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 롯데주류의 경월소주는 일본 시사주간지 <닛케이 트렌디>가 2014년 선정한 ‘히트상품 톱10’에 꼽힐 만큼 일본시장에서 인기가 많다. 
(우) 알서포트는 2013년 2월 NTT도코모와 공동으로 서울 송파구 방이동에 ‘모바일 R&D센터’를 세웠다.
- 사진 : 롯데주류, 알서포트

“일본 도쿄(東京) 시내에 있는 대형할인마트 ‘이온(AEON)’에 들어서면 농심 신라면, 하이트맥주, CJ 양념장, 농협 참외 등 한국기업 제품이 전시돼 있습니다. 3~5년 전 한류(韓流)에 힘입어 불티나게 팔릴 때가 있었죠. 그러나 2013년 이후 판매가 줄기 시작했습니다. 일본에서 철수한 한국기업도 수두룩합니다.”

홍치의 한국무역협회 도쿄지부 팀장이 전한 일본시장 분위기다. 일본에서 한국기업이 맥을 못 추고 있다. 특히 한일관계 악화로 인해 소비재를 판매하고 있는 기업 실적이 날이 갈수록 줄고 있다. 여기에 엔저(엔화가치 하락)로 인한 환율 악재까지 겹쳤다. 홍치의 팀장은 “일본시장이 제품을 팔면 팔수록 손해가 발생하는 증수감익(增收減益) 시장으로 변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모든 한국기업이 죽을 쑤고 있는 건 아니다. 선전(善戰)하고 있는 기업도 있다. 일본에 경월소주를 판매하고 있는 롯데주류가 대표적이다. 정밀공작기계 및 부품을 생산하는 ‘대성하이텍’, 원격지원 솔루션업체인 ‘알서포트’도 좋은 성과를 내고 있다. 오타수정키보드 앱을 개발한 벤처기업 ‘큐키’도 일본에서 주목받고 있다.

이 업체들이 일본에서 성공할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일까. “강력한 현지 사업파트너를 만들어라.” 롯데주류에서 배울 수 있는 성공전략이다. 롯데주류는 일본에서 소주를 생산·판매하고 있다. 그러나 모든 비즈니스를 혼자 하진 않는다. 롯데주류는 일본 주류시장의 강자로 꼽히는 산토리와 손을 잡았다. 산토리는 일본시장에서 롯데주류의 유통과 홍보를 맡고 있다.

송성기 한일산업기술협력재단 일본경제연구센터장은 “해외시장에 진출했을 때 그 시장을 가장 잘 아는 전략적 파트너를 만들어야 한다”며 “단점을 보완하는 개념이다”고 말했다. 또 송성기 센터장은 “소비재의 경우, 가격과 유통망이 비즈니스에서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롯데는 산토리와 협력해 강력한 유통망을 확보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힘입어 롯데주류 일본법인의 소주부문 매출은 2013년 172억엔에서 지난해 200억엔(16%)으로 증가했다.

롯데주류, 일본 소주시장에서 善戰   
“한국 브랜드를 지워라.” 일본시장에서 한국기업 제품이란 걸 알리지 않는 것도 하나의 전략으로 통한다. 2006년부터 2010년까지 일본은 한류 붐으로 뜨거웠다. 당시 일본 내 한국식당은 자리가 없을 정도였다. 한국기업은 일본 소비자를 유혹하기 위해 한글로 제품명을 표기하기도 했다. 그러나 2015년 현재 상황이 180도 변했다. 일본 내 반한(反韓)감정이 커지면서 ‘메이드 인 코리아(Made in Korea)’를 숨겨야 판매를 늘릴 수 있다는 것이다.

롯데주류의 경우, 산토리 측에서 경월소주가 한국 제품이라는 것을 강조하지 말아달라는 요청이 들어왔다. 한국 제품이라고 밝히면 영업하는 게 힘들다는 이유에서다. 

이런 기류는 삼성전자에도 나타난다. 삼성전자는 올 4월 일본에 출시한 스마트폰 갤럭시S6와 갤럭시S6엣지에 ‘삼성’ 로고를 지웠다. 삼성전자 측은 “삼성이란 브랜드보다 갤럭시라는 제품에 집중하기 위해 삼성을 표기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하지만 업계는 일본 내 반한감정을 고려한 전략적 판매라고 분석한다.

“품질로 승부하라.” 일본은 제품 선택기준이 까다롭기로 유명하다. 일본 특유의 꼼꼼함과 고부가가치를 추구하는 산업 특성상 일본시장에 진출하기 위해선 높은 기술력과 품질이 요구된다. 반대로 품질이 좋으면 일본 진출이 보다 용이하다. 고품질 전략은 대성하이텍이 노린 전략이다. 대성하이텍은 일본 정밀공작기계업체인 마작(Mazak)에서 일했던 기술자와 품질관리 담당자를 영입했다. 이후 품질을 높이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였다. 대성하이텍은 한 달에 두 번 품질보고대회를 개최한다. 품질관리팀뿐만 아니라 전 사원이 참가한다. 또 불량 내역을 고객사에 빠짐없이 전달한다. 최호익 대성하이텍 경영지원실 대리는 “어떤 불량과 오차가 발생해도 고객사에 전달하고 의논한다”며 “품질에 자신이 있기 때문이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일본시장에선 신뢰를 주는 게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대성하이텍은 지난해 5월에는 일본 노무라 자동선반을 인수했다.

대성하이텍은 일본을 거쳐 해외시장에 진출하는 우회 전략도 활용하고 있다. 송성기 센터장은 “대성하이텍은 일본 공작기계업체가 투자, 진출한 해외시장에 적극 진출하고 있다”며 “사실 세계시장에서 ‘메이드 인 코리아(Made in Korea)’보다 ‘메이드 인 재팬(Made in Japan)’이 더 잘 팔리고 가격도 높게 쳐준다”고 말했다. 지난해 대성하이텍의 전체 매출 중 해외시장 비중은 85.6%에 달한다. 그 중 일본시장은 62%다.

“신용도 높은 투자자를 확보하라.” 2002년 일본에 진출한 알서포트는 2012년 일본 통신사 NTT도코모(NTT Docomo)로부터 한통의 전화를 받았다. “(알서포트) 원격지원 시스템의 기술력이 뛰어나다고 판단됩니다. 우리와 사업을 함께하면 시너지가 상당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귀사에 전략적투자자(SI)로 참여하고 싶습니다.” NTT도코모는 알서포트에 150억원을 투자했다.

이후 알서포트는 NTT도코모에 ‘리모트콜 모바일팩(Remote call mobile pack)’을 서비스하기 시작했다. 리모트콜 모바일팩은 스마트폰 이용자가 사용 중 불편함을 느껴 지원센터에 요청하면 원격조정해 문제를 해결하는 시스템이다. 현재 NTT도코모가 ‘안심서비스’라는 이름으로 고객에게 판매·서비스하고 있다.

알서포트의 실적도 늘었다. 알서포트의 일본 매출은 2012년 6억6096만엔에서 2013년 9억1686만엔, 지난해 9억9380만엔으로 증가했다. 투자 받고 실적도 상승했으니 ‘꿩’먹고 ‘알’도 먹은 셈이다. 알서포트는 일본에서의 성공을 바탕으로 화웨이(Huawei), 원플러스(Oneplus) 등 중국 스마트폰 제조업체와 원격지원 시스템 공급계약을 체결하며 중국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알서포트, 투자 받고 실적도 늘리고
“세계적인 전시회를 활용하라.” 큐키는 2013년 말 모바일 사용 시 백스페이스를 누르지 않고 오타수정이 가능한 앱을 개발했다. 김민철 큐키 대표는 “오타수정키보드 앱”이라고 설명했다. “스마트폰으로 문자를 보내거나 인터넷을 사용할 때 오타를 수정하는 게 불편했습니다. 백스페이스를 사용하면 쓴 글자가 다 지워지고 커서로 이동하는 것도 정교하지 못하거든요. 그래서 글을 쓴 그 위치에서 오타를 수정할 수 있는 앱을 만들었습니다.”

큐키는 이 앱을 들고 지난해 2월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모바일 월드 콩그레스(MWC)’에 참가했다. 현장에서 만난 일본 정보통신(IT)기업 산텍(Santec)의 투자를 유치하는 데 성공했다. “스마트폰 오타수정이 간편한 게 마음에 드네요. 일본어로도 개발이 가능한가요?” 당시 큐키는 한국어와 영어 버전만 개발한 상태였다. 큐키는 지난해 4월 산텍으로부터 투자를 받았고 일본어 버전을 만들었다. 김민철 대표는 “현재 일본시장에서 큐키 앱 프로모션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 일본시장 진출 시 성공전략 5가지]

01 강력한 현지 사업파트너를 만들어라.
02 한국 브랜드를 지워라.
03 품질로 승부하라.
04 신용도 높은 투자처를 확보하라.
05 세계적인 전시회를 활용하라.

 

[Mini  interview ● 정혁 코트라 일본지역본부장]

“인내와 끈기는 기본, 차별화까지 갖춰야”


- 사진 : 코트라

한국기업이 일본시장에 진출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일본시장에 진출하기 위해선 길게 봐야 합니다. 부품소재기업의 경우, 보통 2년 정도 걸립니다. 일본기업은 품질 안정성이 확인돼야 거래를 합니다. 물량도 조금씩 늘려가고요.”

인내와 끈기를 가지고 버텨야 한다는 건가요?
“그렇습니다. 일본기업은 한 번에 거래물량을 늘리지 않습니다. 소량으로 시작해서 점차 늘리는 게 보통이죠. 일본에서 사업을 하기 위해선 기다릴 줄 알아야 합니다. 물론 품질에 확신이 있어야 하죠.”

일본 소비자, 거래업체는 한국기업을 어떻게 바라보나요?
“일본에 비해 품질이 떨어지고 중국, 대만과 베트남 등 동남아시아 국가보다는 가격경쟁력이 떨어진다고 보는 시각이 많습니다.”

일본 경제 상황은 어떤가요?
“엔화약세로 수출증가 효과가 나타나고 있어요. 일본의 수출증가율을 보면, 지난해 12월 3.9%에서 올 1월 11.1%로 증가했습니다. 또 일본 경제에 소비가 확대되면 한국기업의 제품 판매도 늘어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엔저는 한국기업의 가격경쟁력을 떨어뜨려 마이너스 효과가 더 큽니다.”

엔저를 깨뜨릴 수 있는 해결방안이 있을까요?
“일본기업은 처음 거래를 뚫는 게 힘들지만 한번 거래하면 신뢰가 상당합니다. 환율연동제를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어요. 현재와 같이 엔화가치가 하락했을 경우, 납품단가를 인상하고 추후 엔화가치가 상승했을 때는 납품단가를 인하하는 겁니다. 실제로 2013년부터 일본 최대 화장품기업과 거래하고 있는 국내기업이 환율연동제를 체결했습니다. 그 결과 납품단가를 10%가량 끌어올렸어요.”

한국기업의 일본시장 진출 시 성공전략을 꼽자면 무엇이 있을까요?
“제품 차별화가 필요합니다. 일본시장에 이미 있는 제품으로는 성공하기 어려워요. 가격이 다소 비싸더라도 특별한 뭔가가 있어야 합니다. 디자인이 독특하거나 문화적인 충격을 주는 그런 아이템이죠. 물론 긍정적인 충격입니다.”

박용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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