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하 미래에셋자산운용 상무는 매일 아침 5~6시에 눈을 뜨면 제일 먼저 밤사이 해외 시장 상황부터 점검한다. 국내 시장에 영향을 미칠 요인이 뭐가 있는지 보는 것이다. 1~2년 전부터는 하나가 더 추가됐다. 바로 트럼프의 트위터다. 트럼프 트위터에 팔로잉해서 장중에도 실시간으로 확인한다. 김 상무는 “다른 어떤 경제 요인보다도 트럼프의 트윗이 시장에 미치는 여파가 커졌다”며 “하루에 보통 5~10개 들어오는데 바로바로 확인한다”고 말했다.

경제 분야에도 정치의 시대가 도래했다. 미국과 중국 간 무역분쟁, 영국의 ‘노딜 브렉시트(합의 없는 유럽연합 탈퇴)’, 일본의 한국에 대한 수출 규제, 홍콩 시위까지. 트럼프 시대 이전까지만 해도 선진국들의 경우 정부 정책이 어느 정도 일관성을 유지했지만 이제는 아니다. 예상하기 어려웠던 일들이 일어나고 있다. 시장에서는 여전히 경제 펀더멘털(기초 체력)이 중요한 요소지만 정치적 변수의 영향력이 전에 비해 커졌다. 선진국 중산층의 몰락과 경제적 양극화로 정치적 지지층 역시 양극화됐고 경제 정책도 이런 영향을 받고 있다. 정부의 중앙은행에 대한 관여도 심해지고 있다. 트럼프의 트윗 하나에 시장이 요동치는 등 금융 시장의 변동성도 전보다 커졌다.

경제적 요인보다 정치적 요인이 중요시되면서 효율성은 떨어졌다. 미·중 무역분쟁, 일본의 한국 수출 규제 등은 서로 경제적 피해를 감수하고 추진하는 것이다. 미국의 대중 관세 부과에도 불구하고 대중 무역적자는 줄어들지 않았다. 경제 전문가들은 미·중 무역분쟁 초기에 양국이 갈등하겠지만 서로 피해가 되기 때문에 어느 정도 수준에서 봉합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하지만 오히려 갈등이 커지고 분쟁이 언제 끝날지 전망하기 어려운 상황이 됐다. 미국이 중국의 굴기(倔起)를 억제하겠다는 패권 경쟁 양상도 보이고 있어서 마냥 비판할 수만은 없지만 어쨌든 무역분쟁은 미국과 중국 양국 경제에 손해가 된다. 일본과 한국의 관계도 마찬가지다. 효율성이 떨어지면서 비용이 커진다.

꼭 정치적 요인 때문만은 아니지만 세계 경제는 다시 침체 국면에 들어설 것이라는 우려가 확산하고 있다. 미국 경제는 탄탄한 성장세를 유지해 왔지만 유럽과 일본은 경제 회복이 쉽지 않은 모습이다. 중국, 독일, 한국, 대만 등 수출 비중이 높은 나라들은 미·중 무역분쟁 등 세계 무역의 후퇴 추세로 경제가 타격을 받고 있다.

글로벌 경기침체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미국, 유럽 등의 중앙은행이 기준금리 인하 또는 양적 완화 확대 움직임을 보이면서 유럽 주요국과 일본 국채는 금리가 이미 마이너스(-)인데도 추가 하락하고 있다. 미국 국채 2년물 금리(1.526%·8월 26일 기준)가 10년물 금리(1.476%)보다 높아지는 장단기 금리 역전 현상도 심화되고 있다. 장단기 금리 역전은 경기침체 신호로 여겨진다.

우리나라도 성장률 전망이 악화되면서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인하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그러나 외국인 투자자금 유출에 대한 우려로 기준금리를 큰 폭으로 낮추기는 어렵다. 마이너스 금리는 전망하기 어렵고 제로 금리로 가기도 쉽지 않다. 시장 전문가들은 한은이 내년 상반기까지 기준금리를 1.0%까지 낮출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한국도 물가가 낮은 가운데 경기침체 우려가 지속된다면 제로 금리 수준을 향해 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미국 빼고는 경기 안 좋아

국제통화기금(IMF)이 분기마다 발표하는 세계 경제 성장률 전망치는 계속 낮아지고 있다. IMF는 올해 세계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지난해 7월 발표 때는 3.9%로 했다가 지난해 10월 3.7%, 올해 1월 3.5%, 올해 4월 3.3%로 하향 조정했다. 올해 7월에는 3.2%로 또 내려 9개월 새 전망치를 네 차례나 낮춘 것이다. 올해 7월 발표에서 미국 성장률은 기존 2.3%에서 2.6%로 올렸지만 독일(0.8→0.7%), 일본(1.0→0.9%), 중국(6.3→6.2%), 인도(7.3→7.0%) 등의 성장률 전망치를 낮췄다.

미국의 지난해 경제 성장률은 2.9%였고 올해 들어서도 1분기 3.1%를 기록했다. 2분기 성장률은 2.1%로 다소 낮아졌지만 시장 예상치(1.3~1.8%)를 웃돌았다. 미국 실업률은 올해 들어 3.7~3.8% 수준으로 낮아졌다. 미국은 실업률 4~5% 수준이면 완전 고용으로 본다.

유럽 제조업의 중심인 독일은 올해 2분기 성장률이 -0.1%를 기록, 1분기 0.4%에서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분데스방크는 산업 생산과 주문량이 감소하면서 3분기에도 성장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할 수 있다고 밝혔다. 미·중 무역분쟁에 따른 수출 감소 등이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분석이다.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를 앞둔 영국의 성장률도 올해 2분기에 -0.2%로 부진했다. 영국 성장률이 분기 기준으로 마이너스를 기록한 것은 2012년 4분기 이후 처음이다.

아시아의 성장 엔진인 중국마저 예전 같지 않다. 중국의 2분기 성장률은 6.2%로 1992년 이후 27년 만에 최저치였다. 지난해 1분기(6.8%) 이후 성장률이 계속 떨어지고 있다. 일본은 2분기(0.4%)에도 0%대 성장에 머물렀다. 세계 경제 규모 2~5위 국가의 경제 활동이 모두 둔화하고 있다.

배리 아이켄그린 UC 버클리 교수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와 같은 위험에 처한 것은 아니지만 지금 글로벌 경기침체로 향해 가는 것은 맞다”며 “주요국은 상당 기간 제로 금리 또는 제로에 가까운 금리를 유지해 제로 금리가 장기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럽·일본, 마이너스 금리 심화

현재 마이너스 금리를 채택하는 곳은 일본(-0.1%) 스웨덴(-0.25%) 덴마크(-0.65%) 스위스(-0.75%) 등이다. 유럽중앙은행(ECB)은 -0.4%의 예치금 금리를 매기고 있다.

세계 경제 침체 우려 때문에 각국 중앙은행들은 통화 완화 정책을 확대할 전망이다. 특히 유럽과 일본은 마이너스 금리를 확대하거나 추가 양적 완화를 추진할 태세다. 마이너스 금리는 돈을 맡긴 사람에게 이자 대신 비용을 부과해 소비와 투자를 진작시키는 게 주된 목적이다. 아무리 돈을 풀어도 유동성이 실물 경제로 흘러 들어가지 않으니 마이너스 금리를 더 낮추겠다는 것이다.

ECB는 9월 통화 정책 회의에서 경기 부양을 위해 예치금 금리를 추가 인하(-0.4%에서 -0.5%로 인하할 전망)하고, 양적 완화도 재개할 것임을 시사했다. 스위스와 덴마크는 각각 -0.75%, -0.65%인 기준금리를 내년에 -1%로 내린다는 전망이 나온다. 일본은행(BOJ)은 지난 7월 말 통화 정책 회의 후 ‘필요 시 주저 없이 추가 완화’ 정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미국도 9월을 포함해 연내 2~3차례 기준금리를 추가 인하할 것으로 시장에서는 예상하고 있다.

유럽과 일본은 중앙은행의 마이너스 금리 정책으로 마이너스 금리 채권도 늘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8월 27일 기준 전 세계에서 마이너스 금리로 거래되는 채권은 16조7790억달러(약 2경370조원)어치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마이너스 금리 채권이 전 세계 채권액(56조4610억달러)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9.7%다. 대부분 유럽 주요국과 일본 국채다.

독일 10년물 만기 국채 금리는 지난 7월 말 -0.44%에서 최근 -0.72%로 하락해 마이너스 금리가 심화됐고 프랑스, 독일, 벨기에, 네덜란드 등도 10년물 국채 금리가 -0.24~-0.56%다. 초장기인 독일의 30년 만기 국채는 8월 21일 입찰에서 평균 금리가 -0.11%였다. 지난 7월 독일의 30년 만기 국채 금리는 0.29%로 플러스였는데, 역시 급격한 하락세를 탄 셈이다.

마이너스 금리는 민간 은행에도 번지고 있다. 덴마크 유스케(Jyske)은행은 오는 12월부터 은행 잔고 750만크로네(약 10억원)를 초과해 보유한 예금자에게 연 -0.6% 금리를 적용한다고 8월 20일 밝혔다. 스위스 UBS은행은 오는 11월부터 잔고 200만스위스프랑(약 25억원)을 초과한 고객에게 연 -0.75% 금리를 부과한다. 크레디트스위스은행은 9월부터 100만유로(약 13억원)를 초과하면 연 -0.4% 금리를 매긴다.


마리오 드라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가 지난 4월 10일 통화 정책회의 회의장에 들어가고 있다. 사진 블룸버그
마리오 드라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가 지난 4월 10일 통화 정책회의 회의장에 들어가고 있다. 사진 블룸버그

한국, 경기침체 우려에 기준금리 0%대 가능성

우리나라도 세계 경기침체 우려뿐 아니라 미·중 무역분쟁, 일본의 수출 규제 여파 때문에 성장률 전망이 악화되고 있다. 한국은행은 올해 성장률을 지난 4월 2.5%로 전망했다가 지난 7월 2.2%로 수정 전망했다. 특히 외국계 금융회사들은 한·일 관계 악화를 이유로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1.0~1.9% 수준으로 크게 낮췄다.

한은이 7월 18일 기준금리를 1.75%에서 1.5%로 낮춰 3년 만에 금리 인하를 단행했음에도 올해 안에 추가로 금리 인하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은 것도 경기 상황이 그만큼 좋지 않기 때문이다. 조선비즈가 국내 증권사와 해외 투자은행(IB)의 거시경제 전문가 1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10명 모두 올해 안에 금리를 인하할 것이라고 봤다.

그러면 한은은 기준금리를 얼마까지 낮출 수 있을까. 유럽과 일본처럼 마이너스 금리가 가능할까. 우리나라는 투자자금 유출 우려 때문에 기준금리를 큰 폭으로 인하하기는 어렵다는 시각이 많다. 원화가 미국 달러화나 유로화, 일본 엔화처럼 국제 통화가 아니기 때문에 상시적으로 자금 유출에 대한 걱정이 있다. 금리가 낮아지면 더 높은 수익을 좇아 투자자금이 해외로 빠져나갈 수 있다. 특히 우리나라는 1997년 외환위기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 대규모 자금 유출을 경험한 적이 있어서 자금 유출 우려에 민감하다. 또 경제가 둔화하고 있긴 하지만 여전히 2% 내외 성장세가 가능한 만큼 유럽이나 일본과 다른 상황이다.

시장 전문가들은 한은이 내년 상반기까지 두 차례에 걸쳐 기준금리를 현행 1.5%에서 1.0%까지 낮출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 2016년 기준금리가 역대 최저인 1.25%로 내려갔는데 최근 성장률 추세가 그때보다 낮아졌다는 점을 반영한 것이다. 문홍철 DB금융투자 연구위원은 “단기적으로 저성장과 저물가 때문에, 장기적으로 인구 감소와 생산성 하락 때문에 경제가 계속 침체 국면으로 갈 가능성이 크다”며 “최근에는 자금 유출 우려도 전보다 완화된 만큼 0%대 기준금리도 가능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오석태 소시에테제네랄(SG) 이코노미스트는 “기축통화국이 아닌 체코, 이스라엘도 마이너스 금리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며 “세계 각국이 마이너스 금리로 가는 상황에서 한국이 기준금리 제로가 안 된다는 것은 선입견”이라고 주장했다. 오 이코노미스트는 “순 대외금융자산(대외 자산에서 대외 부채를 뺀 것)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대폭 늘었다”며 “국내총생산(GDP) 대비 순 대외금융자산 비중이 1999년 일본 수준”이라고 말했다. 1999년은 일본이 제로 금리 정책을 처음 도입한 때다. 그만큼 자금 유출 우려가 전보다 많이 약해졌다는 설명이다.

기우치 다카히데(木内登英) 노무라종합연구소 수석이코노미스트는 “한국의 기준금리가 0% 정도까지 떨어질 것”이라며 “마이너스 금리까지 도입하는 나라는 많지 않을지라도 0% 정도까지 기준금리가 낮아지는 국가는 많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plus point

마이너스 금리 국채에 돈 몰리는 이유

2017년 ‘마이너스 금리 정책의 효과 분석’이라는 제목의 논문을 발표한 허인 가톨릭대 교수에 따르면, 유럽 일부 국가 및 일본의 중앙은행이 마이너스 금리 정책을 시행하고 있지만 마이너스 금리 정책을 시행하는 목적은 각각 좀 다르다.

유럽중앙은행(ECB)과 일본은행(BOJ)은 경기 부양을 위해 통화 완화 정책 차원에서 시행하는 것이다. 반면 덴마크, 스위스 등 경제 상황이 좋은 국가들은 투자자금이 유입되면서 자국 통화가 지나치게 고평가되는 것을 막기 위해 마이너스 금리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일본도 경기 부양과 함께 엔화 가치 하락 유도 목적이 있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FRB에 기준금리 인하를 요구하는 것도 달러화가 지나치게 강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면 돈을 맡기면 손실이 나는 마이너스 금리 국채에 돈이 몰리는 이유는 뭘까.

우선 안전자산 선호 현상 때문이다. 경기가 나빠질 것으로 예상되면 경제 활동으로 인해 이익을 거두기 어렵기 때문에 주식보다는 채권 그리고 금이나 달러화, 엔화와 같은 자산에 돈이 몰리게 된다. 채권 중에서도 각국 정부가 발행하는 국채는 국가 부도 사태만 일어나지 않으면 매우 안전한 자산이다. 국채 중에서도 독일, 덴마크, 스위스 등 경제 펀더멘털이 좋은 국가의 국채가 선호된다.

특히 주요국의 양적 완화와 마이너스 금리 정책은 안전자산 선호 현상을 부추기고 있다. 시장에 막대한 자금이 풀려 있는데 경기는 좋지 않다 보니 기업 투자나 소비 등 실물 경제로 돈이 흘러가지 않고 있다. 자금 투자처가 마땅치 않은 상황에서 안전한 자산으로만 쏠림 현상이 일어나는 것이다.

또 중앙은행이 추가 금리 인하에 나설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국채 금리가 마이너스라도 매수세가 몰리면서 금리 하락(채권 가격 상승)세가 나타나고 있다. 덴마크의 경우 금융회사가 중앙은행에 맡긴 예금에 대해 연간 0.65%의 수수료(마이너스 금리)를 매기고 있는데 덴마크 10년물 국채 금리는 최근 이보다 낮은 -0.7%로 사상 최저를 기록했다. ECB의 예치금 금리는 -0.4%인데 독일 10년물 만기 국채 금리는 지난 7월 말 -0.44%에서 최근 -0.72%로 하락했다.

회사채는 국채와 성격이 다르다. 회사채도 회사가 망하지만 않으면 만기 때 원금과 이자를 받을 수 있지만 국가보다는 신용도가 낮은 게 일반적이다. 그래서 신용(부도) 위험을 반영해서 금리가 결정된다. 국채 금리가 마이너스로 가는 추세여도 회사채 금리가 마이너스이기는 매우 어렵다. 하지만 신용도가 아주 높은 우량 기업은 국채보다 금리가 높아지기도 한다. 지난 2월 루이뷔통 등 명품 브랜드를 가진 프랑스의 LVMH가 -0.017%에 3억유로의 채권을 발행하자 투자금이 26억유로나 몰렸다. ECB에 돈을 넣어 0.4%의 보관료를 뜯기느니 마이너스 금리라도 투자하겠다는 것이다.

정재형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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