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훈 대표가 직접 키운 굼벵이로 만든 ‘굼굼’ 브랜드의 굼벵이 엑기스를 보여주고 있다.
김기훈 대표가 직접 키운 굼벵이로 만든 ‘굼굼’ 브랜드의 굼벵이 엑기스를 보여주고 있다.

과거 시골에 흔한 곤충 중 하나가 굼벵이였다. 초가집 지붕을 이을 때도, 밭에서 김을 맬 때도 손가락 두어 마디 정도 크기의 굼벵이가 나왔다. 다른 벌레들은 징그러워도 이상하게 이 녀석은 꼬물거리는 모습이 귀여웠다. 통통한 모습 때문이었던 것 같다. 지금 생각해보니 아이들이 좋아하는 만화 ‘라바’의 주인공과 닮았다.

굼벵이의 학명은 흰점박이꽃무지유충이다. 한약재로 쓰인다. 기자가 어렸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건강이 좋지 않은 아저씨들이 간에 좋다며 굼벵이를 찾았다. 단 한 번이지만 한편이 무너진 초가집 지붕에서 굼벵이를 한 되쯤 잡아 500원을 받았던 기억이 난다. 나중에 부모님께 들켜 위험한 초가지붕에 올라갔다고 혼이 났다.

지금은 자연산 굼벵이를 채취하기보다 농부들이 사육시설에서 전문적으로 굼벵이를 키운다. 주로 표고버섯을 키우는 농부들이다. 버섯 재배에 사용한 참나무 톱밥을 발효해 먹이로 쓸 수 있기 때문이다. 굼벵이 똥도 인기다. 지렁이 분변처럼 굼벵이 분변도 땅을 기름지게 하기 때문이다. 밭에 거름으로 굼벵이 분변토를 뿌려본 사람들이 꾸준히 찾는다.

7월 17일 경기도 안성에서 굼벵이를 직접 키워 가공식품으로 만드는 김기훈(42) 안성시곤충산업연구회 식용곤충가공센터 대표를 만났다.

까맣게 그은 얼굴은 전형적인 농부였지만 복장은 단정했다. 작업장은 떨어진 것을 주워 먹어도 괜찮을 정도로 깨끗했다. 냄새도 몇 년 전 방문했던 굼벵이 사육농가보다 훨씬 덜했다. 그는 지저분한 것을 보지 못하는 깔끔한 성격이라고 했다.

김 대표는 안성시에서 굼벵이를 키우는 농가들을 모아 만든 연구회도 운영 중이다. 자신이 기른 굼벵이와 연구회 회원들이 키운 굼벵이를 가공식품으로 만들어 판다. 그는 “혼자서 굼벵이를 키워 가공하는 것보다 여러 농가가 힘을 모아 굼벵이를 키우고 가공해 판매하면 안정적으로 원재료를 공급받을 수 있어 좋은 것 같다”고 했다.


찾아가는 생태학습장 초등학교 수업 현장.
찾아가는 생태학습장 초등학교 수업 현장.

요즘 굼벵이를 키우는 농가가 많다.
“굼벵이가 몸에 좋고 찾는 사람들이 조금씩 늘다 보니 예전보다 사육농가가 많아졌다. 안성도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몇 농가 안 됐는데 지금은 30곳 가까운 농가가 굼벵이를 키운다.”

굼벵이는 어디에 좋은가.
“굼벵이는 고단백질 식품이다. 기력 회복에 좋다. 건조한 굼벵이의 58%가 단백질이다. 또 지방과 탄수화물 등 3대 영양소가 모두 들어 있다. 굼벵이가 보기에는 좀 그렇지만 몸에 좋은 다양한 성분이 있다. 간암, 간경화 등의 간 질환과 피로해소, 월경불순, 시력감퇴, 백내장, 악성종기, 구내염, 파상풍, 중풍 등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불포화 지방산과 올레산이 심혈관 질환에 효과가 있다. 최근 농촌진흥청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항혈전 치료제로 사용할 수 있는 인돌알칼로이드도 발견됐다.”

인체에 이로운 성분이 풍부한 만큼 비쌀 것 같은데.
“굼벵이 사육농가가 적을 때는 건조 굼벵이 1㎏ 가격이 20만원쯤 했다. 지금은 사육농가가 많아져 5만~6만원 수준으로 많이 떨어졌다.”

키우기는 어렵지 않나.
“사육시설을 청결하게 관리할 수 있으면, 키우기 어려운 것은 아니다. 하지만 청결하게 관리하지 않으면 실패할 확률이 거의 100%라고 할 수 있다. 굼벵이는 약간 높은 온도에서 잘 자라기 때문에 농가에서 사육시설 온도를 인위적으로 높여 기른다. 하지만 온도가 높으면 질병이 잘 생긴다. 이 때문에 습도를 잘 맞추고 환기와 배기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 한 번 질병이 돌면 키우던 굼벵이가 모두 죽는다고 보면 된다. 다시 굼벵이를 입식하기 위해서는 사육시설 전체를 소독하고, 이전에 쓰던 굼벵이 사육틀은 모두 버려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새로 입식한 굼벵이들도 실패한다고 보면 맞다. 튼튼한 굼벵이를 키우기 위해 안성시 특산품인 배와 홍삼을 이용한 사료도 자체적으로 개발했다. ”

굼벵이를 키우게 된 계기는.
“안성이 고향이지만 처음부터 농사를 짓지는 않았다. 제대하고 잡은 첫 직업은 전기기술자였다. 10여 년간 전기공사를 했다. 그런데 어느 날 엄지손가락에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병원에서도 원인을 찾지 못했다. 손에 쥐고 철사를 끊거나 구부릴 때 사용하는 펜치를 오랫동안 사용한 탓인가 싶다. 전기공사를 하는 사람이 펜치를 쥐지 못하면 일을 못한다. 그래서 휴대전화 네트워크 사업을 시작했다. 하지만 돈이 안 됐다. 손해만 잔뜩 보고 포기했다. 의기소침해 쉬고 있는데 지인이 굼벵이 가격이 좋다며 키워보라고 했다. 뭐라도 해야 했고, 돈벌이가 된다는 얘기에 솔깃해 굼벵이 사육에 나섰다. 올해로 굼벵이 관련 일을 시작한 지 7년 됐다.”

처음부터 굼벵이를 가공해 팔았나.
“처음에는 종자용 굼벵이를 키워 파는 일만 했다. 돈벌이가 쏠쏠했다. 월 250~300㎏쯤 생산했는데 당시 가격이 1㎏에 20만원이었다. 월 5000만원쯤 매출을 올렸다. 굼벵이를 키우기 위해 투자한 3억원을 사육을 시작한 지 2년 만에 뽑았다. 하지만 얼마 되지 않아 굼벵이 사육이 돈이 된다는 얘기가 퍼졌다. 돈이 된다니 굼벵이를 키우는 사람들도 빠르게 많아졌다. 가격도 5만원대로 하락했다. 그래서 궁리 끝에 굼벵이 가공사업을 찾아냈다. 사람의 몸에 좋은 굼벵이 공급이 증가했으니 이를 제대로 가공해 팔면 돈이 될 것이라고 판단했다. 그래서 2017년 굼벵이 가공센터를 만들었다. 여전히 굼벵이를 키우지만 요즘은 굼벵이 가공과 판매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굼벵이는 어떻게 가공하나.
“말린 굼벵이를 통으로도 팔고 분말로 만들어 팔기도 한다. 최근에는 팥 크기의 둥글둥글한 환이나 푹 고아 만든 엑기스로 판다.”

소비자 반응은.
“질 좋은 굼벵이를 선별해 가공하는 만큼 소비자의 반응도 긍정적이다. 한 번 굼벵이 가공식품을 사간 사람들 중 70%쯤은 재구매하는 것 같다.”

곤충에는 기름기가 많아 가공하기가 쉽지 않다던데.
“실패를 거듭하며 분말과 환으로 만드는 법을 직접 배웠다. 세어보진 않았지만 30~40번쯤 실패한 것 같다. 굼벵이를 달여 엑기스를 추출하는 방법은 건강원을 운영하시는 아버지 친구분으로부터 전수받았다. 지금은 분말, 환, 엑기스를 ‘굼굼 굼벵이’라는 브랜드로 판매하고 있다.”

향후 계획은.
“현재 사육시설을 확장하고 있다. 또 일정한 품질의 굼벵이를 키우기 위해서는 먹이가 중요한데 다음 달 중순 50t 규모의 식용곤충용 발효톱밥 공장을 오픈한다. 생산한 먹이는 식용곤충가공센터 회원과 안성에서 굼벵이를 키우는 농부에게 공급할 계획이다. 굼벵이들이 먹고 싼 분변토를 퇴비로 만들어 팔 계획도 가지고 있다. 굼벵이 1㎏을 생산하기 위해서는 25~30㎏의 발효 발효톱밥이 필요한데 굼벵이가 먹고 싼 분변토에는 유기물 성분이 지렁이 분변토와 비슷하게 들어있다. 식용곤충 단지를 만들 계획도 가지고 있다. 굼벵이를 키우는 모습을 볼 수 있도록 해 아이들이 체험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식품으로 활용 가능한 마른 굼벵이와 가루, 환, 엑기스 등도 팔 예정이다.”

박지환 조선비즈 농업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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