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류진수(가명·30)씨는 가끔 악몽을 꾼다. 이마부터 정수리, 옆·뒷머리 가리지 않고 머리카락이 민들레 홀씨처럼 몽땅 빠져버리고 초라한 대머리로 전락하는 꿈이다. 식은땀에 젖어 깨자마자 두 손은 머리부터 붙든다. 안심이다. 가느다란, 그러나 확실히 두피에 붙어있는 머리카락 다발이 만져진다. 너무 세게 쥔 탓일까, 손가락 사이로 모발 몇 가닥이 딸려 나온다. 6년 차 탈모인 진수씨는 두피에서 탈락한 그 가닥들이 못내 서글프다.

진수씨의 탈모증은 아버지로부터 유전된 것이다. 그의 아버지는 정수리 뒤쪽까지 남아있는 모발이 거의 없는 온연한 대머리다. 탈모약을 꼬박꼬박 복용하고 두피와 모발에 좋다는 건 뭐든지 먹고 바르는 진수씨지만, 아버지를 볼 때마다 엄습하는 불안감을 떨쳐내기 어렵다. 악몽으로 깬 밤은 다시 잠들기 어렵다. 진수씨는 휴대전화 보안폴더의 사진첩을 열어, 일주일에 한 번꼴로 찍은 이마 사진들을 하나하나 넘겨다본다. 어느 날은 숱이 나름 풍성한 것 같기도 하지만, 또 다른 날은 휑하니 비어 보이기도 한다. 모발에 웃고 모발에 울었던 나날들이다. 전반적으로 조금씩, 이마 선이 후퇴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은 ‘머리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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