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가 임직원의 정신건강을 챙기는 공간 ‘톡테라스’. 카카오 임직원을 대상으로 심리상담이 이뤄진다. 매일 두 차례 명상도 한다.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 사진 카카오
카카오가 임직원의 정신건강을 챙기는 공간 ‘톡테라스’. 카카오 임직원을 대상으로 심리상담이 이뤄진다. 매일 두 차례 명상도 한다.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 사진 카카오

9월 9일 오후 1시 30분, 경기 성남시 분당구 판교에 있는 카카오 판교오피스 9층. 고요함이 흐르는 복도를 따라 걸었다. 점심 식사를 마친 카카오 직원이 칸막이가 설치된 침대 형태의 소파 30여 개에서 낮잠을 즐기거나 쉬고 있었다. 소파 공간을 지나자 복도 끝에 ‘톡테라스’라는 푯말이 달린 사무실이 나왔다. 톡테라스(Talk Terrace)는 카카오가 직원 정신건강을 챙기는 심리상담과 명상을 할 수 있는 66㎡(20여 평) 남짓한 공간이다.

신발을 벗고 실내화로 갈아신고 들어가자 톡테라스 창가에는 녹색 식물이 가득했다. 그 앞에는 주황색 방석이 놓여 있었다. 카카오 직원들은 그곳에 앉아 명상한다고 했다. 톡테라스 한쪽에 있는 책꽂이에는 명상, 심리상담, 자기 관리에 대한 책이 빼곡했다.

톡테라스에서 심리상담과 명상을 담당하고 있는 심리치료사 이영선 실장은 2011년 5월 카카오 직원이 50명일 때 입사해 인사팀 조직을 만들고 이끌었다. 그는 카카오를 포함해 20년 넘게 인사팀에 근무하면서, 문제를 겪고 있는 직원을 어떤 이해관계 없이 중립적으로 지지해주고 격려해줄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왔다. 이 생각을 김범수 카카오 의장에게 전달했다. 이 실장은 “브라이언(김 의장의 영어 이름, 카카오에선 존칭 없이 영어로 상대를 부른다)이 바로 OK 했다”며 “3개월 동안 기획해 2014년 7월에 톡테라스를 열었다”고 말했다.

이 실장이 건넨 첫 마디는 “차 한잔 드릴까요”였다. 이 실장은 직접 전기주전자에 물을 끓여 심신 안정에 도움을 준다고 알려진 카모마일 한 잔을 건넸다. “따뜻한 차 한 잔 마시며 톡테라스를 찾는 분들과 주 1회씩 총 5~8회 심리상담을 한다”고 했다. 직장 생활에서 겪는 힘든 일은 물론 가정에서 겪는 개인적인 일 등 혼란한 마음을 털어놓는다고 한다. 그는 상담이 끝날 때쯤에는 처음에 자신이 어떤 상태인지 몰라 혼란스러워하던 이들도 “이제 거뜬하게 출근할 수 있겠다고 한다”며 뿌듯해했다.

이게 끝이 아니다. 자신의 마음 상태를 들여다보는 ‘마음 챙김 명상’도 진행한다. 매일 오전 9시 45분과 오후 3시 30분에 15분씩, 지정된 시간에 오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 ‘마음 챙김 명상’은 자기감정을 들여다보는 것으로, 화가 났을 때 ‘아, 내 마음에 화라는 감정이 생겼구나’라고 느끼고 넘어가는 것이다. 그러면 ‘화가 났다’는 기분에서 빠져나오기 쉽다. 스트레스를 덜 받도록 하는 ‘강철 멘털’을 만들기 위한 것이다.


건강 위협하는 직장 스트레스

한국인이 스트레스를 가장 많이 받는 곳은 직장이다. 통계청이 13세 이상 국민을 대상으로 스트레스 정도를 조사한 결과, 직장 생활에서 스트레스를 느낀다고 응답한 사람이 응답자의 71.8%로 가장 심각했다. 다음으로 학교 생활(49.6%), 가정 생활(40.8%)순이었다. 직장 스트레스 수치는 2년 전인 2016년(73.3%)보다 1.5%포인트 줄었다. 하지만 해당 조사를 시작한 2008년 이후 생활 영역 중에서 직장 스트레스가 가장 심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지난 5월 누적된 직장 스트레스로 심한 피로를 느끼고 결국 무기력해지는 ‘번아웃(burnout)’을 질병으로 인정하기로 했다. 일을 열심히 잘하던 사람이 직장에서 계속 스트레스받다가 결국에는 일을 싫어하게 되고 못 하게 되는 번아웃을 병으로 볼 것인지 수십 년간 논쟁이 이어졌는데, WHO가 결론을 내렸다. WHO는 번아웃을 ‘제대로 관리가 안 되는 만성적 직장 스트레스로 인한 증후군’이라고 정의했다. 학업과 같은 다른 분야가 아니라 오로지 직장과 관련된 스트레스로 인한 번아웃만을 질병으로 인정하면서 직장인의 피로가 병으로 이어질 수 있음을 시인한 셈이다.

스트레스가 꼭 나쁜 것만은 아니다. 적당한 수준의 스트레스는 일상생활에 활력을 불어넣고 직무의 생산성을 높이는 적절한 자극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시험을 앞둔 학생이 스트레스 받지 않기 위해 공부를 하지 않으면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없는 것과 비슷한 이치다. 하지만 지나친 스트레스는 불안감을 유발하고 집중력을 떨어뜨린다. 또한 과도한 스트레스는 정신질환으로 이어져 극단적으로 비참한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직장인이 극단적 선택을 한 경우는 2000년 2647건에서 2011년 5613건으로 10년 만에 두 배 이상 증가했다.

직장 스트레스는 사회·경제적 비용도 수반한다. 삼성경제연구소는 정신질환에 의한 사회·경제적 비용이 2010년 한 해 동안 23조5298억원, 당시 국내총생산(GDP)의 2%로 추정된다고 발표한 바 있다. 정신질환 치료에 소요된 직접 비용 1조1356억원과 정신질환으로 인한 결근, 일의 효율성 감소, 직무 수행의 어려움 등과 같은 간접 비용 22조3942억원을 합친 금액이다. 미국스트레스연구소에 따르면 미국은 직장 스트레스로 매년 3000억달러(약 358조원) 이상을 지출한다. 스트레스 때문에 잃어버린 건강을 회복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 스트레스 해소 비용과 기업의 생산성이 감소한 금액의 총합이다.


사후 대응에서 사전 관리로 중심 이동

직원 정신건강 문제로 인한 비용과 비효율이 늘어나자 기업들도 대책 마련에 나섰다. 정신건강이 개인 차원의 문제가 아닌 기업 생산성과 직결된 문제란 인식이 퍼지면서 국내외 기업들이 직원의 정신건강 관리 프로그램을 도입하기 시작한 것이다.

미국 기업은 1970년대부터 직원의 심리상담 프로그램인 EAP(Employee Assistance Program) 운영했다. 그룹 면담이나 설문 조사로 스트레스 수준을 파악하는 프로그램이다. 미국 100인 이상 기업의 80%가 시행 중이다. 해당 기업의 직원은 원할 경우 심리상담을 받을 수 있다.

한국은 1990년대부터 일부 대기업을 중심으로 직원 심리상담센터를 만들기 시작했다. 2000년대에는 대부분 대기업으로 확산됐다. 신영철 강북삼성병원 기업정신건강연구소 소장은 “집보다 더 많은 시간을 보내는 회사에서 느끼는 스트레스를 풀어줘야 기업에도 득”이라며 “업무 관련 스트레스뿐만 아니라 가정에서 받는 문제에 대한 상담도 이뤄지는 통합 관리가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구글의 명상 프로그램인 ‘내면검색’을 한국에 들여온 유정은 한국내면검색연구소 대표는 “명상은 스트레스를 덜 받도록 한다”며 “스트레스를 받아들이는 그릇 크기가 커져 같은 스트레스를 받아도 강한 멘털을 유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코노미조선’이 만난 정신건강 전문가들은 같은 상황에 처해도 사람마다 스트레스받는 정도가 다를 수 있다고 말했다. 직장에서 스트레스를 덜 받는 방법을 전문가의 입을 통해 담았다.

정미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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