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석철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 서울대 경제학 학사·석사, 미국 시카고대 경제학 박사, 현 서울대 건강금융연구 센터장, 현 국민경제자문회의 위원, 건강·금융 빅데이터 분석 스타트업 웰시콘 창업 / 사진 조선비즈 DB
홍석철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
서울대 경제학 학사·석사, 미국 시카고대 경제학 박사, 현 서울대 건강금융연구 센터장, 현 국민경제자문회의 위원, 건강·금융 빅데이터 분석 스타트업 웰시콘 창업 / 사진 조선비즈 DB

“즐거움은 건강 개선 등 건강 관리 편익 발생 시점을 미래에서 현재로 앞당기는 효과가 있다.” 국내 대표 건강경제학자로 꼽히는 홍석철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10월 26일 ‘이코노미조선’과 서면 인터뷰에서 ‘헬시 플레저(healthy pleasure⋅즐거운 건강 관리)’ 트렌드의 핵심을 “편익(노력에 대한 효과)의 현재화”라고 짚었다. 지속 가능한 건강 관리가 어려운 이유는 개인이 들이는 노력과 비용은 현재 시점에서 발생하지만, 건강 개선이라는 효과는 미래에 나타나기 때문이다.

그러나 건강 관리를 하면서 바로 즐거움을 얻을 수 있다면 상황은 180도 바뀐다. 현재를 즐기며 자연스럽게 찾아오는 미래의 건강한 삶도 누리면 된다. 홍 교수는 경제사적 관점에서 인류 발전에 영향을 주는 사회·경제·환경 요인을 연구하고 있으며, 2019년에 건강·금융 빅데이터 분석 스타트업 웰시콘을 창업했다. 홍 교수에게 지속 가능한 건강 관리 헬시 플레저에 대해 물었다.


건강 관리에서 즐거움이 왜 중요한가.
“건강 관리를 위한 의사 결정은 건강 관리 비용과 편익을 비교해서 결정된다. 비용은 피트니스센터 등록비뿐만 아니라 체중 조절을 위해 케이크 등 맛있는 음식을 포기하는 기회비용을 말한다. 그리고 편익은 건강 관리를 통해 얻는 건강 개선 효과다. 문제는 비용 발생은 매우 즉각적이지만, 편익 발생 시점은 현재보다는 미래라는 점이다. 즐거움은 건강 편익의 발생 시점을 현재로 앞당기는 효과가 있다. 헬시 플레저 트렌드는 건강 관리의 편익을 높이고 비용을 낮추면서 적극적인 건강 관리를 이끌 수 있는 큰 변화라고 볼 수 있다.”

헬시 플레저에서 유의해야 할 점이 있다면.
“헬시 플레저는 즐거움이라는 요소를 활용해 건강 관리를 위한 ‘행동 변화’를 유도하는 것이 핵심이다. 건강 관리는 지속성이 중요하기 때문에 지속적인 행동 변화를 유도해야 한다. 일회성 즐거움을 제공하는 방식은 큰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다. 또 너무 즐거움만 찾다 보면 건강 관리에서 멀어질 수 있어, 건강 관리 요소를 등한시해서는 안 된다. 개인은 당장의 비용에 더 민감하기 때문에 즐거움을 위한 비용이 많이 들어간다면 이 또한 지속적인 참여를 유도하기 어려울 수 있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인해 건강 중시 경향도 나타나는데.
“코로나19가 건강 관리에 미친 영향은 크게 두 가지로 볼 수 있다. 하나는 사전 관리와 예방의 중요성 인식이다. 앞으로 코로나19와 같은 감염병 예방을 위한 막대한 투자가 이어질 것이다. 건강 관리도 같은 맥락에서 봐야 한다. 만성질환이 발병해 삶의 질이 낮아지고 많은 의료비를 지출하는 것보다 건강 관리를 통해 만성질환의 사전 관리와 예방이 필요하다는 인식이 높아졌다. 둘째는 건강의 가치가 높아졌다는 점이다. 코로나19로 인한 막대한 인명 피해와 건강 문제를 목격하면서, 우리는 그 어느 때보다도 건강의 중요성과 가치를 깨달았다. 이런 인식 변화는 건강 관리에 대한 관심과 수요 증가로 이어질 것이다.”

디지털 기술이 헬시 플레저를 확산하고 있다.
“디지털 기술은 공간 제약을 없애는 장점이 있다. 굳이 함께 모이지 않아도 친구들을 디지털 공간에서 만나고 서로의 건강 활동을 확인할 수 있다. 코로나19로 대면 활동이 중단되고 비대면으로 전환되면서 디지털 기술이 각광받고 있다. 특히 디지털 헬스케어, 비대면 의료, 디지털 치료제, 스마트 병원 등 혁신적인 시도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도 이런 변화는 가속화할 것이다. 디지털 기술은 건강 관리에서 소비자의 편익을 높이고 비용을 크게 낮추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디지털을 통한 건강 관리는 시공간을 넘어선 즐거움을 제공하고 초개인화 서비스를 통해 건강 편익을 높여 왔다. 앞으로 4차 산업혁명이 본격화하면 건강 관리에 디지털 기술과 즐거움이란 요소가 더 복잡하게 얽히고 영향을 미칠 것이다.”

헬시 플레저에는 게이미피케이션(gami-fication·게임화) 요소도 적용됐다.
“건강 관리가 제대로 되려면 일정 목표를 정하고 달성하기 위한 가이드가 필요하다. 그 목표를 달성할 때 성취감과 흥미를 느끼고, 이는 지속적인 건강 관리의 기반이 된다. 보통 혼자 건강 관리를 할 때는 경쟁이 없어 목표 달성 유인이 작지만, 게임적 요소를 가미하면 경쟁을 통해 목표 달성 노력 유인이 커지고 성취감을 느끼면 건강 관리를 지속할 수 있는 선순환이 가능하다. 최근 여러 분야에서 문제 해결과 참여를 유발하기 위해 게이미피케이션을 활용하고 있다. 그 핵심 메커니즘은 게임 요소를 통해 ‘행동 변화’를 끌어내는 것이다. 행동 변화와 지속적인 참여가 중요한 건강 관리에서 게이미피케이션은 상당히 중요한 개념이다. 다만 여기서 주의해야 할 점은 게임이 주가 되면 안 되고 건강 관리가 주가 돼야 한다는 것이다.”

헬시 플레저가 확산하려면 정부의 역할도 필요해 보인다.
“크게 세 가지 정부 지원을 강조하고 싶다. 첫째, 규제 완화다. 그동안 건강 관리는 의료인의 영역으로 간주돼 다른 분야와 융합이 쉽지 않았다. 최근에 다양한 규제 완화 시도가 있으나 여전히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건강 관리에 접목하는 것에 한계가 있다. 앞으로 메타버스(metaverse·현실과 가상이 혼합된 세계) 시대가 열리고 이 공간에서 즐겁게 건강 관리를 하기 위해서는 지금보다 더 혁신적인 규제 개혁이 뒤따라야 한다. 둘째, ‘즐거움+건강 관리’의 효과를 검증하고 좀 더 개선된 프로그램과 건강 관리 콘텐츠를 개발하기 위해서는 건강 빅데이터 활용이 중요하다. 정부는 이를 위한 인프라를 적극적으로 구축해야 한다. 헬시 플레저 트렌드가 보다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그 성과를 과학적으로 입증하고 경제적 타당성을 증명할 필요가 있다. 셋째, 정부도 헬시 플레저 공급자가 돼야 한다. 건강 수명 수요가 증가하면서 정부도 다양한 건강 관리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헬시 플레저 측면에서 보면 매우 미흡하다. 민간에서 헬시 플레저를 주도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정부도 관련 기술 개발을 유도하고 직접적으로 서비스를 제공할 필요가 있다.”


plus point

[Interview] 수지 엘리스 글로벌웰니스연구소 공동설립자
“팬데믹 이후 정신건강 챙기고 ‘자연 속 치유 여행’ 늘어”

박용선 기자

수지 엘리스 글로벌웰니스연구소 공동설립자 겸 CEO 미국 UCLA MBA
수지 엘리스 글로벌웰니스연구소 공동설립자 겸 CEO 미국 UCLA MBA

“팬데믹 이후 정신건강을 관리하거나 자연에서 시간을 보내며 즐거움을 찾는 여행이 주목받고 있다.” 미국 건강 관리 연구기관 글로벌웰니스연구소의 수지 엘리스(Susie Ellis) 공동설립자 겸 최고경영자(CEO)는 10월 27일 ‘이코노미조선’과 서면 인터뷰에서 최근 헬스케어 시장을 이렇게 진단했다. 2014년 설립된 글로벌웰니스연구소는 글로벌 건강 관리 및 웰빙 시장을 연구하고, 교육하는 비영리 단체다. 다음은 엘리스 CEO와 일문일답.

건강 관리를 정의한다면.
“건강 관리는 단순히 신체만이 아닌 정신적, 사회적, 환경적 건강을 모두 아우르는 개념으로 접근해야 한다. 운동, 식단 관리, 건강기능식품, 건강 여행,  명상 등을 포함한 글로벌 건강 관리 시장은 4조5000억달러(약 5390조원·2019년 기준)에 달한다.”

최근 글로벌 건강 관리 트렌드는.
“지난 5년 동안 운동, 다이어트 등 신체건강 관리 분야에 집중됐다면 현재는 정신건강 관리가 주목받고 있다. 팬데믹 영향이 크다. 우울증, 심한 불안 등이 팬데믹 이후 전 세계적으로 30%가량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캄(Calm) 등 심리 치료 및 명상 앱을 사용하는 사람이 증가하는 이유다. 이제는 신체건강은 물론 정신건강도 챙겨야 하는 시대다.”

팬데믹 이후 또 다른 변화는 없나.
“캠핑 등 자연에서 시간을 보내며 즐거움을 찾는 사람이 늘었다. 건강 여행으로 ‘자연에서 치유한다’는 개념이다. 또 라이프스타일을 보다 규칙적으로 가져가려는 트렌드도 나타났다. 건강 관리를 할 때 디지털 공간에서 커뮤니티를 만들고 함께 즐기려는 모습도 보인다. 물론 과거에도 이런 활동은 있었지만 팬데믹 이후 더욱 가속화했다.”

건강 관리 시장에 뛰어드는 기업에 조언한다면.
“커뮤니티를 구축하고, 현실적이고 정직한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 건강 관리 지원 앱 ‘눔’의 성공 요인 중 하나가 바로 플랫폼 뒤에 있는 3000여 명의 건강 및 영양 코치다. 이들은 소비자에게 진정한 지원과 조언 및 동기 부여를 제공했다. 특히 사용자가 계속 노력할 수 있도록 도왔다.”

박용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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