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9월 24일 박원순 시장은 ‘서울 차 없는 날’을 맞아 환경부·서울시의회· 주한유럽연합대표부· 시민단체와 함께 ‘기후 변화 대응 및 대기질 개선을 위한 서울 전기차 시대 공동선언’을 발표했다. 후속 조치로 올해 서울시는 2025년까지 전기택시를 4만 대 보급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사진 서울시
2017년 9월 24일 박원순 시장은 ‘서울 차 없는 날’을 맞아 환경부·서울시의회· 주한유럽연합대표부· 시민단체와 함께 ‘기후 변화 대응 및 대기질 개선을 위한 서울 전기차 시대 공동선언’을 발표했다. 후속 조치로 올해 서울시는 2025년까지 전기택시를 4만 대 보급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사진 서울시

7월 24일 서울시 관악구에서 택시 호출 앱으로 택시를 불렀다. 서울 택시의 상징 꽃담황토색 쏘나타가 아닌 흰색 코나EV가 도착했다. 코나EV는 현대자동차가 양산하는 전기차다. 언뜻 보면 모빌리티 서비스 ‘타다’의 흰 승합차를 닮았다. 차량에 탑승해 보니 계기판이 LCD창으로 돼 있었다. 천장에 붙은 햇빛가리개는 비닐도 벗기지 않은 상태였다. 이 차를 운전하는 개인택시 기사 민순철(67·성동구)씨는 “인도 받은 지 3일밖에 안 된 새 차”라면서 “서울시에서 보조금을 준다길래 전기택시로 바꿨다”고 했다.

서울시가 올해 전기택시 3000대 도입을 목표로 지원 사업에 나섰다. 지난 6월 법인택시와 개인택시 기사들을 상대로 전기택시 사업자를 모집했다. 정부 보조금 900만원과 서울시 보조금 900만원을 더해 총 1800만원의 보조금을 지원하는 사업이다. 지원 차량은 기아자동차 니로, 쏘울 부스터, 현대자동차 코나, 아이오닉으로 총 네 종이다.

탑승한 차량은 과연 전기차답게 주행감이 좋았다. 과속방지턱을 미끄러지듯 넘었고, 급정거할 때조차 흔들림이 거의 없었다. 그간 ‘난폭 운전’으로 악명을 높인 서울 택시로서는 이미지 반전의 기회를 노릴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미세먼지 감축에 기여하는 친환경차라는 점까지 감안하면 서울시의 전기택시 사업은 ‘일석이조’의 정책 효과가 있다.

하지만 택시기사 민씨는 고개를 저었다. 그는 “실제 택시 기사들은 전기택시를 꺼린다”면서 “나도 전기차를 몰아보고 싶은 도전정신으로 구매했을 뿐”이라고 선을 그었다. 전기택시가 당분간 보편화하기 어려워 보인다는 설명이었다.


1│목표치 높은데 성급한 진행

실제 서울시가 받아든 성적표도 초라하다. 올해 전기택시 보조금을 신청한 사업자는 개인택시 381대, 법인택시 60대로 총 441대에 불과했다. 애초 목표치였던 3000대의 14.7%에 불과한 수준이다. 서울시는 이미 내년에 8000대를 추가 도입하겠다고 호언장담한 상황이다.

목표치가 과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시는 2014년 전기택시 10대를 임대 형식으로 시범 운행하기 시작했다. 이후 2015년에 전기택시 60대를 도입하고, 2년의 공백 기간 이후 지난해 100대를 막 보급한 단계였다. 올해 3000대를 곧바로 모집하기에는 시기상조였다.

모집 기간도 짧았다. 서울시는 5월 31일 전기택시 사업자 모집 공고를 냈고, 불과 3일 만인 6월 3일부터 신청자를 받기 시작했다. 마감은 6월 14일로 실질적인 모집 기간은 12일간에 불과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신청자가 모집 요건에 해당하는지 확인하기 위해 집중 검토 기간이 필요했다”면서 “이번에도 사고 경력으로 택시 기사 자격이 박탈된 신청자가 있어 걸러냈다”고 했다.


7월 24일 기자가 탑승한 서울시 전기택시. 현대자동차의 코나EV 모델이다. 사진 독자 제공
7월 24일 기자가 탑승한 서울시 전기택시. 현대자동차의 코나EV 모델이다. 사진 독자 제공

2│택시기사들은 이익보다 비용 걱정

택시기사 입장에서는 큰 비용이 투입되는 결정을 단기간에 내리기 어렵다. 보조금을 받더라도 전기택시 가격은 1963만~2880만원을 호가한다. 더군다나 차량을 교체할 시기가 아닌 택시 기사는 전기택시를 선택할 유인이 적다.

막대한 비용이 들어가는 만큼 추가 이익을 단기간에 기대할 수 있는 상황도 아니다. 서비스 품질이 좋은 전기차를 선택하더라도 매출이 늘어나는 구조가 아니기 때문이다. 택시 승객 입장에서 전기차와 일반 차를 구분해서 호출할 수 없다.

전기차의 이점은 충전 비용이 적다는 점이다. 하지만 이마저도 효과를 보려면 시간이 걸린다. 서울시의 발표에 따르면, 전기택시는 연간 운영비를 LPG차량보다 1100만원 절약할 수 있다. 전기택시가 2000만원을 호가한다는 점을 고려할 때, 2년간 이익을 회수해야 흑자로 돌아서는 상황이다.


3│기술력·인프라 충분치 않다는 지적도

전기택시는 주행 거리가 짧고, 충전 시간은 길어 택시 영업에 적합하지 않다. 서울시가 선보인 전기택시 네 종은 주행 거리가 271~406㎞에 해당한다. 개인택시 기사 경력 10년의 윤세오(59·강서구)씨는 “하루 15시간씩 평균 300㎞를 달린다”면서 “전기택시를 구입하면 매일 충전해야 하는 것은 물론, 경우에 따라 운행 중간에 한 번 더 충전해야 하는 불편을 견뎌야 한다”고 했다.

전기택시는 완속 충전기로 7~8시간, 급속 충전기로 30~40분의 충전 시간이 걸린다. 기존 차량에서 연료를 3~5분이면 충전했던 것과 비교된다. 영업시간에 따라 하루 벌이가 결정되는 택시기사로서는 부담이 따른다.

개인택시의 경우 자택에 충전기를 설치해 영업 시간이 아닌 취침 시간에 충전하는 방법도 있다. 환경부는 한국자동차환경협회와 함께 최대 130만원의 완속 충전기 설치 비용을 지원하고 있다. 하지만 충전기 설치 요건이 까다롭다. 한국자동차환경협회 관계자는 “주차 공간이 있어야 충전기를 설치할 수 있는데, 그렇지 못해 포기하는 택시기사도 봤다”면서 “아파트의 경우 아파트입주회의에서 모든 주민의 동의를 얻어야 하는 진입 장벽이 있다”고 했다.

또 밤새 충전을 했더라도 운행 중에 한 번 더 충전해야 할 상황이 생길 수 있는데, 이때 급속 충전기를 찾기 어려울 수도 있다. 익명을 요구한 업계 관계자는 “택시기사 입장에서는 당장 전기택시를 구입하기보다 기술 상용화와 인프라 보급을 기다리는 편이 나을 수 있다”고 했다. 업계에서는 올해 들어 초급속충전기 개발 소식이 나오기 시작했다. 350급 전기차용 초급속 4분 충전으로 100㎞ 이상 주행을 보장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2025년까지 ‘전기차 10만 대 시대’를 열겠다고 선언했다. 그러나 현재로서는 공약 이행이 사실상 불가능해 보인다. 서울시는 그중 40%인 4만 대를 전기택시 도입으로 충당할 계획이다. 올해가 전기차 공약의 첫 단추를 끼우는 중요한 시기다. 난관이 예상되는 가운데, 서울시는 사업 내용을 보완해 올 하반기에 추가 사업자 모집 공고를 낼 계획이다.

김소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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