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광화문 인근에 있는 금연구역. 사진 신승희 차장
서울 광화문 인근에 있는 금연구역. 사진 신승희 차장

8월 1일 오전 11시, 서울 광화문 대로에서 한식당 ‘락희옥’으로 이어지는 골목길. 습하고 무더운 날씨에도 양복 차림의 남성 직장인 세 명이 심각한 표정으로 담배를 피우고 있다. 한 여성은 벽을 보고 쪼그려 앉아 담배를 피우고 있다. 골목길에 있는 빌딩 곳곳에는 붉은색 원형의 금연구역 표지판과 함께 ‘흡연 금지’ ‘흡연 적발 시 과태료 부과’라는 문구가 적힌 흰 종이가 붙어 있지만 이곳은 인근 직장인의 흡연구역 역할을 한다.

이 골목에서 가장 가까운 흡연부스는 길 건너 포시즌스호텔에서 마련한 실외 흡연부스나 서울 시청 옆에 있는 실외 흡연부스다. 신호 대기 시간을 포함하면 둘 다 이 골목에서 걸어서 5분쯤 걸린다.

서울 여의도 한화투자증권 본사에서 국제금융센터(IFC) 인근까지 길게 이어지는 증권가 골목의 상황은 더 심각하다. 한화투자증권을 시작으로 NH투자증권, 유화증권, KTB증권, 신한금융투자, 현대차증권 등 9곳의 증권사 고층 빌딩 사이로 나 있는 이른바 ‘너구리 골목’이다. 곳곳에는 금연 표지판이 설치돼 있지만, 하루에도 수백 명의 사람이 금연 표지판 바로 앞에서 담배를 피운다. 비흡연자들은 담배 냄새와 간접흡연 고통을 호소하지만 나아질 기미는 안 보인다. 왜 이럴까. 흡연구역이 부족하다 보니 골목이 흡연 ‘핫 플레이스’가 된 탓이다. 강남대로 뒷골목의 상황도 비슷하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최도자(바른미래당) 의원이 서울시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서울시 금연구역 지정은 최근 5년간 15만5143곳이 증가한 반면, 2018년 9월 현재 실외 흡연 시설은 63곳에 불과했다. 2014년 금연구역으로 지정된 곳은 11만8060곳이었지만, 2018년 9월에는 27만3203곳으로 2.3배 급증했다. 최 의원은 “금연구역과 흡연 시설의 불균형이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현재 한국의 흡연자는 920만 명으로 추산된다. 여성 흡연자의 경우 설문조사에서 흡연 사실을 감추는 경우가 적지 않아 실제로는 1000만 명이 넘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추정이다. 한국 성인 남성 흡연율은 38.1%, 성인 여성 흡연율은 6% 수준이다.

흡연자들은 담배를 한 갑 구입할 때마다 담배 원가의 6배에 달하는 담뱃세를 낸다. 흡연자들은 세금을 왕창 내면서도 흡연할 권리와 금연 지원을 제대로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 정부가 2015년 담뱃값을 80% 인상하자 정부가 거둬들인 담뱃세도 2014년 7조원에서 지난해 11조8000억원으로 급증했다. 그러나 담뱃세 중 금연 사업에 직접 사용되는 돈은 1500억원 미만이다. 정부는 ‘무조건 금연이 답’이라며 강한 금연 정책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성인 남성 흡연율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4위권으로 높은 탓이다. 그러나 흡연자들은 담배 판매를 아예 금지할 것이 아니면 흡연권을 제대로 보장해줘야 한다고 주장한다. 김모(41)씨는 “흡연할 만한 장소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것은 사실”이라며 “할 수 없이 그냥 도로에 나와서 피울 때가 많다”고 했다. 이모(32)씨는 “흡연 공간이 너무 협소하고 지저분해 흡연자들조차 꺼리는 것 같다”며 “정부가 흡연 시설을 늘리고 관리를 철저히 해서 혐연권뿐 아니라 흡연권도 보장해야 한다”고 했다. 해외에서는 금연구역을 늘리며 흡연부스도 마련해 흡연자의 권리를 보장하고 비흡연자의 간접흡연 피해도 막고 있다.


서울 을지로입구역 인근에 있는 흡연부스. 사진 김문관 차장
서울 을지로입구역 인근에 있는 흡연부스. 사진 김문관 차장

전자담배를 바라보는 정반대의 시선

전자담배의 위해성 여부를 둘러싼 논쟁도 뜨겁다. 일부 국가는 전자담배를 금연 보조제로 삼아 정부가 나서 일반담배를 전자담배로 전환할 것을 적극적으로 권하고 있다. 실제 영국의 경우 전자담배를 피우는 사람은 흡연율 계산에서 아예 제외한다. 전자담배 위해성이 일반담배의 5% 수준에 불과하다는 게 영국 정부의 공식적인 설명이다. 반면 한국 정부는 지난해 궐련형 전자담배 위해성이 일반담배와 다르지 않다고 발표하고, 전자담배에도 경고 그림을 도입하고 증세도 추진하고 있다. 전자담배를 바라보는 시선이 극과 극인 셈이다. 전자담배는 2003년 처음 개발됐다. 20~30년이 필요한 장기 임상시험 결과가 나오지 않았기 때문에 의학적으로 누구의 입장이 옳은지를 판단하기는 이를 수 있다. 그러나 영국은 무조건 ‘금연이 답이다’라는 식의 정책보다 위해성을 저감하는 데 금연 정책의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코노미조선’이 흡연권을 주제로 커버스토리를 쓴 것은 국가 전체적으로 더욱 섬세한 행정이 필요하다는 취지에서다. 2017년 기준 일본 성인의 흡연율은 19.5%였다. 일본은 2022년까지 흡연율을 12%로 낮출 방침이다.

그러나 일본은 흡연자의 흡연권을 보장하기 위해 금연 의향이 없는 사람에게 일방적인 금연을 강요하지 않는다. 대신 비흡연자의 간접흡연 피해를 줄이는 방향으로 금연 정책을 펴고 있다. 곳곳에 설치된 흡연부스가 단적인 예다. 이는 흡연자와 비흡연자 모두를 고려한 섬세한 행정 조치로 볼 수 있다.

2017년 성인 흡연율 22.3%인 한국은 흡연자와 비흡연자 모두 불만이 많다. 정부 산하 금연기관의 한 관계자는 “한국의 흡연율이 더 낮아지면 비흡연자로의 쏠림 현상이 커져 비흡연자와 흡연자 간의 갈등이 적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그렇지만 이 과정에서 매일 발생할 양측의 피해는 보상받을 방법이 없다. 금연 정책을 통해 국민건강을 증진한다는 취지는 좋지만, 이 과정에서 행정적인 배려는 부족한 셈이다. ‘이코노미조선’은 세계 각국의 금연 정책을 살펴보고, 지난 6월 폴란드에서 열린 ‘글로벌니코틴포럼(GFN)’에서 소개된 새로운 담배 제품과 위해 저감을 위한 전문가들의 얘기를 담았다. 판단은 독자 여러분의 몫이다.

김문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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