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길어지면서 홈가드닝 관련 제품이 인기를 끌고 있다. 사진은 서울의 한 대형마트 원예 코너. 사진 연합뉴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길어지면서 홈가드닝 관련 제품이 인기를 끌고 있다. 사진은 서울의 한 대형마트 원예 코너. 사진 연합뉴스

대학생 김민주(23)씨는 최근 다육식물 ‘하트호야’ 기르는 재미에 푹 빠졌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격리가 일상이 된 상황에서 하트호야는 김씨에게 묘한 위로를 건넨다. 김씨는 “안 그래도 취업난 때문에 심란한데 코로나19까지 들이닥쳐 답답함과 우울감이 심했다”면서 “스트레스 해소 차원에서 키우기 시작한 식물이 잘 자라는 모습을 보니 즐겁다”라고 했다.

식물과 동거를 택한 이는 김씨뿐만이 아니다. 홈가드닝(가정 원예)의 인기는 코로나19가 초래한 여러 현상 중 하나다. 인터파크에 따르면, 올해 6~8월 가드닝 관련 매출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2% 증가했다. 소셜미디어(SNS) 인스타그램에서 ‘홈가드닝’이라는 키워드를 검색하면 20여만 개의 게시물이 쏟아진다. 사람들은 온라인상에서 각자의 가드닝 결과물을 자랑하고 노하우를 공유한다. 식물을 처음 키우는 초보자를 위한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앱)도 인기를 끌고 있다.

식물 관리가 ‘어른의 일’이라는 건 옛말이다. 코로나19 시대에는 장년층은 물론 김씨 같은 밀레니얼 세대(1981~96년 출생)도 홈가드닝 열기에 푹 빠져 있다. 홈가드닝의 매력을 세 가지로 분석했다.


1│‘갓성비’ 저렴한 가격에 높은 만족도

‘이코노미조선’이 서울 시내 꽃집 10여 곳에 문의해본 결과, 요즘 가장 잘 팔리는 식물은 금전수·선인장·몬스테라 등의 중저가 미니 식물이라고 했다. 식물의 가격대는 1만원대부터 4만원대까지 천차만별이다. 작고 싼 식물은 다양한 종류를 자주 구매해도 부담이 적다.

서울 사간동 플라워카페 ‘꾸까(kukka)’에서 일하는 플로리스트 오유진씨는 “사회적 거리 두기로 즐길 수 있는 취미가 제한된 상황에서 저렴하면서 공기 정화에도 좋고 관상용으로도 우수한 식물에 매료된 이가 많아진 듯하다”며 “진입장벽이 낮다 보니 최근에는 중장년층은 물론 20~30대 손님도 부쩍 늘었다”고 했다.

꾸까에서 만난 취업 준비생 최모(26)씨는 “경제적 부담이 큰 반려동물 대신 ‘반려식물’을 하나 장만하려 한다”고 했다. 실제로 KB경영연구소가 발간한 ‘반려동물 보고서’에 따르면, 2019년 기준 반려견의 평균 분양 비용은 34만7000원이며 한 달에 평균 12만8000원의 양육 비용이 든다. 안전 조치 위반 시 부담해야 하는 과태료는 최대 300만원에 달한다.

가격뿐 아니라 구매자의 만족감이 크다는 점도 홈가드닝의 매력이라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오유진씨는 “관심을 준 만큼 정직하게 성장한다는 건 식물의 큰 매력 포인트”라며 “매일 보살피면서 하루가 다르게 커가는 모습을 보다 보면 소소한 행복을 느낄 수 있다”라고 했다. 


2│식물 이용해 집 꾸미기 유행

홈가드닝 열기는 코로나19가 낳은 또 다른 현상인 ‘홈퍼니싱(집 꾸미기)’과도 연결된다. 집 안에 화분을 놓는 행위 자체가 집 꾸미기의 한 가지 방법이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지난 수년간 ‘플랜테리어(‘plant’와 ‘interior’의 합성어)’가 인테리어 시장의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는데, 코로나19가 관련 수요를 더 폭발적으로 만들었다고 했다.

플랜테리어 시공 업체 ‘플로렌스 플랜트’의 황유성 대표는 “최근 식물을 이용해 자신의 집을 자연 친화적으로 꾸미려는 사람이 늘어났다”면서 “행잉(hanging) 식물과 수경 재배 식물을 가구 주변에 배치하거나 테라리엄(유리그릇 속에 식물을 심은 작은 정원)을 놓는 식으로 인테리어의 멋을 극대화할 수 있다”고 했다.

플랜테리어는 자신만의 스타일을 추구하는 밀레니얼 세대의 입맛에도 잘 맞는다. 대학생 양선혁(25)씨는 “처음 자취를 시작했을 땐 장식품을 주로 샀는데, 어느 순간부터는 식물을 갖다 놓기 시작했다”며 “공간 활용이 쉽고 비바로지타·리톱스·아레카야자 등 내 취향에 어울리는 독특한 식물을 사들이는 재미가 쏠쏠하다”고 했다.

첨단 정보기술(IT)을 바탕으로 한 온라인 유통 시장의 발전은 밀레니얼 세대의 홈가드닝 시장 유입을 앞당겼다. 직장인 최윤영(35)씨는 “관심이 가는 식물이 보이면 일단 온라인에서 주문해 받은 다음 식물 정보 앱을 통해 공부한다”고 말했다.


3│거친 감정 다스리는 진정제

최근 거의 잡힌 줄 알았던 코로나19가 재확산하고 정부가 사회적 거리 두기를 2.5단계로 강화하자 많은 국민이 허탈감과 분노를 쏟아냈다. 전문가들은 ‘코로나 블루(코로나 우울증)’로 고통받는 이가 많은 요즘 같은 시기일수록 식물이 인간의 친구가 될 수 있다고 말한다.

김완순 서울시립대 환경원예학과 교수는 “유기체로서 모든 인간은 일상에서 벗어나 안정감을 느낄 수 있는 ‘그린 포켓’을 필요로 한다”며 “코로나19 피로감이 극에 달한 이 시점에서 공기 정화 능력과 시각적 안정감을 주는 홈가드닝은 훌륭한 그린 포켓이다”라고 했다.

이는 심리학자 스티븐 카플란이 주창한 ‘주의력 회복 이론(Attention Restoration Theory)’과도 일맥상통한다. 주의력 회복 이론은 인공 환경에 지속적으로 노출돼 긴장감이 커진 인간은 본능적으로 자연을 찾아간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코로나19 사태가 끝나는 날이 오더라도 홈가드닝 열기는 계속될 것으로 본다”며 “주기적으로 식물을 배송받는 ‘그린 구독경제’도 성장할 것”이라고 했다.

정부도 홈가드닝의 ‘마인드 컨트롤’ 효과를 활용하고 있다. 올해 7월 대구 북구청이 지역 청소년을 대상으로 운영한 ‘홈가드닝 프로그램’이 대표적이다. 대구 북구청은 코로나 블루에 시달리는 청소년의 정서적 안정과 스트레스 완화에 도움을 주고자 해당 프로그램을 기획했다고 밝혔다.

김지욱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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