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금융지주(왼쪽부터), KB금융지주, 하나금융지주, 우리금융지주. 사진 블룸버그
신한금융지주(왼쪽부터), KB금융지주, 하나금융지주, 우리금융지주. 사진 블룸버그

7월 31일 삼성전자는 상반기(1~6월)와 2분기(4~6월) 실적을 발표했다. 메모리반도체 가격 하락의 영향을 받은 삼성전자의 성적표는 참혹했다. 삼성전자의 올해 2분기 영업이익은 6조6000억원을 기록해 전년 같은 기간보다 55.63% 급감했다. 상반기 전체 영업이익도 전년 동기 대비 17조6800억원(57.9%)이 줄었다. 미·중 무역전쟁이 장기화되고 메모리반도체 가격 하락 등 글로벌 시장의 악재가 겹치면서 타격을 받고 있는 기업은 삼성전자뿐이 아니다.

SK하이닉스의 상반기 영업이익이 1년 전보다 7조9371억원(79.8%) 줄었고 LG화학(8113억원·59.9%), SK이노베이션(7346억원·47%), 에쓰오일(4773억원·72.6%) 등 주요 기업들도 영업이익이 50~80%가량 급감했다. 기업평가사이트 CEO스코어가 시가총액 100대 기업 중 상반기 실적을 발표한 55곳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를 보면 기업들의 상반기 영업이익은 전년보다 39.8%가 줄었다. 하지만 이런 불황의 시기에도 철옹성처럼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하는 곳이 있다. 바로 은행 등을 자회사로 보유한 금융지주회사다. 신한금융지주의 올해 상반기 순이익 규모는 1조9144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6% 증가했다. KB금융지주도 상반기 순이익이 1조8368억원을 기록했고 우리금융지주(1조1790억원), 하나금융지주(1조2045억원)도 1조원이 넘는 순이익을 냈다. 4대 금융지주사 중 신한금융지주와 우리금융지주는 상반기 기준으로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주요 금융지주사가 불황기에도 역대급 실적을 기록할 수 있는 것은 대부분의 이익을 가계와 기업에 대출해준 이자 장사로 벌어들이기 때문이다. 전체의 70~80%가량을 이자로 벌어들이다 보니 불황으로 기업과 개인들이 고통을 받는 상황에서도 호황을 이어갈 수 있는 셈이다.


1│상반기 이자로만 ‘14조2700억원’ 벌어들여

신한금융지주의 올해 상반기 전체 이익 규모(판매관리비 등 비용을 제하기 전의 이익, 비용을 제한 후의 이익은 순이익)는 5조6500억원이다. 이 중 이자이익은 3조9041억원으로 69.1%를 차지했다. 수수료나 유가증권 투자 및 외환·파생상품 판매 등으로 거둬들인 비이자이익은 1조7460억원에 그쳤다. 신한금융지주와 함께 국내 최대 금융지주 자리를 놓고 다투는 KB금융지주는 이자이익 치중이 더 심했다. 상반기 전체 이익이 5조7640억원이었는데 이 중 4조5492억원(78.9%)이 이자에서 나왔다. 우리금융지주(82.7%)와 하나금융지주(72.2%)도 이자이익 비중이 압도적이었다. 4대 금융지주사에서 상반기에 기업과 개인 고객에게서 거둬간 이자이익은 14조2700억원에 달했다.

김인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국내 4대 금융지주사는 카드사와 보험사 등 비이자이익을 벌어들이는 자회사의 역할이 적고 은행의 대출 중심의 영업을 계속하다 보니 이자이익에 많이 의존하고 있다”고 했다.


2│1500조 풀린 가계대출로 ‘땅 짚고 헤엄치기’

국내 금융회사들이 이익의 70~80%를 대출이자에서 얻고 있는 것은 일본·미국 등 주요국 금융사들과 현저히 다른 현상이다. 일본 최대 금융사인 미쓰비시UFJ파이낸셜그룹의 경우 전체 이익에서 이자이익이 차지하는 비율은 51%에 그친다. 나머지 49%가 유가증권 투자나 수수료, 외환‧파생상품 중개 등 비이자이익에서 나온다. 미쓰비시UFJ파이낸셜그룹과 미쓰이스미토모 파이낸셜, 미즈호 파이낸셜그룹 등 3개 금융사의 평균 비이자이익 비율도 54.2%(2018년 기준)에 달한다. 미국 금융회사도 이자이익과 비이자이익 비율이 6대4 정도의 균형(2014년 말 기준 미 상업은행의 평균 비이자이익 비율 37%)을 유지하고 있다.

한국 금융지주사들이 해외 금융지주사와 달리 대출이자 중심의 영업을 하는 주된 이유 중 하나는 1500조원(2019년 1분기 1540조원·한국은행) 이상 이미 나가있는 가계대출 때문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2015년 말 1203조992억원이던 가계부채는 지난해 말 1534조6000억원까지 늘었고 올해 1분기에도 전 분기보다 5조4000억원이 증가한 1540조원까지 증가했다. 3년 3개월 만에 336조900억원이 불어난 셈이다. 보통 가계부채는 주택 등 안정적인 담보를 제공받아 떼일 염려가 거의 없는 돈이다. 이자를 갚지 않을 경우에는 개인 신용도가 낮아져서 신용대출 금리가 올라가는 등 모든 금융활동에 제약을 받기 때문에 대부분은 이자를 제때 납부한다. 이런 상황을 잘 알고 있는 금융지주사들이 은행 영업을 가계대출 중심으로 운영했고 가계부채는 급격히 증가했다. 보통 15년 이상, 길게는 30년까지 상환기한을 주며 매달 이자를 받는 가계대출이 불어나면서 이제는 이미 나가있는 대출의 이자만 수취해도 은행들은 충분한 수익을 거둘 수 있게 됐다. 조남희 금융소비자원 대표는 “불황기에 많은 기업과 개인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와중에도 이렇게 최대 실적을 낼 수 있다는 것은 금융지주사들의 잘못된 영업구조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3│4~5개 은행 과점 구조도 문제

국내 은행이 이자 장사 중심의 영업을 하는 원인을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것은 대형 은행 중심의 독과점 구조다. 4개 금융지주사 계열의 은행들이 대출 시장을 대부분 선점하고 있으므로 은행 간 서비스 경쟁을 제대로 하지 않아도 소비자를 빼앗기지 않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신용평가회사 한국신용평가(KIS)가 국내 은행 전체의 대출금 시장 점유율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KB국민(13.9%), 우리(13.3%), 하나(12.6%), 신한(12.4%) 등 4대 시중은행이 전체의 52.2%(2015년 말 기준)를 차지했다. 반면 SC, 씨티 등 외국계 은행은 물론 부산, 대구 등 주요 지방 은행들도 2% 이하의 점유율만을 보였다. 4대 시중은행이 과점하고 있는 구조는 이들 4개 은행 간 순위 변동이 있지만 현재까지 계속되고 있다. 지방 은행은 물론 2017년부터 영업을 시작한 케이뱅크와 카카오뱅크 등 인터넷은행도 4대 은행의 경쟁 상대가 되지 않는 셈이다.

반면에 미국, 일본 등 주요국의 상황은 국내와는 크게 다르다. 미국은 상업은행 수만 5338개(미 연방예금보험공사‧FDIC)에 달한다. 다양한 신탁이나 자문 서비스를 개발하지 않으면 바로 고객을 잃어버리는 철저한 경쟁 시장에 노출돼 있는 셈이다.

일본의 경우도 비슷하다. 일본에는 미쓰비시UFJ파이낸셜그룹, 미즈호 파이낸셜그룹, 미쓰이스미토모 파이낸셜 등 메가뱅크가 있지만 지방 은행을 포함하면 100개가 넘는 은행(113개·2016년 말 기준)이 영업하고 있다. 전국에 있는 은행 지점도 1만1192개에 달해 국내 은행(6400여 개)의 두 배가량이다.

이병윤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금융지주회사들이 은행 중심의 영업을 줄이고 증권사나 보험사 등 다른 자회사의 비중을 높여 소비자들에게 다양한 금융서비스를 제공하려 노력해야 한다”며 “그러기 위해서는 국내외의 경쟁력 있는 증권사와 보험사를 인수·합병(M&A)하는 전략을 더 많이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해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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