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제작 현장. 영화계는 수직적 도제교육 시스템으로 유명하다.
영화 제작 현장. 영화계는 수직적 도제교육 시스템으로 유명하다.

scene#1 파주의 한 시골 마을. 트레이닝복 차림의 배우 유아인이 어스름한 새벽하늘을 가르며 달려간다. 바닥에 닿을 듯 말 듯 깔린 안개 속에서 희미한 가로등 몇 개가 조심스럽게 빛나고 있다.

scene#2 배우 전종서가 허름한 슬레이트 지붕 집 마당 앞에서 노을을 등지고 춤을 춘다. 노을은 빛바랜 무지개색을 띠고, 역광을 맞은 그의 뒷모습은 검은 실루엣으로 나타난다.

2018년 개봉한 영화 ‘버닝’ 속 장면이다. 모두 자연광의 아름다움을 잘 살려 찍은 것으로 ‘버닝’의 명장면으로 꼽힌다. 이 장면을 촬영한 주인공이 ‘설국열차’ ‘해무’ ‘곡성’ 등의 화면을 만들어낸 홍경표 촬영감독이다.

그는 한국 영화계를 대표하는 촬영감독이지만, 한국 영화계에 뿌리 깊은 도제교육 시스템을 통해 성장한 사람은 아니다. 오히려 도제교육 시스템에 적응하지 못하고 시스템을 박차고 나갔던 사람이라고 할 수 있다. 그는 촬영감독이 되기까지 너무 긴 조수 생활을 거쳐야 하는 것에 답답함을 느꼈다. 결국 ‘낙타는 따로 울지 않는다’의 촬영 조수로 LA에 갔는데, 할리우드의 영화 제작 시스템에 반해 눌러살면서 영화를 더 공부했다. 이후 한국에 돌아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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