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대 후반, K팝(K-pop)보다는 한류라는 말이 더 익숙한 때였다. 나는 KBS 라디오의 밤 10시 프로그램에 패널로 출연 중이었다. 첫 출연을 끝내고 나왔다. 생전 처음 보는 광경과 마주했다. 로비가 해외 관광객들로 가득했다. 누군가를 기다리는 분위기였다. 동시간대 진행되던 ‘키스 더 라디오’의 디제이 슈퍼주니어의 팬들이었다. 이미 중국과 동남아 그리고 일본에서 슈퍼주니어의 인기가 높다는 건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 관광객들의 인종과 국적은 한류의 영역 바깥이었다. 아시아를 넘어서는 세계였다. 뭔가 일어나고 있었다.
그 징후는 곧 실체가 됐다. 2011년 파리에서 열린 ‘SM타운콘서트’는 유럽의 한국 아이돌 팬들을 집결시켰다. 아직 싸이의 ‘강남스타일’이 나오기 전이었다. 한국 아이돌 팬덤이 한류를 넘어 서구권에도 세력을 이루고 있다는 첫 인증이었다. 언론은 그때부터 ‘한류’가 아닌 ‘K팝’이라는 용어를 썼다. 아이돌 뉴스는 스포츠지와 인터넷 신문에서 중앙 일간지로 확장됐다. 소녀시대가 KBS 9시 뉴스 일일 앵커로 출연했다. 한국 아이돌이 내수 상품에서 아시아를 넘어 전 세계로 수출되는 상품으로 진화했음이 공인되는 순간이었다.
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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