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100일을 맞은 지성규 하나은행장. 사진 KEB하나은행
취임 100일을 맞은 지성규 하나은행장. 사진 KEB하나은행

‘중국통(通)’ 지성규 신임 KEB하나은행장이 6월 28일 취임 100일을 맞았다. 지 행장은 글로벌 영토를 넓히고 디지털 전환 가속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는 3월 21일 취임식에서 “변화와 혁신을 통해 디지털과 글로벌 부문에서 최고의 경쟁력을 갖춘 ‘손님 중심의 리딩뱅크’로 도약하겠다”고 강조한 바 있다. 실제로 지 행장 취임 후 디지털과 글로벌 분야의 성장세가 두드러지는 상황이다. 우선 KEB하나은행(이하 하나은행)의 글로벌 대출자산(해외 지점 및 현지 법인에서의 외화 대출) 잔액은 2018년 말 13억3100만달러(약 1조5500억원)에서 2019년 5월 말 16억5880만달러(약 1조9300억원)로 9% 증가했다.

지 행장은 글로벌 인프라, 부동산, 항공기 분야 프로젝트파이낸싱(PF)을 적극적으로 유치하기 위해 글로벌 투자은행(IB) 전담 조직도 신설했다. 이 조직은 영국 런던 템스강 실버타운 터널 건설 1억파운드(은행 측 전망 기준으로 비이자 수익 약 70억원 발생) 등 올해 상반기 중 5건의 글로벌 인프라 PF를 주선했다.

올해 상반기 기준 하나은행의 IB 부문 비이자 이익은 전년 동기의 443억원에서 588억원으로 32.7% 증가했다. 디지털 강화 성과로는 6월 3일 출시된 ‘하나원큐신용대출’이 손꼽힌다. 이 상품은 모든 대출 프로세스를 디지털화한 비대면 상품이다. 고객은 쉽고 간편하게 대출 가능 여부와 한도를 알아보고 실행할 수 있다. 이 상품은 출시 후 14영업일 만에 대출 건수 8500건, 대출 금액 1530억원을 돌파했다. 하나은행은 지난 1분기 희망퇴직과 관련한 일회성 비용 탓에 전년 대비 24%(1520억원) 급감한 4779억원의 당기순이익을 올리는 데 그쳤다. 2분기 실적은 7월 말 발표할 예정이다.

지 행장의 의욕 넘치는 행보에 대해서는 여러가지 시각이 있다. 대표적인 것이 ‘헬스 경영’이다. 지 행장은 취임 후 1주일에 한번씩 직원들의 사내 헬스장 사용 시간(오전 6시) 이전인 오전 5시부터 5시40분까지 임원들과 헬스장에 모여 운동을 함께 한다. 이후 4층 회의실에서 김밥이나 과일과 커피를 곁들여 얘기를 나눈다. 공식적인 자리가 아닌 만큼 편하게 얘기하자는 취지다.

지 행장이 취임하기 전까지는 일부 임원들만 새벽에 삼삼오오 모여 운동했지만, 지 행장이 매주 이 모임에 나오면서 전보다 많은 임원들이 운동에 참여하고 있다.

헬스 경영은 ‘등산 경영’으로 이어지고 있다. 전국에 있는 하나은행 지역본부 인근에는 그 지역을 대표하는 산이 있다. 지 행장은 상반기에 모든 지점장들과 만나겠다는 목표로 각 지역본부를 방문해 해당 본부 소속 지점장들과 함께 새벽 산행을 했다. 지점장들은 영업 약속이 많은 만큼 영업에 지장 받지 않도록 영업시간 전에 산행을 하자는 취지다.

금융권에서는 지 행장의 소통 방식을 그가 중국법인장 생활을 오래 한 탓으로 분석하고 있다. 그는 4년간 중국 베이징에 있는 하나은행유한공사 법인장을 지낸 바 있다. 중국은 아침이나 오후에 집단으로 모여 체조 등을 함께하는 것이 보편적이다. 길거리와 공원은 물론 많은 기업이 노동자를 모아놓고 단체 체조를 하면서 동료애를 나누는 문화가 있다. 대표적인 단체 체조는 태극권이다.

하나은행 홍보실 관계자는 “지 행장이 취임 후 임직원들과의 소통을 강조해 왔고 상반기에는 지점장급 이상 관리자들을 만났다"며 "하반기에는 연극이나 영화 관람 등으로 일선 직원들과도 만나고 대화를 나눌 예정”이라고 했다. 그는 "일반 직원들의 신청을 받아서 원하는 직원들과 그들이 원하는 방식으로 만날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울 을지로에 있는 하나은행 신사옥. 사진 KEB하나은행
서울 을지로에 있는 하나은행 신사옥. 사진 KEB하나은행
 
 

이같은 새벽 모임에 대해서는 긍정적 시각도 있지만 다른 시각도 있다. 행장이 참여하는 새벽 헬스나 등산에 임원이나 지점장들이 꼭 동참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우리나라 문화에서 조직 수장이 같이 하자는데 마다할 임직원들은 없다.

임원들이 새벽에 자발적으로 헬스장에서 운동을 해 왔다고는 하지만 의도치 않게 나머지 다른 임원들도 새벽 운동에 나올 수도 있다. 지점장들도 영업을 위해 저녁 약속을 많이 하는데 새벽에 등산하는 게 부담이 될 수 있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이에 대해 "임원들과의 헬스 운동은 자발적인 것이고 정식 회의나 결재 자리에서 하지 못하는 다양한 얘기들은 한다"며 "임원들 입장에서는 말하기 어려운 것들도 편안한 분위기에서 '이런 면도 있습니다', '요새 분위기는 이렇습니다' 등으로 얘기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지점장들의 경우는 행장과 직접 만나는 자리는 거의 없는 만큼 산행을 함께 하며 이러저러한 애로사항을 말할 수 있고 실제 현장의 목소리를 전달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김문관 차장, 정해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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