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렌 고드해머 위즈덤 2.0 설립자 겸 진행자. 사진 위즈덤 2.0
소렌 고드해머 위즈덤 2.0 설립자 겸 진행자. 사진 위즈덤 2.0

“Disconnect to Connect(연결하기 위해 연결을 끊으세요).”

실리콘밸리 통신기술(IT) 기업에서 명상 교육가로 활동했던 소렌 고드해머가 2009년 시작한 명상 콘퍼런스 ‘위즈덤 2.0’의 오프닝은 늘 같다. 3월 1~3일(현지시각)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위즈덤 2.0 역시 행사가 시작하자마자 고드해머는 참석자 모두에게 휴대전화 전원을 끄라고 했다. 그리고 말했다. “당신에게 이래라 저래라 하는 휴대전화 알림이 꺼진 적 있나요? 이제 휴대전화를 끄고 마음의 소리에 집중하세요.”

세계 25개국에서 온 2500여 명의 사람이 이 말에 환호했다. 이들 대부분은 실리콘밸리에 있는 내로라하는 IT 기업에 근무하는 기술자였다. 세계를 연결하는 서비스를 개발하는 이들이 온라인 세계에 접속하는 것을 잠시나마 거부하는 것에 열광한 것이다.

위즈덤 2.0 참석자는 10년 새 10배 가까이 늘었다. 첫 번째 위즈덤 2.0 참석자는 325명. 현재는 2000~3000명 정도가 참석한다. 내년 3월 19~20일 서울에서 위즈덤 2.0이 열린다. 위즈덤 2.0 설립자이자 진행자인 고드해머를 비롯해 실리콘밸리에서 명상 열풍을 이끌고 있는 이들이 방한할 예정이다. 고드해머를 이메일로 인터뷰했다.


위즈덤 2.0 시작과 동시에 온라인과 단절하라고 말한 이유는 뭔가.
“하던 일을 잠시 멈추고 다른 사람의 이야기에 집중하다 보면 나에게 필요한 대답을 얻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온라인에 연결돼 계속 일만 하면서 스트레스를 받으면, 심한 피로감을 느끼고 결국 무기력해지는 ‘번아웃(burnout)’ 상태에 빠지기 쉽지 않나.”

고드해머는 검색 중독에 빠졌던 적이 있었다. 그는 저서 ‘위즈덤 2.0’에서 밤 늦게까지 온라인 서핑에 빠져 있거나 몇 분마다 이메일을 확인하고 IT 기기에 12시간씩 매달려 엉망진창으로 살던 적이 있었다고 고백했다. 그러던 중 2008년 시련을 겪었다. 다니고 있던 리처드 기어의 자선 재단에서 나와야 했고, 이혼도 했다. 그즈음 명상 지도자 에크하르트 톨레의 ‘지금 이 순간을 살아라’를 읽고 세상이 나에게 원하는 일이 무엇인지 고민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에게 남은 돈 1만달러(약 1195만원)로 이듬해 위즈덤 2.0을 시작했다.

그는 위즈덤 2.0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디지털 시대에 좀 더 지혜롭게 사는 방법을 논하는 자리”라고 짧게 대답했다. 이 명상 콘퍼런스에서는 페이스북 공동 창업자 더스틴 모스코비츠, 이베이 설립자이자 회장인 피에르 오미다이어 등 대표적인 IT 기업 창업자들이 명상으로 바뀐 자신의 삶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구글의 사내 명상 프로그램을 만든 구글 엔지니어 출신 차드 멩 탄은 위즈덤 2.0을 시작할 때부터 줄곧 연사로 참석했다. 존 카밧진, 에크하르트 톨레와 같은 명상 지도자도 몰입과 명상, 이를 통해 창의와 혁신을 이룰 수 있다고 강연한다.

이들은 IT 기기와 서비스에 끌려다니지는 말자고 강조한다. 현대인은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휴대전화부터 찾고, 밤에 이불 속에서도 휴대전화를 만지작거린다. ‘이 동영상 딱 하나만 더 보자’ ‘이 기사는 꼭 읽어야 해’ ‘이메일을 빠짐없이 확인했는지 봐야겠어’라는 생각에 사로잡힌다. 그런데 정작 왜 몰입해 있는지 알아차리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다음 날 누군가 “어제 뭐 했어?”라고 물어도 기억나는 것이 별로 없는 경우가 태반이다. 고드해머는 IT 기기에 눈이 멀어 지속적으로 주의력이 분산된 상태에서 벗어나자고 강조한다.


위즈덤 2.0 콘퍼런스에 빼곡히 들어 찬 사람들. 사진 위즈덤 2.0
위즈덤 2.0 콘퍼런스에 빼곡히 들어 찬 사람들. 사진 위즈덤 2.0

위즈덤 2.0을 시작한 계기는.
“실리콘밸리의 임원들을 만나 ‘당신의 인생에서 진정한 성공은 무엇이었나’를 묻다 보니 성공이 꼭 금전적인 것만은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됐다. 깊은 우정을 쌓고, 부모가 자식을 사랑하듯 모든 이를 사랑하고, 자신이 맡은 일에 책임을 다하는 것이 성공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 하지만 정작 실리콘밸리 기업의 직원 중엔 일과 삶의 균형이 무너진 경우를 많이 봤다. 격무에 시달리고 극도의 스트레스를 느끼며 살고 있었다. 이들을 보살펴주기 위해 위즈덤 2.0이라는 연례 콘퍼런스를 마련했다.”

구글·페이스북·트위터 등 실리콘밸리 기업의 직원이 위즈덤 2.0에 열광하는 이유가 뭘까.
“누구나 그렇듯 실리콘밸리 사람들도 행복을 바라기 때문 아닐까. 실리콘밸리의 직장인들은 극도로 바쁜 생활을 한다. 그럴수록 명상이 필요하다.”

직장인에게 스트레스는 피할 수 없는 문제다. 명상 전문가들은 스트레스의 원인이 업무 자체에 있다고 여기지 않는다. 이메일 확인, 페이스북 체크, 동료와의 온라인 채팅을 오가면서 항상 대기 상태로 있어야 할 것만 같은 기분이 스트레스를 유발한다고 여긴다. 멀티태스킹을 하면서 주의가 산만해져 스트레스를 받게 된다는 것. 위즈덤 2.0은 현대인이 휴대전화, 컴퓨터를 손에서 놓을 수는 없기에 한 번에 한 가지에만 집중하되, 이쪽저쪽으로 주의력을 옮길 방법을 제안한다. 이를 위해선 잠시라도 문자 메시지와 각종 알림에서 벗어나 지금 이 순간에 집중하는 상태를 느껴 보라고 강조한다.

2020년 3월에 한국에서 위즈덤 2.0을 개최한다. 계기는 뭔가.
“한국 사람은 현명하게 사는 것에 관심이 많다고 들었다. 그런 한국인에게 위즈덤 2.0을 알리고 싶어서 계획했다. 게다가 한국은 지혜(wisdom)에 대한 깊은 역사를 가진 나라다. 내가 가진 지혜를 한국에 전달하고, 실리콘밸리와 다른 한국의 지혜를 배워가고 싶다.”


소렌 고드해머는 누구?

미국 남서부 뉴멕시코주 출신으로 신용카드값에 쫓겨 살던 평범한 청년이었다. 미디어 관련 업체에서 일하던 중 명상법을 공부하면서 그의 인생이 달라졌다. 영화배우 리처드 기어가 만든 자선 재단에서 일하면서 티베트 불교의 정신적 지주인 달라이 라마와 명상 콘퍼런스를 만들었다. 불교 신자인 리처드 기어가 달라이 라마를 스승으로 모신 것은 유명한 일화다. 이후 구글 등 실리콘밸리의 IT 기업에서 명상 교육을 했다. 2009년부터 명상 콘퍼런스 ‘위즈덤 2.0’을 만들어 운영하고 있다.

정미하 기자, 김두원 인턴기자

  • 목록
  • 인쇄
  • 스크랩
  • PDF 다운
ⓒ 조선경제아이 & economy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