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수경 서울대 소비자아동학 박사, 아모레퍼시픽 상무 / 사진 듀오
박수경
서울대 소비자아동학 박사, 아모레퍼시픽 상무 / 사진 듀오

우리나라 여성들이 결혼과 출산을 기피하는 경향에 대해 박수경 듀오 대표는 “여성들이 일을 계속하고 싶은데 사회가 일과 가정 중 택일하도록 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박 대표는 “결혼과 육아로 남편·아이와 싸우고 이해하며 사는 경험은 공감능력과 리더십을 키우는 데 큰 도움이 된다”고도 했다. 여성 입장에서의 결혼과 사회생활 문제 등을 박 대표에게 물었다.


똑똑한 여성들이 결혼을 잘 안 하는 것 같다.
“과연 똑똑하다는 게 맞는 말일까. 일반적으로 똑똑하다는 여성들이 세상사에서는 헛똑똑이다. 깊고 멀리 보면 다른 선택(결혼)을 할 텐데. 혼자 사는 게 다 좋은 것만은 아니지 않나.”

왜 결혼을 안 하나.
“가정생활과 일을 모두 하기는 어려우니까 일을 우선시한다. 하지만 그럴수록 나중에 더 힘들어진다. 왜냐하면 인생은 다양한 경험, 다른 사람과의 소통을 통해서 얻게 되는 게 많기 때문이다. 아이 낳고 기르는 일 자체가 사람을 성숙시킨다. 그런 경험이 없으면 결국 회사에서도 전반적인 리더십에 문제가 생긴다. 물론 경험을 안 하고도 공감능력이 뛰어난 친구들이 있지만 나중에 후회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아이들, 가정 없이 혼자가 되면 허탈해질 수 있다.”

요새는 40대에 결혼하는 여성들도 꽤 있더라.
“우리 때는 결혼 적령기 폭이 좁았다. 서른 살 되기 전에 결혼했고 늦어도 30대 초반이었다. 세상이 다양해지고 경제 발전 수준이 선진국으로 진입하면서 결혼 적령기의 폭이 넓어지는 추세다. 인구학자들 연구에 따르면 사회가 성숙하고 선진적으로 갈수록 결혼의 형태가 다양해진다. 나이 든 여성도 언제든 결혼할 수 있고 연상, 연하, 띠동갑, 재혼-초혼 간 결혼도 늘어난다. 의학 발달로 출산 가능 연령대도 높아지고 있다. 30대가 지났다고 해도 다양한 선택지가 있으니 ‘힘들다, 어렵다, 귀찮다’며 결혼을 포기하지는 않았으면 좋겠다.”

골드미스들이 많아졌다. 듀오에도 많이 찾아오나.
“30대 후반에서 40대 초반까지가 많이 온다. 좀 어려운 나이다. 50이 되면 차라리 낫다. 여성이 가진 게 많을수록 남성은 잘 받아들이지 않는다. 여성의 고학력과 고소득이 남성에게는 부담이 된다.”

골드미스들은 어떤 남성을 바라나.
“남들이 보기에 괜찮을 정도의 사람, 자기와 걸맞은 사람이어야 한다. 경제적 능력이 있거나 외모가 되거나 성격이 좋거나 뭔가 하나라도 가지고 있어야 한다. 능력 있는 골드미스와 엮일 수 있는 남자가 많지 않은데, 주변에 일부 결혼 잘하는 사례가 있기 때문에 골드미스들이 꿈을 버리지 않는다. 어중간한 남자와 결혼할 바에야 아예 혼자 사는 게 낫다고 생각한다.”

골드미스와 엮일 수 있는 남자가 많지 않다고 보는 이유는.
“수요 공급의 법칙이다. 괜찮은 남자들은 얼마 남지 않았는데 골드미스들은 많은 거다. 똑같은 나이라면 여자들 직급이 더 높을 것이다. 골드미스는 이뤄놓은 성과가 있다 보니 더 위의 남자와 만나야 하는데 남자들은 30대 중반 정도에 대부분 결혼한 상태다.”


똑똑한 엄마들이 딸을 진취적으로 키워

여성의 사회생활, 결혼 등 우리 사회가 짧은 기간에 큰 변화가 있었다.
“그렇다. 나는 2000년에 아모레에 여성 간부 특채 과장 초임으로 인정받고 들어갔다. 신임 과장 교육에 갔더니 180명 중 여자는 나 한 명이었다. 화장품 회사라 여성이 많을 것 같았는데 여성 평균 재임기간이 5년이었다.”

그 똑똑한 여성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
“집에서 아이 키우고 살림한다. 그 똑똑한 여성들이 딸 키울 때 진취적(aggressive)으로, 전사(戰士)처럼 키웠다. 딸에게 여자라고 포기하지 말라고, 훌륭한 역량을 키워 나가라고 했다. 자신의 사회적 일에 대한 목마름을 딸에게 푼 것이다. 남아선호 현상도 없어졌다. 딸 가진 엄마가 100점이고 아들 둘이면 ‘목메달’이라는 말도 있지 않나. 아들 결혼시켜 놓고 내 아들이라고 생각하면 정신 나간 것이다. 남의 남편이지 내 아들이 아니다. 여성 발언권도 세졌다. 그런데 엄마들이 그렇게 키워놓고 지금은 왜 결혼 안 하느냐고 뭐라고 한다. 딸들이 볼 때는 우리 사회가 ‘일이냐 가정이냐’ 둘 중 하나를 선택하게 한다. 사회는 여전히 남성 중심적인 세상이다. 치열하게 경쟁하는데 이 시점에 결혼해서 주저앉고 싶지 않다는 것이다. 일과 가정을 양립할 수 있게 해줘야 한다.”

가장 필요한 것은.
“복합적으로 얽혀 있는 거라서 가장 필요한 것 하나를 꼽기는 어렵다. 기본적 인식은 많이 바뀌었다. 하지만 기업이나 효율적으로 성과를 내야 하는 곳에서는 여성을 제대로 받아들일 여유가 없다. 남성도 육아휴직을 하면 좋은데 회사 입장에서는 그 빈자리를 메울 대안이 없다. 여성의 출산휴가나 육아휴직에 대해서도 같은 부서원들이 싫어한다. 빈자리를 채울 인력이 있다면 어떨까. 지금은 탄력 근무도 안 되고 비정규직도 안 된다고 한다. 근무의 유연성을 막고 있는 것 아닌가. 북유럽만 보지 말고 인력의 탄력적 근무에 대한 포용도 생각해야 한다.”

똑똑한 여성들이 많지만 임원까지 올라가는 경우는 여전히 소수다. 개선할 수 있는 방법은.
“여성 리더가 많은 조직이 잘되는 모습을 많이 보여 줘야 한다. 지금 세상은 점점 다양성에서 승부를 봐야 한다. 세계적 연기금들에서는 그 기업의 사회적 가치, 즉 다양성이 있는지를 높게 본다. 예전에는 이른 시기에 많이 퇴사했는데 지금은 안 나간다. 기업 내 여성의 숫자가 많아지다 보면 승진자나 고위 간부도 더 나올 것이다. 시간문제일 수 있다.”


결혼은 인생의 완성이 아닌 시작

결혼 안 한 여성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은.
“두려워하지 말라. 막연한 두려움일 뿐이다. 많은 여성들이 결혼을 인생의 완성인 것처럼 생각한다. 결혼은 시작인데 누구랑 결혼하는 것 자체를 자랑하려는 것 같다. 번듯한 직장, 번듯한 집 등을 기대한다. 결혼은 인생의 완성이 아니다. 시도해봐도 나쁘지 않다.”

20대 남성 대부분이 스스로를 약자라고 생각한다는 설문조사 결과가 있었다.
“지금 20대 남성은 성장과정에서 한 번도 여자를 이겨본 적이 없는 아이들이 70%다. 학교 교과과정이 여자들이 잘하게 돼 있다. 또 남자들 관심사는 게임, 축구, 야구 등이다. 이제 여자아이들한테는 ‘해라, 해라’ 하면서 남자아이들한테는 ‘게임하지 마라, 여자애 괴롭히지 마라’고 한다. 대학 갔더니 ‘군대 가라’고 하고. 약자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눌렸던 게 폭발하면서 여성에 대한 폭력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기성세대 입장에서는 남성이 약자라고 하니까 이해가 안 된다.
“가정은 바뀌었는데 사회는 안 바뀌었다. 20대 남성 입장에서 볼 때, 나는 약자인데 ‘강한 남성상’이 여전하니 정체성에 혼란이 생긴다. 사회제도적으로 해준 건 없으면서 남성은 강해야 한다고 하니까.”

정재형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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