며 유럽으로 통하는 수출길을 추진하고 있다. 지구 온난화로 북극 지방의 빙하가 녹아, 중국이 새로운 바닷길을 개척할 기회가 다가오고 있기 때문이다.

WSJ에 따르면 중국은 지난해 그린란드에 공항 3개를 건설하는 자금을 지원하려고 시도했다. 그린란드 자치정부의 총리가 2017년에 중국을 방문해 국영 은행들에 투자해달라고 요청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를 알게 된 제임스 매티스 당시 미 국방장관이 우려를 표하면서 덴마크 정부에 그린란드에 투자하라고 설득했고, 미국의 개입으로 결국 중국의 그린란드 투자는 무산됐다.

그린란드는 미국 입장에서 중국뿐 아니라 러시아도 견제할 수 있는 지정학적 요충지다. 유럽과 북미 대륙 사이에 있기 때문이다. 메레드 교수는 “(미국의 그린란드 매입 제안은) 러시아에 비록 당신들이 2021년까지 북극평의회 의장국을 맡고 있을지라도, 언제까지나 북극의 맹주는 아닐 것”이라는 경고라고 분석했다.

그린란드에서 러시아의 수도 모스크바는 3600㎞ 거리에 있다. 일찍이 그린란드의 지정학적 중요성을 알고 있었던 미국은 덴마크와 군사방위조약을 맺고 1953년 그린란드에 툴레공군기지를 설치해 지금까지 운영하고 있다. 현재도 이 기지는 북극권 일대에서 나토(NATO)의 주요한 방어기지 가운데 한 곳이다. 툴레공군기지는 세계에 배치된 미군 기지 가운데 가장 북쪽에 위치한 곳이다. 툴레공군기지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조기 경보 체제를 가동하고 있다.


plus point

美 국무장관의 ‘바보짓’? 황금알 거위 거듭난 알래스카

트럼프 대통령의 그린란드 매입 희망 발언은 과거 미국이 사들였던 첫 번째 ‘얼음 땅’ 알래스카를 연상시킨다. 미국은 1867년 러시아로부터 17만㎢ 면적의 알래스카를 매입하며 720만달러를 지불했다. 미국에 편입된 지 92년 만인 1959년, 알래스카는 미국의 49번째 주 지위를 획득했다.

이 거래를 주도한 사람은 당시 국무장관이었던 윌리엄 수어드다. 알래스카 매입을 두고 당시에는 쓸모없는 얼음 땅을 거액의 나랏돈을 들여가며 산 ‘수어드의 바보짓’이라는 여론이 들끓었다. 알래스카를 수어드 장관의 이름을 따서 ‘수어드의 아이스박스(Seward’s icebox)’로 부르기도 했다. 알래스카 땅의 대부분이 얼음이라는 점에서 나온 조롱 섞인 표현이었다.

그러나 30년 후 분위기는 뒤집혔다. 1897년 알래스카의 유콘강에서 금광이 발견된 덕분이었다. 이어 1950년에는 푸르도만에서 대형 유전이 발견됐다. 알래스카의 유전 덕분에 미국은 세계 3위의 석유 매장량을 확보한 나라가 됐다. 이외에도 알래스카에는 천연가스와 석탄, 구리 등 천연자원이 풍부하다. 지구 온난화로 인해 얼음이 녹으면서, 이 같은 천연자원의 개발 난이도도 낮아지는 상황이다.

이민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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